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완성한 영상은 아내와 함께 가꾸는 작은 텃밭의 사계절을 담은 짧은 클립이었다. 봄에 씨앗을 심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쉬어가는 땅의 이야기. 거기에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고, 직접 쓴 자막을 얹었다. 타임라인 위에 클립들을 하나씩 붙이고, 전환 효과를 넣고, 볼륨을 조절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만드는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다. 완성된 영상을 가족 단체방에 올렸을 때 날아온 하트와 엄지 이모티콘들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성취의 기쁨을 되살려 주었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는 기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것 같지만, 동시에 그 격차를 좁혀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복잡한 편집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AI 덕분에, 기술적인 숙련도보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감각과 의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