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르소맨>을 리뷰해주세요.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실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는 눈이 안보인다거나 귀가 안들린다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는 등의 의사소통의 장애였을 뿐 신체적 장애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손을 쓰지 못한다거나 걸을 수 없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답답한 일이기에 머리속으로부터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도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 안계시기에 그 불편함을 알수 없기도 했고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는 댄서나 손이 없어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한번쯤 관심을 가졌던 나로서는 내가 가진 이 행복과 행운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지 못했다.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내 인생을 파고 든다면?

그것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아니 그 불행조차도 인지할 수 없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팔다리 없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소년 레슬러로 세상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더스틴을 만나는 순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어린 친구만큼이나 긍정적이고 동정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내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을까? 정상적인 사람들조차도 힘들지 모르는 운동인 레슬링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도전할 용기를 가지고 있었을지 의심스러워진다.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보면서 어떤 상황이든지 다 이해할 듯 말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은 모두 가식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고 그에 감동하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5살에수막구균혈증이란 병에 걸려 팔다리를 잘라낸 더스틴 카터가 밝은 목소리로 자신을 다리 있는 사람과 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래 알았어.. 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눈에는 불쌍하다는 어떻게 하냐는 안타까움이 가득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어느새 더스틴을 내 옆의 평범한 소년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그를 인정해 주는 친구들이 있으며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모습만 조금 다를 뿐이다. 자신의 꿈인 레슬러가 되기 위해 조금 더 남들보다 노력하고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꿈을 키워가는 이 소년에게는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이 두둑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경제가 힘들어졌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기도 하고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해결책은 스스로에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지름길에는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변함없는 애정이 절실하다. 더스틴의 그런면에서는 행운아였음이 분명하다. 그가 함께 가는 사람들로 소개한 힐스보로 고등학교의 친구들 , 친구같은 코치 네이선 혼, 호랑이 코치 스콧 굿패스터, 아버지같은 코치 브라이언 윌리엄슨, 그리고 영원한 우상 아버지와 가족들, 너무나 완벽한 여자친구인 매리디스 리하트 뿐만 아니라 그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한다. 이 힘이 그에게 포기를 모르게 만들었다.  

운명이 그를 넘어뜨리면 언제든 그는 다시 일어섰다.

왜 그의 이야기가 수백만 네티즌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을까? 어른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그의 인생관이 준 교훈을 다른 이들도 나처럼 느꼈을거란 생각을 한다. 4년동안 더스틴의 코치로서 그를 가르치면 배운점이 더 많다고 하는 네이선의 이야기속에 그 답이 있을 듯 하다.

"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더스틴을 남들보다 불편한 몸으로 그걸 보여 줬죠. <중략>이건 단순히 팔다리가 없는 소년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일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누구나 남들이 짐작하지 못할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건 아주 굉장한 이야기고, 저는 이렇게 완벽한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p143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힘겹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다른이의 불행을 보면서 나의 행복을 감사한다는 것이 비겁하지만 그 불행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는 한 소년의 긍정적 사고가 더더욱 감동적인 책입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아빠 어디가? 오체불만족..등이 생각이 납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지금 힘들어서 좌절하고 있는 분들.. 필요한 책 같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더스틴을 남들보다 불편한 몸으로 그걸 보여 줬죠. <중략>이건 단순히 팔다리가 없는 소년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일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누구나 남들이 짐작하지 못할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건 아주 굉장한 이야기고, 저는 이렇게 완벽한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은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달란트만을 주신 것이 아닐까? 끼와 재주로 뭉쳐진 연예들의 책 출간이 러시다. 예전의 신변잡기식 자서전이라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책들에 비해 요즘은 소설이나 시집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거 같다. 몇 권의 연예인이 썼다는 책들을 읽고 실망한 경험이 있어 그닥 끌리지는 않았으나 그 성품과 이미지가 한결같고 잘 매치되어 보이는 차인표라는 네임에 혹해  책을 집게 되었다. 10년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고 하는데 과도한 스타 마케팅으로 인한 또 한번의 실망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무거운 주제다. 어쩌면 지금의 세대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는 또야? 라는 질문을 끌어 낼 수도 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지나오셨던 시간들이고 그 상처가 너무 깊어 골수에 사무칠 정도의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기라 할지라도 마치 남의 이야기인양 아니면 몇 장의 사진이나 소설의 소재 정도로 느껴질 수 있는 정도의 관심 밖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층빌딩 숲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10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치마저고리 입고 소로 논밭을 갈던 풍경을 상상해 보라 함은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어떻게 표현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백호에게 엄마를 빼았겨 버린 용이는 아버지 황포수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오게 된다. 마을 촌장님의 따뜻한 배려속에 마을에 머물게 되고 마을 촌장의 손녀인 순이와 항상 훌쩍거리는 훌쩍이 그리고 용이의 만남이 시작된다. 무서운 호랑이를 잡아서 마을에서 영웅으로 대접을 받게 되지만 마을 아이들의 총만 있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생각은 결국 황포수와 용이를 마을에서 떠나게 만드는데.. 이때 훌쩍이가 이들을 배웅하고 기다리는 언덕이 바로 잘가요 언덕이다..

용이를 기다리면 매일같이 올랐던 잘가요 언덕, 하지만 세월은 기다리던 용이 대신 가즈오 부대를 시골마을로 보내게 된다. 너무나도 외진 곳이어서 세월의 풍파를 비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어김없이 일본부대의 조선처녀 징집은 호랑이 마을에도 시작되고 ..

 

우리의 아픔인 종군위안부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게만 표현되지도 어둡게만 표현되지만도 않았다.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빠르게 읽혀 나가는 소설임에도 마음속에 남는 것이 많다. 용이와 순이와 훌쩍이의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을 통해 안타깝지만 가슴으로 품어줄 수 있는 우리의 정서를 알 수 있게 한다. 어린시절 가질 수 있었던 우정과 사랑이 너무나도 순수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나왔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시 잠겨 보기도 한다. 순이할머니의 인생을 가져가버린 일본군이지만 무조건 나쁜 사람들로 그리기보다는 가즈오의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순이를 구하고자 했던 그의 행동을 통해 일본군인 또한 사랑에 가슴떨던 젊은이들이었으며 명분없는 침략과 전쟁에 고민하던 시대의 희생양이었음을 알게 하고  일본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7년의 그리움 그리고 70년의 기다림.

동화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을 짓기도 하고 훌쩍이의 훌쩍거림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역시 그 바탕에는 우리의 아픔이 담겨 있다. 엄마를 앗아간 백호에 대한 증오를 보이는 용이에게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엄마별때문에 하는 거라는,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하는거라는 순이의 말속에 이제 더 이상 미움으로 상대가 아닌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나라의 힘이 없으면 여자들과 아이들이 고생한다는 가즈오 어머니의 말에서 용서와의 별개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동감하게도 된다.

 

젊은이들에게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돌아보며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할 그래서 국가의 힘을 키워야할 의무가 있음을 알게 하고 고난의 시간을 함께한 어르신들에게는 이제 마음을 열고 용서와 화해로 그들을 바라봐야 함을 가슴에 담게한 책읽기였을거 같다.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엄마별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용서의 다른 이름인 엄마별을 보기 위해 미움을 마음속에서 보내야 할 시간인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드거 소텔 이야기 2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이 뭐 그렇고 그렇지 뭐..편견이라고 할까 아님 '단 한 편의 소설로 전 언론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한몸에 받으며 무섭게 등장한 신예작가' 라는 극찬에 가까운 소개 덕분이었을까 책을 읽기 전 가진 기대감은 반감되어 있었다는 말이 맞을 거 같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너무나 화려한 등장은 오히려 그 감동을 전달하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읽으면서도 역시나 그렇군! 하는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런가 보다.

 

책을 받는 순간 느껴지는 포스는 평온함이었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을 손에 들고는 이 책을 언제 읽지? 하는 두려움 보다는 먼저 느껴진 것이 편안함이었다. 목가적인 풍경과 소년과 그 옆은 지키는 커다란 개.. 언젠가는 답답하고 전쟁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내 꿈을 표현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른 들판 바람에 흔들리는 초지의 모습이 마음을 끌어당기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로블레스키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에드거 소텔이야기』는 말을 할 수 없는 아이 에드거와 그 가족들 그리고 평생의 친구인 개 앨먼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별한 개들을 교배하고 훈련시켜 분양하는 일을 가업으로 시골농장에서 아버지 가르와 어머니 트루디와 함께 소박하게 생활하는 에드거는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견공들의 이야기가 1권의 초반에 집중되어 있어 읽는 내내 즐겁다. 그래서 넘어감이 버겁지 않았다.  커다란 개와 작은 꼬맹이들 그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 특성을 파악하는 일들 그리고 함께 하는 훈련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차피 개들과의 대화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다. 에드거가 말을 할 수는 없어도 마음으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개들과의 소통을 하고 있다. 강압적이거나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과  배려를 통한 대화가 마음에 썩 든다. 그래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개들의 내면세계 또한 놓칠수 없는 부분이다. 말이 새어나갈 일이 없기에 비밀을 얘기할 수도 있고 모의를 하는데 가장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에드거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나도 그와 교감을 하는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조금의 신체적 문제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에드거의 생활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고를 당하면서 변화해 가기 시작한다. 119로 전화를 걸었으나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사고소식을 전할 수 없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는 에드거... 큰 울타리였던 아버지가 없던 자리를 십대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컸고 앞으로 전개될 일에 가슴을 졸이게 된다. 이제  평범하고 잔잔했던 에드거의 생활속에 닥쳐올 그 어떤 일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저자의 문체속에 에드거를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평온했던 에드거의 가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삼촌인 탕아 클로드의 등장과 함께 였다. 아버지 가르가 있을 때 다툼면서 집을 떠나버린 클로드는 가르의 죽음 후 힘겨워하는 가족들의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농장의 삶에 관여하며 서로 사랑하던 가족들 사이에 반목이 생기고 의견 충돌을 만들어 낸다. 결국 슬픔과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 에드거는 세마리의 개와 함께 농장을 떠나게 되고 이제 살아남기 위한 생활을 하며 스스로가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두꺼움에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현란한 문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아님에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힘들이지 않고 읽으면서도 감각적인 언어에 빠져 에드거와 함께 울고 웃고 힘겨워 하며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놀라게 된다. 풍요롭다는 아마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내용의 풍성함과 넉넉함 그리고 가슴 가득히 담긴 충만함을 고루 갖춘 이 책.. 한동안 내 책장을 떠나지 못할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한번 읽으면 몰아치기 인가? 어제 온다리쿠 책의 행복함이 채 식기도 전에 요시다 슈이치를 만나게 된다. 내가 한동안 일본 소설을 멀리 했다고 했던가? 웃기는 이야기다.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이 일본 소설인 듯 하다. 역시 가깝다는 것은 비슷함을 가장한 정서를 이끌어 내는데 최고의 조건이다.워터 악인에 이은 세번째 만남이다. 워터야 성장소설이었고 악인은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연애소설로 만나게 되는 요시다 슈이치가 남녀의 사랑을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책장을 펼쳤다.

 

다큐멘터리 제작가인 슌페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교코 이 둘이 주인공이다.

어떤 현장이든지 소리를 모으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세상의 돌아가는 일들을 알리는 슌페이와 소리 없는 세계속에서 살아온 교코의 만남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전달이라는 매개체가 다른 두 사람이 짧은 단어가 적힌 메모와 마음으로 서로 소통해 가며 닮아가는 모습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여느 연인들처럼 토닥토닥 싸우기도 하고 애절하게 안타깝기도 하고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한 목소리가 없기에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게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시 무리인가.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서로에 대한 사랑은 슌페이를 지치게 만들고 점차 마음에서 멀어지게 만드는데.. 어느날 쿄코가 사라졌다.

 

귀을 막아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사라진다는 느낌이 이런것일까. 익숙하다기 보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소리는 언제나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였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목소리에 감정이 담겨 있었고 목소리를 통해 그날을 기분을 파악했다. 정적은 답답하고 지루한 만남이었고 서로의 일상에 대한 재잘거림은 활기찬 데이트를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 서로의 소통이 단지 짧은 메모라니 과연 그 마음을 온전히 알수 있을지 궁금해 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거 같기도 하다. 말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슌페이와 교코는 쉴새 없이 내뱉은 생각없는 말들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정리되고 정돈된 몇 마디의 글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다. 그 안에는 날카로움도 순화되고 비난의 단어라면 여러번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담보로한 소통은   최소한의 말. 적으면 적을 수혹 상대에게 확실하게 가 닿는 말 (p48) 로 표현되게 되고 세상사람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하기에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일들이 조금씩 희석되어 감을 알 수 있다.

 

전에는 입에서 머저 튀어나왔던 말을 일단 머리속에서 문장으로 바꾼후, 그것을 메모장에 쓴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사람이랄까'. '인간의 감정' 을 가라앉혀 버리는 일도 있는 것이다. p58

 

태풍의 눈안에 있는 고요함처럼 교코에게는 주변의 소음이 문제가 되지 않고 그녀의 일상은 평온 그 자체이다. 주변에서 피를 흘리며 살기등등하게 싸움이 벌어져도 관리인이 불평불만을 쏟아 부어도 보안시스템이 작용하여 온동네에 비상벨이 미친듯 울려퍼질 때도 그녀의 주변은 온통 조용함이다. 정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평온함이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화를 낼 필요도 급할 필요도 없다. 세상의 온갖 소리가 담아내야 했던 직업을 가졌던 슌페이가 느꼈던 고요의 부담스러움은 어느새 그리움으로 변해  이제 슌페이는 쿄코를 찾아 나선다.

 

너무나 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일까?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소설이었다.. 근데 이거 연애소설 맞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일본 소설을 멀리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사고가 너무나 내게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가깝거도 먼나라 일본에 대한 살짜쿵의 반기였다. 좀 더 다양한 소설을 읽어 보고 싶었고 우리와는 생각과 문화가 다른 서양인들의 소설속으로 빠져 보고도 싶었다. 뭐 그렇게 성공한 반란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온다 리쿠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궁금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전작( 한 작가의 책을 전체 읽기) 을 하고 싶다거나 그녀의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고 있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오쿠다 히데오나 가네시로 가즈키와 같은 일본 작가의 책이 모두 내 취향이 었던 것은 아닌지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초콜릿 코스모스 이다.

 

어린시절을 만화방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순정만화에 빠져 정신 못차리던 내 기억을 웃으며 동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곘다. 열 몇권이나 되는 책들을 한꺼번에 돈을 내고 읽을 수가  없어서 서서도 읽고 친구가 읽는 것을 어깨너머로도 읽곤 했었다. 그 기억 한편에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난하지만 헤어와 패션에 관해서 만은 타고난 천재 소녀와 어릴적부터 주변의 기대를 받고 화려하게 패션계에 데뷔했던 길러진 소녀의 숨막히는 경쟁이야기에 대한 것이 있었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그 친구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연기 초보자 사사키 아스카의 천부적인 연극에 대한 감각은 연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뛰어난 직감과 연출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찰력과 암기력 이 모두가 그녀에게 신이 부여한 선물이다. 어릴적 부터 가라테를 익혀 몸동작도 가볍고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배역속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배역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없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그녀에게 굉장한 오디션의 기회가 온다.

 

여기 또 한명의 배우 교코가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연극과 영화 매체에서 일하고 있어 어릴적부터 배우가 천직임을 알고 일해왔다. 어떤 역활이 맡겨져도 본인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고 인기도 많지만 아직 나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 본적이 없다. 정말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야 하기에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판단이 안선다. 그저 최고의 위치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아 이일을 계속하고 있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그녀에게 선택 받지 못했다는 좌절을 안겨준 오디션이 있다는데...

 

두 명의 여주인공만으로 이루어진 연극을 준비하는 전설적인 프로듀서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신작 오디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숨막히는 경쟁이다. 1차 오디션은 서로의 연기를 볼 수가 없고 2차 오디션은 서로의 연기를 볼수 있으나 비교당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여기 온타리쿠의 소설의 최고의 매력이 부가된다. 마치 내가 오디션을 받는 듯 긴장이 이어지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빠른 전개에 눈을 뗄수도 없고 활자로 읽고 있는데 내 눈앞에는 영상을 보든 모든 그림이 그려진다. 나는 이미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다. 무대위 그들의 연기를 함께 보고 있는 관객이 되어 몰입하고 있다. 손에 땀이 흐르는 채로.

 

천재들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면 미웠을지도 모른다. 아스카도 교코도 말이다. 하지만 그 둘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고 오디션을 보는 동안 스스로가 깨닫게 된다.  분명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날카로운 안목에 서서히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다.

 

잊고 있던 충동이 몸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무대는 어디까지나 소우주, 그곳에는 영구한 시간이 흐르고 귀족의 성도, 망망대해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도 미래도 마음먹은 대로. 무대에는 늘 우리의 전부가 있다. p504

 

온다리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나 기대되어진다. 이제 나도 그녀의 포로가 된건가...... 너무나도 즐거운 만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