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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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2020년 초판)

저자 - 아오야기 아이토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15p



이런 것이 뉴트로 미스터리!



일본 고전 동화를 재해석하여 본격 미스터리로 탄생시켰다.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경계없는 창의력에 항상 놀라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그 놀라움의 수위를 또 한번 경신 시켜버렸다. 기발하고 신선하다. CCTV도 없는, 마법과 도깨비가 판을 치는 동화의 새계. 작가가 쓰는대로 그것이 규칙이 되고 설정이 되는대도 불구하고 설득력있는 복선과 규칙의 바운더리 안에서 신박한 트릭을 창조해내는 작가의 치밀함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더군다나 작품에 실린 일본의 고전 전래 동화는 일본 전래동화를 모르는 본인조차도 귀동냥으로 들었던 이야기이거니와 한국의 전래동화인줄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있으니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전래 동화와 콜라보한 본격의 묘미들! 부재증명, 다잉 메세지, 도서 추리, 밀실 살인, 클로즈드 서클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기막힌 이야기들의 향연에 넋을 잃게 되리라.



1.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서양에 엄지공주가 있다면 일본에는 엄지 동자가 있다. 도깨비를 물리치고 귀족의 딸과 결혼하게 되는 엄지 동자 이야기를 본격으로 변형했다. 도깨비와 한판승을 벌이던 엄지 동자. 그리고 같은 시각 한 시간 거리의 외딴 집에서 시체로 발견된 청년. 동자와 청년의 관계는? 청년을 죽인 자는 과연 누구인가?!!!!! 


2.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떠돌이 강아지를 키운 노부부는 강아지가 밭 한가운데를 파내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파보니 그 안에서 진귀한 보물이 튀어 나온다. 이웃집 욕심쟁이 노인은 강아지를 빌려다 자신의 밭에 데려가 강아지가 가리킨 곳을 파보았으나 온갖 독충들이 튀어나오고, 홧김에 강아지를 죽여버린다. 욕심쟁이 노인은 강아지를 아궁이에 불태워 버리고 노부부는 강아지가 탄 재를 고이 모아 가져오던중 바람에 흩날린 재가 나무에 닿자 한 겨울에도 꽃이 피는 신묘한 일이 벌어진다. 이를 지켜보던 영주는 노부부에게 큰 상을 내리는데.....


3. 도서 갚은 두루미 

죽음의 위기에서 두루미를 구한 남자. 남자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한 두루미는 남자의 집에 놓인 배틀을 빌려 진귀한 비단 옷을 짓는다. 그리고 남자에게 한 가지를 당부하니 자신이 배틀을 짓는 동안 절대 방안을 들여다 보지 말 것. 남자 역시 그런 두루미에게 한 가지를 당부한다. 절대 안방의 장지문을 열지 말라고...... 그 사이 마을의 촌장이 실종되고 사람들은 실종된 촌장을 찾아 나서는데.......


4. 밀실 용궁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던 거북이를 구한 우라시마 다로는 거북이의 초대로 용궁으로 들어간다. 용왕은 다로를 위해 연회를 열고 흥겨운 연회 다음날. 방안에 있던 닭새우가 죽은 채 발견된다. 문은 단 하나. 빗장은 안에서 잠겨있었다. 창문은 산호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열수가 없었고, 밀실상태에서 닭새우의 죽음. 다로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하는데.....


5. 먼바다의 도깨비섬

강아지와 꿩과 원숭이와 함께 도깨비섬에 찾아가 도깨비를 토벌한 모모타로. 이후 가까스로 살아난 도깨비들은 섬에서 숨죽여 살며 가까스로 삶을 이어간다. 수 십년이 지나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도깨비들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들의 상처는 강아지가 물어 죽인듯한, 꿩이 부리로 쪼은 듯한 상처를 입고 있었고, 도깨비들은 모모타로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공포에 떠는데.....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본인에게 베스트는 3번 [도서 갚은 두루미]였다. 도서 추리라는 설명에 도서가 대체 뭔 뜻인지 의아했는데....읽고 나니 왜 도서 추리라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적 느낌...-_- 여튼 미스터리적 묘미는 3번이 최고였다. 이어서 4번 [밀실 용궁]도 좋았다. 밀실적 기법은 굉장히 간단한데, 여기에 동화적 판타지를 접목하여 생각지도 못한 트릭을 창조해낸다. 가장 별로였던 건 5번 [먼바다의 도깨비섬]이었는데, 이 놈에 도깨비들 이름이 전부 비스무리 해서 -_-;;; 수십마리의 도깨비 이름에 치여서 정작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ㅠ_ㅠ 본인은 이 이름으로 말장난 하는 서술트릭인줄 알았다는...



다소 황당무게 할수도 있겠으나 이런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읽는 독자가 납득할 수 있으냐 없느냐 이다. 마냥 동화라고 해서 되지도 않는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트릭을 짜낸다면 독자들은 외면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강점은 초반에 이 세계관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경계 안에서 복선과 회수를 해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허허허.... 독자들의 요청으로 해외 동화를 변주한 후속편 [빨간 망토, 여행길에서 시체를 만나다]도 빠른 시일내에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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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Art & Classic 시리즈
진 웹스터 지음, 수빈 그림, 성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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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2020년 초판)

저자 - 진 웹스터

그림 - 수빈

역자 - 성소희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15p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RHK의 클래식 동화 시리즈중 하나인 [키다리 아저씨]이다. 이 작품 역시 어릴적 만화로 접했던 기억이 얼핏 나는데, 원작을 접한적은 없던터라 이번에 접했다. 내 인생에도 이런 조력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미스터리함을 뿜뿜 뿜어내는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와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뜨게 만드는 해피바이러스 같은 주디 애벗의 편지들이 참된 행복의 의미를 전달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 애벗은 시간이 흘러 고아원에서 나가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사실은 진즉에 나갔어야 하지만 뛰어난 영문 실력으로 고등학교까지 고아원에서 편의를 봐줬던 것인데, 이제는 정말로 나가야 할 시간. 막막한 주디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온다. 지금껏 남자아이들만 후원해 오던 후원사에서 '처음'으로 여자아이인 제루샤의 대학 입학을 후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제루샤는 후원자의 돈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청춘의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때마다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초반 후원이 결정된 이후부터는 정말로 주디의 편지글만으로 작품이 구성된다. 어릴적 만화에서 편지를 읽는 주디의 목소리가 기억나는데, 이렇게 편지로만 구성되 있는줄은 이번에 알았다는... 지긋지긋한 고아원에서 벗어나 꿈에그리던 대학에 입학하는 주디의 달뜬 기분이 전달되 덩달아 설레이고, 여름방학에 계획했던 친구 집에 가지 못해 뾰루퉁해서 화난 편지를 보낸 뒤, 바로 그런 편지를 보낸 것을 후회하고 사과하는 업/다운이 반복되는 귀여운 모습에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학업을 위한 후원 금액 외의 돈은 다시 돌려줄 정도로 강단있고 생각이 깊은 주디를 보면서, 작가로서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주디의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다. 더불어 미스터리한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추측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내가 주디가 여름방학때 남자 동기 고향집에 놀러간다는 걸 막았을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ㅎㅎㅎ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더라도 통통튀는 매력의 편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이 사랑스러운 수다쟁이에게 빠지지 않을 수 있으랴. 넘치는 소녀감성에도 본인도 재미있게 읽을 정도로 주디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동화였다. 주디의 매력을 살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수빈'의 삽화가 어우러져 제루샤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고대하던 키다리 아저씨와의 만남 큭큭.....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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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노틸러스호
윤자영 지음, 해마 그림 / 안녕로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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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과학 박물관 : 탈출 노틸러스호 (2021년 초판)

저자 - 윤자영

그림 - 해마

출판사 - 안녕로빈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9p



네모 선장과 함께 신나는 바다속 모험의 세계로!



추리작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인 '윤자영'작가님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성인용에서 타겟을 낮춰 초/중딩을 겨냥한 청소년 과학교양 도서이다. 이미 앞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과학 추리 모험 도서 [수상한 졸업여행]이 증쇄를 거듭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대박의 기운이 풍겨오는 작품이었다.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박물관 시리즈는 앞서 '양시명'작가님의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 : 구두쇠 스크루지의 행복한 사업 계획서]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시리즈이다. 매 시리즈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로 옐로우 큐가 등장하는데 이번 작품의 주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양과학분야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그 속에서 생물 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이미 턱밑까지 닥쳐온 환경오혐으로 인한 기후위기. 멸종생물, 미래 자원까지 실로 다양한 해양 이슈들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허나 아무리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 해도 아이들이 이걸 공부로 인식하는 순간 전달력은 땅에 떨어지게 마련. -_-;;;; (재미없다며 책을 내팽개치는 첫째 딸아이의 모습을 여러번 봐왔다.) 그래서 이런 교양 학습 도서의 경우 이야기의 재미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초딩 5학년, 우수한 성적의 서연과 바닷가 마을에서 전학온 동해, 퉁퉁한 체격의 백근이는 한 조가 되어 과학창의력 발표되회를 준비한다. 사전 조사를 위해 해양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박물관 큐레이터 옐로우 큐와 만나고 바닷속을 체험하는 VR 체험기에 탑승한다. 한창 옐로우 큐의 설명을 듣던중 엄청난 진동을 느끼는 아이들. VR체험인줄 알았던 아이들은 깜짝 놀란다. 지축의 요동은 가상이 아닌 실제 지진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옐로우 큐의 가슴에 달린 뱃지가 광활한 빛을 발휘하고.....정신을 읽은 아이들과 옐로우 큐는 바다속 잠수함에서 눈을 뜨는데......



그 잠수함이 네모 선장의 노틸러스 호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ㅎㅎㅎ '쥘 베른'의 고전 명작 SF [해저 2만리]를 차용한 것이다. 전설의 잠수함 노틸러스 호를 타고 바다속과 무인도의 원주민들, 빙하로 가득한 남극까지.... 종횡무진 모험을 펼치는 작품속 세 아이들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도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교양 학습 도서로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게 되는 이야기의 재미가 충족된다는 말인데 여기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수준 높은 일러스트레이터 '해마'의 삽화가 곁들여져 어른인 본인의 눈까지 현혹 시킨다. 현란한 삽화와 신나는 SF 모험 이야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교양 도서답게 옐로우 큐의 과하지 않은 적절한 설명으로 전달한 뒤, 추가로 필요한 설명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하여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알찬 구성이다. 



 



잠수함의 원리나 생물 종의 분류법 등 초등 고학년/중1 과학 교과서의 내용들을 알기쉽게 원리와 예시로 설명해주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원리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뭣보다 지금까지도 미지의 세계인 바다속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터이니 일단 권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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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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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2020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44p



과거의 추억이 보정을 벗을 때



때때로 타인의 생각없는 행동, 말 한마디가 가슴의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있다. 비단 살아가면서 나만 상처 받았을리는 만무하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겠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던가. 그런데 그런 감정을, 상처를 그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주변인들의 시선도 있고,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이 그런 것을 집고 넘어가는 게 웬지 속좁아 보이기도 하고, 여튼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냥 묻고 넘어가는 수가 많을텐데....



만약.... 누군가. 예를들어 친구라던가, 은사, 혹은 동창이 나의 무심한 행동에서 비롯된 상처를 가슴에 담아둔 채로 기나긴 시간이 지난 뒤 재회한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그 감정을 내 앞에서 마치 어제의 일인양 거침없이 쏟아낸다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생경하고 난처한 감정이 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던가?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았단 말인가?' 분명 남들처럼 평범한 보통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내게....



너무나 예민한 상대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심했던 그때의 내 행동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에는 읽고 있는 것만으로 아찔하고 불편해지는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 동기 나베의 신부

대학 합창단에서 여자 동기들의 사랑을 받았던 남자 동기 나베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졸업한 합창단 동기들은 나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갖는다. 나베는 결혼예정인 신부와 함께 동기들을 만나는데, 단원들은 언제나 친근하고 자상했던 나베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름을 느끼는데....


2. 돋보이지 않는 아이

인기 그룹의 맴버로 인기몰이를 하는 보이 그룹의 소년이 방송 때문에 중학교 모교를 찾는다. 미술선생 마쓰오는 소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소년의 동생을 담임으로 가르쳤던 기억을 떠올린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소 평범했던, 돋보이지 않았던 아이. 그랬던 소년이 눈부시게 성장한 모습에 감회가 새로운데, 방송을 마친 소년이 마쓰오를 직접 찾아와 독대를 신청하는데.....


3. 엄마, 어머니

친구의 집에 방문한 나는 탁상위에 놓인 사진 한장을 주목한다. 연보라빛 기모노를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친구의 사진. 친구는 나의 시선을 보며 사진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인식 때 입었던 기모노는 사실 연보라빛이 아니었다고....


4. 사호와 유카리

학창시절 영혼을 본다며 거짓말을 늘어놓던 아이 유카리는 성인이 되어 유명한 학원 원장으로 성공한다. 그런 유카리와 동창이었던 사호는 잡지기자로서 유카리에게 인터뷰를 신청한다. 마침내 인터뷰 승낙 연락이 오고, 사호는 유카리와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한다. 인기있었던 사호와 음침하고 소심했던 유카리. 그리고 그 둘이 마주하는데.....



첫번째 단편은 여초그룹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너무나 리얼하고 여성들의 생리를 관통하는 단편이라 놀라웠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장관리에 지친 물고기의 홀로서기랄까....-_- 그 물고기의 심정이 너무나 와닿았고 달라진 물고기의 모습을 안주거리 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불편했다.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이런 미묘한 감정선을 캐치하고 살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인데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어색하고 난처한 어긋난 만남들이 이어진다. 여기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간의 만남은 그냥 안맞는거다. 꼭 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들정도로 안맞는 악연. 평생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하게 되는 그런 만남들 말이다.  



이 단편집을 굳이 정의하자면 잔잔한 이야미스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일 때문에 상대의 적의를 그대로 당해야만 하는 그런 불편한 자리. 하지만....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불편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또 불편해지는 작품. 그럼에도 '츠지무라 미즈키'의 현실적 감성이 비수 같은 공감으로 가슴에 내리 꽂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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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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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스토어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69p



남한과 북한 그 사이의. 제 3의 지대



"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 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 _42p



한국과 북한의 첨예한 대치. 분단국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캐치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꾼. '정명섭'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됐다. 지금은 완전히 빗장을 걸어 잠궈버렸지만 남북의 화합과 공영의 분위기에 힘입어 진행됐던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바로 개성공단 프로젝트였다. 남한의 집약적 기술과 자본을,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합쳐 서로가 수익을 보는 사업의 일환이었던 이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사업초기만 해도 불안과 우려속에서 시작되었지만 본 궤도에 오르면서 나름 높은 생산성과 수익을 가져와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으로 성장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개성공단은 중단에 이른다. 개성에 투자했던 남측의 기업들은 그대로 모든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연도는 모르겠으나 한창 개성공단 사업이 궤도에 오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념과 체제의 대치 속에서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 제3지대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원종대는 군 헌병대 조사단에서 제대하고 탐정사무소를 운영중인 조카 강민규를 찾는다. 삼촌의 의뢰는 개성공단에서 운영중인 기업의 원자재가 상당부분 빼돌려지고 있다는 것. 허나 생산직 직원들은 전부 북측 사람이고 장소적 특수성 때문에 증거를 잡기 힘드니 강민규가 개성공단에 위장취업하여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을 의뢰한다. 탐정 사무소 운영난에 허덕이던 강민규는 삼촌의 의뢰를 승낙하고 그길로 삼촌의 회사에 취업하여 개성에 발을 딛는다. 그곳에서 공장장, 법인장, 직원 등을 예의주시하며 냄새를 맡던중 법인장이 자신의 방에서 숨진채 발견되는데.......



인터넷도 없다. CCTV도 없다. 비밀번호 키가 달린 방에서 숨진 법인장의 범인은 오로지 탐문 수사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도 북측 직원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고 거짓 진술을 둘러대는 상황에서 강민규는 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북측의 고위급 조사관이 강민규와 함께 한다. 영화 [공조]에서 처럼 남과 북의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조수사를 벌이면서 의외의 캐미를 보여준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 당시 별다른 관심이 없던터라 작품안에서 벌어지는 제3지대의 묘사는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적대적이면서도 이득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기묘한 동거관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적대적 관계는 사건의 행방을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몰아 넣으며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역시 실제 대치중인 남북한의 상황이 여타 작품과는 다른 무게감을 발산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묘사되기로는 개성에서 홍대까지 불과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이다. 이렇게나 가까우면서도 머나먼 땅.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북한과의 거리감이리라. 작품에서 언급되는 개성공단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아마도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더불어 북측 공작원, 남측 국정원, 남한에서 활동중인 탈북자 단체 등등 여러 알력들과 음로론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독자들을 정신없이 흔들어 놓는다. 평소 전혀 관심 없던 본인도 숨죽이며 집중해서 본 작품이니 이쪽 방면으로 관심있는 독자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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