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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배심원단 (2020년 초판)_미키 할러 시리즈 5
저자 - 마이클 코넬리
역자 - 한정아
출판사 - RHK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11p
어둠에서 빛으로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는 처음이다. 그러나 수년전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 한 '매튜 맥커너히' 주연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꽤 오래전인 듯 하여 찾아보니 2011년 개봉작이다. 어쨌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다섯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워낙 오래전에 본 영화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전 스토리와 상관없이 바로 이 작품 [배심원단]을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거장이라는 칭호가 그냥 붙는 건 아닌 듯 하다. -_-
어쨌던, 일본 미스터리로는 여러 개성있는 변호사들을 만나왔는데 천조국의 변호사 그리고 법정물을 접해보니 뭔가 스케일이 다르긴 다르더라. 거의 각개격파로 의뢰인을 변호하는 일본 미스터리와는 달리 이 쪽은 로펌급으로 여러 조력자들과의 합과 협력의 과정들이 색다른 맛을 내는 것 같았다. 어찌됐던, 땅속 끝까지 추락한 미키 할러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본궤도에 오르려 노력하는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영화화 되면서 인기를 구가하던 미키 할러는 권력욕을 보이며 검찰청장에 도전하였으나 자신이 변호하여 풀려난 의뢰인이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평판이 바닥에 떨어지고 선거에서도 죽을 쑨다. 게다가 전처와의 딸에게 까지 외면 받으니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최악의 현실도 현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의뢰인의 대형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던 미키 할러에게 새로운 사건이 접수된다. 인터넷으로 매춘부를 알선하는 디지털 포주가 매춘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잡히고 사건의 변호를 미키 할러에게 맡긴 것. 미키 할러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살해당한 매춘부가 과거 자신이 변호하고 도움을 줬던 여성임을 알아차린다. 드러난 그녀의 정체와 함께 매춘부 살해사건이 거대한 음모의 한 조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건 뭐 블랙코미디 인가? 작가의 위트인가....소설 내에서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영화화 되어 인기를 누린다는 설정이라니....ㅎㅎㅎ
한국도 이제 막 배심원 재판제를 도입하는 발걸음 단계이지만 미국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제도로 알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죄의 판단을 판사에게 맡기지 않고 평범한 12명의 일반인에게 맡겨 여부를 가리는 배심원제도야 말로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제도일지 모르지만 이런 법정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검사던, 변호사던 이 문외한 12명의 마음을 사로 잡는 이가 바로 승자라는 사실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면,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대로 좌지우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키 할러의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토씨 하나까지 배심원단의 반응 살피며 변론하는 소름끼치도록 치밀한 법정 공방이야 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법정 스릴러가 법정 공방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겠지만 말이다. 전혀 길이 보이지 않던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증거를 모으고 단서 하나하나를 짜맞춰 사건 당일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형사 수사물과 유사하면서도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법정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이번 빌런은 꽤 막강한 인물이니 그런 빌런을 깨부수는 카타르시스 역시 꽤 볼만 하다.
돈되는 일은 뭐든지 하고 로펌 팸을 위해 비록 더러운 일도 마다않던 미키 할러가 전작에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여 개과천선(?)하는 과정이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매춘부를 고용하여 수익을 챙기는 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죄를 짓지 않았다면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미키 할러의 변호사 의식이 멋져 보였다. 긴장감 터지는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