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파워 -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토지의 힘
마이클 앨버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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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토지를 둘러싼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이행하면서 인간 은 처음으로 땅을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토지는 생존 수단을 넘어 권력과 지배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앨버터스(Michael Albertus)는 누가 땅을 소유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는가?질 분을 통해 논제를 시작한다. 저자는 방대한 현장 연구와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두 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토지 재편의 역 사를 추적하며, 그것이 인종 불평등, 젠더 차별, 경제적 빈곤, 환경 파괴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위대한 재편(The Great Reshufile)'이다. 그는 지난 약 200년을 인구 증가, 국가 형성, 사회 적 갈등이 뒤엉키면서 전 세계 토지 소유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격변의 시대로 규정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토지 재분배, 소련 과 중국의 집단화, 라틴아메리카의 동지 개혁, 아프리카의 탈식민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토지가 끊임없이 새로운 손으로 넘 어가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누가 더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력의 성격, 지배 엘리트의 이해관계, 그리고 피지배층의 저항이 복잡하게 얽히며 토지 소유권의 지형이 변화해왔다. 볼셰비키 혁명은 귀족 계급의 대토지를 해체하고 농민에게 재분배했으며, 이는 사회 질서 전체를 뒤집는 혁명적 행위였다. 같은 논리로, 20세기 중반 라틴아메리카의 군부 정권들은 때로는 대지주와 결탁하여 토지 개혁을 억압했고, 때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제한적인 재분배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 재편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흑인 농민들에게 수천만 에이커의 토지를 돌려주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호주 에서는 원주민(First Nations) 공동체가 자신들의 조상 땅에 대한 권리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즉, 위대한 재편은 끝나지 않았으 며, 그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미래 사회의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저자의 주장 중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인종 불평등, 젠더 차별, 경제적 빈곤의 상당 부분이 과거 토지 수탈과 재편의 역사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현대 사회의 네 가지 재앙(Four Horsemen of modern social maladies)'으로 규정하며, 각각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아과 칼리엔테 카우이야(Agua Caliente Band of Cahuilla Indians) 부 족 사례는 미국 원주민이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토지를 박탈당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852년 연방 정부와 체결한 불평등 조 약, 이후 남태평양 철도에 부여된 토지 통행권, 체커보드 방식으로 축소된 보호구역까지, 이 과정은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수탈이었다. 그 결과는 통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8년 기준 아메리카 원주민의 빈곤율은 25%로, 백인의 10%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으며, 대 학 학위 보유율도 24% 대 47%로 크게 뒤진다. 당뇨, 심장병, 약물 관련 사망률도 현저히 높고, 토지 수탈에서 비롯된 역사적 트라우 마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현재의 인종 불평등이 개인의 역량이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토지 수탈이 대물림한 결과임을 시사한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공동체가 처음부터 경제적 기반이 되는 토지를 빼앗겼 다면 평등한 출발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젠더 불평등의 맥락에서 캐나다의 1872년 자치령 토지법(Dominion Lands Act)은 극단적인 사례다. 이 법은 60년 동안 1억 에이 커 이상의 토지를 남성에게만 불하했으며, 여성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었다. 결혼한 여성은 재산 상속권조차 없었기에, 남편이 사망 하거나 가족을 떠나면 경제적으로 극도의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이 법이 1930년 폐지된 이후에도 그 영향은 오래 지속되어, 법이 시 행되던 시기에 캐나다 대초원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들은 1990년대에 60~70대가 되었을 때 캐나다 여성 중 가장 높은 빈곤율을 기록 했다. 과거의 제도적 차별이 반세기 이상 지나서도 개인의 삶에 그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은, 제도적 불평등이 얼마나 깊고 오랜 뿌리 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토지 재편은 환경에도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중국의 집단화와 탈집단화 과정은 대규모 산림 파괴, 초지 황폐화, 토양 침식, 지하수 오염을 초래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1960년대 부터 군사 정권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방해 정착을 허용했으며, 그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생태계 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파 괴되고 있다. 토지를 경제적 자산으로만 바라보고 단기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할 때, 그 비용은 환경 재앙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것을 이 사례들은 잘 보여준다.

저자는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적인 토지 개혁 사례를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페루의 재산권 개혁, 콜롬비아와 볼 리비아의 여성 토지 소유권 확대, 칠레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대규모 자연 보호 구역 조성(2014~2018년 사이 보호 면적을 4%에서 36%로 확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의 원주민 토지 반환 정책 등은 모두 토지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재산권의 중요성이다. 개인이든 가족이든, 혹은 지역 공동체든 간에 자신이 일구는 토지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갖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1980년대 탈집 단화가 좋은 예다. 완전한 사유재산권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농가에 장기 임차 형태의 사용권을 부여한 것만으로도 농업 생산성이 크 게 향상되었다. 권리가 불명확한 상태는 투자를 억제하고 방어적 행동을 유발하며, 그것이 빈곤의 함정을 고착시킨다는 논지는 설득 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저자가 제시하는 성공 사례들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3400만 에이커의 토지를 흑인 농민들에게 반환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토지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경제적 역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융 접근성, 기술 교육, 시장 인프라 등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토지 재분배가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Land Power는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삶의 기반이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 인지, 그리고 과거의 부당함이 현재에도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토지는 부동산이나 경제적 자산만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이고, 역사이며, 공동체의 뿌리다. 땅을 빼앗긴다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반과 존엄성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낙관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는 과거에도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왔으며, 토지 재분배를 통해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그 희망이 순진한 이상주의에 그치지 않으려면, 토지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교육, 금융, 법제도,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정책 도구와 연계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하다. Land Power가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과거의 토지 결정이 현재를 규정하듯, 오늘 우리가 토지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책임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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