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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장조사도 거치지 않은 애플의 제품들에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왜 그럴까? 보통 기업에서는 신상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상품을 시기적절하고 매력있는 가격으로 출시하고, 잘 팔릴 수 있도록 각종 광고, 판촉 수단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마케팅 아니던가.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살 사람. 즉 소비자의 마음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가가 마케팅 활동의 근간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니즈따윈 알 필요도 없고, '위대한 내가 알아서 만들테니 니네들은 그냥 사' 라는 잡스의 오만이 통했던 이유는 뭘까? 이 책 '왜 팔리는가'에서는 이렇게 답한다. '자기도 자기 맘을 몰라요.' 즉, 소비자 본인들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자기도 모르는 니즈따위를 도대체 어떻게 조사한다고? 그래서, 잡스는 그랬고,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는 잡스같은 선각자가 아니므로, 몰라도 어떻게든 알아내서 팔아야 한다. 이 책의 핵심주제는 그것이다. 본인도 며느리도 모르는 소비자 행동의 비밀을 어떻게든 알아내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을 활용하는 것 그것이다.
■ 소비자의 비밀을 알기위한 첫 단계는 인간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고, 착각덩어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를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들은 이성에 의지하여 최선, 즉 만족을 최대로 하는 상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소비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는 그렇게 완전한 인간은 없다. 최근에 발전한 진화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등의 연구결과들은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성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두뇌는 완전한 판단 보다 다소 불완전 하더라도 빠른 판단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사바나 초원에서 맹수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방향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빠른 판단을 위해서 인간은 판단의 지름길(휴리스틱/Heuristic)을 사용한다. 절대값보다 임의의 기준점을 활용하여 상대적인 판단을 하는 앵커링(anchoring), 본능적인 감각에 의거한 직관, 기존에 쌓아둔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판단하는 고정관념, 미리 정립된 사고의 틀을 활용해 판단하는 프레이밍(Framing) 등의 그것이다. 이러한 휴리스틱 기술은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심리학자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관의 35%는 틀리다고 한다. 이번엔 뇌과학의 견해를 보자. 뇌자기공명촬영기술등의 최신 기술을 활용한 뇌과학은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인지, 기억의 작동원리를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결과는 또한 인간의 불완전성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지각능력은 매우 불완전해 입력되는 각종 정보의 28만분의 1 정도만 실제 처리가 가능하다. 기억 또한 불완전해서 90%이상의 기억은 왜곡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렇듯 우리의 인지, 판단, 기억은 합리성과 거리가 멀다. 즉 이성보다는 진화과정을 통해 획득한 여러 특성들이 자동적으로 발현되는 무의식이 소비자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인간이 오류투성이고 불완전하고 자기 맘도 잘 모르는 존재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다행히도 이러한 불완전성에도 방향이 있다. 아까 생존을 위해 뇌는 특정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했다. 그 방향은 적은 에너지를 쓰되 빠르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꼼꼼히 따지는 일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드는 일이다. 이성에 입각해 골치아프게 생각하여 판단하는 것보다, 감성에 입각해 별 생각없이, 휴리스틱을 활용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판단한다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즉, 인간의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감정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사람이 판단을 내릴때는 대뇌피질 보다는 변연계가 활성화 되는데 이 변연계가 기억과 감정을 다루는 뇌이다. 그렇다면 답이 나온다. 마케팅 활동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결정을 하는 것은 감성의 뇌이기 때문이다. 조목조목 상품의 장단점을 따져서 보여주는 광고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광고가 휠씬 기억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뇌과학적으로 소비결정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의 뇌에 직접호소하는 방법으로 3에지 임팩트 전략을 소개한다.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려면 이 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동기 중 가장 강력한 것에 호소해야 한다. 경쟁에 승리하기 위한 동기(생존경쟁에서의 승리),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위험을 피하고자하는 동기(위험회피 능력) 세가지가 그것이다. 진화 심리학적으로도 생존경쟁, 변화적응, 위험회피는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기에 따라 이를 자극하는 임팩트를 줘야 하는데 이를 파워에지(생존), 뉴엣지(새로움), 리스크엣지(위험회피)로 정의 한다. 모든 상품들은 본연의 특성에 따라 3에지 중 적절한 위치에 포지셔닝되어야 소비자의 감성두뇌를 자극하고 판매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럭셔리 상품들은 파워에지에, 저가 제품들은 리스크엣지에, 신기술이 적용된 상품들은 뉴엣지에 포지셔닝 해야 한다. 이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략들이 상품의 특성과 맞지 않는 제품들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실패한 프라다폰을 보자. 프라다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운 제품이지만 가격전략은 저가정책을 고수한 나머지 이도저도 아닌 걸로 되어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프라다폰은 상품특성에 맞게 파워엣지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 소비자의 행동의 불합리성과 인지, 판단의 오류들을 알고 나면 주변의 광고들이 새롭게 보인다. 기억에 남는 광고들이 대부분 감성에 호소하는 것들 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광고전략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업들이 소비자의 오류에 착안하여 벌이는 얇팍한 판촉수단들을 간파하는 눈도 생긴다. 대표적인것이 마트의 1+1 전략이다. 업혀진 상품에 혹해서 구입하지만, 실은 불필요한 소비였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싼것도 아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인가? 꼭 마케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한번쯤은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의 마케팅 성공, 실패사례도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