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일본 소설을 멀리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사고가 너무나 내게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가깝거도 먼나라 일본에 대한 살짜쿵의 반기였다. 좀 더 다양한 소설을 읽어 보고 싶었고 우리와는 생각과 문화가 다른 서양인들의 소설속으로 빠져 보고도 싶었다. 뭐 그렇게 성공한 반란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온다 리쿠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궁금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전작( 한 작가의 책을 전체 읽기) 을 하고 싶다거나 그녀의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고 있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오쿠다 히데오나 가네시로 가즈키와 같은 일본 작가의 책이 모두 내 취향이 었던 것은 아닌지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초콜릿 코스모스 이다.

 

어린시절을 만화방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순정만화에 빠져 정신 못차리던 내 기억을 웃으며 동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곘다. 열 몇권이나 되는 책들을 한꺼번에 돈을 내고 읽을 수가  없어서 서서도 읽고 친구가 읽는 것을 어깨너머로도 읽곤 했었다. 그 기억 한편에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난하지만 헤어와 패션에 관해서 만은 타고난 천재 소녀와 어릴적부터 주변의 기대를 받고 화려하게 패션계에 데뷔했던 길러진 소녀의 숨막히는 경쟁이야기에 대한 것이 있었다. 초콜릿 코스모스는 그 친구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연기 초보자 사사키 아스카의 천부적인 연극에 대한 감각은 연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뛰어난 직감과 연출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찰력과 암기력 이 모두가 그녀에게 신이 부여한 선물이다. 어릴적 부터 가라테를 익혀 몸동작도 가볍고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배역속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배역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없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그녀에게 굉장한 오디션의 기회가 온다.

 

여기 또 한명의 배우 교코가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연극과 영화 매체에서 일하고 있어 어릴적부터 배우가 천직임을 알고 일해왔다. 어떤 역활이 맡겨져도 본인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고 인기도 많지만 아직 나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 본적이 없다. 정말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야 하기에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판단이 안선다. 그저 최고의 위치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아 이일을 계속하고 있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그녀에게 선택 받지 못했다는 좌절을 안겨준 오디션이 있다는데...

 

두 명의 여주인공만으로 이루어진 연극을 준비하는 전설적인 프로듀서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신작 오디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숨막히는 경쟁이다. 1차 오디션은 서로의 연기를 볼 수가 없고 2차 오디션은 서로의 연기를 볼수 있으나 비교당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여기 온타리쿠의 소설의 최고의 매력이 부가된다. 마치 내가 오디션을 받는 듯 긴장이 이어지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빠른 전개에 눈을 뗄수도 없고 활자로 읽고 있는데 내 눈앞에는 영상을 보든 모든 그림이 그려진다. 나는 이미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다. 무대위 그들의 연기를 함께 보고 있는 관객이 되어 몰입하고 있다. 손에 땀이 흐르는 채로.

 

천재들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면 미웠을지도 모른다. 아스카도 교코도 말이다. 하지만 그 둘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고 오디션을 보는 동안 스스로가 깨닫게 된다.  분명 세리자와 다이지로의 날카로운 안목에 서서히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다.

 

잊고 있던 충동이 몸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무대는 어디까지나 소우주, 그곳에는 영구한 시간이 흐르고 귀족의 성도, 망망대해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도 미래도 마음먹은 대로. 무대에는 늘 우리의 전부가 있다. p504

 

온다리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나 기대되어진다. 이제 나도 그녀의 포로가 된건가...... 너무나도 즐거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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