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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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도 니체와 장자는 그리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의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보여준다고 하니 무척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두 철할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허무'라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주제에 대해 니체와 장자의 말을 소개하고 비교하고 있습니다.
2000년이라는 시간과 동서양이라는 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둘의 사상은 다른 듯 상당히 많이 닮아 있습니다.
장자의 무위사상과 니체의 허무주의를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많이 비슷하네요.
물론, '무위'와 '허무주의'는 다릅니다.
장자가 말한 무위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자,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자라는 소극적인 허무를 말하고 있다면, 니체의 허무주의는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허무를 뜻합니다.

세상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붙잡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릴 때에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이 청년기까지 진리이기 어렵고, 청년기에 확신한 것이 노년기까지 유지되긴 어렵다.
매일 새로운 경험치가 쌓여 나가는 가운데에서 옳고 그름은 지속적으로 바뀐다.
변화의 영원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 새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만 변하지 않는다.
이 말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지금' 믿고 있는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야말로 이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믿어보자.
가장 위대한 풍요와 가장 큰 즐거움을 끌어낼 수 있는 비법은 바로 '위험하게 살기'다.
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 위에 건설하라!
당신의 배를 아직 탐험 되지 않은 바다로 출항시켜라!
당신 지산과 투쟁하라!
                            -  니체의'즐거운 학문' 중

교묘한 재주가 많은 자들은 몸이 수고롭고 지식이 많은 자들은 근심이 많다.
도리어 무능한 자가 괴로운 일도 없고 배불리 먹으면서 유유히 논다.
마치 묶어놓지 않은 배처럼 둥둥 떠다니고 마음을 텅 비워 놓는다.
                                - 장자의 '열어구' 중

대부분이 내용들이 니체와 장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다릅니다.
니체는 '위험하게 살기'를 강조하였고, 장자는 '순응하여 살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위험하게 산다는 것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안주하고 있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도전을 일깨우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순응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무조건적인 '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에 어긋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대한 순응을 뜻합니다.

흔히 장자 사상을 도교의 불로장생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장자의 본의에 배치되는 관점이다.
늙지 않고 오래 살려는 충동은 곧 삶에 대한 집착이다.
장자는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함과 동시에, 삶에 대해서도 결코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자와 도교는 뗄 수 없기에 당연히 불로장생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해였네요.
무위는 모든 것, 삶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것이 아무렇게나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Carpe Diem과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것의 대부분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관련된 우리의 생각, 우리의 기대, 우리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다.
연애할 때 감정소모전의 대부분은 상대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내 생각이 원인일 때가 많다.
어떤 '사실'을, 그것에 관한 '생각'이나 '판단'과 구분하긴 쉽지 않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것의 대부분은 '상상'한 것이다.
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처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명상, 혹은 마음 챙김이다.

명상의 장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경험'한 것이라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상상'이라는 말은 조금 쇼킹하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인지 '판단'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적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론을 세운다.
하지만 전체 세계를 모두 조망하지도 못하면서 모든 현상을 아우르는 보편적 이념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폭력이다.
일체의 보편적 이념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가치를 하나의 이상으로 마음속에 지니되, 실질적으로는 여러 이론을 받아들이는 폭넓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때와 장소에 따라 내가 받아들인 가치를 효율적으로 실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니체의 글을 보면서 뜨끔한 부분입니다.
어릴적에는 이런 폭력에 저항하였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폭력을 종종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깜작 놀라곤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도 아닐 뿐더러 '사실'이 아닌 '상상'일수도 있는데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되겠지요.
직접 실천을 통해 상상이 아닌 사실을 증명하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더 많은 감정을 기울여 표현할수록, 그것을 보기 위해 더 많은 눈을 사용할수록,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객관성'은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다양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점만을 절대시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연하게 자신의 관점을 되돌아보면서 다른 다양한 관점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열린 정신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눈, 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에 나오는 글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함을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본성이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해진 보편적인 규칙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자연스러운 성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있고자 하는 방식대로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장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이다.

장자의 무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신이 있고자 하는 방식대로 존재하는 것.
참으로 쉬운 듯 어려운 내용입니다.
누군가는 방종으로 이해할 것이고, 누군가는 엄격한 금욕으로 해석할 것이며, 누군가는 또 다른 무엇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누가 맞고, 누가 그르다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정말 쉽지 않은 철학인 것 같습니다.

위대함이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강물도 스스로 커지거나 풍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많은 지류를 받아들이며 계속 흘러가는 것, 그것이 강물을 크고 풍부하게 만든다.
모든 정신의 위대함 역시 마찬가지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중에서

니체의 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몇몇 지류를 받아들였다 생각합니다.
책을 보기 전보다 조금은 더 풍부해진 것은 같은데 흙탕물이 된 것은 아닌가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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