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잔뜩 웃을 준비를 하고 커피까지 준비해서 마시며 이책을 읽었다.
  주인공이 ’당신’이다.   특이하네~생각하며 한장 두장 읽어나가는데 처음에는 내가 유머감각이 없는건지, 이해력이 부족한건지 솔직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요즘 TV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가 생각났다.   롤러코스트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인데 성우의 특이한 나레이션이 포인트다.   목소리 톤이 감정변화 없이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이며 인칭을 ’여자는~’이나 ’남자는~’으로 시작해서  ’~해요’나 ’~돼요’ 로 마무리를 하는 어법이 보면 볼수록 중독성이 강하다.   이처럼 특이한 어법과 대리만족성 나레이션등으로 인기절정의 TV프로처럼 이책의 서술에 매력이 느껴지며 재미가 쏠쏠했다.  
  이책은 마치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는듯 생생하고 유쾌하다.   상황설명이 괄호까지 해가며 친절한데다 유머는 네칸짜리 인기만화인 ’스누피’를 연상하게 한다.

  얼마전에 발가락 골절로 깁스를 하는 등 병원치료를 한달이상 받았지만 지방의 정형외과라서 그런지 특별한 기다림 없이 바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책의 주인공인 ’당신’이 겪는 병원생활은 가히 입시전쟁이나 취업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선진국으로서 사회보장제도가 탄탄하게 기반이 잡힌 프랑스라는 나라의 의료실태가 이정도로 열악한가 의아했다.   의료기술이나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시스템은 환자들의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황을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터지고 답답해서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인데 주인공은 참으로 인내심도 강하고 잘 대처한다는 생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중학교때 사회선생님이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점심식사시간을 두세시간이나 느긋하게 즐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평소 슬로우 생활방식이 몸에 밴 탓도 있지 싶다.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나 보고싶지 않은 TV가 방영될때는 항상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는 모습과 엎친데 덮친격으로 골절 수술과 심장 수술, 그리고 이어지는 골절의 악순환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사소한 어려움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렸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긍정적 사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뜻하지 않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골절상을 입은 주인공은 의사의 오진과 무성의한 진료로 고생을 한다.   그리고 유명한 실력있는 의사의 진료를 받기위해 예약에서부터 면담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을 감내한다.  그러면서도 거금을 들여 레이스팬티를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골절수술을 받으면서 한 검사로 심장에 문제가 있는것을 발견한다.   심장수술까지 1년여의 투병생활 후에 또다시 골절사고를 당하고 다시 1년여를 고생한다.
  악몽같은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낙담보다는 위트로 풀어나간 작가의 재치있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누구보다도 프랑스에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책을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깨달아야 할것이다.   그리고,  일제시대의 병폐로 남은 나쁜 습성중의 하나인 ’빨리! 빨리!’를 외치며 잠시도 기다려주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유없는 마음가짐도 고쳐야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렇지만, 이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은것이 있다면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된거다.    아무리 선진국이라해도 결혼만하면 남편 성을 따라야하는 다수의 외국에 비해 결혼하고도 내이름을 온전하게 유지하며 살 수 있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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