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모조 사회 1~2 - 전2권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2019년 초판)

저자 - 도선우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6p


모조 사회 2 :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 (2019년 초판)

저자 - 도선우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2p



지금의 세상이 실제가 아니라면....



허상의 세계에서 안온하며 살 것인가? 진실의 빨간약을 먹고 참혹한 세상에 눈 뜰 것인가? 머...작품속 주인공들은 약 먹을 기회조차 없었지만...-_-;; [저스티스맨]으로 사회의 해악인 얼굴없는 비겁한 살인마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리던 '도선우'작가가 이번엔 SF 디스토피아 작품을 들고 2년 만에 돌아왔다. 치명적이 바이러스가 도래한 대재난 이후 그려지는 충격적 사회상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정점을 그려낸다.



고등학교의 수학 여교사 수, 전직 특수부대원이었던 건, 정신과 의사 탄. 세 명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꿈에 매일 같이 나오는 인물임을 알아차린다. 현실 같지 않은 생소한 장소에서 같은 장면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자각몽 속의 그들과 쇼핑몰에서 만난 순간. 거짓말 같이 커다란 지진이 발생해 수와 건과 탄을 지하로 추락 시켜버린다. 수십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어둠에 갇힌 수를 찾아온 낯선 이들은 수를 데리고 집채 만한 거대한 나무 안에 꾸려진 집으로 데려간다. 자신을 공동체 소속의 뇌과학자라 소개하는 랭에게서 그녀가 지금까지 살았던 세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속 세계였다는 충격적 사실을 듣고 아연실색한다. 게다가 그녀가 기억이 삭제된채 허상의 세계로 떨어지기 전 실제 세계에서 살았던 유년시절의 잃어버린 기억속에 세계를 구할 가공할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공동체 소속의 사람들이 식민구역의 가상세계에 빠져있던 수를 찾아냈다는 것.


이어서 그들에게서 수가 겪었던 유년시절의 과거와 300년전 세계에 종말이 오게된 경위 그리고 300년 후 현재에 이르게된 역사를 홀로그램을 통해 눈으로 목격하고 자신의 존재이유와 목표에 대해 각인하게 된다. 이제 소멸 바이러스에서 생존한 사람들을 폭력과 힘으로 지배하는 독재자 모조에 대항하기 위해 반란조직과 함께 길을 떠나는데....



기계 생명체에게 에너지 공급을 위해 가상세계에 빠트려 착취 당하는 인류를 그리는 [매트릭스] 받고 진보된 정보화 기술로 우민들을 감시하고 폭정으로 다스리는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컨버전 한듯 한 작품이었다. 300년이란 세월과 폐허 위에 새운 새로운 세계를 상세하게 그려나가며 꽤 방대한 스케일로 충격적인 사회를 그려나간다. 마치 연대기를 보는듯 시간 순서에 따라 인류의 멸망과 새로운 도약 그리고 막강한 권력자가 집권하여 압정을 펼치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머리속에 그려지듯 펼쳐져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곳곳에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비판적인 미래사회 모습(예를 들어 300년 후 식민지 시민들이 살게되는 가상세계가 현재 2000년대인 이유가 3포 세대와 같이 가장 사람들을 쥐어짜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희망도 없고 생식의 욕구도 가장 적은 시대라는 이유때문이라고...)과 힘과 정보, 권력을 가진자가 사람들을 쥐어짜는 힘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머 현실도 별반 다를바 없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모조사회는 그 강도가 훨씬 악독하고 끔찍하고 잔인하달까. -_-



그런데 SF 영화중 [매트릭스]시리즈를 가장 좋아하고, 대재난 장르를 가장 좋아라 하는데 이 두가지를 짬뽕하니 더 없이 끝내주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기대만큼 흥분되진 않았다고 할까.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의 익숙함 때문인지 너무나 방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고 자세하게 묘사하다 보니 속도감이 떨어져서 인것인지는 모르겠다....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호불호일테니 말이다.



어찌됐던, 본격적으로 수와 건과 탄이 반란군으로 활약을 펼치는 2권 중반부 부터는 이들의 운명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으며 다소 충격적인 후반부의 반전은 디스토피아와 꽤나 어울리는 장치로 대단원의 결말과 절묘하게 매칭된다.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을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상상을 SF라는 그릇에 담아낸 철학적 사유를 담고있는 작품이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테세우스의배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009

저자 - 이경희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9p



본격 한국형 재벌 액션 사이버펑크



그래비티북스 드디어 일냈다!! 그래비티 픽션 시리즈한국작가들의 SF 출간이란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그래비티북스의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 [테세우스의 배]. 이거 완전 물건이다. GF(그래비티 픽션) 넘버4인 '해도경'작가의 하드SF [위대한 침묵]이후 시도는 좋았으나 어딘가 2% 부족한 라인업에 아쉬움이 쌓여갔는데 드디어 이번 [테세우스의 배] 그동안의 아쉬움과 갈증이 한방에 해소되었다. 아니...해소를 넘어서는 컬쳐쇼크였달까...



영생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거대 그룹 트라이플래닛엔 철천지 원수 같은 남매가 회사를 맡고 있다. 회장 석진환은 전자기술을 중심으로 인공장기 개발을 연구하여 인간의 신체 전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다. 반면 사장이자 진환의 배다른 여동생 미진은 진환과 대척점이 되는 바이오 기술로 신체의 일부분으로도 생체 배양수조를 통해 원래의 몸으로 회복시키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죽음까지 정복한 기술의 쾌거지만 이를 위해 치뤄진 다수의 불법적 실험과 임상실험중 피실험자가 사망에 이른 사고로 회장 진환은 사장 미진에게 일방적 연구중단을 통보한다. 그리고 며칠뒤 진환과 아내, 딸이 타고 가던 자동차가 끔찍한 추돌사고를 당하고....가까스로 진환은 살아남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되간다. 결국 전신을 기계몸으로 교체한뒤에야 깨어난 진환은 자신의 모습에 혼란에 빠지고, 교체된 진환의 신체 조각들을 빼돌린 미진은 오빠의 조각들을 생체 배양수조에 넣어 배양시키는데 성공한다. 기계몸의 기억을 소유한 진환과 미진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DNA 정보를 간직한 신체를 갖고 있으나 기억이 사라진 진환.


서로 자신이 진짜라 주장하는 기계 진환과 복제 진환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지

진환과 미진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서 누가 승자로 남을지

숨쉴틈없이 고속으로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하이테크 기술로 무장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강렬한 액션과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연이어 강타한다!!!    




제목 [테세우스의 배]의 의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역설을 지칭한다.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오래되어 부식된 널빤지를 뜯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붙이기를 거듭하니 결국 처음 배의 부속은 남아있지 않고 전부 새로 교체된 부속으로 이루어진 배라면 이 배를 본래있던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수 있는가? 아니면 전혀 다른 배인가?



결국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기조는 테세우스 배의 역설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평범한 인간이 불행한 사고를 당하고 치료를 받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결국 팔과 다리, 내부기관을 비롯해 인간을 상징하는 생각과 영혼을 담고 있는 뇌수까지 기계로 대체되었을때 이 기계인간을 사고전 인간이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안드로이드라 봐야 하나? 여기서 여타 작품들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와 구분되는 점은 뇌를 기계로 교체 했을때 기계뇌에 기존 인간의 기억을 카피 페이스트 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뇌세포 속 뉴런단위까지 기계 세포로 교체하는 작업이란 것이다. 뇌는 기계일지언정 수술전 기억과 성격은 그대로 가져감으로써 사이버펑크에서 묘사되는 전뇌에 기억을 업로드 하는 방식과는 차별성을 둔다. 그렇다고 하여 붉은 피 대신 차가운 윤활유가 흐르고 있는 기계인간을 선뜻 인간으로 바라보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생체적으로 배양 수조에서 되살아난 진환이 가장 본래 인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에겐 인간이라 규정지을 수 있는 기억이 빠진 상태이니 이 생체 진환 역시 본래의 진환으로 보기는 힘들듯....




"자, 한번 상상해 보시오. 손가락이 잘려서 손가락을 기계로 바꿨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팔을 바꿔도, 심장을 바꿔도 마찬가지요.

그렇게 하나씩 바꿔나간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결코 없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변화'라는 단어 안에는 이미 '동일성'의 개념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오."

_120p



"원본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야. 진짜가 둘이 되는  것뿐이지."

_203p




기계진환, 생체진환 둘 다 기억 여부를 떠나 사고 방식은 동일하니 이 둘의 협력과 상생 그리고 배신과 반목이 꽤나 짜릿하고 쫄깃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온리원이 되기 위해 또다른 자신을 필멸해야 하는 극단적 대결. ㅋ 이 작품을 보니 왜 도플갱어를 만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_-  자신과 똑같은 외모에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마주한다면, 이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는 불쾌감을 선사하지 않을까? 이런 마당에 또다른 나와의 평화로운 상생은 애초부터 불가능 한 것 아니겠는가...



이렇듯 복제인간 혹은 안드로이드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만 그 주제에 매몰되어 다분히 감상적으로만 빠지지 않고, 친족간 경영 승계권 쟁탈이란 재벌기업 스릴러와 접목하여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재벌가의 직계 경영권 승계 문제와 그들간의 치열한 주식/경영권 다툼을 통해 풍자적 요소까지 담아낸 독특하고 복합적인 SF세계를 선보인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펑 세계관 역시 치밀하고 탄탄한데 작품에서 그려지는 대부분의 사펑 설정들은 사펑의 바이블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각기동대]의 의체와 전뇌, 공동 정신공유, 의체 공유, 전뇌복사, 의체 커스터마이징 등등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설정들이라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작품속 SF적 설정들을 그냥 얼렁뚱땅 뭉개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설명충적으로 이해시켜주니 사건과 사건간에 개연성이 부여되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설정상 또다른 자신과 만나 복닥거리는 에피소드를 그린 '탈. M. 클레인'의 [펀치 에스크로]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는데, [펀치 에스크로]도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지만 이 [테세우스의 배]는 [펀치 에스크로]보다 3000만큼 더 독한 설정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작품이었다. 어쨌던, 별생각 없이 무심코 집어들었다가 새벽까지 앉은자리에서 전부 다 읽고 말았다. 보통 SF는 다른 장르에 비해 독서 시간이 길게 마련인데 정말로 시간/페이지 순삭시키는 끝내주는 페이지터너 작품이더라. 기계인간의 정체성의 고뇌에 액션 스릴과 풍자 섞인 블랙유머까지 녹여낸 성공한 사이버펑크랄까...크게 어렵지 않아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고 SF팬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코드도 숨어있는 작품인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초판)

저자 - 테드창

역자 - 김상훈

출판사 - 엘리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19p



단편 SF의 연금술사 '테드 창'이 들려주는 천일야화



휴고, 네뷸러, 로커스가 몹시도 애정하는 단편 SF 그랜드 마스터! 단편 SF계의 킹갓그레이트제너럴엠퍼레이션! '테드 창'이 17년만에 돌아왔다. 주옥같은 그의 첫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2004년에 한국에 문을 두드린뒤 15년 만이다. 그사이 한국에도 몇차례 방문하고, 중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출간되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드뇌 빌뢰브' 감독에 의해 [컨택트]로 영화화 되기도 하면서 오랜 부제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긴 했지만 역시 이것만으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숨이 막혀 질식사하기 직전에 드디어 말라비틀어 쪼그라든 허파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듯 [숨]으로 컴백한 것이다.



2년에 한편이라는 극악의 작업 속도로 짜내고 짜낸 아홉 편의 단편이 독자를 맞이한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대교주에게 자신이 겪은 마법같은 기묘한 일을 아뢰는 상인 압바스. 그는 이십년전 바샤라트라는 연금술사의 상점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로던, 미래로던 이십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차원의 문과 마주하게 된다. 20년전 모스크의 붕괴로 목숨을 잃은 아내가 생각난 압바스는 이십년전으로 타임워프 할 과거의 문을 선택하는데....과연 압바스는 아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 와....첫 작품부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임팩트로 훅 치고 들어오다니....-_- 일단 소재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타임워프물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그다드와 이슬람 문화가 마치 SF버전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것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_56p


물리학자 '킵손'까지 소환할 것도 없이 읽는대로 술술 이해되는 단편이다. '하인라인'의 단편을 영화화 했던 [타임 패러독스]를 연상시키며 시간여행 패러독스의 모순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설파하는...이것은 '테드 창' 주교의 가르침이 담긴 SF 경전이다!!



2. 숨 

아득히 먼 우주 어딘가 또는 전혀 다른 세계의 우주. 그곳엔 공기(아르곤) 호흡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기계 생명체들이 있다. 기계인간의 사인을 판별하는 해부학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능력이 미묘하게 저하되는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자신의 뇌를 해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모세공기관의 공기 흐름과 금박의 뇌신경에 기억이 기록되는 매커니즘을 통해 우주의 분포된 숨에 관한 비밀을 간파하는데.....

- 어딘가에서 있을지도 모를 우주의 숨과 생명 탄생의 비밀이 그려진다. 우주는 끊임없는 엔트로피를 통해 평형을 향해 나아가고 그렇게 완전 평형을 이루는 순간 우주에 존재하는 공기로 순환하는 생명은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세계를 그려낸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지만 내겐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해부하는 장면에서 [토탈호러]에 수록된 '고마쓰 사쿄'의 [흉폭한 입] 같은 약간의 그로테스크를 느꼈다. 역시 '테드 창' 교주의 SF 요한 계시록이랄까...



3. 우리가 해야 할 일 

네거티브 딜레이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 리모컨 크기의 예측기가 있다. 예측기의 버튼을 누르려 마음먹으면 무조건 버튼을 누르기 1초전 LED에서 빛이 번쩍이는 말그대로 예측기인 것이다. 결국 이 조그만 예측기의 개발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데......

- 작품속 예측기로 인간의 행동양식 나아가 인간의 운명은 이미 결정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자유의지가 꺽여버린채 수동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 즐비한 다른 평행 우주에 사는 누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우리가 자유의지라 생각하고 수많은 갈림길에서 했던 선택이 이미 결정지어 졌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운명결정론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사실을 예측기로 확인하는 것과 단순히 예상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이리라. 아무리 운명이 결정지어졌다 해도 예측기가 발명되기 전까진 운명은 변하는 것이라 믿고 살아가고 싶다. 달랑 다섯 페이지짜리 단편인데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2013년 북스피어에서 출간됐던 단행본의 서평링크로 대신한다.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부모의 육아가 결코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레지널드 데이시는 기계식 자동보모를 개발하고 시판한다. 초기엔 화제를 몰면서 반짝하지만 이후 자동 보모가 안고 있던 아기가 로봇팔이 부서지면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업은 단숨에 추락해 버린다. 레지널드 데이시의 아들 라이어널 데이시는 아버지의 계기식 자동 보모가 조롱거리가 되는것에 격분하고 아버지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아버지를 이어 자동 보모 사업에 뛰어든다. 그는 자동 보모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린 아기를 입양하여 자동 보모에게 육아를 전담시키는데.....

- 부모의 못된 버릇까지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자식의 모습을 볼때 실제로 부모의 육아가 무조건 좋다곤 말할 수 없겠지만 부모의 감정의 교류를 통해 인지를 무한히 확장하는 유아기를 생각할때 기계식 자동 보모에게 아기를 맡기는 행위는 경악, 공포 그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 3의눈] 혹은 [환상특급]에나 나올법한 기괴한 작품이랄까....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7. 거대한 침묵

- 무한한 우주에 인간외의 생명체를 발견 할 수 없는건 외계의 존재들이 그들보다 뛰어난 고차원의 존재에게 발각되 멸망당할지 몰라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는 페르미 역설([삼체]의 '암흑의 숲' 이론)이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우주까지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도 페르미의 역설 같은 경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8. 옴팔로스

- 과학이 발전하고 지구의 역사, 나아가 우주의 과거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유추할 수 있게된 지금 우주만물을 창조한것은 신이라 부르짓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그저 믿음의 맹신에서 비롯된 아집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시간동안 변화해온 우주의 기원, 지구의 생명체의 태동과 진화 등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기적같은 과정들도 무수히 존재한다. 사실 인간의 진화만 해도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미씽링크가 존재하는 만큼 잃어버린 고리의 부분에서 신의 입김을 통한 기적의 결과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독실한 종교론자가 창조론을 깔고 과학적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듯한 독특한 작품이었다.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 읽다가 정말 현기증 나는줄....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시작으로 작가가 안내하는 다양한 시각의 사고실험은 진정한 하드SF를 읽는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다만 그가 그려내는 사고실험이 상당히 높은 지적수준을 요한다는 것. -_-;;; '하드SF 짱!'을 부르짖으며 하드SF를 찾아 보는 본인조차도 몇몇 단편은 하고자 하는 말이 대체 뭔지 모를 정도로 난해한 작품도 있었다. 코멘트를 달지 않은 6번과 9번 작품이 딱 그랬는데...ㅠ_ㅠ 머...본인에게만 어려웠던 것일수도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SF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깊이있는 철학적 고찰과 사유, 심지어 금기시 되는 종교적 관점까지 경계를 허물어 버린 주제들에 무한한 상상력과 실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F라는 그릇에 담아내 독자에게 미지의 깨달음을 얻게 하니 그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명성은 자연스러운 인과율인 것이리라. 



어렵고 난해하지만 그럼에도 애정하는 애증의 작가이니..이제 다음 단편집과 만나기 위해선 또다시 십수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곁에 두고 재독 한다면 처음 읽을때는 보이지 않던 다른 부분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땐 6번과 9번을 이해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허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지지않는노래 (2019년 초판)

저자 - 배봉기

출판사 - 에프(F)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53p



이스터 섬 모아이 석상의 비밀이 밝혀진다



현존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다룬 작품이 개정판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수십톤에 달하는 거석을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깎아 채석장에서 10KM나 떨어진 섬의 끝자락에 세워놓은 것도 대단한데, 최대 높이 21m에 이르는 석상의 총 갯수가 천여개에 달하니 불과 163.6 제곱키로미터의 작은 면적에 얼마안되는 원주민이 석상을 세우는데 얼마나 막대한 노동력을 갈아 넣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7대 불가사의중 하나에 꼽히긴 하겠지만...-_- 지금까지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석상의 제작 이유에 대해 '배봉기'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는 팩션소설 기법에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하여 모아이 석상의 건립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1]

국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자 언어학자인 친구가 연구한 이스터 섬의 역사 기록을 전해 받게된 '나'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이스터 섬의 피로 물든 비극적 역사에 대해 그리고 모아이 석상 건립의 비밀에 대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써내기로 마음 먹는다. 이 소설은 실재 이스터 섬에서 거주했던 부족의 역사를 옮긴 기록물을 바탕으로 '나'의 상상을 보태어 써낸 팩션 작품임을 밝힌다.


[2]

이스터 섬 앞바다에 거대한 선박 세 척이 정박한 이후로 섬 안에는 술렁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배안에서 내린 이방인이 건넨 거울과 모자 같은 선물은 부족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가고, 매일 저녁 해변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과 고기굽는 냄세는 부족원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유혹이었다. 이미 몇몇 젊은 세대는 이방인과 함께 교류를 시작하였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족의 족장이자 사제장인 '노래하는 자'는 지난 수차례 섬을 방문했던 이방인들의 이중적 모습에서 이 세 척의 배에서 내린 이방인들의 행동에 우려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노래하는 자'는 부족민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단속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을 모아 노래로 부족의 역사를 전파하는 구송회를 여는데....


[3]

수 십년전....이스터 섬에 터전을 내리고 자연과 함께 공존의 길을 이어온 평화로운 부족 제비갈매기족에게 망망대해에서 한 달이상 표류하여 몰살 일보직전의 낯선 부족 늑대족이 천신만고 끝에 섬에 다다른다. 평화의 부족이던 제비갈매기족은 탈진한 늑대족을 극진으로 간호하고 그들의 정착에 발벗고 나선다. 하지만 뭍에서 약탈과 전쟁을 일삼던 늑대족은 제비갈매기족의 은혜를 외면하고 그들의 등에 칼을 꽂아버리고, 그렇게 이스터 섬의 평화는 산산이 조각나 버리는데.....




소설이지만 서두에 글쓴이가 작품을 쓰게된 사실 경위를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실제사건을 읽는 듯한 느낌의 현실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이용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미완의 장편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의 서두 처럼 말이다. 허구지만 실제의 느낌을 주려는 페이크 다큐와 같은 도입부랄까...이어서 족장 '노래하는 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방인의 방문에 따른 이야기와 '노래하는 자'가 구전하는 노래로 이스터 섬의 핏빛 역사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양키 이방인의 방문을 우려하는 족장의 고뇌 그리고 그가 암송하는 노래속 뭍에 살던 부족이 건너와 제비갈매기족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이야기를 통해 외부세력의 탐욕에 젖은 폭력성, 인간의 호전성과 집단 이기심 같은 근원적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당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폭력에 의한 압제의 불행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됨을 그려간다. 



이기심은 폭력을 낳고 폭력은 지배와 피지배라는 계급을 만들어 낸다. 결국 억압과 폭정속에 누군가는 호위호식하고 누군가는 굶주려가는 극단적 계급사회가 형성되고 지배층 보다 피지배층의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피지배층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하는 쿠데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리라. 그렇게 한순간에 지배와 피지배 계층은 뒤바뀌고 피로 쟁취한 승리자의 폭정은 자리만 뒤바뀐채 지속된다. 사면이 바다인 작은 섬 이스터 섬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비극의 역사는 전쟁과 침략, 지배로 점철된 인간사회를 축소한 끔찍한 시뮬레이션으로 보일 정도였다.



다른 폴리네시아 섬과는 다른 이스터 섬만의 특이점인 이스터 섬 부족만이 갖고 있었던 롱고롱고 문자가 1862년 대대적 노예사냥으로 명맥이 끊겨버린 비극적 사건은 현존하는 이스터 섬 역사의 팩트이다. 이 팩트를 바탕으로 미스터리한 모아이 석상 건립의 비밀을 개연성있게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고 팩트와 허구의 모호한 경계, 서두와 말미의 페이크 다큐적 장치를 통해 몰입도를 높이는 영리한 구성은 팩션 소설로 높이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정말로 진실일지도 모를 피로 물든 이스터 섬과 모아이 석상에 깊이 새겨진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오래도록 내귓가를 멤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몬스트리스 1 - 깨어남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저리 류 지음, 사나 타케다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몬스트리스 Vol. 1 깨어남 (2019년 초판)

저자 - 마저리 류

그림 - 사나 다케다

역자 - 심연희

출판사 - 에프(f)

정가 - 20000원

페이지 - 208p



고대 악마와의 지독한 공존



시선을 잡아끄는 표지만으로도 매혹되버리고 단 몇 페이지만으로도 독특하면서도 탄탄한 세계관에 빠져들어버리는 대박 그래픽 노블이 출간되었다. 그래픽 노블의 최고 영애인 2018 아이너스상, 그해 걸작 SF에만 수여되는 2017 휴고상, 2017 영국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걸출한 레전드 그래픽 노블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이다. [블랙 위도우], [다크 울버린]등의 그래픽 노블을 써낸 작가 '마저리 류'의 완벽한 스토리와 울버린을 잇는 차세대 주자 [X-23], [미즈마블]을 그려낸 '사나 다케다'의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가 만나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 내는 스팀펑크 세계관의 방대한 역사가 담긴 에픽 판타지 작품을 창조해냈다!





기존에는 없던 세계인 만큼 이 작품 역시 세계관 정리가 필요할듯 싶다.

작품에는 '알려진 세계의 종족들'로 다섯 종족이 등장한다.


1. 인간

2. 고대종족 : 짐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무시무시한 마법을 시전. 비밀에 휩싸인 종족

3. 고양이 우바치의 자녀들 : 여러개의 꼬리를 갖고 있고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양이 종족

4. 옛 신들 : 공포와 파괴를 상징하는 두려움의 존재.

5. 아카닉(혼혈종) : 인간과 고대종족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반인반수, 잠재된 능력으로 마법사용 가능 


덧붙여 


6. 쿠마에아(마녀) : 고대종족이나 아카움의 마법의 원천의 비밀(릴리움)을 밝혀내 인간이 몸으로 고대종족의 마법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종교 공회



아카닉인 마이카는 하프울프로 어릴적 자신의 일족을 찾아온 마녀(쿠마에아)가 릴리움을 위해 일족을 무참히 몰살하고 마이카의 엄마가 지키고 있던 공포의 힘이 깃든 가면을 탈취해간다. 이후 홀로 살아남아 어린나이에 노예로 전락한 마이카는 온갖 역경을 복수심으로 이겨내고 마침내 17살의 나이에 자신의 일족을 죽인 마녀의 집에 노예 위장하여 팔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카닉으로서 잠재되 있던 염동력을 개방하는 동시에 마녀가 숨겨놓았던 가면의 조각을 찾게되고, 급박한 마음에 주머니 안에 있던 가면조각에 손을 대고.....


아카닉인 마이카와 공포의 신이 깃든 가면이 접촉하는 순간 몇천년간 잠들어 있던 가면속 파괴신 '몬스트룸'이 눈을 뜨고 그녀에게로 흡수되는데.....



[눈알괴물 몬스트룸과의 퓨전...니들은 다 죽은겨...]



머....그담부턴 고대신과 마이카의 불편한 동거 그리고 각성, 대폭주가 이어질거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기생수]의 왼손이, [베르세르크]의 저주받은 갑주, 최근에 읽은 [나인폭스 갬빗]의 체리스와 그녀에게 빙의된 제다오 장군까지....-_-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봐오던 설정이기에 익숙하면서도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동거신 '몬스트룸'을 아슬아슬 조마조마 가슴 졸이게 만드는 쫄깃한 맛이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인간이지만 릴리움을 통한 압도적 힘에 도취되어 연구라는 이름하에 타종족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쿠마에아(마녀)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잔혹성과 직면하게 되니 자연스레 상흔으로 점철된 비극적 운명의 소녀 마이카가 불운을 향해 정면도전에 마음이 가고 그녀의 강철같은 강인함에 매료되더라.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래픽 노블이란 포멧인 만큼 그래픽의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 [몬스트리스]는 막눈인 본인조차도 눈정화가 된다고 생각될정도로 극강의 작화를 선보이는데, 역동적인 구도와 액션 뿐만아니라 누가봐도 엄청나게 공들였을 법한 정교하고 세밀한 배경 묘사들은 한순간 넋을 놓고 감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북미 작화가가 그리는 에픽은 거친 붓터치로 힘있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반면 일본 작가가 그려낸 에픽은 펜선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정밀화 같은 샤프한 느낌을 주는듯 하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본인으로선 '사나 다케다'의 그림체가 좀더 좋은것 같기도 하고...  




[에픽에 걸맞는 몽환적인 공포를 이끌어 내는 작화이다.]



북미 판타지의 살아있는 전설 '닐 게이먼'이 이 작품을 단 세글자로 평가한 "놀랍다" 라는 말이 강하게 와닿는다. 거기에 몇글자 보태서 "놀랍다! 그리고 강렬하다!"고 평하고 싶다. 폭력과 공포를 대서사시에 녹여낸 판타지로서 이어질 마이카와 몬스트룸의 예측불가 사건들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