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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 김희재 장편소설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2월
평점 :
하우스 (2020년 초판)
저자 - 김희재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46p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기묘한 동거
로맨스 스릴러 [소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작가 '김희재'의 두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혈흔이 낭자한 침대 위 배게 그리고 [하우스]. 이번 작품은 폐쇄적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여성의 서스펜스를 그리는 메리지 스릴러일까? 나름 그정도를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성공한 프로그래머 정진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서원. 그리고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들 원우는 민가와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최신식 자동화 IOT 시스템으로 설계한 저택에서 모자람 없이 생활한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하루. 그러나 행복 이면에는 누구도 상상못할 경악할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남편 정진이 출근하고 나면 홀로 있는 아내 서원을 찾아오는 남성의 그림자.....
그리고 이어지는 격정적 섹스, 질투, 배신......그리고......경악과 공포!
부디 이 작품을 단순히 치정 로맨스 스릴러로 단정 짓지는 말길 바란다. 그렇게 결론 짓기엔 결말의 전개는 너무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신식 집안에서 남편 몰래 정분난 남녀의 짐승처럼 헐떡이는 정사신을 보고 있자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분노가 치밀었던 게 사실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저울질 하는 우유부단의 극치를 보이는 아내 서원을 욕하고 멍충이 같이 일편단심으로 사랑을 갖다 바치는 남편 정진의 고통에 감정이입 됐던 것도 사실이다. '손예진'이 주연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고 굉장히 찝찝했던 기분이 다시금 떠올랐다. 금단의 사랑이 취향이 아닌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불륜 짓거리를 계속 봐야 하는 건가? 라고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참고 더 보라고....
뭐랄까. 폐쇄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중생활, 서스펜스, 서서히 위기에 처하는 남편 정진을 보면서 비슷한 하우스 스릴러인 'JP 덜레이니'의 [더 걸 비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뒤바꿔 전개하는 아류쯤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전혀 아니었다! 그저 그런 예측 가능한 변화가 아니었다. -_-;;;;;;;
하하하.....사실 결말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구나! '박해로'작가의 퓨전 공포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봤을때의 충격을 다시 느꼈달까. 그당시 느꼈던 황당함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갓집의 저주 살]과 비견될 정도로 이 [하우스]역시 꽤 도발적인 장르 크로스오버를 시도한다. 마찬가지로 [상갓집의 저주 살]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논란이 예상되는 전개이고 분명히 극명한 호불호가 갈리리라 생각된다.
다만, 이래저래 판을 벌려 놓고 수습을 못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유체이탈 하는 게 아니라 꽤나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막판에 뒷통수를 후려치는 수를 보이기에 '불호'보다는 '호'쪽으로 손을 들고 싶다. 개인적으론 자극적이고 신선해서 좋았다. 누군가에겐 말도 못하게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허나 결말을 위한 사전 포석이 워낙 교묘했고 그림을 보는 듯한 묘사와 치밀한 심리묘사가 좋았던지라....ㅎㅎㅎ
말했다시피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혹은 '도진기'작가의 [정신자살]이 취향에 맞았다면 이 [하우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혹은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는 도전정신 강한 독자라면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