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알고리즘 - AI 시대에도 결코 대체되지 않는 창조적 사고법
박종규.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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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평생 쌓아온 것들, 수십 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판단력과 경험들이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몇 마디 문장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보고서와 분석이 쏟아지는 세상을 목격하면서, 그 물음은 점점 더 묵직하게 가슴에 걸렸다. 그러던 차에 <에디슨 알고리즘>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동시에 다시금 날카로워지는 긴장감을 느꼈다.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디슨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백열전구를 발명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가 수천 번의 실패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에디슨은 실패할 때마다 그것을 '전구가 켜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소모적인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삼는 이 태도, 보편적 이론보다 현장의 경험을 앞세우는 상향식 접근법이 바로 저자들이 말하는 '에디슨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책에서 강하게 마음을 붙잡은 것 있다. "정답을 도출하는 비용이 사실상 '0원'에 수렴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은 진짜 경쟁력은 무엇일까." AI는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조합하여 놀랍도록 빠르고 매끄러운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 답은 언제나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참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없었다. 그는 세상에 없던 답을 직접 부딪히며 만들어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더디었으며, 수없이 틀렸다. 그러나 바로 그 고통과 더딤과 실수들이 쌓여서, AI는 아직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를 탄생시켰다. 책은 에디슨의 청각 장애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인상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소년 시절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에디슨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면이 던지는 질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저자들은 해석한다. 약점이 도리어 본질에 다가서는 통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AI가 쏟아내는 답들의 소음 속에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묻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그 질문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책에서 또 하나 깊이 새긴 대목은 멘로파크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다. 에디슨은 혼자 천재로 남는 것을 거부했다. 세계 최초의 산업 연구소를 세워, 발명이 한 사람의 번뜩임이 아닌 조직의 시스템에서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도록 설계했다. 그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기 이전에, 결과가 나오는 과정 자체를 설계한 사람이었다. 리더십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정돈하게 했다. 나는 오랫동안 리더란 가장 많이 알고 가장 빠르게 답을 내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AI가 정답을 순식간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에, 그런 리더십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에디슨이 보여준 것은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었다. 좋은 질문을 설계하고, 실패가 자산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협업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능력. 이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리더의 영역이다.

저자는 말한다. "에디슨 알고리즘이란 결국 하나의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반복된 경험의 축적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막연하게 느끼던 것에 이름이 붙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세대가 살아온 방식, 맨손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몸으로 익히며 쌓아온 것들, 그것은 AI가 학습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다. AI는 결과를 가장 빠르게 도출하는 일에서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왜 이 결과를 원하는가', '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것인가'를 묻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책이 특별한 이유는, AI 시대를 다루면서도 기술을 찬양하거나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100년 전 한 발명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시대를 가로질러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낸다. 집요함, 질문하는 능력, 실패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태도, 혼자가 아닌 함께 혁신을 만드는 시스템. 이것들은 에디슨의 시대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이 AI와 구별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질문을 해본다. 내가 평생 쌓아온 것들이 지금도 쓸모 있는가.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다만 그 쓸모는 내가 아는 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딪혀온 과정 속에 있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정답을 내놓더라도, 그 정답을 향해 틀리고 또 틀리면서 걸어온 길의 무게는 흉내 낼 수 없다. 에디슨 알고리즘은 결국 이것을 말하고 있다. 정답보다 과정이 먼저이고, 결과보다 그 결과에 이르는 사람이 먼저라고.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에게 남겨질 마지막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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