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타라
조정은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수필이란 장르를 마지막으로 접했던게 언제였던가 돌이켜보니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소설과 동화,그리고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들만 탐독했음을 인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심각한 독서편식을 해온것이다.
  한번 읽으면 손을 뗄 수가 없다는 몇몇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이책을 선택했는데, 과연 소설만큼, 아니 소설에 빠져 읽을때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굴곡진 삶에서 진솔함을 보았고, 용기를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꿈같이 행복한 삶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고민과 고난을 숙명처럼 떠안고 살지만, 용기를 잃지않고  오늘도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는게 혹은 인간관계가 너무도 힘들어 세상과의 끈을 놓고 싶을때도 있겠지만 이책을 읽고나면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거라는걸 은연중에 깨닫게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책표지 안쪽의 작가얼굴을 옆모습이지만  몇번이나 자주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바보스러울만치 순수하고 미련스러울만치 여린 마음을 엿보노라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감탄하게 되어서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자 함이 아니지만 작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얼굴전체를 다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리라.
  전철을 눈앞에서 놓치고 나서 허탈한 심정으로 무리하게 잡으려하면 언제나 놓치고 마는게 인생이라며 자조하는 모습에서 "그래,맞아!’하며 맞짱구를 쳤다.
  아름다움은 창조되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는 작가의 깨달음에 또다시 놀라움으로 동조했다.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보는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것일뿐 아름다움은 그자리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하는듯이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말로써 소통하고 오해하지만 멈추지 않고 말을하며 살아간다.   글이든 수화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마찬가지다.   이는 내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을 두드리는 끝없는 과정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책은 1부에서 독자들을 완저히 녹다운 시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부도라는 큰일을 보고하는 남편의 입에서 축하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나는 그때부터 작가의 필력과 사고방식에 매료되어버렸다.   수필이라는게 논픽션이니 작가의 남편 사고방식이 매력적이던가?   아무렴 어때 어차피 칼자루는 작가가 쥐고 있는것을...
  노동의 값진 경험을 음미하는 자세와 얽히고 설킨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는 철학을 본받고 싶다. 
  가상의 세계를 마음껏 유영하지만 피부에 쉽게 와닿지 않는 소설과는 또다른 맛이 조정은의 수필에 녹아있음을 보았다.
  소설보다 소설다운 수필이자, 시(詩)보다 시(詩)적인 수필이 바로 조정은의 [그것을 타라]이다.
  김종완의 인상적인 평설또한 빼놓지 말아야할, 수필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읽을거리였다.
  이책으로 인해 수필을 찾아 읽을거 같은 예감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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