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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ㅣ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평점 :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2024년 초판)
저자 - 무경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92p
시대 추리의 타고난 이야기꾼
[1929년 은일당] 시리즈로 익히 알고 있던 작가 '무경'이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이 되어 신작을 출간했다. 이름도 긴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인데, '은일당'시리즈를 읽었다면 낯익은 연주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안락탐정 의자식 추리 작품을 낸 것. 이른바 '무경'작가가 내놓은 '은일당' 유니버스랄까. '은일당'을 읽었던, 읽지 않았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대극 추리소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역사추리, 시대극은 전혀 취향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왔건만, 이 작품은 그런 시대극 극혐 독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라 단언 할 수 있다. 본인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랄까. 일제치하가 배경이지만 결코 낡지 않은 필력은 현대의 감각적 감성이 묻어난다.
좌우간, 일단 잡고 나면 단편 하나는 금방 클리어할 수 있을정도로 높은 가독성을 선보이는데, 흥미로운 이야기와 큰 폰트에 시원시원한 페이지 디자인이 합세했기 때문인듯. 독서커뮤니티 '그믐'에 올렸던 각 단편의 리뷰로 이 작품의 리뷰를 대신한다.
1.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번째 단편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를 읽었습니다. 은일당에서 만났던 연주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은일당의 시대나 배경이 연속되어 더욱 반가웠답니다. ㅎㅎ 작품은 안락의자탐정의 형식을 띠는것 같아요. 다만 사건 해결까지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클래식한 안락의자보다는 필요에 의해 현장을 뛰는 '기억 속의 유괴'와 같은 안락물이더군요. 부산 배경의 현장감이 살아나 좋았습니다. 또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결말(파이 이야기 같은)로 맺음지어 현실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조화되는듯 했습니다. 나머지 단편도 이런식의 결말인지는 모르겠네요. ㅎㅎㅎ 아쉬운점은 노골적인 복선이 딱 예상한 그대로의 진상으로 이어져 아쉬웠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작품이다보니 초심자를 잡기 위한 친절함이었을까요. ㅎㅎㅎ 진상을 한 번 더 비틀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2.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는 본문에서도 언급하지만 관찰로 추리해내는 셜록을 떠올리게 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ㅎㅎㅎ 작품을 읽고 나니 손가락이 샛노래지는 귤을 까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저도 영광의 살의에서 비슷한 독살트릭을 썼던지라 반가웠습니다. 의사 남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여관 주인과 남자 몸종의 미스디렉션을 유도하는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가독성이 꽤 좋아요. 앉은자리에서 단편 하나는 쉽게 읽을 수 있네요.
3.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품집중에 가장 역동(?)적인 작품이었군요. ㅎ 굳이 가르자면 알리바이 트릭인데 이 '회색'에 시선을 못박아 주변을 흐리게 만드는 기교가 좋았습니다. 일제치하 시대이다보니 비밀결사에 대한 판을 깔기가 좋고 미스터리와도 상성이 좋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떡밥을 가득 던지고 끝내는데 작가 후기까지 궁금하면 [은일당]을 읽어보라는 (반)강제적 메시지가 담겨있군요.ㅋ 마듬 흑조와 함께 은일당의 역주행 기대됩니다. ㅎㅎㅎ 셜록의 맞수처럼 유리와의 한판 대결을 기약하며 다음 작품집으로 만나봽길 고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시대극 작가에서 이제는 시대극 전문 작가로 자리매김 한 '무경'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