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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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판)

저자 - 테드창

역자 - 김상훈

출판사 - 엘리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19p



단편 SF의 연금술사 '테드 창'이 들려주는 천일야화



휴고, 네뷸러, 로커스가 몹시도 애정하는 단편 SF 그랜드 마스터! 단편 SF계의 킹갓그레이트제너럴엠퍼레이션! '테드 창'이 17년만에 돌아왔다. 주옥같은 그의 첫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2004년에 한국에 문을 두드린뒤 15년 만이다. 그사이 한국에도 몇차례 방문하고, 중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출간되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드뇌 빌뢰브' 감독에 의해 [컨택트]로 영화화 되기도 하면서 오랜 부제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긴 했지만 역시 이것만으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숨이 막혀 질식사하기 직전에 드디어 말라비틀어 쪼그라든 허파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듯 [숨]으로 컴백한 것이다.



2년에 한편이라는 극악의 작업 속도로 짜내고 짜낸 아홉 편의 단편이 독자를 맞이한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대교주에게 자신이 겪은 마법같은 기묘한 일을 아뢰는 상인 압바스. 그는 이십년전 바샤라트라는 연금술사의 상점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로던, 미래로던 이십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차원의 문과 마주하게 된다. 20년전 모스크의 붕괴로 목숨을 잃은 아내가 생각난 압바스는 이십년전으로 타임워프 할 과거의 문을 선택하는데....과연 압바스는 아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 와....첫 작품부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임팩트로 훅 치고 들어오다니....-_- 일단 소재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타임워프물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그다드와 이슬람 문화가 마치 SF버전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것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_56p


물리학자 '킵손'까지 소환할 것도 없이 읽는대로 술술 이해되는 단편이다. '하인라인'의 단편을 영화화 했던 [타임 패러독스]를 연상시키며 시간여행 패러독스의 모순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설파하는...이것은 '테드 창' 주교의 가르침이 담긴 SF 경전이다!!



2. 숨 

아득히 먼 우주 어딘가 또는 전혀 다른 세계의 우주. 그곳엔 공기(아르곤) 호흡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기계 생명체들이 있다. 기계인간의 사인을 판별하는 해부학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능력이 미묘하게 저하되는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자신의 뇌를 해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모세공기관의 공기 흐름과 금박의 뇌신경에 기억이 기록되는 매커니즘을 통해 우주의 분포된 숨에 관한 비밀을 간파하는데.....

- 어딘가에서 있을지도 모를 우주의 숨과 생명 탄생의 비밀이 그려진다. 우주는 끊임없는 엔트로피를 통해 평형을 향해 나아가고 그렇게 완전 평형을 이루는 순간 우주에 존재하는 공기로 순환하는 생명은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세계를 그려낸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지만 내겐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해부하는 장면에서 [토탈호러]에 수록된 '고마쓰 사쿄'의 [흉폭한 입] 같은 약간의 그로테스크를 느꼈다. 역시 '테드 창' 교주의 SF 요한 계시록이랄까...



3. 우리가 해야 할 일 

네거티브 딜레이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 리모컨 크기의 예측기가 있다. 예측기의 버튼을 누르려 마음먹으면 무조건 버튼을 누르기 1초전 LED에서 빛이 번쩍이는 말그대로 예측기인 것이다. 결국 이 조그만 예측기의 개발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데......

- 작품속 예측기로 인간의 행동양식 나아가 인간의 운명은 이미 결정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자유의지가 꺽여버린채 수동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 즐비한 다른 평행 우주에 사는 누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우리가 자유의지라 생각하고 수많은 갈림길에서 했던 선택이 이미 결정지어 졌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운명결정론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사실을 예측기로 확인하는 것과 단순히 예상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이리라. 아무리 운명이 결정지어졌다 해도 예측기가 발명되기 전까진 운명은 변하는 것이라 믿고 살아가고 싶다. 달랑 다섯 페이지짜리 단편인데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2013년 북스피어에서 출간됐던 단행본의 서평링크로 대신한다.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부모의 육아가 결코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레지널드 데이시는 기계식 자동보모를 개발하고 시판한다. 초기엔 화제를 몰면서 반짝하지만 이후 자동 보모가 안고 있던 아기가 로봇팔이 부서지면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업은 단숨에 추락해 버린다. 레지널드 데이시의 아들 라이어널 데이시는 아버지의 계기식 자동 보모가 조롱거리가 되는것에 격분하고 아버지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아버지를 이어 자동 보모 사업에 뛰어든다. 그는 자동 보모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린 아기를 입양하여 자동 보모에게 육아를 전담시키는데.....

- 부모의 못된 버릇까지 그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자식의 모습을 볼때 실제로 부모의 육아가 무조건 좋다곤 말할 수 없겠지만 부모의 감정의 교류를 통해 인지를 무한히 확장하는 유아기를 생각할때 기계식 자동 보모에게 아기를 맡기는 행위는 경악, 공포 그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 3의눈] 혹은 [환상특급]에나 나올법한 기괴한 작품이랄까....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7. 거대한 침묵

- 무한한 우주에 인간외의 생명체를 발견 할 수 없는건 외계의 존재들이 그들보다 뛰어난 고차원의 존재에게 발각되 멸망당할지 몰라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는 페르미 역설([삼체]의 '암흑의 숲' 이론)이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우주까지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도 페르미의 역설 같은 경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8. 옴팔로스

- 과학이 발전하고 지구의 역사, 나아가 우주의 과거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유추할 수 있게된 지금 우주만물을 창조한것은 신이라 부르짓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그저 믿음의 맹신에서 비롯된 아집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시간동안 변화해온 우주의 기원, 지구의 생명체의 태동과 진화 등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기적같은 과정들도 무수히 존재한다. 사실 인간의 진화만 해도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미씽링크가 존재하는 만큼 잃어버린 고리의 부분에서 신의 입김을 통한 기적의 결과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독실한 종교론자가 창조론을 깔고 과학적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듯한 독특한 작품이었다.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 읽다가 정말 현기증 나는줄....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시작으로 작가가 안내하는 다양한 시각의 사고실험은 진정한 하드SF를 읽는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다만 그가 그려내는 사고실험이 상당히 높은 지적수준을 요한다는 것. -_-;;; '하드SF 짱!'을 부르짖으며 하드SF를 찾아 보는 본인조차도 몇몇 단편은 하고자 하는 말이 대체 뭔지 모를 정도로 난해한 작품도 있었다. 코멘트를 달지 않은 6번과 9번 작품이 딱 그랬는데...ㅠ_ㅠ 머...본인에게만 어려웠던 것일수도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SF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깊이있는 철학적 고찰과 사유, 심지어 금기시 되는 종교적 관점까지 경계를 허물어 버린 주제들에 무한한 상상력과 실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F라는 그릇에 담아내 독자에게 미지의 깨달음을 얻게 하니 그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명성은 자연스러운 인과율인 것이리라. 



어렵고 난해하지만 그럼에도 애정하는 애증의 작가이니..이제 다음 단편집과 만나기 위해선 또다시 십수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곁에 두고 재독 한다면 처음 읽을때는 보이지 않던 다른 부분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땐 6번과 9번을 이해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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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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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않는노래 (2019년 초판)

저자 - 배봉기

출판사 - 에프(F)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53p



이스터 섬 모아이 석상의 비밀이 밝혀진다



현존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의 비밀을 다룬 작품이 개정판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수십톤에 달하는 거석을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깎아 채석장에서 10KM나 떨어진 섬의 끝자락에 세워놓은 것도 대단한데, 최대 높이 21m에 이르는 석상의 총 갯수가 천여개에 달하니 불과 163.6 제곱키로미터의 작은 면적에 얼마안되는 원주민이 석상을 세우는데 얼마나 막대한 노동력을 갈아 넣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7대 불가사의중 하나에 꼽히긴 하겠지만...-_- 지금까지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석상의 제작 이유에 대해 '배봉기'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는 팩션소설 기법에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하여 모아이 석상의 건립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1]

국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자 언어학자인 친구가 연구한 이스터 섬의 역사 기록을 전해 받게된 '나'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이스터 섬의 피로 물든 비극적 역사에 대해 그리고 모아이 석상 건립의 비밀에 대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써내기로 마음 먹는다. 이 소설은 실재 이스터 섬에서 거주했던 부족의 역사를 옮긴 기록물을 바탕으로 '나'의 상상을 보태어 써낸 팩션 작품임을 밝힌다.


[2]

이스터 섬 앞바다에 거대한 선박 세 척이 정박한 이후로 섬 안에는 술렁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배안에서 내린 이방인이 건넨 거울과 모자 같은 선물은 부족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가고, 매일 저녁 해변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과 고기굽는 냄세는 부족원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유혹이었다. 이미 몇몇 젊은 세대는 이방인과 함께 교류를 시작하였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족의 족장이자 사제장인 '노래하는 자'는 지난 수차례 섬을 방문했던 이방인들의 이중적 모습에서 이 세 척의 배에서 내린 이방인들의 행동에 우려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노래하는 자'는 부족민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단속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을 모아 노래로 부족의 역사를 전파하는 구송회를 여는데....


[3]

수 십년전....이스터 섬에 터전을 내리고 자연과 함께 공존의 길을 이어온 평화로운 부족 제비갈매기족에게 망망대해에서 한 달이상 표류하여 몰살 일보직전의 낯선 부족 늑대족이 천신만고 끝에 섬에 다다른다. 평화의 부족이던 제비갈매기족은 탈진한 늑대족을 극진으로 간호하고 그들의 정착에 발벗고 나선다. 하지만 뭍에서 약탈과 전쟁을 일삼던 늑대족은 제비갈매기족의 은혜를 외면하고 그들의 등에 칼을 꽂아버리고, 그렇게 이스터 섬의 평화는 산산이 조각나 버리는데.....




소설이지만 서두에 글쓴이가 작품을 쓰게된 사실 경위를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실제사건을 읽는 듯한 느낌의 현실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이용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미완의 장편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의 서두 처럼 말이다. 허구지만 실제의 느낌을 주려는 페이크 다큐와 같은 도입부랄까...이어서 족장 '노래하는 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방인의 방문에 따른 이야기와 '노래하는 자'가 구전하는 노래로 이스터 섬의 핏빛 역사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양키 이방인의 방문을 우려하는 족장의 고뇌 그리고 그가 암송하는 노래속 뭍에 살던 부족이 건너와 제비갈매기족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이야기를 통해 외부세력의 탐욕에 젖은 폭력성, 인간의 호전성과 집단 이기심 같은 근원적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당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폭력에 의한 압제의 불행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됨을 그려간다. 



이기심은 폭력을 낳고 폭력은 지배와 피지배라는 계급을 만들어 낸다. 결국 억압과 폭정속에 누군가는 호위호식하고 누군가는 굶주려가는 극단적 계급사회가 형성되고 지배층 보다 피지배층의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피지배층의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하는 쿠데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리라. 그렇게 한순간에 지배와 피지배 계층은 뒤바뀌고 피로 쟁취한 승리자의 폭정은 자리만 뒤바뀐채 지속된다. 사면이 바다인 작은 섬 이스터 섬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비극의 역사는 전쟁과 침략, 지배로 점철된 인간사회를 축소한 끔찍한 시뮬레이션으로 보일 정도였다.



다른 폴리네시아 섬과는 다른 이스터 섬만의 특이점인 이스터 섬 부족만이 갖고 있었던 롱고롱고 문자가 1862년 대대적 노예사냥으로 명맥이 끊겨버린 비극적 사건은 현존하는 이스터 섬 역사의 팩트이다. 이 팩트를 바탕으로 미스터리한 모아이 석상 건립의 비밀을 개연성있게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고 팩트와 허구의 모호한 경계, 서두와 말미의 페이크 다큐적 장치를 통해 몰입도를 높이는 영리한 구성은 팩션 소설로 높이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정말로 진실일지도 모를 피로 물든 이스터 섬과 모아이 석상에 깊이 새겨진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오래도록 내귓가를 멤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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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리스 1 - 깨어남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저리 류 지음, 사나 타케다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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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몬스트리스 Vol. 1 깨어남 (2019년 초판)

저자 - 마저리 류

그림 - 사나 다케다

역자 - 심연희

출판사 - 에프(f)

정가 - 20000원

페이지 - 208p



고대 악마와의 지독한 공존



시선을 잡아끄는 표지만으로도 매혹되버리고 단 몇 페이지만으로도 독특하면서도 탄탄한 세계관에 빠져들어버리는 대박 그래픽 노블이 출간되었다. 그래픽 노블의 최고 영애인 2018 아이너스상, 그해 걸작 SF에만 수여되는 2017 휴고상, 2017 영국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걸출한 레전드 그래픽 노블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이다. [블랙 위도우], [다크 울버린]등의 그래픽 노블을 써낸 작가 '마저리 류'의 완벽한 스토리와 울버린을 잇는 차세대 주자 [X-23], [미즈마블]을 그려낸 '사나 다케다'의 정교하고 섬세한 작화가 만나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 내는 스팀펑크 세계관의 방대한 역사가 담긴 에픽 판타지 작품을 창조해냈다!





기존에는 없던 세계인 만큼 이 작품 역시 세계관 정리가 필요할듯 싶다.

작품에는 '알려진 세계의 종족들'로 다섯 종족이 등장한다.


1. 인간

2. 고대종족 : 짐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무시무시한 마법을 시전. 비밀에 휩싸인 종족

3. 고양이 우바치의 자녀들 : 여러개의 꼬리를 갖고 있고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양이 종족

4. 옛 신들 : 공포와 파괴를 상징하는 두려움의 존재.

5. 아카닉(혼혈종) : 인간과 고대종족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반인반수, 잠재된 능력으로 마법사용 가능 


덧붙여 


6. 쿠마에아(마녀) : 고대종족이나 아카움의 마법의 원천의 비밀(릴리움)을 밝혀내 인간이 몸으로 고대종족의 마법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종교 공회



아카닉인 마이카는 하프울프로 어릴적 자신의 일족을 찾아온 마녀(쿠마에아)가 릴리움을 위해 일족을 무참히 몰살하고 마이카의 엄마가 지키고 있던 공포의 힘이 깃든 가면을 탈취해간다. 이후 홀로 살아남아 어린나이에 노예로 전락한 마이카는 온갖 역경을 복수심으로 이겨내고 마침내 17살의 나이에 자신의 일족을 죽인 마녀의 집에 노예 위장하여 팔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카닉으로서 잠재되 있던 염동력을 개방하는 동시에 마녀가 숨겨놓았던 가면의 조각을 찾게되고, 급박한 마음에 주머니 안에 있던 가면조각에 손을 대고.....


아카닉인 마이카와 공포의 신이 깃든 가면이 접촉하는 순간 몇천년간 잠들어 있던 가면속 파괴신 '몬스트룸'이 눈을 뜨고 그녀에게로 흡수되는데.....



[눈알괴물 몬스트룸과의 퓨전...니들은 다 죽은겨...]



머....그담부턴 고대신과 마이카의 불편한 동거 그리고 각성, 대폭주가 이어질거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기생수]의 왼손이, [베르세르크]의 저주받은 갑주, 최근에 읽은 [나인폭스 갬빗]의 체리스와 그녀에게 빙의된 제다오 장군까지....-_-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봐오던 설정이기에 익숙하면서도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동거신 '몬스트룸'을 아슬아슬 조마조마 가슴 졸이게 만드는 쫄깃한 맛이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인간이지만 릴리움을 통한 압도적 힘에 도취되어 연구라는 이름하에 타종족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쿠마에아(마녀)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잔혹성과 직면하게 되니 자연스레 상흔으로 점철된 비극적 운명의 소녀 마이카가 불운을 향해 정면도전에 마음이 가고 그녀의 강철같은 강인함에 매료되더라.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래픽 노블이란 포멧인 만큼 그래픽의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 [몬스트리스]는 막눈인 본인조차도 눈정화가 된다고 생각될정도로 극강의 작화를 선보이는데, 역동적인 구도와 액션 뿐만아니라 누가봐도 엄청나게 공들였을 법한 정교하고 세밀한 배경 묘사들은 한순간 넋을 놓고 감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북미 작화가가 그리는 에픽은 거친 붓터치로 힘있고 웅장한 느낌이 드는 반면 일본 작가가 그려낸 에픽은 펜선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정밀화 같은 샤프한 느낌을 주는듯 하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본인으로선 '사나 다케다'의 그림체가 좀더 좋은것 같기도 하고...  




[에픽에 걸맞는 몽환적인 공포를 이끌어 내는 작화이다.]



북미 판타지의 살아있는 전설 '닐 게이먼'이 이 작품을 단 세글자로 평가한 "놀랍다" 라는 말이 강하게 와닿는다. 거기에 몇글자 보태서 "놀랍다! 그리고 강렬하다!"고 평하고 싶다. 폭력과 공포를 대서사시에 녹여낸 판타지로서 이어질 마이카와 몬스트룸의 예측불가 사건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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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지음, 제프리 앨런 러브 그림,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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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2019년 초판)

저자 -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그림 - 제프리 앨런 러브

역자 - 김영옥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5000원

페이지 - 239p



바이킹 전사들의 강철같은 용맹의 기원



마블 시리즈를 공유하는 MCU 세계관의 판타지 축을 담당하고 있는 머슬 히어로 [토르]로 캐릭터 자체는 익숙하지만 막상 토르의 모태가 되는 북유럽 신화는 살면서 단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다. 기껏해야 제우스,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정도나 만화나 영화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을뿐...-_- 하여 정식으로 처음 만난 북유럽 신화는 내게 굉장히 낯설고 생소했지만 그런만큼 게르만 특유의 강철같은 강인함과 깊은 어둠에 휩싸인 다크판타지의 세계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마블의 [토르]시리즈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오락영화로 제작되긴 하였으나 나름 노르드 신화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여 제작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냥 신화만 읽었다면 난해할 수도 있었던 부분들이 이미 이미지화된 영화를 통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져 이해를 도왔달까. 힘쓸줄만 아는 조금은 아둔한 토르의 캐릭터나 재치 넘치는 모사꾼이지만 태생적 한계로 신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는 로키의 깊은 한 역시 신화와 영화 둘 다 동일한 베이스로 그려지고 있었다. 



어쨌던 기존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된 다양한 버전의 북유럽 신화들을 만날 수 있지만 뭣보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차별점은 이번 버전이 북유럽 신화 '아트북'이라는 점이다! 일반 판본을 압도하는 대형 판형에 각종 판타지 어워드 수상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판타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제프리 앨런 러브'의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내는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아트에 가까운 환상적 페이지에 독자는 압도될 수 밖에 없으리라...블랙 & 화이트의 대비와 거친 붓터치로 거친 질감을 살려낸 그의 역동적인 일러스트들은 치열한 신들의 전쟁 한가운데로 독자를 소환시킨다.  



하여 일러스트가 가미된 인상적인 에피를 올려본다.




로키는 본처를 두고 거인족과 정을 통하여 세 아이를 낳는다.
첫째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둘째는 반은 인간 반은 시체의 몸을 가진 헬
셋째는 거대하고 흉폭한 늑대 펜리르였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장차 세계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 로키의 세 아이들의 존재를 우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오딘은 로키가 없는 사이 토르와 호니르에게 로키의 아이들을 처리하도록 명령한다.

첫째 요르문간드는 깊고 깊은 바닷속에 유폐되고
둘째 헬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맨 밑뿌리 아래 어두침침한 망자의 도시로 보내진다.




셋째 펜리르를 결박하기 위해 오딘은 뇨르드에게 쇠사슬을 만들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막강한 펜리르는 간단히 뇨르드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이에 오딘은 난쟁이족에게 황금을 댓가로 마법의 사슬을 제작해줄것을 의뢰한다.




마침내 난쟁이가 만든 마법의 끈으로 펜리르를 결박한 신들은 펜리르를 호수 한가운데 작은섬 링비에 가둬 놓는데 성공한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로키의 세 자식들을 잔인하게 유폐한 오딘의 결정은 훗날 로키의 배신으로 멸망하는 아스가르드의 불행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거대 괴수들과의 한판 외에도 묠니르를 휘두르며 거인족과의 화끈한 한판승을 펼치는 토르의 거침없는 활약상,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로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상상도 못한 가장 쇼킹한 에피는 암말로 변신한 로키가 숫말과 교미하고 직접 조랑말을 출산하는 장면이....ㄷㄷㄷ) 등등 기상천외한 판타지가 북유럽 신화의 세계로 매료시킨다. 



세계수 이그드라실로 이어진 신들의 나라 아스가르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중간계 미드가르드, 거인들의 나라 요툰헤임, 사자의 나라 니플헤임까지...바이킹의 용맹이 깃든 노르드 신화 속으로 빠져보자!



덧 - 그나저나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의 왕래는 해임달이 지키고 있는 무지개 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신계와 인간계를 잇는 의미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라는 의미가 이때부터 죽음을 의미하게 된건 아닌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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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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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킬 (2019년 초판)

저자 - 이재량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43p



버러지 같은 인간들을 박멸하라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내용은 더욱 기이하고 음습하다. 정말로 싹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바퀴벌레들이 온몸을 기어다니듯 찝찝하고 근질근질한 소설 [올킬]이다. 얼굴이 비칠 정도로 곱디 고운 검정색 키틴질 껍질 아래에 살포시 숨겨놓은 수천마리의 새끼가 담긴 알주머니를 달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침투해 서식하는 지구상 최강의 지배자.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바퀴벌레를 정말 구역질이 나도록 질리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ㅠ_ㅠ 생경한 공포! 이걸 혐오곤충 호러라고 해야할지..뭐라 불러야 할지..-_-;;;  



유년시절 아버지의 학대속에서 커온 고광남은 병적인 결벽증이 생겼고 그런 결벽 집착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다. 서른줄이 넘어 겨우 겨우 결혼엔 성공하지만 남편의 이상증세에 질린 아내는 아이를 낳자마자 이혼을 요구하고 고광남은 아내와 아들에게 집을 넘기고 제천의 깊은 산골짜기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개조하여 홀로 기거한다. 그런 깊은 오지에 언제부턴가 시끌벅적 공사차량들이 오가더니 고광남의 오두막 바로 옆에 으리으리한 전원주택이 지어지고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건축 디자이너 부부가 주택에 들어오고부터는 매일밤 늦게까지 시끌벅적 가든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고광남의 오두막 방향으로 쓰레기 봉투에 쌓여있는 음식찌꺼기들은 며칠째 그대로 방치되어 썩은내가 진동하고 시꺼먼 파리때가 달라붙어 깔끔한 고광남은 홀로 끓탕을 하는데, 그러던 어느날....고광남은 수채구멍 사이로 긴 더듬이를 안테나처럼 내밀고 밖을 살피는 검은색 곤충과 맞닥뜨리고.....그날부터 바퀴벌레와의 치열한 사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시중 약제로 질기고 질긴 바퀴벌레를 박멸하기엔 역부족...참다 못해 시내에서 눈여겨 봤던 사설 해충구제업체 올킬에 전화를 걸자 곧바로 흰색 밴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백발의 여성이 고광남의 집으로 찾아오는데......


이때만해도 고광남은 전혀 알수 없었다. 올킬에 의뢰한 바퀴벌레 박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불현듯 스무살 무렵 끔찍하도록 불쾌한 경험이 본인의 뇌리를 스치듯 훑고 지나간다. 아파트에서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간 본가에 얹혀살던 본인은 무더운 여름날 본인 방에 누워 잤더랬다. 덥기도 하고 원체 답답한걸 싫어해서 빤스 한장 입고 이불 없이 누워자는데 스스슥...사사삭.....벽을 스치는 듯한 불길한 소리에 이어 등짝 한가운데 손가락 한마디 만한 크기의 무언가가 등짝을 쿠션삼아 안착하고....번개같이 일어나 형광등을 키고 이불을 살펴보니 어느새 방 구석 장농밑으로 번개같이, 거의 날다시피 달려가는 살이 통토하게 오른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검은색 바퀴벌레 한마리....이런 젠장할...미친듯이 바퀴약을 장농틈사이로 뿌려대지만 눈으로 뒈지는 모습을 보기전까진 불안하여 누울수도 없고 그런 와중에도 등짝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착륙의 불쾌한 촉감....그런날은 잠은 다잔거다. 불행한건 그런 끔찍한 경험이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는것이니...아흐흑.....



이 작품을 읽으며 작품속 불사신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바퀴벌레에 미쳐가는 고광남을 보면서 그때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등짝 한가운데가 미치도록 가려운걸 느끼면서 나도 고광남과 함께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정말로 작가가 세스코에 몸담았거나 아니면 바퀴벌레 연구 학위가 있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악마의 곤충에 대한 빠삭한 습성과 묘사가 진저리나도록 생생하게 와닿는다. 



끈질긴 생존력, 엄청난 번식력으로 무장하여 인류가 멸망해도 끝까지 지구상에 남아 군림할 최강의 생물로서 인류는 태초부터 바퀴벌레와 공존해오며 인류를 앞선 바퀴의 극악의 생존력에 공포심을 느꼈고 그 공포의 DNA가 이어져오기에 지금도 우리는 그렇게 바퀴를 혐오하고 단 한순간도 같은공간에 있기를 거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 오면서 이런 바퀴벌레 보다 더 끔찍하고 혐오스런 인간들을 목격하지 않았던가...아무도 모르게 남에게 빌붙어 자신의 배를 불리는 버러지 같은 인간말종들....번번이 마주하게 되는 더러운 민낯에 더해가는 사람에 대한 실망과 회의. 올 킬 Ltd. 에서 장판 사이 사이, 수챗구멍 속안에 서식하고 있는 수천마리의 바퀴들을 시원~하게 박멸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또다른 통쾌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쾌감 뒤엔 그에 따른 책임과 새로운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만 말이다....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공포를 자극하면서 교묘하게 인간의 이기심에 따른 혐오감을 조장하여 인간과 바퀴를 동일선상에 두고 독자로 하여금 저울질 하게 만든다. 과연 바퀴와 인간 어느쪽이 더 유해한가....더불어 결벽의 인생을 살아온 고광남이 바퀴벌레로 인하여 서서히 무너져가는 정신착란의 과정이 무섭도록 세밀하게 그려져 극도의 공포를 자극한다. '카프카'의 [변신]도 아니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플라이]도 아닌 '이재량'의 [올 킬]이 보여주는 극악의 그로테스크.....치솟는 혐오감과 돌진하는 몰입감이 돋보이는 독특한 공포 호러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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