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잠자는 미녀들 1 (2020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오언 킹

역자 - 공보경,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10p



공포의 제왕이 군단으로 돌아왔다!



기발한 상상과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전개로 특유의 몰입감을 유발하는 장르천재이자 진정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천재 소설가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아들 '오언 킹'과 함께 공포의 군단으로 돌아왔다. 킹의 딸 '나오미 킹'에게 들려주겠다며 쓴 동화 판타지 [용의 눈]을 쓴게 1987년 인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려 킹의 아들들도 마흔줄에 접어들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설가로 대성했으니 (물론 킹의 명성에는 못미치는게 사실이지만) 참 흘러가는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게 뭔 노인네 같은 말이냐만...) 좌우간, 둘째 아들 '조 힐'은 나름 공포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작품도 영상화로 제작되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한 셋째 아들 '오언 킹'의 이름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뭐,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니겠는가. 단독으로 오던, 가족으로 오던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슈퍼내추럴한 재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오로라 병. 

전세계의 모든 여자들이 차례로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깨어나지 않는 끝없는 잠속으로 빠져든다.

병에 걸려 잠든 여성들의 얼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미줄? 혹은 누에 고치 같은 막이 형성된다.

만약, 누군가 이 막을 찢어내고 억지로 여성들을

깨우려 한다면.......


그는 깨어난 여성에게 참혹한 죽음을 각오 해야 할 것이니.....



미국의 작은 마을 둘링, 이곳에서도 오로라 병의 확산은 막을 길이 없다. 마을의 보안관 라일라는 야간조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필로폰 제조상인 건장한 성인 남성 2명을 피떡으로 만들어 죽여버린 여성 이비를 체포한다. 라일라는 남편 클린트가 정신과 상담의로 근무중인 여성 교도소로 이비를 이송하고 이비는 이곳에서 천리안을 가진 듯 바깥의 아수라장을 클린트에게 상세히 이야기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은 잠에 빠져들고, 남아있는 여성들은 잠들지 않기 위해 각성제와 커피를 뒤섞은 칵테일 커피를 미친듯이 마셔대며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남자들은 광기에 휩싸여 소요사태를 벌이고 상황은 점차 극단으로 치달아 가는데...... 



이것은 '스티븐 킹'이 들려주는 21세기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러판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판데믹 공포에 휩싸인 지금 여성들이 잠드는 병에 걸려 세계가 쑥대밭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묘하게 현실과 공명하면서 더욱 공포심을 자극한다. 곤히 잠든 아내를 깨웠다가 심한 곤욕을 치르고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잠든 여성을 억지로 깨웠다가 벌어지는 피튀기는 살육은 호러가 주는 자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여자들이 전부 잠들어버려 공황상태에 빠진 남자들이 광기에 휩싸여 누구도 예상 못한 똥멍충이 짓거리들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남성이 가진 대책없는 무지와 폭력적 성향을 관통하는 것 같아 욕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ㅜ_ㅜ



일단 이번 1권에서는 오로라 병이 확산되면서 공황상태에 빠지는 마을의 개개인들을 비추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재미를 보여준다. 36시간째 뜬눈으로 각성제를 흡입하는 보안관 라일라, 여성 교도소 제소자를 상담하는 정신과 상담의 클린트, 미모의 뉴스 기자 미케일라, 잠든 딸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야생 동물 관리관 프랭크 그리고 모든 사건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미스테리어스한 여성 이비까지....이들의 고군분투를 읽다보면 어느새 600페이지가 훌러덩 넘어가 버린다. 일단 1권까지 읽은 느낌으로는 '스티븐 킹'의 걸작 재난물 [스탠드]가 떠오르는데, [스탠드]의 빌런 랜달 플래그가 진정한 악의 화신 이었다면 이 작품의 여성 빌런 이비는 뭔가 선과 악을 구분짓기 힘든 애매모호함을 간직한 독특한 빌런의 모습을 띄는 것 같다. 별개로 이비가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그린마일]의 존 커피와 매칭되기도 한다.('스티븐 킹'의 평행우주 랄까...ㅎㅎ) 앞으로 펼쳐질 2권에서 이비와 클린트의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해지는데.... 어쨌던 2권 부터는 '킹'의 장기인 초자연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 같다. 



일단.....'킹' 부자의 콜라보, 성공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성술 살인사건 (2020년 개정판 2쇄)

저자 - 시마다 소지

역자 - 한희선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5500원

페이지 - 518p



신본격의 전설적 작품이 전설적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 되다



사건 1. 

우메자와가의 장남 헤이키치가 작업실에서 사체로 발견됨

- 후두부에 둔기를 맞고 사망

- 작업실 내부는 완벽한 밀실상태

- 작업실 밖 창가에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들

- 쪽문에서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발자국

- 헤이키치는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음

-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2. 

- 우메자와가 장녀 가즈에가 자택에서 사망

- 꽃병에 머리를 가격당해 사망

- 3면의 거울 앞에서 죽음

- 사망당시 자궁내에서 정액발견

- 3면 거울로 침입자를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사망한걸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3. 

- 우메자와가 헤이키치의 딸과 남동생 우메자와 요시오의 딸들 6명이 한꺼번에 음독살해

- 시체는 시간차를 두고 동경 138도 48분에 걸쳐 발견

- 발견된 사체는 각 부위가 분절되어 발견됨



그리고 발견된 한 권의 미스터리한 수기.

이것이 전설로 불리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작이다.

 


신본격의 시조새라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점성술 살인사건]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손을 거쳐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명성은 수차례 들어왔지만 추리 구력이 짧은 본인은 이 작품을 그저 소문으로만 접했었다만 드디어 개정판으로 영접하게 되었다. 충격적 설정과 잊혀지지 않은 기똥찬 트릭으로 본격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는 그 작품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뭔가 목욕제계라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_-;;; 좌우간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우선 그 문제의 수기가 본인을 맞이한다. 무려 40년전 우메자와 헤이키치가 직접 쓴 걸로 보이는 수기에는 자신의 여섯 딸들을 제물삼아 최강의 비너스인 아조트를 만들고자 하는 집착과 광기가 한가득 쓰여있었다. 유독 점술에 의지하는 경향이 많다는 일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생전 처음 전문 점성술 용어와 현자의 돌을 위시하는 연금술이 짬뽕돼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이키치는 돌멩이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 대신 살아있는 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의 여신 아조트를 빚어내는데 연금술을 접목하는 것.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쳐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법. 이것은 '에드'가 그렇게 외쳐대던 등가교환의 법칙 아니던가! 어쨌던, 오직 일본인만이 낼 수 있는 십덕후 스러운 음산한 분위기와 뒤틀린 개똥철학이 듬뿍 버무려진 이 도입부는 확실히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서 무대는 현재로 넘어온다. (현재라지만 1980년대이니....지금으로부터 40년전이 배경인 거다. ㄷㄷㄷ 이거슨 40:40:40의 법칙인가?!!!)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일러스트레이터 이시오카가 40년전의 엽기적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범인에 대해 논의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미타라이는 괴팍하고 신비스러운 성격의 홈즈와 같은 역할을, 이시오카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미타라이를 돕는 왓슨의 롤을 수행한다. 이렇게 둘의 대화를 통해 3건의 사건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어쩔 수 없이 독자도 이 희대의 기괴한 사건에 참가 시키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여타 신본격과 마찬가지로 떡밥과 진실이 난무하는 무대에서 작가가 던지는 힌트를 잘 주워담으며 범인을 유추하는 것 뿐. 다만 2건의 밀실살인에 6구의 시신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살육 사건을 모두 조합해야만 비로소 진실과 마주할 수 있으니...-_-;;; 뭐 본인은 애초부터 두 손, 두 발 다들고 GG쳤다. 그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 집요하고 음울하며 기괴한 설정에 빠져들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무려 400페이지에 걸쳐 40년전의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광기의 살인에 숨겨진 진실은 오히려 인간의 단순한 악의에서 비롯되는 거라는걸 깨닫게 된다. 충격적 설정에 매몰되다 보면 진실을 보지 못한 채 범인이 만들어 놓은 껍데기만 쫓는 다는 말인데 이 역시 결말을 읽고서야 느끼는 소회이니 ㅠ_ㅠ 허허... 본격추리가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이 트릭을 과연 몇명이나 맞출 수 있겠는가. (아닌가?)



어쨌던, 줄기차게 힌트를 주고 두 번에 걸쳐 작가가 직접 트릭을 맞춰 보라며 독자에게 도전장도 내민다. 그런데 막상 트릭을 보고나니 언젠가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는데 허허. 이 핵심트릭이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무단으로 가져다 썼단다. 아무래도 김전일을 통해 접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시감인줄 알았나보다. 젠장할... (그래서 김전일 원작가 '아마기 세이마루'가 그렇게 가루가 되이도록 까이는구나.) 하지만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쓰일 정도로 신체훼손의 대명사가 된 트릭을 최초로 만들어내고 여기에 또다른 밀실요소와 점성술, 연금술을 접목해 500페이지의 볼륨으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이미 레전드의 요소를 갖추는 증거라 평하고 싶다. 신본격은 모 아니면 도다. 한가지 사건으로만 줄기차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마지막에 뒤통수 후려치는 신박한 트릭으로 독자를 강타해야만 기억에 남는 장르가 이 본격이라는 장르이다. 설령 그 과정이 조금 지리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독자의 뇌리에는 트릭만이 남을테니. 그런데 40년이 넘도록 이렇게 회자되고 새로이 개정판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2020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 없이 독자를 전율케 할 수 있는 여전히 통하는, 아직 살아있는 트릭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_-;; 허허... 현존하는 작가의 이름을 딴 시마다 소지 상이 괜히 있는게 아닌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디오게네스변주곡 (2020년 초판)

저자 - 찬호께이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7500원

페이지 - 459p



찬호께이 그의 10년의 궤적



지금까지 본인이 읽어본 '찬호께이'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장편 2편에 단편집 1편을 읽었더라.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사회파 추리소설 [망내인]과 오컬트 호러의 탈을 쓴 추리소설 [염소가 웃는 순간] 그리고 기발한 재치가 돋보이는 연작 단편집 [풍선인간]까지...불과 3편의 작품안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는 시도와 나름의 완성도를 끌어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홍콩, 중국, 대만등 중국어권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그의 10년간의 작가생활을 망라하는 열 일곱편의 단편을 담아낸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일단 중화권에서 가장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집인만큼 무척 기대를 많이 했던 단편집이었고 확실히 작가 '찬호께이'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없이 만족할만한 '찬호께이' 종합선물세트인 작품일 것이요, '찬호께이'를 처음 접하는 예비 팬들에겐 그의 두툼한 장편을 만나기에 앞서 가볍게 워밍업하게 안성맞춤인 단편집이라 평하고 싶다.



무작위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선택한 후 그 키워드를 순서대로 사용하여 하나의 엽편을 만들어 내는 3편의 습작을 포함하여, 본격 추리, SF, 심령소설, 풍자소설, 공포소설 물론 이 장르들을 믹스한 혼합장르까지 작가의 머리속을 잠시 들어갔다 나온것 같은 기분이다. 뭣보다 이런 기획이 아니라면 절대로 만나지 못할 3페이지 짜리 엽편이나 습작들까지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론 너무나 좋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낄진 모르겠다.) 



1. 파랑을 엿보는 파랑

여성의 집에 침입한 뒤 퇴근한 여성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바닷가로 데리고 간 남자. 남자는 여성과 함께 바다로 들어가는 데...

- 타인이 훤히 들여다보는 개인 SNS에 자신의 일상과 중요한 정보들을 올리는 이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08년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낸 작품으로 작가의 초기 느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마지막 반전을 보면서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을 실감한다. 



2.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

노숙자들이 산타클로스에 대한 실없는 농담을 하던중 한 노숙자가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해 문제를 낸다. 썰매를 끌고 나갔던 산타클로스가 돌아왔는데, 썰매에는 밧줄로 묶인 머리없는 시체가 타고 있었다. 썰매에는 수염으 흩뿌려져 있었고, 피가 범벅돼 있었다. 

- 범인은 누규? -_- 

 


3. 정수리

어느날 거울을 보던 남자는 깜짝 놀란다. 거울 속 자신의 머리 정수리에 끈이 매달려 있고 그 끈의 끝에는 흉측한 괴물의 형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급히 집밖으로 뛰쳐나왔고 경악한다. 거리의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정수리에 이상한 괴물들을 메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 2018년에 쓴 공포 작품인데, 작품을 읽자마자 만화 '이토준지'의 [목메는 기구]와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가 떠올랐다.(물론 이 만화들은 내 인생만화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만화들이다.) 뭐 소스를 땄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에게 닥친 혼란과 공포 그리고 하무한 듯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반전이 좋았고 앞서 언급한 만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4. 시간이 곧 금

자신의 인생 곧 시간을 팔거나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시간을 팔 것인가? 살 것인가? 시간 거래소에서 인생의 시간을 거래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이 작품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말년'작가의 [잠은행]이 떠올랐다. 환상소설풍의 작품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나 결말이 예상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다.

 


5. 습작 1

- 키워드 : 슬픔 / 옷 / 농장의 동물 / 예배당 / 적 , 이 키워드로 써놓은 2페이지짜리 엽편을 보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ㅠ_ㅠ 허허. 



6.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 

추리작가로 성공하려면 정말로 사람을 죽여봐야 해! 편집자의 말에 예비작가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편집자가 이야기 하는 살인과 추리소설의 상관관계를 듣다보니 정말로 완벽한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추리 소설을 쓸 수 있을것 같다고 느꼈다. 결국 예비작가는 누구도 풀 수 없는 밀실 살인을 선보이는데....

- 사람을 잘 죽여야 성공한다. 더 많이, 더 복잡하게, 더 잔혹하게, 더 충격적으로....암살요원의 얘기가 아니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추리소설 작가인 '찬호께이'가 설파하는 살인의 필요성이 묘하게 외닿고 이어서 선보이는 밀실살인이 본격의 묘미를 살려낸다! 웬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소설]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7. 필요한 침묵 

- 그야말로 엽편이다. 어찌보면 장편을 쓰기 위해 쓴 도입부 인 것 같기도 하다.
 


8. 올해 제야는 참 춥다 

- 역시 장편을 쓰기 위해 쓴 도입부의 느낌이다. 미완성의 느낌.



9. 가라 행성 제9호 사건 

- '찬호께이'의 SF 단편이다. 아쉽지만 작가의 SF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_-;;;



10. 내 사랑, 엘리

2층 침대에는 싸늘하게 식은 아내의 시신이, 1층에는 아내의 여동생 내외가 식사를 하러 왔다. 남편은 언니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하게 동생 부부의 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 치정에 의한 가족간 살인. 뭔가 서양의, 영미권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11. 습작 2

- 키워드 : 병에 걸리다 / 배 / 옷 / 연인을 만나다 / 함정



12. 커피와 담배

거리 벤치에서 깨어난 남자는 잠들기 전의 일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무겁고 멍한 남자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그런데 커피숍 안에 있는 사람들은 커피 대신 모두가 담배를 피고 있는데......

- 느닷없는 상황 설정. 그리고 그 판타지스러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이해시키는 설득력이 돋보인다. 짧지만 강렬한 환상소설 혹은 SF 작품이었다.

 


13. 자매

여친의 언니를 죽인 남자. 남자는 여친과 짜고쳐 아무도 모르게 언니의 시신을 완벽하게 없애야 한다.

- 시신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묘사되지만 허무한 느낌의 결말이다. 

 


14. 악마당 괴인 살해 사건

지구를 정복하려는 괴인들의 본부에 유전자 실험으로 만든 감자 괴인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괴인들 중에 있다!

- 가벼운 느낌의 판타지 추리 작품이데, 역시 본인 취향에는 그닥 맞지 않았다.



15. 영혼을 보는 눈

거리의 노인에게 담배를 선물한 남자. 노인은 남자에게 답례라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젊었을적 영혼을 보는 눈으로 여러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하는 노인에게 남자는 묻는다. 지금은 왜 노숙자 처럼 거리를 배회하냐고......

- 환상특급 같은 단편인데, 이쪽이 본인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16. 습작 3

- 키워드 : 악마 / 부모 / 곧 사망한다 / 행운 / 반지

 


17. 숨어 있는 X

대학교 추리학과를 교양 과목으로 청강하던 남자는 학과 교수의 퀴즈에 흥미를 갖게 된다. 자신이 내는 추리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 A하점을 주겠다는 것. 문제는 수업을 들으러 온 일곱 명의 학생 가운데 숨어있는 조교가 누구인지 맞추는 것이다. 이름하야 숨어있는 X를 찾아라! 남자와 학생들은 X를 찾기위해 난상토론을 펼치는데....

- 떡밥과 거짓이 난무하는 카오스에서 진실을 맞춰야 하는 난상토론 추리 배틀! '이시모치 아사미'의 [절벽 위에서 춤추다]와 유사한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몇몇 작품은 실로 무릎을 탁 치고 Hands UP을 할정도로 예상치 못한 기똥찬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고 몇몇 작품은 아직 미완성의 덜 여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든 저렇든 한편 한편 시간가는줄 모르게 충분히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작가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각기 다른 색깔에 놀라게 만드는 단편집이었다. 



"나는 영감이 부족해서 작품을 쓰는 데 애를 먹은 적은 없다. 오히려 손맛이 없어서 고생한 적이 많다. 간단히 말하자면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떻게 써도재미있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 _444p



작가의 다양한 소스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품세계는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사라진 세계 (2020년 초판)

저자 - 톰 스웨터리치

역자 - 장호연

출판사 - 허블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67p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모든 것이 끝난다.



"그녀는 옆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 동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른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손으로 눈 위를 가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빛이 너무도 밝았다. 마치 밤하늘에 태양이 뜬 것 같이 지구의 차가운 광채를 되살리는 강렬한 빛이었고, 그 주변의 어둠은 농도를 높인 것처럼 새카맸다. 그리고 달을 포함해 하늘에 떠있는 모든 별의 빛깔은 탈색을 한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로선 여태까지 이렇게 밝은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점점 더 밝아졌다.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_503p



작년 한해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 SF계를 평정했던 출판사 허블에서 20년을 맞이하여 초대작 SF가 출간되었다. '톰 스웨터리치'? 작가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난 뒤 본인에게 대박SF작가로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무지막지한 볼륨안에서 한 눈 팔새도 없이 수많은 복선과 암시가 교차한다. 시간 여행장르의 특성일까? 단지 장르적 특성이라고 치부하기엔 호러에 가까운 암울한 분위기와 복잡한 스토리가 주는 깊이와 몰입감, 그리고 결말의 카타르시스가 무지막지하다. 그렇다. 이 작품은 타임워프물이다. SF를 리뷰해오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단 타임워프 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에 잔혹한 살인을 깔고 언더커버 임무를 수행하는 매력적인 여수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오호~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계 종말의 거대한 음모와 우주의 미지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코즈믹 호러를 더하고, 양자역학, 페러럴 월드, 화이트 홀, 웜홀 등등 과학이론들을 양념으로 뿌려주니, 이건...뭐.....-_-;;; 포스트아포칼립스 타임워프 언더커버 스릴러 코즈믹호러 하드 SF인가?!!!! SF장르의 재미요소를 집대성한 끝내주는 하드SF였달까.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인류는 종말을 맞는다.


 


지구위의 모든 인간은 하늘에 뜬 역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근육과 혈관, 혈액이 분리되어 끔찍한 고통속에 죽을 것이다. 


이것은 종말에 대한 신화가 아니다. 

인류의 종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터미너스. 인류는 우주에서 강림한 종말의 존재를 

터미너스라 부른다. 


시간 여행 수사관 섀넌 모스는 지구에 강림할 터미너의 시기를 늦추고

인류가 생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미래로 타임워프 한다. 


무수한 가능성의 시간선에 도착한 모스가 본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평행세계에서 터미너스의 강림을 막을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인류의 미래가 섀넌 모스에게 달려있다.



현재와 미래, 미래와 현재. 미치도록 꼬이고 얽혀가는 시간선 속에서 현실과 환상, 광기가 폭발하고 독자들의 아드레날린도 덩달아 폭발한다. 더군다나 초반부터 배경 설명은 최소화하여 짙은 안개속을 헤쳐나가듯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드러나는 배경과 진실들이 등대처럼 독자들을 밝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포가 안되는 선에서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일단 타임워프에 대한 설정이 독특하다. 타임머신 같은 머신을 통한 시간 여행이 아니라 웜홀 같은 차원의 통로를 통해 다중 우주의 세계로 떠난다는 설정이다. 하여 시간 여행 당사자(모스)는 워프한 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본인을 만날 패러독스를 피하게 된다. 또한 모스는 미래의 시간선으로만 워프가 가능하며, 다중 우주의 공간에서 원래의 시간선으로 돌아오는 즉시 모스가 있었던 시간선의 세계는 소멸된다. 결국 모스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한 힌트로서만 작용한다는 말이다. 과거로 워프할 수 없으니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수정하는 것도 불가하다. 물론 이 설정이 신박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비슷한 타임워프 수사물로 '폴 앤더슨'작가의 [타임 패트롤]이 떠오르는데, [타임 패트롤]은 오직 과거로만 타임워프 할 수 있다는 설정과는 정반대되는 설정이다. 



사실 볼륨도 무지막지하거니와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떠들 수 있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나 이야기 하면 할수록 스포성이 짙어지니 스토리 얘기는 그만두고,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비롯한 코즈믹 호러물을 선호하는 편인데, 근원도 이유도 모를 인류를 멸망사킬 터미너스라는 호러요소가 농도 짙은 잔혹도와 공포에 이르는 광기를 끌어올려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일단 멸망을 상정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니 인간의 절박함이 기본 탑재되고, 세계는 더없이 암울하다. 머....현재와 미래에서 흩뿌려 놓은 떡밥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지는 결말에서는 추리 뺨치는 반전요소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즐기면 된다. 하드이기도 하고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묵시록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래 읽었던 영미권 SF중에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는 천직입니다만 놀놀놀
양시명 지음 / 북오션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는 천직입니다만 (2020년 초판)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9500원

페이지 - 155p



작가 양수련을 만나다



'에세이는 개인의 기록임을 밝히는 바다, 전적으로 나의 기억이다.' _155p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가 창조해낸 이야기를 만난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저 막연히 상상한다. 며칠째 감지 못해 떡진 머리, 아수라장과 다름 없는 책상, 산처럼 쌓여있는 책들 그리고 한 글자,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작가의 고뇌에 찬 모습.....-_- 이것도 클리셰일까? 어쨌든....이 에세이는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쓴 추리작가 '양수련'이자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을 쓴 '양시명' (양수련과 양시명은 동일인이다) 작가의 자전적 일상을 담아낸 에세이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의류학과를 복수전공하여 디자이너를 꿈꾸었으며 수 년째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혼자 살고있는 양수련 작가의 속깊은 일상의 이야기를 이런 자전적 에시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작품을 읽으며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역시 내가 갖고 있던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저 클리셰였다는 것을...그리고 누구나 겪고 느끼는 일상을 자신만의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남다른 시각은 오직 작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원이자 재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외로운 솔로 라이프를 이야기 함에도, 하루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힘겨운 전업작가의 고뇌 속에서도, 여자로서 받는 차별의 순간에도 순간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내일을 향해 꿈꾼다. 언제나 꿈꿔야 하는 직업 작가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삶의 곳곳에서 열리지 않는 문들과 종종 마주했다. 견고한 장벽이라 내 힘으로는 도젛시 무너뜨릴 수도 없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그런 문들을 말이다. 내게는 열리지 않는 그 문들 앞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속울음을 게워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내가 열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찾아 나는 헤맸다. 나를 고집 하지 않으면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문밖에 두고 가는 일은 내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_98p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가장 솔직하게 본인의 내면을 절실히 이야기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 인간적인 작가 '양수련'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그녀의 삶에 뛰어들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유롭게 글을 쓰며 당당하게 솔로 라이프를 영위하는 당신은 작가가 천직입니다!



덧 - 에세이 속 북토크 에피소드는 천호 교보에서 열렸던 [한국추리작가협회 6인 8색 미스터리 토크]였는데 그 자리에 본인도 참석했고, 작가의 인상깊은 삶의 한조각에 함께해서인지 더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