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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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사슬에 얽매여 있다.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 이상으로 노예인 것이다 " - 사회계약론 1편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된 근대 정치철학의 고전중의 고전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에는 국가와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바람직한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치철학에 대한 논의가 꽃피웠던 시절이었나 보다. 이러한 권력의 형성을 '사회계약'에서 찾는 사상도 루소 고유의 것은 아니었다. 사회계약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로크, 루소, 홉스의 3인방인데, (로크의 사회계약론은 읽어보지 못하였기에 제외하고...) 루소나 홉스나 모두 자연법 사상에 근거한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의 사회계약과 비교하면 바람직하게 보는 정체는 완전 딴판이다.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부득이하게 이전해나가며 생존을 위해 자발적인 '사회계약'을 이루게 된다는 것은 동일하나 결론적으로 보면 루소는 공동체의 '일반의지'에 주권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형태의 정부를 주장했고, 홉스는 계약의 이행을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진 전제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게 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으며 이 둘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아주 거칠게 요약해 보면 이렇다. 자연상태에서 무제한의 자유를 가지고 있던 인간이 수가 늘어감에 따라 이러한 무제한의 자유가 서로의 자유를 침범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된다. 생존을 위해서 '각 구성원의 몸과 재산을 공동의 힘으로 지키고 보호하는 방식을 찾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인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계약을 통해 자연법상의 권리를 공동체에게 양도하게 되고 공공의 권력이 생겨났으며,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진화하게 된다. 인간 공동체의 계약으로 모여진 의지는 이른바 '일반의지'로 불리이게 되며 이러한 일반의지가 국가 주권의 근본이며 향후 전개될 바람직한 정치제도, 정부 등의 구조의 바탕이 된다. 루소의 사회계약 역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자연상태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권력을 형성하나 이는 일반의지에 따른다는 점에서 철저한 인민주권론을 이룬다. 아울러 바람직한 정체를 투표에 기반한 귀족정이라고 보았는데, 이름은 귀족정이나 그 내용은 사실 현재의 선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제도와 유사하다. (그는 민주정은 구성원 전원참석에 의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서 소규모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현재의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삼권분리의 기초가 되는 입법과 집행(행정)의 분리라던지, 집회와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의 초기개념들이 등장한다. 그는 철저히 인민주권론을 바탕에 깔고, 일반의지를 대신해 권력을 가진 자(집단)의 특수의지(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려는 의지)를 견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홉스와 동일한 사회계약에서 출발하였으나 홉스가 '일반의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권력을 전제정부에게 부여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 고전,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나 사회관련 고전들은 참 어렵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를 애먹이는 사람 중 하나가 루소다. 이놈의 사회계약론은 몇번씩 읽다가, 졸다가, 포기하다가,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루소의 문장들은 쉬운 듯 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머리에 잘 안들어온다. 자꾸 문장들을 뒤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고 헤아려봐야 의미를 알수가 있었다. 처음엔 번역 탓도 해봤지만,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고 똑같은 현상을, 에밀을 읽다가 중도 포기한 이후에는 루소와 나는 뭔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소의 저작은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여러 책들, 특히 서양 역사, 철학, 정치학 서적을 읽다보면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반드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루소-홉스-로크의 사회계약론 삼인방이 근대이후 정치철학에 준 영향은 실로 막대하여 나의 미싱링크로 남겨두기엔 그 공백이 너무 크다고나 할까. 이런 와중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로 번역된 '사회계약론'이 나왔다. 이런 잘 알려진 고전이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특히 기존 흥신문화사판의 번역에 불만이 많았던터라 다시 한번 읽기에 나섰다. 결론은 문예출판사판의 번역이 휠씬 훌륭하다. 역시 쉽진 않았지만, 애매한 번역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는 만나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록으로 요약정리+해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용을 정리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몇번 읽고난 후에 또 읽는 것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의 질은 휠씬 좋았다.) 사회계약론은 이 번역본으로 보는 것이 제일 나을 듯 하다. 그러나...역시 어렵다. 앞으로 6개월내에 한 5번만 더 보면 확실히 머리에 들어오겠지? 분량이 적은게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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