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 지도 : 소설, 한권의 지도가 되다 (2019년 초판)

저자 - 앤드루 더그라프, 대니얼 하먼

역자 - 한유주

출판사 - 비채

정가 - 22000원

페이지 -133p



이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지도



굉장히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며 독특한 인포그래픽 작품 한권이 출간되었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지도가 존제한다.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길을 잃었을때...세계의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때...심지어 하늘위에 떠있는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어느 곳이던 확인 할 수 있는 3D지도까지...세상은 발전하고 지도의 종류는 더욱 정확하고 다양해져만 간다. 그렇다면...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설을 지도로 만든다면 어떨까?...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을 통해 탄생한 지도가 바로 이 소설 지도이다. 사실 저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는 이 소설 지도를 만들기 전에 이미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등의 유명영화를 지도로 제작한 [Cinemaps]를 만든바 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소설지도의 작업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언급한다. 두 시간의 영화와 수백페이지의 두꺼운 소설은 볼륨 자체가 다르니 말이다....



어쨌던...저자 '앤드루 더그라프'와 '대니얼 하먼'은 깐깐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소설지도 작성의 작품들을 엄선하였고, 그렇게 총 19작품의 소설지도가 작성되었다. [서문]에 의하면 기존에 이미 지도가 나와있는 작품들 [호빗], [나니아 연대기]등의 작품은 제외!, 이미 영화등으로 시각화 되어있는 작품들 [피터 팬], [해리 포터]등의 작품도 제외 되었다고 한다. -_- 그리하여 판타지, 환상문학, 인문, 교양, 시, SF 등등등... 장르 구분없이 엄선된 유명 소설들의 정보가 망라된 인포그래픽 지도가 완성된다. 



단순히 소설의 지도라 하면 순간 떠오르는건 등장인물이 여행한 루트 정도를 표시한 지도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 소설지도에는 소설속 등장인물의 행선지를 지면에 옮겨 놓은 지도도 존재한다. 다만 한가지 유의할 점은....여기에 실린 소설이 단순히 실존 장소를 여행한 여행기의 루트를 단순히 지도로 옮긴 작업은 아니란 거다. -_- 이제 소개할 일부 작품의 지도를 본다면...이 작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고, 얼마나 정교하게 작성되었는지 소설 한 편, 지도 한장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지도는 어떤 작품의 지도일까?...

기원전 800년경에 쓰여진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오디세이아]이다.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략후 오디세우스의 10년간의 해상 모험을 그리는 장대한 이야기...

보다시피 트로이 목마에서 시작되는 붉은 화살표는 소설속 루트에 따라 충실하게 바다위를 

누비고 있다. 저 구름위의 올림포스 산과 외눈박이 키클롭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죽여버리던 여성의 얼굴을 한 물새 세이렌까지...

지도에 실린 신화속 몬스터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시간 가는줄 모르게 만든다.



이 지도 하나로 이 소설을 맞힐 수 있을까?...


드넓은 망망대해....


그 한가운데 작은 섬 한조각....


그리고 


조난과 생존....



그렇다...'다니앨 디포'의 1700년대 영미권 생존 판타지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이다.

이 길고긴 제목 답게 지도는 이 한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식인종과 굶주린 야생짐승이 득시글 거리는 이 절망의 섬에서

생존하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이 지도에 가득 가득 담겨 있다. 



사실 이 지도는 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작품인데,

지도의 그림이 워낙 독특하고 유려해서 소개한다.

19세기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풀숲의 가느다란 녀석]이다.

풀밭을 가로지르며 허물을 벗는 알록달록 뱀의 모습이 

위험하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듯 하다.


'시'라고 해서 혹시나 작품을 번역한 사이트가 없나 찾아봤지만

제목 만으로도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ㅠ_ㅠ




육각형 입방체가 빽빽이 들어선 기묘한 공간...

환상문학의 대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서가의 모습

끝없는 지식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바벨=혼돈을 지도로 표현한 작품이다.



길을 찾기 위해 들렀다가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

혼돈의 도서관....




'매들린 랭글'의 SF [시간의 주름]을 그래픽화 했다.

SF소설을 지도로 옮긴다면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지도로 표시되있다.

하지만....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작품이라....

너무나 아쉽다...OTL....ㅠ_ㅠ



너무나 아름다운 성의 모습...

작년에 저 우주로 떠나신 판타지 SF의 대가

'어슐러 크로버 르귄' 할머니의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이다.

핫핫...예전에 웅진 출판사에서 야심찬 기획으로 SF 전문 소설 임프런트를

만들었을때 그 임프런트 이름이 '오멜라스'였는데....

그런데 이 작품 역시 못읽어 봤다...ㅠ_ㅠ.....우으.....



19권의 모던하고 클래식한 간접체험...당연한 말이지만 이 소설지도는 지도에 실린 작품을 아는만큼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지도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을 읽지 못한 나로선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ㅠ_ㅠ 일단 [시간의 주름]과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은 무조건 읽고 다시 지도를 펴보리라...



소설속으로 여행하는 길을 알려주는 소설&지도...기존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안내 할 것이다. 



덧 - 앤드루 더그라프의 영화지도 [무비맵스] 작업물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http://www.andrewdegraff.com/movie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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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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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개구리남자의귀환 (2019년 초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김윤수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4p



독기품고 독개구리로 돌아왔다!!



'나카야마 시치리'월드중 가장 강렬하고, 가장 독하고, 가장 잔혹하고, 가장 끔찍한 그 살인 개구리가 돌아왔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이라니...처음 속편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흥분과 기대감에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중 전편이었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가장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드고어틱한 작품 스타일이 나의 성향과 가장 잘맞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던, 다시 돌아온 개구리는 절치부심이라도 한듯 더욱 독기를 가득 품은 맹독성 독개구리로 돌아왔다.  



한노시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던 50음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10개월 후...자폐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치료보호를 받던 도마 가쓰오는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다. 가쓰오가 사회로 나와 처음 간 곳은 정신과 의사 오마에자키의 자택...이후 오마에자키의 자택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현장을 찾은 경찰들은 잔혹하게 터져버려 인간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는 오마에자키의 흔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 남겨진 쪽지 하나....서투른 글씨로 써낸 장난같은 글귀...그렇다..살인마 개구리가 돌아온 것이다...이후 이어지는 끔찍하고 잔혹한 살인 사건들...피해자들은 역시 아무런 접점이 없이 단지 50음순의 순서에 맞춰 묻지마 죽음을 당하고, 10개월 전에는 사건 발생이 한노시로 한정되었지만, 돌아온 개구리의 무대는 일본 전역이다. 온 일본은 개구리 남자의 공포에 차츰 차츰 평정심을 잃어가고 대혼란에 휩싸이려 한다. 와타세 경부와 고테가와 형사는 오마에자키 자택 방문 후 흔적이 사라져버린 도마 가쓰오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얼마나 해야 개구리는 죽을까.
발끝부터 천천히 온몸을
부숴보면 알 수 있을까. 실험
해보자. 작은 절구방망이로 열심히
으깨는 거야. 살아 있는 것이 점점
물감처럼 돼간다. 이것으로
그림을 그려볼까.



얅은 피부가 찢기고 살이 뭉개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것이 통각과 절망으로 변화되어 뇌로 전달됐다. 빨리 기절하길 애원했지만 뇌에 전달되는 신호에 상한이라도 있는지 오감은 끊기면서도 유지되었다. 제발, 이제 죽여줘. ~ 우둑우둑 우두둑 우두두두둑, 죽여줘 죽여줘 지금 당장 제발 죽여줘 죽여줘.



전편도 개구리 남자의 엽기적 살인이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참혹하고 고어틱했는데...이번 속편 역시...정말 작가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듯...사탄도 무서워 발길을 돌릴 정도로 극한의 하드코어를 선사한다. 목차를 보면 대충 알겠지만, 폭발, 용해, 역단, 파쇄....이건..뭐...ㅠ_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아이디어로 인간의 존엄성은 개나줘버리라는듯 무참히 짓밟아 버리니..,그걸 읽고 있는 나의 정신까지 피폐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뭐...혹자는 이런 끔찍한 작품을 왜 보냐고 말할런지 모르겠지만 애들이 악몽을 꾸면서도 [신비 아파트]에 열광하는 그런 마음일까나...-_-;; 장난삼아 벌레를 짓이겨 죽이는 아이의 순수한 잔혹성처럼 개구리 대신 인간을 장난삼아 죽여버리는 개구리 남자의 순수한 잔혹성과 공포에 중독돼 버린다. 인간 심연에 내재된 원죄와 용서에 관해 깊이있는 시선으로 마음을 울리던 그 작가가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확연히 다른 날것에 가까운 스타일에 대체 이런 광기를 어디에 숨기고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물론 잔혹한 살인만 있다면 그저 광기의 배설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지만 이번 작품 역시 전작에 이어 일본 형법 제39조라는 민감한 사회문제를 한층 더 심도있게 파고들며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행위는 그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이 법으로 (국내에도 비슷한 법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비용문제, 예산문제로 재발 가능성이 농후한 폭력적 성향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이 재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한체 사회로 풀려나오고, 또다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되고...또다시 심신미약으로 무죄를 받고 치료보호를 받고..또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끝나지 않는 저주받은 쳇바퀴...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은 완치가 없다. 그저 상태가 안정되는 관해만 있을뿐...언제 다시 증상이 재발할지 모르는 것이다. 사회로 돌아온 질환자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 준다면야 더 할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방임상태에 가까우니...다수의 안전을 위해 형법을 뜯어고쳐야 할지 아니면 질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기존의 체제를 유지시킬지...작품은 찬반론자들의 열띤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이 첨예한 문제에 독자를 던져놓는다. 자연스레 작가가 던지는 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이제와서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와타세는 고테가와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니까 그런 짓을 하는거야."



사라진 개구리 남자 도마 가쓰오의 귀환이냐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모방범죄인가...수많은 추측과 추리 속에서 강렬한 사건과 민감한 사회적 문제에 정신을 빼놓고 보다보니 어느새 결말이 두둥...역시 반전성애자 다운 대망의 반전은 또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복선들이 결말 이후에 또렷이 드러나는...모든것은 작가의 손바닥 안이었던 것이다!...전작에서 좀비에 가까웠던 고테가와의 다소 과장스러웠던 액션씬도 이번 작품에서는 적절한 절제의 미를 보여 더욱 마음에 든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오지게 줘터진다..-_-;; 고테가와는 그냥 허수아비 라는...)



전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볼때만 해도 작가의 작품은 [우라와 외대 법의학 시리즈]였던 [히포크라테스의 우울] 단 한권만 읽었던 터라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 작가의 여러 시리즈를 섭렵하면서 이제는 보이게 되더라...이번 작품에는 [우라와 외대 법의학 시리즈]를 포함하여 당연히 와타세와 고테가와가 등장하는 [와타세 경부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반가운 주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자신만의 범죄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구축한 '나카야마 시치리'월드의 확장판인 것이다. 하여 이 작품을 100% 즐기고 싶다면 먼저 당연히 전작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고, 개구리 사건 반년 후의 일을 그리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편 [속죄의 소나타]를 읽으면 이번 작품에는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사유리와 미코시바 변호사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난 [속죄의 소나타]는 보지 못했다...ㅠ_ㅠ) 



그나저나...이번 작품에서도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듯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나는데...이 시리즈를 [살인 개구리 시리즈]라고 해야되나...아님 와타세, 고테가와 콤비가 나오니 [와타세 경부]시리즈에 편입시켜야 하나...-_-;; 뭐가 됐던 굉장히 찝찝하고 불쾌하지만...폭력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선사하는 이 시리즈가 작가의 여러 시리즈중 가장 마음에 들고 기다려지는것 같다. 다음편엔 또 어떤 똘기 넘치는 살인을 들고올지...또 어떤 충격적 반전을 보여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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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깊은 곳 묘보설림 5
하오징팡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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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깊은곳 (2018년 초판)_묘보설림005
저자 - 하오징팡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글항아리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5p



서정적인 클래식 선율 처럼 깊이 있고 아름다운 SF



2015년 '류츠 신'의 [삼체]가 휴고상을 받은 바로 다음해 2016년 휴고상 최우수중편소설 부문을 수상한 [접는도시]가 수록된 '하오징팡'의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작품을 담은 SF단편집이 국내 출간되었다. 중국의 SF라고는 [삼체]와 '리훙웨이'의 [왕과 서정시] 그리고 이 [고독 깊은 곳]까지 달랑 3편을 읽었지만, 결코 중국 SF작품의 연이은 휴고상 수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대륙의 스케일과 깊이 있는 스토리...그리고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치밀하고도 우아한 서정적 감성, 고독감...현학적 문장에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가독성과 몰입감...때로는 황량하고 삭막한 도시문명을 디스토피아로 그리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중국 고전 기담이 연상되는 환상적 세계가 펼쳐진다. 그녀가 그려내는 다채로운 10가지 세계에 흠뻑 취하게 되리라...



1. 접는 도시
쓰레기 처리장에서 대를 이어 재활용품을 분류하던 라오다오는 쓰레기 하치장에서 주은 아기 탕탕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금기시 되는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 접는 도시 베이징은 3구획으로 나뉜다. 1구역은 5백만명이 24시간을 사용하고, 2,3구역은 7천5백만명이 각각 12시간씩을 사용한다. 각자의 사용시간이 끝나면 깨어있던 사람들은 수면가스로 수면을 취하고 사용하던 도시는 접혀 들어간 뒤 다음 사용될 도시가 땅위로 드러난다. 각 구역의 왕례는 차단되 있으며 이를 어길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구역과 구역을 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의 수요는 있었으니...라오다오는 2구역에 사는 사랑에 빠진 청년의 러브레터를 전하기 위해 1구역으로 잠입하게 되는데....
- 2016년 휴고상을 받은 이 작품은 계급에 따른 확연한 격차를 접는 도시로 표현하지만 사실 지금의 이 현실도 물리적 경계만 없을뿐 작품에서 그려지는 3구역인은 평생 넘볼 수 없는 빈부의 격차는 매한가지 이리라...미래세계를 상정한 디스토피아이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소수의 고위층을 위해 죽을때까지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없는 개미들과 가진자들의 냉혹한 계급논리는 너무나 날카롭게 현실을 관통하여 몸서리 처지게 만든다. 현실의 폐쇄적 중국사회를 SF적 기법을 통해 이야기하는...지극히 암울하고 어두운 작품이었다.



2. 현의 노래
어느날 달의 뒷 세계에서 날아온 강철족은 지구를 침공한다. 인류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로 전인류는 반항다운 반항 한번 못해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깊은 패배의 전운이 감돈다. 인간의 군부대와 무기시설은 압도적으로 폭격하지만 절대로 역사유적과 특히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은 강철족....그런 강철족의 습성탓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연주를 배우기 위해 클래식 학원에 줄을 선다. 폐허가되 버린 도시에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클래식을 연주하는 전장위의 연주자들...그리고 이 연주자들은 인류의 마지막 반격을 위해 우주에 선율을 울려퍼뜨리려 한다.....
- 적군의 전투기가 폭격을 날리는 절체절명의 전장 위에서 혼신의 힘들 다해 클래식을 연주하는 소규모 악단의 비장미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막강한 외계인에게 지배당하느냐 목숨을 끊고서라도 저항하느냐...지구와 달의 현의 노래라는 신박한 설정과 작품 전반을 휘감는 묵시록적 분위기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무척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랄까...이 단편은 출판사 포스트에서도 끝까지 공개하니 SF팬이라면 꼭 찾아보기를...
포스트 링크 : http://naver.me/xdAxrVTx



3. 화려한 한가운데
작곡을 위해 영국 예술학교로 유학간 아주는 유학 3년만에 강철족이 지구를 침공하고, 강철족의 교묘한 유혹에 굴복해 강철족을 위한 음악을 작곡한다. 혼란스러워 하던 그녀는 인류의 마지막 반격 현의 노래 작전을 듣게되고...작전에 참여하게 되는데.....
- [현의 노래]의 후속단편이다. 전작에 등장하는 인물 아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강철족이 예술가들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가 이 단편에서 설명된다.



4. 우주 극장
외계에서 관찰자가 지구에 온 이후 인류는 그들의 의도에 따라 광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의식의 집단 공유를 이뤄낸다. 더이상의 우주에 대한 도전은 차단되고 오로지 의식공유를 통해 집단 망상만을 지속하게 되는 인류는 폐쇄적인 사회를 형성하게된다. 그런 어느날 지구에 마지막 남은 관찰자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여성을 따라 극장에 들어가고...그곳에서 인류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되는데...
- 어찌보면 강철족의 연장선상에 있는듯한 단편이다. 작가가 명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동양인이 갖고있는 명절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5.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
각자의 목적으로 생산된 클론들의 이야기이다. 세계를 뒤바꾸려는 혁명자 클론 스제이47은 우연히 도망친 곳은 어느 무기창고...그곳엔 창고지기의 숙명을 띄고 태어난 노인이 된 클론 파노32가 지키고 있다. 자신의 혁명적 생각을 클론들을 통해 이어가길 바라는 스제이는 파노에게 자신이 탈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설득하고, 파노는 스제이의 말에 그를 돕기로 결심하는데...
- 몇 대가 지나도 언제나 같은 사고방식을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기억과 인생을 갖고 있는 독립된 주체인 클론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선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거역할 수 없는 막강한 사회체제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6. 삶과 죽음
교통사고 후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내가 깨어난다. 하지만 눈뜬 곳은 내가 살던 곳과 다름없지만 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곳...거리에 사람이 없고 내가 마음먹은데로 움직이는 세상....그런 내게 온 한때 사랑했던 여성 옌란은 내가 눈뜬 이곳이 사후세계라고 말한다....
- 이거슨 중국식 저승문학?...작가 '하오징팡'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죽음 이후의 사후세계가 그려진다. 사자의 기억에 재구성되는 도시의 겉모습은 낯설지언정 다분히 동양의 문화가 뒤섞인 윤회적 사후세계라는 정서만은 우리와 닮아있었다.



7. 아방궁
부모님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아다는 우연히 작은 섬하나를 발견한다. 섬의 한가운데 엄청나게 오래된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간 아다는 그곳에서 불사의 약을 먹고 죽지않은 진시황을 만난다. 진시황이 건넨 불사의 약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바다로 나온 아다는 해적을 만나 가진돈이 털리고, 온갖 고생끝에 사는곳 베이징과 한참 떨어진 도시에 다다르고...그곳에서 폐지와 플라스틱을 모으며 거지같은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중 우연히 골동품상 천왕을 만나고 그를 꼬여 배를 타고 함께 진시황이 있던 섬을 찾아간다..다시 찾은 동굴에서 진귀한 진나라 유물과 함께 목각으로 조각된 진시황 조각상을 가져온 천왕과 아다...천왕의 중계로 유물을 일부 팔아 돈을번 아다는 진시황 조각상을 가지고 자신의 집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진시황 조각상이 아다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 영겁의 생을 산 진시황이 지금의 제국을 보고 통한에 빠지는 장면이 작가가 이 단편을 들어 하고 싶은 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언제까지고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꾸는듯한 풍자적 성격이 강한 판타지 작품이었다.



8. 곡신의 비상
화성의 위성 곡신성은 물로 뒤덮인 아름답고 소박한 행성이다. 그곳의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모두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안고 꿈을 키우며 커간다. 행성을 오가며 아이들을 위한 이동 도서우주선을 운영중인 랑닝은 그래서 곡신성과 곡신성의 아이들에게 가장 애착을 갖는다. 그런 랑닝은 화성 정착지에서 화성의 용수를 위해 곡신성을 폭파시킬거라는 계획을 듣고...곡신성의 사람들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데.....
- 머랄까...배경은 SF지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꿈을 위해 커다란 도전을 하려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중국영화중 가장 좋아하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떠오른다...
 
 
9. 선산 요양원
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한즈는 물리학 연구원으로 취직하고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연구는 별다른 진척이 없고, 가정환경 또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자주 찾는 산을 오른 한즈는 낯선 산길을 한참을 헤메다 낯선 표지판을 발견한다. '선산 요양원'....산속 깊은곳에 위치한 요양원에서 학창시절 함께 공부했던 친구 루싱을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신세한탄을 하니 루싱이 건넨 검은색 작은 상자...루싱은 그 상자가 정밀하게 제작된 소형 사제폭탄이라고 말하고....



10. 고독한 병실
신종질병 대뇌 착란으로 병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고, 간호사 치나와 한이는 야간병동을 지킨다. 병자들의 안정을 위해선 이마에 연결된 패드를 통해 뇌에 전류자극을 주어야 하는데....
- 사람들이 네트워크속 가상세계에 빠져드는 이유와 대뇌 착란의 치료법과 같아 보인다.



[접는 도시], [현의 노래], [화려안 한가운데], [우주 극장],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등을 보며 중국의 유구한 역사...거대한 땅덩어리...소수의 권력층을 위해 소비되는 14억 2천만의 천문학적인 수의 중국인민들...그런 공산주의체제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디스토피아SF는 다른 영미권 디스토피아와는 달리 묘~한 현실감을 풍기는 것을 느꼈다.(이건 선입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단편집의 대부분 막강한 권력체제 혹은 넘사벽 기술의 외계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배경의 이야기가 많은데 이 역시 현재 중국의 사회적 배경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미래가 없을것 같은 암울한 세계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품고 저항정신을 보여주는 [현의 노래], [우주 극장],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은 지독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같다. 그와는 달리 [삶과 죽음], [아방궁]은 중국 고전 기담을 보는듯한 풍자적이고 기담적인 요소가 가득한 작품으로 앞서 보여준 SF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비관적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선산 요양원], [고독한 병실]까지 작가가 선물하는 중국 SF선물세트를 본듯한 느낌의 단편집이었다.



한국, 일본의 SF와는 다른 매력의 중국 SF는 공산주의 체제가 갖는 폐쇄적이고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방대한 땅덩어리에서 피어난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적 자부심이 뒤엉켜 기존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중국SF라고는 달랑 3편 읽었지만서도...-_-;;;) 영미권의 거대한 스케일과 닮아 있으면서도 한국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동양적 정서가 강점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중국의 SF작품들을 만나보길 기대하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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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투명카멜레온 (2019년 초판)
저자 - 미치오 슈스케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3500원
페이지 - 420p



작가생활 10년의 집대성
마지막 20페이지의 대반전
30살의 막바지인 내게 세상사는 법을 일깨우다


화려한 수상이력을 자랑하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가생활 10년을 되돌아보며 독자들을 위한 선물같은 작품이 출간되었다. 작가생활 10년이라고는 하지만 내겐 처음 접하는 작가였는데...처음 접하는 이 작품만으로도 인간관계에서의 명암을 깊은 심리묘사로 이끌어내는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며 단번에 완소 작가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작품내내 유쾌발랄한 에피소드로 웃음짓게 하더니 마지막 반전에 눈물짓게 만드는...30살의 막바지인 내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우게 만드는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작품이었다.



어릴적 내겐 허풍쟁이 친구가 있었어...
언제나 광견병에 걸린 개를 봤다느니, 미확인 생물을 봤다고 떠들어댔지.
하루는 허풍쟁이 친구가 카멜레온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떠드는거야.
주변 친구들은 거북해져 딴청을 피우고 그 친구를 외면했지.
수업이 끝날 무려에는 아무도 그 친구 곁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그의 자리로 가서 말을 붙였어.
"카멜레온을 기르니 좋겠다."
그러자 그 친구는 기쁜듯 이렇게 말해
"우리집에서 함께 보자."
수업이 끝나 함께 친구네 집에 갔어.
집은 지저분했고, 금간 유리에 접착테이프를 붙인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구의 옷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냄새가 났어.
천장을 가리키는 친구...
"저기 잘봐, 저기 카멜레온이 있잖아. 색깔이 똑같아서 알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진짜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질문에든 거침없이 대답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어느 틈엔가 내 눈에도 투명한 카멜레온이 보였다....



인기 라디오 채널 1UP 라이프의 DJ 기리하타 교타로는 오늘도 방송을 마치고 야심한 밤 간판도 걸려있지 않은 바 'if'로 향한다. 그곳엔 언제나 반갑게 교타로를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 마담 데루미, 게이바 호스티스 레이카, 술집 호스티스 모모카, 방역회사에 다니는 이시노자키, 불상을 깎는 시게마쓰...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if'의 식구들덕에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런 'if'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온다. 비가 퍼붓던 밤...엄청난 굉음뒤에 'if'에 들어온 여성...비에 젖은 몸을 떨여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 "코스터"...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바를 나간다. 컵받침 '코스터' 라기엔 절망에 가득찬 목소리였기에...그녀가 내뱉은 말이 '코로시타' 즉 '죽였다'라고 말한 것을 눈치챈 바 식구들...이 기묘하고 이상한 첫 대면을 시작으로 미스터리한 여성 미카지 케이와 바 식구들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말이다...



누구에게나 각인될 매력적인 목소리에 비해 작은 키와 못생긴 얼굴이 컴플렉스인 기리하라 교타로는 비밀에 휩싸인 여성 미카지 케이에게 한눈에 반해 버리고...분명 이성은 거절하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어느새 그녀의 몸종처럼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바로 그녀의 집을 풍비박살낸 철천지 원수를 죽이는데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말이다....-_-;;;; 라디오 방송 '1UP 라이프'에서 매일 매일 들려오는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코믹한 사연들...그리고 이 사연들의 주인공들이 모여있는 바 'if'...마음 착한 소시민과 잔혹한 살인청부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듯 하지만, 그마저도 한바탕 야단법석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니 인정넘치는 인간적인 캐릭터들에게 한없는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나 자존감 바닥인 주인공 교타로와 아무생각없는 미카지의 발음 차이에서 비롯된 김치국 사발로 들이키는 장면은 찌질의 극치를 보여주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발칙한 꿍꿍이를 숨기고 있던 미카지 케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못생겼지만 남다른 촉을 가진 교타로의 기막힌 추리와 딱 일드가 떠오르게 만드는 개성만점 캐릭터들의 후반부 과장적인 요란법석 대난장까지...시종일관 코믹하고 감성 넘치는 코지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마지막 20페이지의 반전...왁자지껄한 코믹 일드에서 한순간에 지극히 냉혹한 현실로 곤두박질 쳐버리는 이 진실로 지난한 인간사를 관통하는 진정한 감동 미스터리로 거듭나게 된다.

"설령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세계라고 해도, 진심으로 바라면 사람은 그걸 만질 수 있어."

녹록치 않은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놓이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들...하지만 언제나 최선의 방향으로 선택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리라.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통한의 선택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본의던, 본의 아니던...선택이 가져온 의도치 않은 아픔과 상처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이 작품은 이렇게 말한다.


'믿으라고...친구의 투명 카멜레온이 보인 것처럼...믿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정말로 바뀔거라고...'


작가의 10년의 내공을 집대성 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이토록 무거운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가볍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는 그리 흔하지 않으리라...유쾌함 속에 가려진 아픔과 상처들을 감싸주고 위로해주는 주는 치유와 감동의 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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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펀치 에스크로
탈 M. 클레인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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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에스크로 (2018년 초판)_E-BOOK
저자 - 탈 M. 클레인
역자 - 정세윤
출판사 - 구픽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60p



순간이동의 모순을 비틀어낸 하드SF



★★★ 긱앤선드라이 하드SF 공모전 1위 당선작 ★★★
★★★ 2017 커커스리뷰 선정 베스트 인디SF ★★★
★★★ 2018 포워드리뷰 선정 인디SF 1위 ★★★
★★★ 오더블닷컴(오디오북) 종합 베스트셀러 1위 ★★★
★★★ 라이언스게이트 영화화 예정작 ★★★

(요즘 별표시에 수상내역 써놓는게 유행인가?..)


출간소식을 듣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 이번에 리디셀렉트에 런칭되어 읽은 작품이다. 순간이동 하드SF라는 소재 때문에 줄곳 관심이 가던 작품이었는데, 내내 경쾌하면서도 냉소 가득한 주인공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초거대기업의 거대한 음모와 이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의 충격적이면서 아이러니한 웃픈상황이 정신없이 펼쳐지며 혼을 빼놓는다. 사실 본인은 순간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점퍼]이다. 아니면 [드래곤볼]의 손오공? 아니면 [타이거 타이거]의 '걸리버 포일'이 구사하는 조운트?...-_- 목적지를 머리속에 떠올리고 집중한 순간 샤샤샥~ 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그런 순간이동 말이다. 하여 이 작품도 그런류의 차원의 틈? 공간의 왜곡? 을 통한 텔레포테이션물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순간이동은 전혀 다른 차원의...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된 근미래라면 충분히 가능할 법한....그런 하드SF적 순간이동을 설정하고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AI의 오류를 대화로 조정하는 직업 솔터인 조엘은 순간이동 서비스 독점기업 IT의 개발부 엔지니어이자 아내 실비아와 함께 신혼여행지였던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한다. 물론 순간이동으로 말이다. 먼저 실비아가 순간이동 장치에 들어가 무사히 전송을 마치고 뒤이어 조엘이 순간이동 기계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순간이동이 시작되려는 찰나....바로 옆선로에서 조엘보다 앞서 코스타리카로 전송된 여성이 갖고 있던 사제폭탄이 폭발하고...코스타리카의 순간이동 터미널은 쑥대밭이 되버린다. 평소 종교적 이유로 순간이동을 반대하던 과격, 극단, 급진적 종교단체 게힌노미테의 사제가 벌인 자살폭탄 테러였던 것이다. 폭음과 함께 눈을 뜬 조엘은 자신이 있는 곳이 목적지 코스타리카가 아닌 원래 앉아있던 뉴욕의 순간이동 기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테러 소식을 알지 못한채 잠겨있던 순간이동실 문을 박차고 나온 조엘은 순간이동 전과는 달리 자신의 채내에 이식된 통신기기가 먹통이 됐으며 생체 주민등록증 또한 고장이 났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데....그 뒤부터는 뉴욕에 있는 조엘이 코스타리카에 있는 실비아를 만나기 위해 펼치는 이틀간의 고군분투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이 작품의 중심 소재인 순간이동의 모순은 이미 아~주 오래전 스타트랙의 물질 전송기 장면이 나왔을 때부터 언급되던 내용이라고 한다. 얼마전 읽었던 일본 SF [원수성역]순간이동 장면에서도 간단하게 단 2줄로 언급하고 있으니 널리 알려졌다면 알려진 이야기인듯...하지만 그런거 1도 모르는 내겐 굉장히 참신하면서도 충격적인 비밀이었달까...-_-;;; 엄밀히 말해 작품속에서 말하는 펀치 에스크로(순간이동)를 순간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 중심소재인 순간이동의 매커니즘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음을 먼저 말한다.



[기존 순간이동]
이동자가 목적지를 떠올린다 -> 차원이동 -> 목적지에 뿅 나타남. 끝.


[펀치 에스크로]
순간이동 버튼을 누른다 -> 출발지 이동자 빠른 스캔 -> 이동자 정보전송 -> 목적지 생체 프린터에서 이동자 출력 -> 출발지 이동자 삭제(잉?!!!!). 끝.



실로 컴퓨터의 잘라내기(ctrl + x) 와 붙여넣기(ctrl + v) 콤비네이션이 여기서 말하는 펀치 에스크로 기술이란 거다. -_-;;; 출발지의 본체는 먹성좋은 나노 기계들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샤샤샥~ 먹어치우면 게임 끝...이얼마나 살벌하고 편리한 기술이란 말이냐... 순간이동 초거대 기업 IT는 이 비밀을 극비에 붙이고, 인류는 이 사실을 모르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copy, paste 살육을 반복한다는....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ㅎㅎ 머...이야기는 조엘이 이 비밀을 폭탄테러로 간파하는걸로 시작하지만 단순히 여기에서 끝나는건 아니다. 초거대 기업 IT의 비인간적 야욕은 더욱 거대하고 좀더 구린내가 나니까...중국SF [왕과 서정시]의 거대기업 '제국'과 CEO '왕'이 겹쳐보이더라는...



사실 생체 프린터를 이용한 원거리 전송도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물건이 아닌 인간을 놓고 봤을땐 치명적 모순이 존재한다. 초고성능 생물학적 프린터를 개발한다 쳐도 몸뚱이야 복재한다지만 그안의 기억과 정신까지 그대로 복사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부 장기를 생체 3D프린터로 복제해 사용하고 있으니 언젠간 몸뚱아리를 뚝딱 복사하는 날이 올런지 모르겠지만 영혼복제는 과학기술과는 별개의 영역 아닐까..머...이 문제는 차치하고...출판사 책 소개에도 언급하고 있으니 좀 더 이야기 하자면, 미처 삭제되지 못한 출발지 조앨과 프린트된 목적지 조앨이 서로 맞닥뜨리는 장면이 이 작품의 가장 웃프고 골때린 클라이막스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과 맞닥뜨리게 됐을때의 낯설음, 이어지는 충격과 멘붕...하지만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점차 영혼의 동반자이자 쌍둥이 형제 같은 조력자로 인식이 변화되가는 부분은 실제로는 겪어보지 못 할 묘한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순간이동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논리로 무장한 인공지능과 말싸움을 통해 논리적 빈틈을 파고들어 해킹하는 솔팅이라는 개념도 신선했고, 대기오염을 모기때들의 오줌세례를 이용하여 정화하는 블랙코미디 같은 설정도 실소를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하드SF로 즐기며 봤지만 거침없이 쏟아낸 음모론들에 비해선 결말부에 다소 힘이 빠지는 전개가 아쉬웠다. 책속 부록으로 실린 '곽재식'작가님의 작품해설에는 결말부 악당과의 대치가 80년대 레트로를 오마주한 노림수였다고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론 고루한 결말이 계속 이어온 긴장감을 맥없이 끊어버린 악수였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의 재미요소를 때려박은 흥미로운 작품인것은 분명하니...2편을 암시하는것 같은 에필로그를 보며 부디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기전에!! 구픽출판사에서 출간임박인 2019년 신작 SF [피드]를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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