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매스커레이드나이트 (2018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56p
가면 속의 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따끈따끈한 2018년 신작!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올해만 신간, 재간을 통틀어 벌써 몇번째 작품이 출간되는건지 모르겠다만 이번달만 [살인의 문]에이어 나오는 신작이니 역시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확실히 돈이 되는 작가인듯 싶다. 일단, 앞선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세번째 작품을 읽었는데, 앞내용을 전혀 모르고 봐도 스토리를 따라가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매스커레이드 masquerade
1. (진실을 숨기는) 가장
2. 가장 무도회
작품은 12월 31일 자정 직전 호텔에서 열리는 매스커레이드 파티에 살인범이 나타날거라는 익명의 제보에 따라 경찰들은 가장 파티속 가면을 쓴 사람들중 범인을 찾기위해 총력수사를 펼치는 이야기와 호텔이라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제각각 평범한 가면을 쓴 고객들의 진짜 의중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호텔리어들의
일상을 다루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적절히 믹스되어 매스커레이드가 지니는 중의적 의미 모두를 내포한다. (세번째 시리즈이니 만큼 분명 매스커레이드가 지니는 사전적 의미를 누군가는 먼저 언급했겠지만, 난 처음 접하는 작품이니까 식상하지만 적어봤다.ㅋ -_-)
익명의 제보로 원룸에서 죽어있는 여성을 발견한 경찰은 사망 당시 임신중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사망시각 전후로 원룸에 드나든 남성을 찾기위해 수사하지만 조악한 화질의 CCTV영상 때문에 이렇다할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다.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익명의 밀고장이 도착하고, 편지에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열리는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 파티에 나타날 것이라 쓰여있다. 파티까지 남은 시간을 단 몇일...일전에 코르테시아 호텔에 잠입하여 사건을 해결했던 닛타형사는 다시 코르테시아 호텔의 프론트 클러크로 위장잠입하고 호텔 곳곳에 사복경찰이 감시의 눈에 불을 켜고...닛타의 호텔 잠입을 도왔던 직원 나오미와 사건 해결을 위해 다시 합을 맞춘다...
처음 접하는 시리즈이니 만큼 살인사건의 발생과 함께 호텔에서 범인을 잡기위한 에피들로 꽉 채워질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범인검거 보다는 호텔에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과 호텔리어들 & 잠복경찰 닛타와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 색달랐다. 호텔을 찾는 손님중 행동거지가 수상한 손님을 특정하여 그들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통해 그들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추리해 가는 이야기 하나, 절대로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컨시어지 데스크에 근무하는 나오미가 손님들로 부터 받게되는 기상천외한 말도안되는 요구들과 그 말도안되는 요구들을 특유의 기지로 만족시켜주는 나오미의 이야기 하나, 그리고 작품의 중심스토리인 살인범을 수사하는 이야기 하나까지....총 3가지 이야기가 짧막한 에피소드식으로 들어차 있어 소소하고 잔잔한 코지미스터리, 간단한 수수께끼식 추리, 냉혹한 살인마를 찾아내는 정통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미스터리가 주는 즐거움을 한꺼번에 선사하는 미스터리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작품이었다.
평범한 손님으로 체크인을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외면...그들이 쓰고있는 가면만을 보고선 그가 불륜남인지...살인범인지...아니면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연남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들을 맞이하면서 응대해온 프로 호텔리어들은 가면뒤의 진짜 얼굴을 간파하고 그에 맞춰 응대하는 통찰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소한 특징들을 토대로 범인을 찾아내는 경찰의 통찰력과 닮아 있지만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간파하고 만족시키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호텔리어는 경찰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게 호텔리어들과 잠복경찰들과의 닮은듯 다른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추리속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과연 누구의 관점이 진실이었는지 맞추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요구를 뻔뻔하게 요구하는 손님들과 이들의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로 실현시키려 노력하는 컨시어지 직원의 애환은 분명 엄청나게 과장된 픽션이겠지만서도...일류 호텔은 정말 저래도 되는건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면서...언젠가 나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_-
어쨌던...이런 저런 깜찍발랄한 호텔 에피소드들이 지나가면서 중후반부 누가봐도 뻔히 보이는 사실을 굳이 모르는척 하며 페이지를 낭비하는 듯한 에피들이 펼쳐지는데 그때만해도 '아...이 작가도 공장기계 찍듯이 작품을 찍어내다 보니 이제 감이 떨어지는구나...' 라고 생각했건만....!!!! 이 느슨한 에피들은 대망의 결말의 반전을 위한 포석이었으니..-_-;;; 누가봐도 뻔한 에피를 흘리며 독자의 긴장을 푸는 뒤에선 작가가 반전을 위한 마수를 뻗치는 것이었던 것이다....모든것은 떡밥이었다!!! 넘치는 맥거핀 속에서 결과적으로 작가가 조종하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농락당했다는걸 깨닫게 됐을때는 이미 늦었다...;;; 소재 뿐만아니라 작품 마저도 매스커레이드였던 것인가?...그렇게 보니 온통 매스커레이드...(진실을 숨기는) 가장 천지였다...
범인의 정체를 포함해 다양한 인간의 가면속 숨겨진 내면을 날카롭게 통찰하면서도 특유의 재미를 잃지않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이었다. 호텔 에피소드가 떨어지가 전까지는 시리즈로 쭈욱 나오지 않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