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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영리 : 그림자의 뒤편 (2018년 초판)
저자 - 누마타 신스케
역자 - 손정임
출판사 - 해냄
정가 - 11800원
페이지 - 97p
빛의 반대편 그림자 속 이야기
동일본 대지진 이후 7년...전세계 역사에 한 줄을 남길만큼 강렬하고 비극적이었던 자연이 내린 대제앙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재난에 휩쓸린 뒤 그의 자취를 쫓으며 그가 걸어온 생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영리 : 그림자의 뒤편]이다. 작가의 첫 데뷔작으로 122회 분가쿠카이 신인상 수상과 동시에 15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했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수퍼신인인듯 하다. 불과 92페이지의 짧은 분량만으로 인간의 이면을 그린다는게 쉬워보이지 않았는데, 작품을 읽어보면 작중 주인공 '나'가 보고 듣는 사실만을 나열할뿐 그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느낌은 오로지 독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라 92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이 이해가 가는것 같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나는 본사의 방침으로 이와테 현으로 지방발령을 받고 홀로 객지 생활을 하게 된다. 지방 분소에서 마음이 통하는 물류창고 직원 히아사와 가까워져 함께 술도 마시고 주말엔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도 하며 객지생활의 적적함을 달래게 된다. 그렇게 몇년의 생활을 하던중 히아사는 회사를 퇴사하게 되고...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가 연락하여 만났을땐 낡은 창고 작업복과는 달리 양복을 차려입고 상조회사의 명함을 내민다. 영업 할당량 목표를 채우기 위해 상조에 가입해 달라는 히아사의 부탁을 받고 흔쾌히 가입해준다. 그 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전체가 들썩이고 제약회사 부하직원으로 부터 히아사가 대지진 이후 실종된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친구로 걱정이된 나는 히아사의 본가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내가 몰랐던 히아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는 오래도록 사귀고 마음을 터놓은 벗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내가 알고 있는 친구의 모습은 그가 내게 보여주는 단면일뿐 나는 친구의 다른 부분...빛이 비쳐지는 밝은 부분 뒤의 그림자 부분은 전혀 모르고 있는것은 아닐까?...거대한 붕괴, 인간으로서 어찌하지 못하는 자연의 힘에서 감동을 느끼는 특이성향을 갖고 그저 낚시를 좋아하는 마음 편한 친구였던 히아사는 대지진이라는 대재앙을 통해 그의 감춰져 있던 영리...어두운 그림자 뒤편의 모습을 목도하게 되었을때 작중 '나'가 받게되는 충격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달되왔다. 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거짓된 인생을 살고 여기저기 돈을 꿔서 대지진 이후 종적을 감춰버렸는지 너무나 궁금하다...ㅠ_ㅠ
앞서 말했지만 '나'가 오로지 보고 들은 사실만 기술되기에 히아사의 생존여부는 마치 열린 결말처럼 독자의 판단에 맡겨진다. 다만 여러 복선들을 깔아놓고 있어 생사여부를 헷갈리게 만드는데, 대재난으로 쑥대밭이된 마을을 돌며 금품을 훔치는 떠돌이 도둑이 되었을거라는 히아사의 아버지의 말과 히아사가 마지막으로 낚시를 하다 쓰나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을지 모르는 바닷가를 돌며 그의 흔적을 찾으려 하는 '나'의 상반된 모습은 그래도 한때나마 마음을 나눴던 친구로서 차라리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으로 죽은것이라 생각하는 모습으로 비쳐저 씁쓸한 마음을 더해준다.
오로지 독자의 생각에 맡기는 어떻게 보면 꽤 불친절한 작품이라 내가 작품을 읽고 느낀 작중 '나'의 감정이 맞는지 아니면 단순한 나만의 착각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내가 느낀 감정과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작품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봤는데 그런쪽의 언급은 없어 아쉬웠다. 짧은 분량이지만 그동안 맺고 살아온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 리뷰어스 클럽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남기는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