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만든 사람들 - 나라를 위한 선비들의 맞대결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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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처음 배울때부터 반만년 역사의 자긍심을 자랑으로 배웠다.   경제대국 미국이 세계를 쥐락펴락해도 고작 200여년의 짦은 역사를 가졌을뿐이라고 애써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우리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자랑스러움만 있는것은 아니기에 오랜역사를 가졌다는 자부심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것이다.  
  이책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14명의 선비들을 7개의 논쟁으로 다루었다.
  첫번째는 조선의 건국과정에서 재상중심의 정치를 펼치려던 정도전과 왕권의 강화에 주력한 이방원의 첨예한 대립에서 이방원이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을 제거하고 태종으로 왕위에 올라 세종의 태평성대의 기틀을 마련했다.   경국대전을 완성한 정도전이 역적으로 조선말기까지 신원이 회복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번째는 도학을 바탕으로 급진개혁을 주창했던 조광조의 득세를 질시한 남곤이 기묘사화를 일으켜 조광조등을 제거하며 뿌리깊은 정쟁이 시작되었다.   조광조가 실각하는데 계기가 된 ’주초위왕’이라는 일화는 유명하다.   기묘사화는 조광조를 신임하면서도 영민하지 못했던 중종의 크나큰 실책이면서 남곤이 역사이래 최고의 간신으로 낙인찍힌 사건이었다.   조광조의 개혁이 성공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아쉬움에 페이지를 쉬 넘기지 못했다.   세번째의 라이벌은 가깝고도 먼 주자학의 동반자 퇴계이황과 남명조식이 소개되었다.   두사람은 같은 해에 태어나 이름을 떨친 도학자이지만 평생 한 번도 서로 만나지는 않았으나 편지로 서로의 사상을 이해하면서도 비판을 하는등의 교류를 하며 성리학을 완성시켰다.   두 사람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담론을 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의기투합하는 동반자로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네번째는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던 율곡 이이와 반대했던 서애 유성룡의 대립이다.   두 사람 모두 구국을 위한 일념은 같아도 견해의 차이가 있었던것이다.   이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임진왜란 당시 그토록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유성룡 또한 궁핍한 백성들의 삶과 혼란을 우려한 반대였지만 대비를 소홀했던 책임은 크다고 하겠다.   그래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을 기용하는 등의 인재배치는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후에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창했는지의 유무가 논란이 되곤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진실을 가릴 수 는 없으나 이이가 주장했다는 설이 더 설득력을 가지는거 같다.   다섯번째는 생존을 위해 주화를 주장한 최명길과 명분을 내세워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의 대립이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국치를 겪으며 조선의 생존을 위해 항복의 글을 썼던 최명길은 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선택했고, 김상헌은 나라가 망하더라도 의리만을 지킬것을 주장하며 서로 엇갈린 길을 걸었다.   치욕은 참을 수 없지만 나라가 없어지면 남는것도 없기에 나또한 최명길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섯번째는 1~2차 예송으로 완전히 등을 돌리며 조선 역사상 최대의 사상 논쟁을 폈던 송시열과 윤휴의 대립이다.   효종의 장례식때 입을 상복을 몇년간 입느냐는 복제의 문제가 이처럼 치열한 논쟁의 쟁점이 되었다니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다.   예법과 효를 중시했던 조선시대의 지나친 형식주의에 얽매인 폐단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송시열이 주자학에 평생을 몸바쳤지만 지나친 교조주의적인 맹신은 조선의 사상을 경직시키고 또한명의 걸출한 학자를 이단아로 매장시킨 오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일곱번째는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과 노론벽파의 영수인 심환지의 대립이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도했던 정조는 군주권을 강화하며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을 기용하여 개혁을 시도했으나 노론벽파의 막강한 힘에 좌절하고 만다.   노론벽파의 영수로서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정치싸움에서는 이겼으나 사후에는 삭탈관직을 당하고 간신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정약용은 실학을 바탕으로 수차례의 유배생활에서도 많은 책을 집필하여 지금도 그의 업적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정조와 정약용의 개혁이 성공하였다면 조선의 역사는 500년을 넘어서서 지금도 찬란히 발전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붕당과 당쟁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지금의 정치세계와 가장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는 시대가 조선시대가 아닌가 한다.  사상과 파벌로 인한 갈등과 대립에 포커스를 맞춘 이책은 다양하고 훌륭한 인재들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조선사 공부에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경쟁구도에서 발전이 있고, 난세에 영웅이 나지만 지나친 권력에의 집착으로 수많은 인재들을 피지도 못한채 싹을 잘라버린 사건들을 읽노라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책은 조선을 이끌었던 선비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면목까지 알 수 있어서 읽는동안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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