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은 상쾌하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꾸밈없이 이 삶을 사랑하며, 이 삶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하고 싶다. 
- P23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내 안에 청춘이 넘쳐난다. 하지만 굳이 말해야만 한다면, 내가 두려움과 침묵 사이에서 희망 없는 죽음에 대한 확신을 이야기할 정확한 단어를 찾을 곳은 바로 이곳인 듯하다.
- P35

이곳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암시하지 않는다. 그저 내주는 것에, 아낌없이 내주는 것에 그친다. 도시 전체가 시선에 스스로를 온전히 내맡기고 우리는 이 사실을, 누리는 동시에 깨닫는다. 이 기쁨엔 치료제가 없고, 이 즐거움엔 희망이 없다. 이 지역이 요구하는 건 냉철한 영혼, 즉 위안하지 않는 영혼이다.
- P42

그렇게 우리는 그가 모든 것을 주었다가 모든 것을 거두는 고장에서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이 풍요와 과잉 속에서 삶은 느닷없고, 엄격하고, 너그러운 거센 열정의 곡선을 그려간다. 이곳에서 삶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다. 
- P48

삶을 고양시키는 모든 것은 동시에 부조리도 증대시킨다. 알제의 여름 속에서 나는 고통보다 더 비극적인 단 한 가지가 있고, 그것은 바로 행복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깨우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더 위대한 삶의 길일 수도 있다. 기만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니 말이다.
- P54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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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젠가 스러져 버릴 무엇이지만, 그의 글은 이렇게나 삶의 본질을 보여주며 유한한 삶을 초월해 우리 앞에 있다.  (책 머리에)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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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악기가 60만 원인데 케이스가 100만 원이라고요?
바로 접었고요...
- P30

사모님은 어머님보다 더 싫다. 아니, 고객님, 손님, 이런 편견 없는, ‘내가 너의 나이를 다 알아‘라는 속내가 담기지 않은 아름다운 호칭도 많지 않은가!
- P42

나이 들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의 좋은 점은,
‘혼내주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거다.  - P52

"틀려도 돼요."
"네?"
"틀려도 되니까 멈추지 마세요."
- P56

평생, 속이 꽉 차야 하는 거라고, 알맹이가 중요한 거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는데(‘껍데기는 가라‘는 시를 쓰신 신동엽 시인님의 지분을 무시 못하겠다.) 웬걸. 껍질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다.
- P65

이게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니고, 다 늦은 나이에 즐겁자고 하는 성인 취미반인데 좀 비겁하면 어떤가. 취미 좋은 게 뭔데? 하기 싫으면 안 해도되는 거다.
- P87

처음에는 내가 첼로로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악보를 읽고 운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는데 몇 달 지나자, 그 고약한 것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욕심‘
아아, 모든 화를 부르는 그것.
- P100

어찌 보면 이 세상 모든 슬픔은 자신이 가진 것과 원하는 것,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것이리라. 내 귀가 익숙해 있던 건 내가 가진 것이 아니었다. 남의 것이었다.
- P104

일단은 그냥 이런 정신으로 무장하고 활을 긋는 중이다.
‘아, 몰랑. 듣거나 말거나.‘
- P117

자전거를 배울 때도 언젠가는 보조 바퀴를 떼고 뒤에서 잡아주던 사람이 나를 놓아 보내는 순간이 필요하다. 끔찍하게 무서운 순간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 비상하는 순간, 혹시라도 추락할까 봐 두려울 뿐. 하지만 그러면 또 뭐 어떠랴.
- P141

분명한 것은 일단 한 번 보내 보기 전엔 내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오래 매달려 있지는 말자. 
- P143

새로운 취미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새로운 문을 하나 더 여는 것이기도 하고,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의 방을 갖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첼로를 시작하고 알게 됐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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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읽은 젊은작가상에서 <보편교양>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독서모임 1월책이 김기태 작가님 책이라 기대가 되었다.

🍋‍🟩 이번에 여러 단편을 읽으며 든 건... 음 작가님은 글만큼 음악과 댓글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음악과 댓글의 교집합 중 좀 스페셜해 보이는 걸 고르면 팬덤문화? 아이돌이 나오는 단편들도 새롭게 읽어갔던 . 젊은 세대를 관찰하고 고민하는 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세상 모든 바다>

추상적인 존재와 현실 세계의 대비를 통해 주인공의 고민을 보여주는 내용이라 말하면 너무 단순화한걸까. 평범한 삶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감정이 대조적으로 나타났다. 영록의 죽음 이후 막연한 죄책감으로 영록의 고향을 찾은 하쿠. 하쿠가 바다에 대해 예전 막연 동경이 버거움으로 바뀌는 장면을 보며, 알 수 없는 서글픔과 공감이 동시에 들었다.


🍋‍🟩 <롤링 선더 러브>

평범하기도 조금 주책맞은 맹희가, 나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연애, 결혼 방송을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가 있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관계의 시작과 끝. 관심, 단절, 짧은 만남, 이별, 감정들. 이런 모든것들이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그럼에도 맹희는 내일도 명랑하길. 맹희가 어디가 평범한건지. 너무 특별하잖아!

🍋‍🟩 <전조등>

일상의 균열과 그럼에도 지속되는 평범한 일상이 어쩐지 연극적으로 느껴진 소설. 익숙한 일상의 행위들(주말 짜파게티, 설거지)조차 연극처럼 느껴졌다. 왜그랬을까. 우리의 평범한 삶은 알게 모르게 우여곡절이 많아 오히려 다이나믹한데, 주인공의 큰 우여곡절 없는 삶이 오히려 더 드라마틱하고 현실감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유일한 균열은 그 미스테리하게 남은 접촉사고인데, 난 진짜 그게 뭐라도 나올 줄 알았다. 아니, 그런데 이 정도면 주인공은 평범아니고 엘리트 아니여??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독서모임에서 제일 찬사(?)를 많이 받았던 소설. 제목도 한 몫했다. 나는 왜 저런 제목을 못 짓는.. 특별한 두 사람의 사례들이 오프닝시퀀스처럼 나오다가 주인공들이 짜잔하고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와 마트 알바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각자의 직업과 삶의 어려움. 서로의 배경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과정. 힘겨운 현실과 삶의 고충. 다들 이건 남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감정이입되었는지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작은 행복과 불확실한 행복에 대하 계속해서 이야기 한다. 할거다!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저렴한 각본으로 사랑하느니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142p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143p


🍋‍🟩 <보편 교양>

등장인물의 내면 갈등, 그리고 ‘가식‘에 대한 인지와 그에 따른 고민이 보인다. 얼마전 다른 책으로 리뷰를 남겼던 단편인지라 여기까지만.

🍋‍🟩 <로나, 우리의 별>

로나는 아이유가 롤모델아니냐고, 독서모임동안 다들 잠깐 추리.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변화 가능성. 만약 2024년 12월 이전에 읽었다면 그저 소설이었을텐데, 지금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이미 12월 한 명의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시민과 팬, 굿즈를 통한 전체적인 음악 축제 같은 모습으로 정치 참여를, 우리는 보았다.


🍋‍🟩 <태엽은 12와 1/2바퀴>

비닐봉투, 시계 등의 소품을 통해 과거 추억과 현재 상황을 연결하는 소설의 구성인데... 사실 이해가 안갔다. 과거의 후회와 갈등을 보이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검은 비닐봉투 뭐냐고. 너무 내가 추리소설을 그동안 많이 읽었던 것인가. 하... 그럼에도. 뭔가 마지막은 희망의 메시지.

🍋‍🟩 <무겁고 높은>

역도선수로서의 갈등과 선택을 보며, 얘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 나 보다도 웬만한 어른들 보다 훨씬 어른이란 생각이 들었다. 쩝. 완전한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우리의 주인공. 버리는 것과 떨어뜨리는 것의 차이점을 강조하며, 완전히 끝맺음을 해야 미련 없이 다음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내가 아직도 과거 몇가지를 잡고 있는 건, 난 끝을 못 낸거지... 쩝.

🍋‍🟩 <팍스 아토미카>

작가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문체가 빠르고,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느꼈다. 줄거리가 혼란스럽게 느껴지고, 작가의 주관적인 시각이 섞여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만 이해 못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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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01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리뷰를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투비에 올렸더군요,^^
가져와야징~~~

jenny 2025-03-02 10:07   좋아요 1 | URL
추후 찾아보니 심심하다와 섬세하다가 갈리는 평이지만, 저는 심심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섬세함이 있다고 우겨 볼께요♡

그레이스 2025-03-02 16:11   좋아요 1 | URL
두사람의 인터네셔널, 보편교양
특히 두작품이 좋았어요^^
 

🍓 원제는 The World Jesus Knew: A Curious Kid‘s Guide to Life in the First Century . 그렇지만 키즈 가이드가 아닌걸? 어른도 잘 모른다. 나의 성경지식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시절 읽은 만화성경이었다. 그 책이 없었으면 난 그 막대한 패밀리를 지금 혼동하고 있었을지도. 만화책은 아니지만 선명하고 밝은 그림으로 오늘 막대한 배경지식을 얻었다.

🍓 매 장 그림이 메인이지만 생각보다 글씨는 많다. 그래도 괜찮다. 심리적으로 그림에 가리워 잘 안보인다. 단순히 그림으로 나온 성경책이 아니다. 성경에 나온 그 시절의 옷과 농작물은, 식량은, 직업은, 집은, 꽃은 어땠을까 하며 그 시절 그 지역의 일상을 본다. 다른 시공간의 일상을 훔쳐 보니 막연했던 구절이 선명해지고 단순 텍스트가 살아있는 기록이 되었다.

🍓 양치기란 직업이 어땠는지, 그 시절 그곳에 어부가 왜 많았는지, 겨자씨는 무엇인지, 헤롯왕은 왜이리 많이 나오는지 알 것 같다. 올 해는 성경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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