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신뢰의 회복이다. 한국 시장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액주주 경시 풍토가 만들어낸 신뢰 결핍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짓눌렀다. 그러나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자사주 소각 확대, 배당 정책 강화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주주 가치 제고를 경영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024년 말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던 글로벌 자본이 2025년 들어 사상 최대 규모로 한국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JP모건과 피델리티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제도 개혁의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자본을 부르고, 자본이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는 가치의 재발견이다. PBR 1.2배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시장은 선진국 대비 50% 이상 저평가되어 있었다. 이는 기업의 실질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에이션 체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결코 낮지 않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배터리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은 조선 시장에서 각각 글로벌 톱티어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쟁력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평가는 곧 상승 여력이다. 시장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가치와 가격 간의 갭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코스피 4,200포인트를 제시한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가정한 계산의 결과다.
셋째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정부 정책이 산업 사이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예산 확대는 풍력과 태양광 섹터를, 국방비 증액은 방산주를, 원전 정책 전환은 원자력 생태계 전체를 움직인다. 2025년 이후 정부가 주주권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정책 기조로 설정하면서, 시장은 정책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과거 경기 지표 중심의 투자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정책의 방향을 읽는 것이 곧 산업의 미래를 읽는 일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구체화될수록, 시장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