그래도 규하치는 저항하며 하루, 또 하루 미루며, 잠도 자지 못해 눈이 새빨개지고 만 것이다.
- P191

규하치의 충성심은 존경스럽긴 하지만 신타로는 영리하다. 본디 집안 일에 관해서라면 어른보다 아이가 더 영리하기 마련이다. 무언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가엾게도.
- P196

"하지만 작은 선생님, 처리라니,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리이치로는 ‘오리‘가 적혀 있는 손으로 코 밑을 꾹 문질렀다.
"그것은 지금부터 생각하겠습니다."
- P198

"허나 토채귀를 끄집어내다니, 꽤 운치가 있는 속임수로구나."
- P199

본인은 요시노가 밉고 신타로가 밉겠지만, 본심은 그저 무서울 뿐이리라고 리이치로는 생각한다.
미운 것과 무서운 것은 쉬이 뒤바뀐다.
- P219

가난은 고통스럽다. 가족을 생각하면 요시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는 것을 리이치로는 깨달았다.
- P220

그래도 돌아다닌 각지에는 교넨보의 엉성한 독경에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고,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 P253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당신은 지나치게 잘 속였지요."
교넨보는 얻어맞은 개 같은 얼굴을 했다.
"그러니 그 교묘한 사기를 한 번 더 연기해 주셔야겠습니다. 이번만은 실패해서도, 지나쳐서도 안 됩니다."
- P260

-아직 떠날 수 없겠네.
라는 오시즈의 말은 어디까지나 ‘빗속을 걷고 싶지 않다‘는 제멋대로의 주장이다. 그 주장이 통하는 이유는 터무니없이 복을타고 났기 때문이다.
- P293

사이치로는 몹시 부끄러웠다. 오시즈가 제멋대로 구는 것을 혼자서 참기란 하나도 힘들지 않다. 하지만 그가 참고 있다는 사실을 남의 눈에 드러내는 것이 이렇게도 비참한 일일 줄이야.
- P302

사이치로는 눈을 굳게 감았다. 사람을 우습게 보는 오시즈의 새된 웃음소리가 귀를 막은 손가락 틈을 스르륵 뚫고 들어와 마음 깊숙한 곳에 꽂혔다.
- P307

그 다정함이 사무친다. 밤중의 여관에서 어쩌다 생겨난 이 편안한 한때를, 사이치로는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노파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면 아침까지 들어줄 수도 있다.
- P312

아니요, 하고 노파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은것은 아닙니다."
그러고는 사이치로로서는 당장 뜻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오요시 씨는 야에 씨가 되었어요.
- P323

" ‘반바 빙의‘는 우리가 다 함께 꾸고 있던 꿈ㅡ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꿈이 이루어 낸 것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오요시는 어디까지나 오요시고, 그저 ‘반바 빙의‘라는 수단에 넘어가 본인도 그런 기분이 들어서 야에 씨가 되었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 P332

"다행이다! 다마 씨는 아버님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대요."
후카가와 산겐초의 하치베에 나가야, ‘만능해결사‘ 야나이고로몬에게.
- P346

-비겁하구나, 네코마타야.
가나를 인질로 잡지는 않았지만 가나의 신뢰를 인질로 잡지 않았는가.
- P399

"선생님, 어째서 마음이 바뀌셨나요?"
"마음이 바뀐 것이 아니다. 결심이 선 것이지."
- P401

오쿠리비의 연기가 흘러간다. 우란분이 끝난다. 저세상 사람들은 돌아가고, 이 세상 사람들은 남는다.
헤어지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죽은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나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 되니까.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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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반대하는 이들은 늘 똑같은 사람들이다. 무작정 이의를 제기한다.  - P19

"나는 이제 곧 견습 목수가 될 거니까 사아 할아버지랑 놀 수없게 될 거예요. 사아할아버지, 서운해요?" 하고 아이답게 건방진 질문을 해 오는 모습을 보면 아직 어리고 사랑스럽다.

- P61

이런 오래된 봉인 이야기는, 이쪽이 아무리 뚜껑을 덮어 놓으려고 해도 뚜껑 쪽에서 열리고 싶어 할 때가 있다. 뚜껑은 뚜껑의 처지에서 오랫동안 입을 다물어 오느라 지쳤을 게다.
- P74

후계자가 생겨 쓸모가 없어진 ‘마중물‘인 양녀와 후계자를 낳지 못한 전처가 한꺼번에 별로 추방당했다.
- P79

겨우 오십 마리의 개 하리코라도, 모으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미야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캐묻거나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 P154

울부짖는 목소리는 삼 번 곳간 쪽에서 울려오는 것이다.
약하다. 결코 날카롭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불쾌하다.
그리고 몹시 슬프다.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슬프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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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쓰기의 걱정은 화장터의 연기와 마찬가지로 짙고 어둡게, 끝도 없이 피어올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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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부론』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가장 많은 칭송을 받은 표현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에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가볍게 언급되었다. 
- P156

다시 <뉴요커> 표지로 돌아가면, 뉴욕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볼 때 중국과 일본은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쿄로 가서 똑같은 망원경으로 바라본다면, 상하이까지 거리가 뉴욕에서 시카고 거리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질 것이다.
- P165

가구들의 소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콘이 아니라 인간에다시 집중해야 한다. 인간들에게는 아인슈타인(혹은 배로)의 두뇌는 물론이거니와, 금욕적인 불교 수도승의 자기통제력 또한 없다. 그들은 열정과 결함을 지니고 있고, 망원경으로 세상을 내다보며, 각각의 재산이 든 다양한 항아리를 따로 관리하고, 주식 시장의 단기수익에 휘둘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인간에 대한 이론이다. 
- P174

나는 양극단, 즉 부분적인 순진함 사이 어디엔가
‘진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세 저자의 입장에 동의한다. 대부분 스스로에게 자기통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 심각성은 종종 과소평가한다. 우리는 복잡성의 차원에 대해 무지하다. 특히 조지 로웬스타인이 말한 ‘뜨겁고차가운 공감 차이 hoy-cold empathy 79)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 P193

오랜 기간에 걸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험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평가하고, 학습하지 않으려는 GM의 성향은 사실 대단히 보편적인 것이었다. 최근 정부 조직의 이런 성향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나는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이런 측면을 여러번 관찰할 수 있었다.

- P209

더 중요한 것은, 코코나스는 그 손님이 다시는 넥스트를 찾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다른 수많은 잠재 고객과 나눌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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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정원과 포도밭 정글을 지나가는 사자를 만난다.
나의 친구이자 어린 동생인 고양이다!
녀석은 나무 위에서 친근하게 야옹거리며 머리를 숙이고는 내 몸에 제 몸을 비벼댄다.
그리고 애원하듯 나를 쳐다보다가 땅 위로 뛰어내려 눈처럼 흰 배와 목을 보여주며 나더러 함께 놀자고 조른다.
- P119

고양이는 숲에서 해야 할 수많은 일을 생각하며 우아한 걸음으로 사라진다.
사자라 불리는 이 작은 고양이는 태국 원산의 샴고양이 수컷이다.
동생도 한 마리 있는데 어릴 때에는 더없이 귀여웠고목과 배가 노르스름한 갈색이라 호랑이로 불렸다.

신은 그 대가로 내게 그저 이 시대를 사는 게 아니라 종종 시간에서 벗어나 공간 속에서 영원히 숨 쉬게 허락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때 무아지경이나 신성한 광기라 불리며 많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아무 가치도 없다.
- P125

인도 사람들의 생각대로라면, 시바 신이 새로운 창조 공간을 확보하기위해 춤을 추며 세계를 마구 짓밟는 그런 시간을 향해 우리는 나아가는 중이다.
- P144

젊은 시절에 쓴 나의 시들이 낭송되는 것을 들었다. 그 시들을쓸 당시에 나는 아직 젊은이다운 취향과 이상을 가졌고, 정직함보다는 열정과 이상주의를 더 중시했기 때문에 삶을 밝고 긍정할 만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삶을 사랑하지 않고,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으며,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 P156

내가 고독 속에 계속 머물렀더라면, 다시 한번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결코 카사 카무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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