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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마라의 요람 (2024년 초판)
저자 - 고태라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60p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학 탐정 탄생
무서운 신인이 등장했다. 23년 민속학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 [설곡야담]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이후 첫출간작이 장편 민속학 탐정이라니. 게다가 적지 않은 분량을 거의 민속학 탐정 '민도치'의 입담으로 풀어가는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으니. 드디어 한국에도 민속학 탐정이 탄생한 것이다.
다도해의 죽해도. 섬을 양분하는 두 파벌(나릿놀, 우름곶)이 함께 화합하여 제사를 지내는 성스러운 날을 앞두고 참혹한 살인이 발생한다. 제사를 앞두고 술, 담배, 심지어 색까지 멀리하던 마을 사람들은 변사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마침 죽해도를 찾았던 민도치는 경찰들과 함께 살인 사건의 현장을 함께하고 범인의 행적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살인은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데....
민속학, 민속학 하지만 이제껏 마땅히 민속학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민속학 탐정하면 떠오르는 '미쓰다 신조'의 [사상학 탐정]시리즈는 절판되어 프리미엄이 붙은지 오래고 작가가 오마주했다는 '요코미조 세이지'의 [옥문도]역시 보지 못했으니. 일단 이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듯 싶다. 다만 민도치가 풀어내는 한국적 토속신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입담. 즉 재치있는 글빨은 감탄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대화체에 잼병인 나로선 더욱 부러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사건과 범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드러나는 증거들에 맞춰 가설을 수정하는 방법을 취하다보니 360페이지 내에서 상황묘사보다 오가는 대화의 분량이 월등히 많아질 수 밖에 없을듯.
폐쇄된 마을에서의 연쇄 살인. 대립하는 두 마을 간의 첨예한 갈등. 두 마을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찰의 스님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져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실로 장르적 기교가 뛰어나달까. 아니, 타고났달까. 고태라 작가님과 추협 총회에서 잠시 술자리를 가졌을때 쟁여놓은 총알(장편 원고)이 3개나 된다고 하셨으니 다음에는 또 어떤 알싸~한 마라맛을 들고 올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