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
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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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강한 나라가 왜 저토록 두려워하는가." 오늘날 중국을 관찰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품는 의문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 인공지능과 전기차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굴기(崛起)의 나라가 동시에 국민을 촘촘한 감시망으로 통제하고, 간첩을 신고하라는 캠페인을 SNS에 올리며, 모든 영역을 안보의 언어로 재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이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역설이다. 책을 읽으며 역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경제의 시대'에서 '안보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2014년 시진핑이 제시한 '총체적 국가 안보관'은 정치·군사·경제·문화·사이버·식량·생태까지 모든 것을 안보 문제로 규정한다. 2024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리창 총리가 '안보'를 29번, '위험'을 24번 언급한 것은 이 전환이 얼마나 깊이 체제 언어 속에 각인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집착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2010년 무렵으로 돌아가야 한다. 두 자릿수 성장이 끝나고 권력 귀족의 부패가 심화되는 가운데, 2008~2009년 티베트와 신장의 시위, 2011년 아랍의 봄과 카다피의 최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서방이 비정부기구와 민간 기업을 통해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는 '화평연변(和平演變)' 에 대한 공포가 엘리트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시진핑은 바로 이 위기감 위에서 집권했고, 공산당의 영구 집권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선제적 통제 체제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가 중국을 거대한 군산 복합체로 변형시키는 작업이다.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 13명이 군수 산업 관련 인물로 채워졌다. 국가 전체 자원을 동원해 핵심 과학기술 혁신을 이루는 '신형거국체제(新型擧國體制)'가 가동되고, 군과 민간의 기술을 통합하는 '군민 융합(軍民融合)' 전략이 속도를 낸다.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구조 속에서 민간 경제의 활력은 사그라들고, 개인의 자유는 안보라는 이름 아래 유예된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공산당을 지키기 위해 만든 총동원 체제가 인민의 삶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2026년 1월, 중국군 2인자였던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심각한 기율 및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시진핑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든든한 기둥이 제거된 이 사건은, 독재 권력이 필연적으로 낳는 가장 비극적인 역설을 보여준다. 절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자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숙청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 '끝없는 드라마'다. 로켓군 수뇌부에서 시작된 부패 조사는 리상푸 국방부장을 거쳐 장유샤로 이어졌고, 2022년 당대회에서 선출된 205명의 중앙위원 중 군인 44명 가운데 29명이 2026년 초까지 낙마했다. 중앙군사위 7명의 구성원 중 시진핑과 서열 7위를 제외한 5명이 모두 제거됐다. 이 숫자는 단순한 반부패가 아닌 정치적 숙청의 규모를 말해준다. 스탠퍼드대 우커광 선임연구원이 지적하는 '독재자의 딜레마'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한다. 최고지도자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끝없이 숙청을 단행하지만, 숙청이 거듭될수록 진실을 직언하는 이들이 사라지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통치 위기가 점차 심화된다. 지금 중국의 관료 시스템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진핑 옆에 앉은 관리들이 "바짝 긴장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고 묘사한 장면은 이 공포 문화의 단면이다. 55년 전 린뱌오 사건이 마오쩌둥의 절대 권력을 확인했지만 동시에 체제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장유샤 사건 역시 역사에 그 이중적 의미를 새길 것이다.

2025년 초 딥시크(DeepSeek)가 일으킨 충격은 중국 인공지능 기술의 약진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세계에 증명했다. 중국의 AI 연구자 수는 41만 명으로 인도와 미국의 합산을 넘어서고, 전기차·배터리·태양광·로봇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4년 기준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200만 대, 인간형 로봇의 세계 출하량 중 90%를 차지하는 나라. 이것이 기술 굴기 중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빛나는 성취의 이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첨단 기술과 국유 기업이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질주하는 동안, 민간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다. 부동산 급락, 청년 실업률(공식 통계 20%, 현장의 체감 50~60%), 소비 디플레이션, 농민공과 중소기업의 고사(枯死). 상하이의 한 교수는 "최고지도자에게 이런 상황이 제대로 보고되지도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칼부림 사건을 벌인 직업학교 졸업생의 유서 속 절규 즉 "나는 죽어도 다시는 착취당하고 싶지 않다" 는 화려한 기술 통계 뒤에 가려진 중국 서민의 목소리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잉 생산의 덫이다. 중국처럼 거대한 경제가 전통 산업부터 최첨단 산업까지 모두 장악하는 '전 방위 선진국'을 목표로 삼을 때, 생산 능력은 필연적으로 내수 수요를 초과한다. 중국의 과잉 생산이 세계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한국·독일·일본 등 제조업 국가들이 압박을 받고, 보호무역과 시장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기술 대약진은 진정한 강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또 다른 역설의 씨앗이기도 하다.

...

우리가 중국이라는 역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역설은 강대국 경쟁의 시대에 힘과 공포, 기술과 인간, 안보와 자유 사이의 선택이 얼마나 근본적인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의 선택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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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그릇 - 90세 현역 트레이더 시게루 할아버지의 일대일 부자 수업
후지모토 시게루 지음, 박선영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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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주식 시장은 매일 아침 뉴스를 여는 것이 두렵다. 간밤 미국 시장이 급락했다는 소식, 관세 전쟁의 파고, 금리 전망을 둘러싼 엇갈린 해석들. 숫자들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그 위에 올라탄 나는 손잡이를 꽉 쥔 채 눈을 감아버리기 일쑤다. 투자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나의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기사를 읽었다. 1936년생, 올해로 여든일곱 살의 현역 트레이더 후지모토 시게루 씨의 이야기였다. 열아홉 살에 주식을 시작해 68년간 하루도 시장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람. 현재 자산 약 20억 엔, 매월 6억 엔을 거래하는 사람. 그런데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의 자산 규모가 아니었다.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의 책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손을 놓아버리는 나와, 68년 동안 손을 놓지 않은 사람. 그 사이에는 실력의 차이가 아닌, 무언가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게루 씨의 하루는 새벽 두 시에 시작된다. 미국 시장을 점검하고, 네 시에 신문을 읽고, 여섯 시에는 일본 선물거래를 확인한다. 여덟 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지정가 주문을 넣고, 오전 장이 열리는 아홉 시에는 이미 그날의 준비가 끝나 있다. 장이 마감된 후에는 노트에 그날의 거래를 모두 기록하고 반성한다. 노트는 수십 권에 이른다. 나의 하루와 비교하면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시장이 오를 때는 들뜨고, 내릴 때는 불안해하며 뉴스 헤드라인만 훑는다. 적립식 펀드를 설정해두고 '장기투자'라는 말 뒤에 숨어 사실상 아무것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맡겨두고' 있었다. 시게루 씨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나와 다르다. 그는 예순여섯 살에 컴퓨터를 처음 샀다. 보통 사람이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할 나이다. 그러나 인터넷 증권 거래가 편리하고 수수료도 싸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날 바로 전자제품 매장으로 달려갔다. 망설임이 없었다. 그 가벼운 발걸음이, 나에게는 오히려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나 금융 상품 앞에서 얼마나 자주 '나중에'라고 중얼거렸던가. 시게루 씨에게 '나중에'라는 단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첵에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시게루 씨가 주식과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어떤 젊은 트레이더가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고민을 털어놓자, 시게루 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매일매일 주식을 보다 보면, 주식 쪽에서 가르쳐주게 돼.' 그리고 덧붙였다. '아직 주식과 친구 수준이야. 주식과 형제가 될 정도로 사귀어야 해.' 이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주식 시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시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를 때는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내릴 때는 회피하고 싶었다. 시장을 벗 삼아 매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결과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흔들리는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친하지 않은 상대는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보여도 겁이 나기 마련이다. 시게루 씨는 바블 붕괴로 자산이 10억 엔에서 2억 엔으로 줄었고,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집을 잃고 투자 의욕마저 잃었다. 그러나 결국 다시 시장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세상이 흔들려도 시장은 내일도 열린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로 전부 끝낼 필요는 없어. 내일도 모레도 시장은 열리니까.' 이 말에는 단순한 낙관이 아닌, 수십 년의 경험이 깔려 있다. 나는 그동안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너무 많은 감정을 실었다. 조금 오르면 팔고 싶고, 조금 내리면 버리고 싶었다. 그 불안의 근원은 결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자,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부족이었다. 진짜 손실은 계좌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은 시간들에 있었다.

시게루 씨의 투자 기법은 특별히 복잡하지 않다. PER 15배 이하, PBR 1배 이하의 성장주를 고르고, RSI 지표를 참고하고, 소량으로 먼저 사보고 확인한 뒤 늘려간다. 하루에 수만 엔, 많아야 수십만 엔의 작은 이익을 차곡차곡 쌓는다. 비밀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그가 20억 엔의 자산을 쌓은 진짜 이유는 기법이 아니라 '계속했다'는 사실 자체인 것이다. 요즘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주 묻는다. 지금 사야 하는가, 팔아야 하는가, 기다려야 하는가. 시게루 씨라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잘 모르겠으면 먼저 조금 사보라고. 사보지 않으면 그 주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한 번에 모르더라도 서너 번 거래하다 보면 그 주식을 알게 된다. 결국 투자는 지식의 축적이고, 그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만 쌓인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직접 부딪히고, 잃어보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온다. 시게루 씨의 노트 수십 권은 그 증거다.

흔들리는 시장 앞에서 나는 오늘부터 조금 달라지고 싶다. 적립식 투자를 '방치'가 아닌 '관찰'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보유한 종목의 결산을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오늘의 시장 움직임을 짧게라도 기록해보려 한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시게루 씨도 처음부터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87세의 그가 오늘도 새벽 두 시에 눈을 떠 미국 시장을 확인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뉴스 헤드라인에 흔들리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시장은 언제나 롤러코스터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위에서 손을 놓지 않는 법을 배운다. 나도 그 사람들 곁에, 조금씩 가까이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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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알고리즘 - AI 시대에도 결코 대체되지 않는 창조적 사고법
박종규.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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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평생 쌓아온 것들, 수십 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판단력과 경험들이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몇 마디 문장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보고서와 분석이 쏟아지는 세상을 목격하면서, 그 물음은 점점 더 묵직하게 가슴에 걸렸다. 그러던 차에 <에디슨 알고리즘>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동시에 다시금 날카로워지는 긴장감을 느꼈다.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디슨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백열전구를 발명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가 수천 번의 실패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에디슨은 실패할 때마다 그것을 '전구가 켜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소모적인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삼는 이 태도, 보편적 이론보다 현장의 경험을 앞세우는 상향식 접근법이 바로 저자들이 말하는 '에디슨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책에서 강하게 마음을 붙잡은 것 있다. "정답을 도출하는 비용이 사실상 '0원'에 수렴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은 진짜 경쟁력은 무엇일까." AI는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조합하여 놀랍도록 빠르고 매끄러운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 답은 언제나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참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없었다. 그는 세상에 없던 답을 직접 부딪히며 만들어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더디었으며, 수없이 틀렸다. 그러나 바로 그 고통과 더딤과 실수들이 쌓여서, AI는 아직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를 탄생시켰다. 책은 에디슨의 청각 장애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소년 시절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에디슨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면이 던지는 질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저자들은 해석한다. 약점이 도리어 본질에 다가서는 통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AI가 쏟아내는 답들의 소음 속에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묻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그 질문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책에서 또 하나 깊이 새긴 대목은 멘로파크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다. 에디슨은 혼자 천재로 남는 것을 거부했다. 세계 최초의 산업 연구소를 세워, 발명이 한 사람의 번뜩임이 아닌 조직의 시스템에서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도록 설계했다. 그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기 이전에, 결과가 나오는 과정 자체를 설계한 사람이었다. 리더십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정돈하게 했다. 나는 오랫동안 리더란 가장 많이 알고 가장 빠르게 답을 내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AI가 정답을 순식간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에, 그런 리더십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에디슨이 보여준 것은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었다. 좋은 질문을 설계하고, 실패가 자산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협업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 이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리더의 영역이다.

저자는 말한다. "에디슨 알고리즘이란 결국 하나의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반복된 경험의 축적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막연하게 느끼던 것에 이름이 붙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세대가 살아온 방식, 맨손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몸으로 익히며 쌓아온 것들, 그것은 AI가 학습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다. AI는 결과를 가장 빠르게 도출하는 일에서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왜 이 결과를 원하는가', '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것인가'를 묻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책이 특별한 이유는, AI 시대를 다루면서도 기술을 찬양하거나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100년 전 한 발명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시대를 가로질러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낸다. 집요함, 질문하는 능력, 실패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태도, 혼자가 아닌 함께 혁신을 만드는 시스템. 이것들은 에디슨의 시대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이 AI와 구별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질문을 해본다. 내가 평생 쌓아온 것들이 지금도 쓸모 있는가.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다만 그 쓸모는 내가 아는 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딪혀온 과정 속에 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정답을 내놓더라도, 그 정답을 향해 틀리고 또 틀리면서 걸어온 길의 무게는 흉내 낼 수 없다. 에디슨 알고리즘은 결국 이것을 말하고 있다. 정답보다 과정이 먼저이고, 결과보다 그 결과에 이르는 사람이 먼저라고.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에게 남겨질 마지막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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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쓰는 프리미어 영상 편집 2026 - 유튜브 및 SNS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동영상 편집 실무 강의 [포토샵 + 애프터 이펙트 연동 부록 PDF 제공], 최신개정판 진짜 쓰는 시리즈
조블리(조애리) 지음 / 제이펍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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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프리미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나와는 전혀 무관한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상 편집이란 방송국 편집실이나 유튜브로 돈을 버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키보드 자판 하나를 잘못 눌러도 당황하는 내가, 화면을 자르고 붙이고 자막을 얹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가족 단체 카카오톡 방에는 매일 짧은 영상들이 오간다. 지인들은 유튜브에 채널을 열고 손자 손녀의 재롱을, 텃밭의 사계절을, 혹은 동네 산책길의 풍경을 영상으로 나눈다. 글자로 안부를 전하던 시대가 저물고 영상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SNS의 숏폼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지금, 영상 편집은 더 이상 전문가의 기술이 아니라 현대인의 기본 소양이 되어가고 있다.


그 변화의 물결 앞에서 나는 오래 망설였다. 그러다 <진짜 쓰는 프리미어 영상 편집 2026>을 손에 쥐었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도 '화소', '픽셀', '프레임'이라는 낯선 단어들을 아주 쉬운 언어로 풀어낸 설명이었다. 마치 오랜 친구가 옆에 앉아 "이건 이런 거야, 어렵지 않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2026 버전부터 프로그램 이름이 '프리미어 프로'에서 '프리미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소소한 변화조차 나에겐 새삼스러웠다. 세상은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책은 그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설치 과정부터 한 단계씩 안내한다. 새 프로젝트를 만들고, 영상 소스를 가져오고, 시퀀스를 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책의 컬러 사진과 단계별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손이 마우스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 한 것은 AI 기능이었다. 말하다가 머뭇거린 구간을 자동으로 찾아 잘라주고, 대화를 인식해 자막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기능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예전 같으면 타임라인을 한 프레임씩 들여다보며 밤을 새워야 했을 작업을, AI가 몇 초 만에 처리해 내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확장', '자동 리프레임', '텍스트 기반 편집'… 처음엔 외계어처럼 들렸던 이 말들이 이제는 내 편집 도구의 이름이 되었다. 책의 구성도 나 같은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각 페이지 곳곳에 자리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저자의 영상 강의로 이어진다. 글로 이해가 안 된 부분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와 손으로 따라 하는 이 반복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학습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저자 조블리의 친절하고 명쾌한 설명은 혼자 공부하는 이에게도 충분한 길잡이가 되었다.


처음으로 완성한 영상은 아내와 함께 가꾸는 작은 텃밭의 사계절을 담은 짧은 클립이었다. 봄에 씨앗을 심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쉬어가는 땅의 이야기. 거기에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고, 직접 쓴 자막을 얹었다. 타임라인 위에 클립들을 하나씩 붙이고, 전환 효과를 넣고, 볼륨을 조절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만드는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다. 완성된 영상을 가족 단체방에 올렸을 때 날아온 하트와 엄지 이모티콘들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성취의 기쁨을 되살려 주었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는 기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것 같지만, 동시에 그 격차를 좁혀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복잡한 편집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AI 덕분에, 기술적인 숙련도보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감각과 의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닐까.


프리미어를 배우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도구는 언제나 그것을 쓰려는 사람의 의지를 기다린다는 것을. AI 시대의 기술은 무섭고 낯선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는 데 도움을 주는 든든한 조력자다. 타임라인 위에 내 남은 날들의 이야기를 한 컷씩 정성스럽게 얹어가며, 나는 오늘도 편집실 앞에 앉는다. 이제 나도, 내 삶을 영화처럼 편집하는 크리에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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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불사조 3 꿈꾸는 불사조 3
전세훈 그림, 최신규 원작 / 해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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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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