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 계속 쓰는 사람 정지우의 연결과 확장
정지우 지음 / 해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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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이런 모임이 또 있을까. 정지우 작가는 매년 연말이면 '글쓰기 A/S 모임'을 연다고 한다. 글쓰기 모임을 마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지 묻고, 쓰고 싶은 마음을 북돋아주며,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들어준다. 제품도 아닌 사람의 글쓰기에 A/S를 제공한다니, 이보다 더 진심 어린 태도가 있을까? 대부분의 모임은 끝나면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작가는 10년 동안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오면서, 모임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찾아냈다.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공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꺼내 보인 사람들 사이의 특별한 유대다. 한 사람의 우울했던 순간, 기뻤던 순간, 아팠던 순간이 농축된 글을 함께 읽은 사이는 결코 가벼운 관계일 수 없다. 특히 글쓰기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서른이나 마흔에 작가가 된 이들에게 글쓰기는 삶을 기록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드는 도구였을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면의 상처, 남들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고민, 숨겨두었던 아픔들을 꺼내놓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우 작가는 글쓰기란 바로 그런 과정이라고 말한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사실은 해도 되는, 아니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였음을 깨닫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함부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동시에 위로하는 방식으로 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다. 나의 상처를 드러내되, 그것이 폭력이 되지 않고 공감의 다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 내 안의 어둠을 마주하되, 그 안에서 빛을 찾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는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사람들은 많이 운다고 한다. 그리고 밤을 지새운다.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며, 죽기 전에 이 모임을 떠올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힘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언어로 형상화하며,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은 변화한다.

글쓰기의 원칙은 맥락, 대조, 정확한 솔직함이다. 첫째, 맥락을 쓰라는 것이다. 돌담에 핀 꽃이 아름답다는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꽃이 그날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내 삶의 어떤 순간과 연결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서산 앞바다의 저녁노을을 보며 누군가는 첫사랑을, 누군가는 이별을, 또 다른 이는 죽음을 떠올린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각자의 맥락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가 만들어진다. 김훈 작가의 소설 첫 문장처럼 주어와 동사만으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내 글이 된다.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올 때 보이는 것처럼, 같은 길을 걷더라도 그때의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차이를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이 맥락을 쓰는 일이다.

둘째, 대조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좋은 글은 무언가와 싸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글은 반드시 대립하는 다른 메시지에 발을 딛고 서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쓴다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과의 경계를 명확히 한다는 뜻이다. 자기만의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세상의 통념과 다른 나만의 기준을 세운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데이터를 비교하면 정보가 되고, 정보를 분석하고 깊이 사유하면 지식이 된다. 토마 피케티가 300년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도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인용한 것처럼, 진정한 통찰은 비교와 대조, 그리고 인문적 사유에서 나온다.

셋째, 정확하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에는 자신의 허물까지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픈 사람이 아프다고 말해야 치료의 방법이 생기듯, 글쓰기에서도 정직함이 치유의 시작점이 된다. 정지우 작가가 이끄는 모임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밝아진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팽창하는 우주처럼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는 곳이다. 개개인은 고립되어 있고, 인간과 인간이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SNS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글쓰기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닿을 때, 그 글은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도 닿는다. 고립된 수험 생활을 하던 시절 정지우 작가가 쓴 글이 오히려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다가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자신이 세상과 유리된 먼 섬에 있다고 느끼던 그 순간에 쓴 글이, 비슷한 고립감을 느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이다. 내 안의 우물을 깊이 파 내려가다 보면, 거기에는 타인과 이어지는 지하수가 있다. 내가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솔직할 때, 가장 깊이 들어갈 때, 역설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과 만난다. 이것이 글쓰기의 신비다. 언어에는 소통의 꿈이 있고, 그 꿈은 글쓰기를 통해 실현된다. 글쓰기는 무한한 홀로 있음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이어짐이다.


정지우 작가는 작가들의 연대에 대해 느슨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너무 큰 기대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유롭게 와해되거나 팽팽해지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흘러가도록 둔다. 생명이 다하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듯, 이 연대가 사라지는 날이 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연대가 존재하는 한, 자신이 먼저 이 끈을 놓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이 태도가 아름답다.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책임감을 갖는 것. 영원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 글을 쓰고자 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글을 쓰고, 자기를 표현하며,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삶에서 글쓰기의 자리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일. 그를 통해 사람들이 깊이 연결되고, 누군가의 삶을 펼치는 데 서로 도움이 되는 일. 이것이 넷플릭스의 재미있는 드라마보다도 더 즐겁다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진정한 보람이 무엇인지 배운다. 10년간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 정지우 작가. 그중 여럿이 데뷔해서 동료 작가가 되었고, 다른 모임원들도 각자의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 이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한 사람의 진심에서 시작되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수억 광년씩 떨어진 밤하늘의 별들이 이어져 별자리를 만들듯, 밤을 건너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간이 하나의 별자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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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 혁명 - 10살,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밀 시간을 되돌리는 몸의 혁명!
안현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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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 나는 '태반'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선입견을 지울 수 없었다. 현대인에게 태반은 출산 후 폐기되는 부산물이거나, 기껏해야 고가의 미용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안현우 원장의 <태반혁명>은 그 선입견을 첫 장부터 뒤흔들었다. 조선시대 왕실의 비밀 처방,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광물성약과 식물성약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고 극찬했던 약재, 그것이 바로 자하거였다. '어머니의 고귀한 생명력이 수레를 타고 흐르는 강물처럼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을 상징하는 이름. 그 이름 하나에 이미 동양 의학의 철학이 응축되어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지혜를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내던져 버렸을까?

책은 전통 의학과 현대 과학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저자는 고전 의서의 문헌적 근거를 나열하면서도, 동시에 IGF-1, EGF, PDCF 같은 성장인자의 약리학적 메커니즘을 빠짐없이 설명한다. 한의학의 보기, 양, 의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현대 의학의 '세포 재생', '항염 작용', '면역 조절'이라는 구체적 언어와 만나는 순간, 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보완한다. 마치 오래된 악보를 현대 악기로 연주할 때, 원곡의 정수는 살리되 음색은 더 풍부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반 주사제의 효능을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소염제의 60-80%에 해당하는 항염 작용, 모르핀의 50%에 해당하는 진통 효과를 지니면서도, 위장 장애나 중독성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 이것은 '대체 의학'이 아니라,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임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는 갱년기, 야간뇨, 척추관 협착증, 무릎 관절염 등 중장년층이 겪는 구체적인 질환들을 다룬다. 이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질병의 나열이 아니라 노화하는 몸의 '서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갱년기로 시작해 배뇨 장애로 이어지고, 허리와 무릎의 통증으로 확산되는 이 흐름은, 한 사람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며 겪게 될 신체적 변화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각 질환을 독립된 문제로 보지 않고, 기혈의 순환, 신허, 음허 같은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 이것은 현대 의학이 종종 놓치는 관점이다. 우리는 무릎이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고, 요실금이 있으면 비뇨기과에 간다. 각 진료과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증상들이 사실은 하나의 뿌리인 노화하는 몸 전체의 생명력 저하에서 나온다는 통찰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임상 사례들은 이론을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10년간 밤마다 화장실을 다섯 번씩 가던 환자가 태반 요법 후 한 번으로 줄어든 이야기, 수술을 권유받았던 척추관 협착증 환자가 보행 능력을 회복한 사례. 이런 이야기들은 인간의 몸이 지닌 회복력에 대한 증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태반 요법만을 일 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봉약침과자하거약침을 비교하며 각각의 장단점과 적응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는 진정한 의료인의 태도를 보았다. 자신이 연구한 치료법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만능 해법으로 포장하 지 않는 정직함이다.

"저희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았다." 나는 이 책이 왜 '혁명'이라는 제목을 달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혁명은 거창한 제도의 전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잊혀진 가치를 되살리는 것, 버려진 것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것, 익숙한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혁명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밤마다 화장실을 오가며 수면을 방해받는 아버지, 무릎 통증 때문에 손주와 산책도 못하는 할머니. 이들의 고통은 '나이 들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가? 우리 몸 안에, 그리고 자연 안에 이미 답이 있는 것은 아닌가?
태반은 역설적인 존재다. 그것은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생명이 태어나면 곧 분리되어 사라진다. 일회성의 기관, 잠시 존재했다가 역할을 마치면 버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동양 의학은 거기서 다른 것을 보았다. 생명을 키우는 힘이 그토록 강력했던 조직이라면, 그 안에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생명을 회복하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의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한 생명을 키우기 위해 쓰였던 에너지가, 다른 생명을 치유하는 데 다시 쓰인다. 어머니와 아이를 잇던 다리가, 이제는 고통받는 이와 건강 사이의 다리가 된다. 책은 명확한 독자층을 상정하고 있다.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 기존 치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 자하거 치료를 고려 중인 이들이다. 물론 이 책은 더 넓은 독자에게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전통 의학이 어떻게 현대 과학과 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현대 의학만을 신봉하는 이들에게는, 서양 의학이 놓치고 있는 '전체로서의 몸'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의료인에게는 임상적 참고 자료가 되고, 일반인에게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가 된다. 무엇보다, 노화와 질병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몸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적절한 도움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 몸은 본래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반 요법은 그 능력을 깨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하거에는 수천 년의 지혜가 있으며, 무엇보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우리 몸의 생명력이 있다. 책이 전하는, 가장 따뜻하고도 과학적인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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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경영하라 - 인문학에서 배우는 성공 경영의 길
산티아고 이녜스 지음, 박선령 옮김 / 프롬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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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경영 환경은 속도를 요구한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 즉각적인 의사결정, 빠른 시장 대응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산티아고 이녜스가 제시하는 '철학으로 경영하라'는 명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설적인 제안을 던진다. 빠르게 결정하기 전에 깊이 사유하라는 것이다. 철학과 경영의 결합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는 추상적 사유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 실행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녜스는 이 둘이 실제로는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모든 경영 결정의 이면에는 가치관과 원칙이 자리하며, 이는 곧 철학적 입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무의식적 철학이 아닌 의식적 성찰을 통해, 우리는 더 일관되고 의미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은 조직 윤리에 대한 중요한 경고를 제공한다.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평범한 관료였다. 현대 조직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다. 개인이 조직의 톱니바퀴로 전락하고,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 뒤에 숨을 때,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경영자는 효율 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도덕적 주체로서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데이비드 흄 의 '흠의 포크'는 경영에서 마주치는 지식의 두 차원을 구분하게 한다. 아이디어에 기반한 사실과 경험에 기반한 사실을 혼동할 때,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특정 전략이 과거에 성공했다고 해서(경험적 사실) 항상 성공할 것이라 는(논리적 필연성)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인과관계에 대한 엄밀한 사유는 경영자가 데이터를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능력이다.

니체의 사상이 20세기 경영 이론에 미친 영향은 양가적이다. '초인' 개념은 탁월함을 추구하는 리더십의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권력의지에 대한 무비판적 숭배로 왜곡될 위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니체가 강조한 자기극복과 가치창조의 정신이다. 진정한 리더는 기존 관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조직을 재창조한다. 짐 콜린스의'5단계 리더십' 연구는 겸손과 의지의 결합을 강조한다. 가장 성공적인 리더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이 아니라, 조용히 조직의 성공에 헌신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는 니체적 초인 이미지와는 다른, 더 성숙한 리더십 개념이다. 리더는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다른 이들이 빛나도록 하는 '조연의 역할'을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힘은 겸손에서 나온다. 현대 경영학이 강조하는 '감성 지능'이나 '서번트 리더십' 역시 철학적 전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강조한 자기통제와 타인에 대한 공감,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는 모두 오늘날 요구되는 리더의 자질과 맞닿아 있다. 철학은 이러한 덕목 들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계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 연구는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과학적으로 밝혀냈지만, 이러한 통찰은 이미 고대 철학자들의 관심사였다. 플라톤이 경고한 동굴의 비유,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모두 우리의 지각과 판단이 얼마나 오류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차이는 현대 심리학이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이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 개념은 예측 불가능성과 극단적 사건의 영향을 강조한다. 이는 경영자가 가진 통제의 환상을 깨뜨린다.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아무리 분석해도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포착할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겸손과 준비성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운명애(amor fati)'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되,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혜를 담고 있다. 경영자의 통찰력은 데이터를 읽는 능력만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이 능력은 기술적 훈련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폭넓은 독서, 다양한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성찰적 사유가 필요하다. 철학은 이러한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현상 너머의 원리를 탐구하고, 겉으로 드러난 것 뒤의 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이 바로 철학적 사유이기 때문이다.

길버트 하트먼의 '통 속의 뇌' 사고실험은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 기업들이 가상공간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직원들이 아바타로 회의하는 시대에, 경영자는 '현실'의 본질에 대해 다시 사유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의식 없이 학습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면, 인간 지능의 본질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으로 남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철학 없이는 적절히 다룰 수 없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가치판단에 달려 있다. 헤라클레이토스의"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명제는 변화의 본질을 포착한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문화, 나아가 존재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경영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무엇이 변해야 하고 무엇이 변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전략적 사고를 넘어 철학적 비전을 요구한다.


경영 윤리는 규정 준수나 법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칸트의 정언명령, 즉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원칙은 경영 결정에 강 력한 시금석을 제공한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 그것이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가? 공리주의적 접근,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경영에서 중요한 윤리적 틀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 할 위험이 있다. 롤스의 정의론이 제시하는 '무지의 베일' 개념은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만약 내가 조직의 어떤 위치에 있을지 모른다면, 어떤 정책을 선택하겠는가? 이러한 사고실험은 경영자가 더 공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덕 윤리의 관점에서,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분리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것처럼, 덕은 일회적 행동이 아니라 습관을 통해 형성되는 성품이다. 정직, 용기, 절제, 지혜 같은 덕목은 의식적인 실천을 통해 내면화되어야 한다. 조직 문화는 이러한 덕목을 장려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방해하는가? 경영자는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 체의 도덕적 품성을 가꾸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 즉 인간 번영의 개념은 현대적 행복 개념과는 다르다. 그것은 쾌락의 극대화가 아니라, 인간 잠재력의 실현이다. 경영의 맥락에서 이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을 때, 조직도 진정으로 번영한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을 추구하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쾌락을 강조했다. 순간적 만족이 아니라 평온한 마음 상태(아타락시아)를 목표로 삼았다. 이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현대 경영에 대한 경고이다. 분기별 실적에 급급하다 보면 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진정한 성공은 지속 가능한 번영이며, 이는 조급함이 아닌 인내를 요구한다. 스토아주의는 외부 환경이 아닌 내면의 평정을 강조한다. 우리는 시장 상황이나 경쟁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겸손과 자기성찰을 잃지 않은 리더의 모범을 보여준다. 경영자는 성공과 실패, 칭찬과 비난 앞에서 동요하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가져야 한다.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가 보여준 극단적 간소함은 현대 경영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불필요하게 욕망하는가? 미니멀리즘과 본질에 집중하는 경영 철학은 복잡성이 증가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덜어내는 용기가 때로는 더하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경영은 행동하는 철학"이라는 명제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경영 결정이 암묵적으로든명시적으로든 특정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검토하지 않은 가정 위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철학은 이러한 가정들을 표면으로 끌어올려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성찰 없는 행동은 맹목이고, 행동 없는 성찰은 공허하다. 철학과 경영의 결합은 이 둘 사이의 비옥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경영자는 실행해야 하지만, 그 실행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도록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철학은 이러한 질문을 위한 도구상자를 제공한다. 윤리학, 인식 론, 존재론, 미학까지, 다양한 철학적 도구들은 경영의 복잡한 문제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21세기 경영자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 위기, 불평등 심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 팬데믹과 같은 전지구적 위험 등은 기술적이거나 전략적인 해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조직을 성찰하는 공동체로 만드는 것, 이것이 철학적 경영의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주어진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일을 하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문화. 실패를 처벌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보고, 다양한 관점을 경쟁이 아닌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이러한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리더의 지속적인 모범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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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슈퍼사이클 - 지금, 한국을 사야 하는 결정적 이유
신동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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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세대를 지배했던 투자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강남 불패', '부동산 신화', '전세 레버리지'로 대변되던 부의 축적 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30년간 한국 가계 자산의 85% 이상을 차지했던 부동산은 이제 일부 프리미엄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오랫동안 '대주주만 배불리는 시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자본의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25년 10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것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구조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앞다투어 코스피 5,000에서 6,000까지의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은 낙관적 전망이 아니라, 오히려 뒤늦게 한국 시장의 본질적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유입, 정부 주도의 제도 개혁, 기업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들이 한 지점에서 교차하며 임계점을 넘어섰다. 문제는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자산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신동국님은 이러한 한국 주식의 슈퍼 사이클에 대해 상세히 분석 설명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신뢰의 회복이다. 한국 시장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액주주 경시 풍토가 만들어낸 신뢰 결핍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짓눌렀다. 그러나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자사주 소각 확대, 배당 정책 강화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주주 가치 제고를 경영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024년 말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던 글로벌 자본이 2025년 들어 사상 최대 규모로 한국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JP모건과 피델리티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제도 개혁의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자본을 부르고, 자본이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는 가치의 재발견이다. PBR 1.2배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시장은 선진국 대비 50% 이상 저평가되어 있었다. 이는 기업의 실질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에이션 체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결코 낮지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배터리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은 조선 시장에서 각각 글로벌 톱티어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쟁력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평가는 곧 상승 여력이다. 시장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가치와 가격 간의 갭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코스피 4,200포인트를 제시한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가정한 계산의 결과다.

셋째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정부 정책이 산업 사이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예산 확대는 풍력과 태양광 섹터를, 국방비 증액은 방산주를, 원전 정책 전환은 원자력 생태계 전체를 움직인다. 2025년 이후 정부가 주주권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정책 기조로 설정하면서, 시장은 정책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과거 경기 지표 중심의 투자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정책의 방향을 읽는 것이 곧 산업의 미래를 읽는 일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구체화될수록, 시장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번 랠리를 과거의 유동성 장세나 테마주 열풍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적 기반 성장'이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이익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와 AI 섹터는 가장 명확한 수혜 산업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수주잔고가 수년치에 달한다는 것은 단기 호황이 아니라 장기 수요 구조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장악한 기업들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이차전지 산업 역시 전기차 시대를 넘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그리드 안정화라는 더 큰 시장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초기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은 치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안정성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넘어서는 것은 이들이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에너지 패권의 핵심 플레이어임을 의미한다.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침체기를 지나 다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LNG 운반선과 해양 풍력,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수주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하려 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기술력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조국'으로서의 한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방산 산업은 지정학적 긴장이 만들어낸 구조적 수혜 산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 중동과 동남아의 무기 수요 증가는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9 자주포와 천궁 방공시스템, FA-50 경전투기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으며, 한국은 방산 수출국 순위에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원자력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략 자산으로 재부상했다.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원전 생태계 전체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한국은 원전 건설과 운영 노하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과 동유럽으로의 수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K-뷰티와 엔터테인먼트는 문화 자본이 경제 가치로 전환되는 대표적 사례다. 브랜드와 경험을 수출하는 산업은 물리적 한계가 없다. 한류의 글로벌 확산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성장은 한국 경제의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구조적 변화 앞에서 투자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질문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배분은 수익률 정체와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주식시장은 변동성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실물 경제의 성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자산이다. 첫 번째 원칙은 자산 배분의 재설계다. 전통적으로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부채 규모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실질 순자산은 '집 한 채'에 집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정체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이러한 구조는 자산 증식이 아니라 자산 동결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30년간은 부동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금융자산, 특히 주식의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부동산을 전면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거주용 자산과 투자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고, 투자 자산의 중심을 주식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다. 개별 종목 선택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높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특히 한국 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섹터 ETF나 지수 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가 효과적이다. 코스피200 ETF는 시장 전체의 상승을 추종하고, 반도체·배터리·방산 ETF는 특정 산업의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흐름을 읽는 능력이다.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패턴은 단기 변동성보다 중장기 추세를 더 잘 반영한다.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하는 섹터는 글로벌 자본이 가치를 인정한 영역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장기 투자와 리밸런싱이다. 슈퍼사이클은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단기 매매로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대신 분할 매수로 포지션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 시장이 과열되면 일부를 차익실현하고, 조정 국면에서는 추가 매수하는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자세다. 테마주의 유혹, 미래 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 정치 테마주의 함정은 반복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에코프로와 수젠텍, NFT와 신풍제약, 새롬기술과 삼천리자전거는 모두 열광 뒤에 찾아온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진정한 슈퍼사이클은 실적과 구조적 변화가 뒷받침될 때 지속된다.


한국 주식 슈퍼사이클은 주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 사회의 부의 축적 방식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부동산이 부의 독점 수단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긴장 고조, 금리 재상승 등 외부 변수들은 여전히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이 과거와 달리 구조적 개선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가 바뀌고, 기업이 변하고, 투자자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자산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을 지나고 있다. 이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사람과 과거에 머무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부동산의 시대가 만들어낸 불평등을 주식시장이 모두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주식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정보 접근성이 높으며,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민주적 자산이다. 코스피 5,000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한국 자본시장이 신뢰받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존중하며,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을 갖추는 것이다. 슈퍼사이클의 진정한 가치는 주가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건강한 자본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자본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이제 선택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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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도쿄 : 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사와라·가와고에 2026-2027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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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렌드와 숨은 명소를 모두 담아낼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 계절별 추천 코스까지 세심하게 안내해 줄 것이라 생각하니 마치 도쿄를 미리 걸어보는 듯한 설렘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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