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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시슨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6
리처드 매시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리처드 매시슨 (세계문학 단편선 36)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2020년 초판)
저자 - 리처드 매시슨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7000원
페이지 - 644p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 이전에 '리처드 매드슨'이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이 바로 '리처드 매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평한 글이다. 좀비문학의 걸작으로 뽑히는 [나는 전설이다]외에도 [줄어드는 남자] 같은 기발한 SF 작품등 호러와 SF, 스릴러를 넘나드는 호러 단편문학계의 정수, 호러 마스터 '리처드 매시슨'의 단편들이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 여섯번째 넘버로 출간되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미 당신은 그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by 닐 게이먼
뒷표지에 쓰여있는 '닐 게이먼'의 추천사가 진짜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게 정말로 이 단편집에 실린 33편의 작품들을 읽고 있으려니 어딘가에서 본 듯한, 또는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이거나 2차로 제작물인 영상으로 보았던 이야기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공포의 끝을 보여주는 공포 호러문학의 걸작선! 서른 세번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카타르시스. 진정한 공포의 제왕 '리처드 매시슨'이다.
한편 한편 전부 소개하고 싶지만 워낙 많아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언급해 본다.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단편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는 여덟살 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시작부터 수상함을 가득 품고 있다. 지하실에서 집 밖을 훔쳐보는 소년.... 혹여 이웃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엄마와 아빠가 무서운 얼굴로 소년을 찾아와 몽둥이로 힘껏 두들겨 팬다. 엄마와 아빠에게 미움 받는 이 소년의 정체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이야기인데도 소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알 수 없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사막 카페]는 사막 한가운데 서있는 카페에 들른 부부의 이야기이다. 아내와 남편은 각각 화장실에 들어가고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는 카운터에 앉아 남편을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깜깜무소식. 참다 못한 아내는 남자 화장실을 확인하지만......남편이 없다...... 사막 한가운데, 타고 온 차는 그대로. 남편은 난데 없이 증발.... 아내는 공포에 휩싸이는데.....
이 단편과 더불어 [결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만난 난폭운전을 하는 트럭과의 치열한 신경전과 공포를 그려낸다. 그런데 [사막 카페]와 [결투]을 읽으며 묘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 두 단편을 합치니 '스티븐 킹'의 [트럭]이 튀어나온다. 사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스티븐 킹'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티븐 킹'이 '리처드 매시슨'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2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창문 밖으로 엔진을 부수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목격한 남자의 이야기인 표제작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역시 '스티븐 킹'의 단편에서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를 봤던 기억이 어렴풋 난다. [2만 피트 상공의 악몽]은 공포 미드 [환상특급]의 에피소드로도 제작되었다. (국내 방영 당시 이 단편을 봤었으니...리얼 아재인가....) 어쨌던, [금연 주식회사] 같은 매서운 광기를 머금고 독기 품고 쓰던 '스티븐 킹'의 초기 시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이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유령선]과 [깔끔한 집], [죄수], [태양에서 세 번째], [최후의 날]등은 호러 뿐만 아니라 SF에도 재능이 있음을 보여주는 SF 작품이다. 특히 [깔끔한 집]에서의 뒤통수에 달린 눈알은 공포 SF미드 [제 3의 눈]의 에피소드와 상당히 닮은 부분이 있어 그때의 기억을 일깨워 준다. [딥 임팩트]를 떠오릴게 하는 [최후의 날]도 종말이라는 클래식한 SF로 대종말의 상황에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국내에서 명성을 얻게 했던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독특한 좀비, 뱀파이어 단편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했던 [버튼, 버튼]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동안 '리처드 매드슨'의 이름으로 출간된 [더 박스]나 [나는 전설이다], [줄어드는 남자] 등에 실린 몇몇 단편들 혹은 호러 앤솔러지에 수록된 단편들이 아쉬웠던 사람들이라면 서른 세편, 육벡오십여 페이지의 육중한 분량에 논스톱으로 '리처드 매시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끝내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