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불평등의 맥락에서 캐나다의 1872년 자치령 토지법(Dominion Lands Act)은 극단적인 사례다. 이 법은 60년 동안 1억 에이 커 이상의 토지를 남성에게만 불하했으며, 여성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었다. 결혼한 여성은 재산 상속권조차 없었기에, 남편이 사망 하거나 가족을 떠나면 경제적으로 극도의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이 법이 1930년 폐지된 이후에도 그 영향은 오래 지속되어, 법이 시 행되던 시기에 캐나다 대초원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들은 1990년대에 60~70대가 되었을 때 캐나다 여성 중 가장 높은 빈곤율을 기록 했다. 과거의 제도적 차별이 반세기 이상 지나서도 개인의 삶에 그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은, 제도적 불평등이 얼마나 깊고 오랜 뿌리 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토지 재편은 환경에도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중국의 집단화와 탈집단화 과정은 대규모 산림 파괴, 초지 황폐화, 토양 침식, 지하수 오염을 초래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1960년대 부터 군사 정권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방해 정착을 허용했으며, 그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생태계 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파 괴되고 있다. 토지를 경제적 자산으로만 바라보고 단기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할 때, 그 비용은 환경 재앙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것을 이 사례들은 잘 보여준다.
저자는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적인 토지 개혁 사례를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페루의 재산권 개혁, 콜롬비아와 볼 리비아의 여성 토지 소유권 확대, 칠레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대규모 자연 보호 구역 조성(2014~2018년 사이 보호 면적을 4%에서 36%로 확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의 원주민 토지 반환 정책 등은 모두 토지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재산권의 중요성이다. 개인이든 가족이든, 혹은 지역 공동체든 간에 자신이 일구는 토지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갖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1980년대 탈집 단화가 좋은 예다. 완전한 사유재산권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농가에 장기 임차 형태의 사용권을 부여한 것만으로도 농업 생산성이 크 게 향상되었다. 권리가 불명확한 상태는 투자를 억제하고 방어적 행동을 유발하며, 그것이 빈곤의 함정을 고착시킨다는 논지는 설득 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저자가 제시하는 성공 사례들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3400만 에이커의 토지를 흑인 농민들에게 반환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토지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경제적 역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융 접근성, 기술 교육, 시장 인프라 등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토지 재분배가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