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는 거면 빼는 거고, 주는 거면 주는 거지. 그게 바로 균형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남들은 어떻게 이런 균형을 어렵지 않게 잡을까. 
- P86

자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주호는 뭐랄까, 실력이 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위에 둥둥 떠 있기만 하면서 계속 연습을 나오는 주호가 신기했다.
- P87

물속에서는 물 밖에서와 반대로 숨을 쉬어야 한다. 물속에서 코로 숨을 뱉고,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그 숨이 간절해진다. 숨쉬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 아주 부자연스럽고 절실한 일이 된다는 점. 그 점이 주호는마음에 들었다.
- P87

대화의 내용은 비슷했다. 늘 주호는 회주의 장바구니를 궁금해했고, 희주는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진지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지 않은 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떠올리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그 자리에서 흩어지고 휘발되어버리는 말들.
- P90

희주는 반짝이던 도시가, 사람들이, 색색의 거리들이 물에 잠긴 모습을 상상했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같이 떠내려가는 것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희주는 생각했다.
- P91

"선생님, 괜찮으세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당황한 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희주도 당황했다. 대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야 저런 말이 나올까. 대화 맥락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주호와 나눴던 대화가 아닌 대화들이 떠올랐다.
- P95

"악당이 됐네요. 그 강사가 졸지에 우리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온 주호에게 희주가 말했다. 
"악당은 우리죠."
주호가 말했고 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 P97

희주가 먼저 간다.
주호가 뒤따른다.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 P98

나는 아주 뒤처져서 느릿느릿 움직였는데, 먼저 가 있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물속에 얼굴을 박고 가는 중이었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것을 알았다. 그건 무언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면서도...... 좀 따듯했다. 그 순간이 마음에 강하게 남았다.
- P101

 사실 ‘누군가‘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나는 ‘나에게‘라고 말하지 않고 ‘누군가에게‘라고 말하길 택했다.
그것은 내가 나의 삶을 견디기 어려울 때 택하는 방식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나를 통과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글을 썼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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