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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 혁명 - 10살,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밀 시간을 되돌리는 몸의 혁명!
안현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 나는 '태반'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선입견을 지울 수 없었다. 현대인에게 태반은 출산 후 폐기되는 부산물이거나, 기껏해야 고가의 미용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안현우 원장의 <태반혁명>은 그 선입견을 첫 장부터 뒤흔들었다. 조선시대 왕실의 비밀 처방,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광물성약과 식물성약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고 극찬했던 약재, 그것이 바로 자하거였다. '어머니의 고귀한 생명력이 수레를 타고 흐르는 강물처럼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을 상징하는 이름. 그 이름 하나에 이미 동양 의학의 철학이 응축되어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지혜를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내던져 버렸을까?
책은 전통 의학과 현대 과학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저자는 고전 의서의 문헌적 근거를 나열하면서도, 동시에 IGF-1, EGF, PDCF 같은 성장인자의 약리학적 메커니즘을 빠짐없이 설명한다. 한의학의 보기, 양, 의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현대 의학의 '세포 재생', '항염 작용', '면역 조절'이라는 구체적 언어와 만나는 순간, 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보완한다. 마치 오래된 악보를 현대 악기로 연주할 때, 원곡의 정수는 살리되 음색은 더 풍부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반 주사제의 효능을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소염제의 60-80%에 해당하는 항염 작용, 모르핀의 50%에 해당하는 진통 효과를 지니면서도, 위장 장애나 중독성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 이것은 '대체 의학'이 아니라,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임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는 갱년기, 야간뇨, 척추관 협착증, 무릎 관절염 등 중장년층이 겪는 구체적인 질환들을 다룬다. 이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질병의 나열이 아니라 노화하는 몸의 '서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갱년기로 시작해 배뇨 장애로 이어지고, 허리와 무릎의 통증으로 확산되는 이 흐름은, 한 사람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며 겪게 될 신체적 변화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각 질환을 독립된 문제로 보지 않고, 기혈의 순환, 신허, 음허 같은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 이것은 현대 의학이 종종 놓치는 관점이다. 우리는 무릎이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고, 요실금이 있으면 비뇨기과에 간다. 각 진료과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증상들이 사실은 하나의 뿌리인 노화하는 몸 전체의 생명력 저하에서 나온다는 통찰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임상 사례들은 이론을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10년간 밤마다 화장실을 다섯 번씩 가던 환자가 태반 요법 후 한 번으로 줄어든 이야기, 수술을 권유받았던 척추관 협착증 환자가 보행 능력을 회복한 사례. 이런 이야기들은 인간의 몸이 지닌 회복력에 대한 증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태반 요법만을 일 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봉약침과자하거약침을 비교하며 각각의 장단점과 적응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는 진정한 의료인의 태도를 보았다. 자신이 연구한 치료법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만능 해법으로 포장하 지 않는 정직함이다.
"저희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았다." 나는 이 책이 왜 '혁명'이라는 제목을 달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혁명은 거창한 제도의 전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잊혀진 가치를 되살리는 것, 버려진 것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것, 익숙한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혁명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밤마다 화장실을 오가며 수면을 방해받는 아버지, 무릎 통증 때문에 손주와 산책도 못하는 할머니. 이들의 고통은 '나이 들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묻는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가? 우리 몸 안에, 그리고 자연 안에 이미 답이 있는 것은 아닌가?
태반은 역설적인 존재다. 그것은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생명이 태어나면 곧 분리되어 사라진다. 일회성의 기관, 잠시 존재했다가 역할을 마치면 버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동양 의학은 거기서 다른 것을 보았다. 생명을 키우는 힘이 그토록 강력했던 조직이라면, 그 안에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생명을 회복하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의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한 생명을 키우기 위해 쓰였던 에너지가, 다른 생명을 치유하는 데 다시 쓰인다. 어머니와 아이를 잇던 다리가, 이제는 고통받는 이와 건강 사이의 다리가 된다. 책은 명확한 독자층을 상정하고 있다.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 기존 치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 자하거 치료를 고려 중인 이들이다. 물론 이 책은 더 넓은 독자에게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전통 의학이 어떻게 현대 과학과 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현대 의학만을 신봉하는 이들에게는, 서양 의학이 놓치고 있는 '전체로서의 몸'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의료인에게는 임상적 참고 자료가 되고, 일반인에게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가 된다. 무엇보다, 노화와 질병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몸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적절한 도움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 몸은 본래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반 요법은 그 능력을 깨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하거에는 수천 년의 지혜가 있으며, 무엇보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우리 몸의 생명력이 있다. 책이 전하는, 가장 따뜻하고도 과학적인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