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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머더 ㅣ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평점 :
블루머더 (2018년 재판)
저자 - 혼다 데쓰야
역자 - 이로미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64p
푸른빛 살인
'다케우치 유코'가 히로인으로 열연한 일드로도 큰 인기를 누린 일본 인기 경찰미스터리시리즈 레이코형사 시리즈의 2018년 여섯번째 신작이다. 사실 시리즈 1편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봤을때만 해도 시리즈인줄 모르고 단권으로 끝나는줄 알았는데,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재판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이 작품이 시리즈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달랑 1편만 읽었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었는데, 1편에서 바로 6편을 봐도 흐름상 전혀 위화감이 없어 이번 작품 역시 마음껏 즐기며 읽었다. 베일에 휩싸여 있던 고독한 연쇄살인마 블루 머더의 실체...그리고 트라우마를 떨쳐버리고 인간적으로, 경찰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레이코 형사의 인간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트로베리 나이트 사건 후 4년 3개월이 흘렀다. 경시청에 있던 레이코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이케부쿠로서로 부서이동된다. 계장으로서 새로운 동료와 합을 맞추는 레이코에게 조직폭력배 두목이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푸른색 피멍으로 뒤덮인 시체는 온몸의 뼈가 모두 조각나 액체괴물과 같은 처참한 상태로 발견된 시체에 조직폭력배간 알력 다툼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 판단하여 폭력과와 레이코가 몸담은 강력과가 함께 수사에 참여한다. 사망한 조직원, 적대조직의 조직원, 폭주족등 다각도로 사건을 탐문하지만 뼈가 부러진 사체의 상태를 말하면 다들 입을 다물어 버린다. 별다른 단서 없이 뒤이어 여행가방에 구겨진 상태로 죽어있는 폭력배의 시체가 발견되고...살인범의 목적, 그리고 외상없이 뼈를 부러트린 살인범의 흉기의 정체가 화두로 떠오르는데....
1편 [스트로베리 나이트] 바로 다음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편과 이번 6편은 많은 접점을 갖는다. 1편에서 부하형사를 잃었던 이케부쿠로로 발령받아 부하형사가 죽었던 건물에서 예전 기억을 회상하며 소회하는 장면이나 1편과 마찬가지로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자 혜성같이 등장하여 커더란 활약을 보여주는 건방지고 뻔뻔하고 무례한 츤데레 가쓰마타와 레이코 형사가 주고받는 티키타카 등등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속편을 보는듯하여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뭣보다 이번 작품의 범인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정신이상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닌 나름의 사정을 안고 수라장을 거치며 살아남아 단독으로 조직 폭력배와 맞서며 우두머리들을 가차없이, 시원하게 죽여버리는 다크 히어로로 그려진다. 특유의 순진함과 함께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듯한 짐승같은 잔인함...천벌이 떠오를 정도로 악인들에겐 가차없는 단죄로 악귀 블루 머더로 불리며 전설이 되버린 남자....거의 [왓치맨]의 고독한 히어로 '로어셰크'를 연상케하는 단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캐릭터였다. 레이코와 가쓰마타를 통해 서서히 그가 악귀가 되어야만 했던 이유가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의 배신과 더러운 음모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알게되는데...범인에게 동정이 가면서 안타까움이 더하더라....
1편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잠재된 폭력성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잔혹한 묘사로 폭력의 미학을 보이면서 그물처럼 촘촘한 구성과 전작보다 더욱 개성적이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로 작품의 완벽성을 끌어올린다. 1편에 등장했던 핵심인물들 가쓰마타, 기쿠타, 당연히 주인공 레이코등 (코믹담당 이오타도 어김없이 등장한다는..)적절히 안배된 캐릭터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사건은 모호했던 진실의 단편들을 짜맞추며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드러내는 기막힌 한방을 선사한다. 신출귀몰 살인마, 줄줄이 발견되는 시체들, 음모와 비리, 추격전, 인질극....경찰 하드보일드로서 모든 재미요소를 충족하는 작품이랄까...
파란 가면을 쓰고 홀로 조직폭력단을 괴멸시키는 지옥의 귀신 뼈 분쇄자...본 브레이커 블루 머더...이 고독한 전사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을 보는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