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은수를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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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2022년 초판)

저자 - 히로시마 레이코

그림 - 하시 가쓰카메

역자 - 이소담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40p

가장 멋진 은수를 가져오는 자에게 내 전재산을 내놓겠소

'히로시마 레이코' 다소 낯선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다. 하지만 작가의 약력을 보고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시마 레이코'는 몰라도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기묘하고 신비한 과자 가게로 아이들을 욕망을 자극하며 단번에 매료시킨 바로 [전천당]의 작가인 것이다. 초딩 딸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는 걸 지나치며 봤는데 어느샌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있더라. 그김에 딸아이 옆에서 만화 몇편을 봤는데 아이용이지만 나름 다크한 분위기로 권선징악을 이야기하는 만화는 어른이 보기에도 매력적이었다.

[전천당]이 아이용이라면 이 단편집 [어떤 은수를]은 그보다 연령대가 높은 청소년용이다. 청소년 대상이라곤 하나 역시나 작가의 독보적인 기묘하고 다크한 색체가 듬뿍 담겨있어 성인이 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이야기였다. 물욕에 눈이 먼 어리석은 인간들을 비웃는가 하면, 사랑에 배신당해 망가져가는 청년의 상처를 보듬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마녀에게서 생존하기 위한 소녀들의 용기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품집에 실린 3편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뛰어난 판타지 우화였다.

  1. 어떤 은수를

거대부호인 세이잔은 그를 추종하는 남녀 5명을 모아두고 선언한다. "가장 멋진 은수를 가져오는 자에게 내 전재산을 내놓겠소" 은수의 알을 줄테니 기한내에 은수를 부화시켜 멋지게 키워내라는 것. 5명의 남녀는 열광한다. 너무나 진귀하여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은수를 공짜로 준다니. 게다가 은수 경합에서 이기면 세이잔의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세이잔이 공지한 기한이 되었다. 다시 모인 5명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2. 히나와 히나

관료의 친척을 폭행하여 등대가 있는 외딴 무인도에 홀로 지내게 된 청년. 5년을 버티면 섬에서 육지로 갈 수 있다. 하루하루 고독을 곱씹던 청년의 눈앞에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히나. 청년과 결혼을 약속했던 아리따운 여성. 환영으로 나타난 히나는 청년을 보며 비웃기 시작하는데.....

3. 마녀의 딸들

오늘도 들판의 열매를 배불리 따먹고 해질무렵 성으로 돌아온 키아. 키아를 기다리는 엄마는 만찬을 차려놓고 키아를 기다린다. 키아가 음식을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본뒤. 직접 키아를 목욕시키고 침대에 눕힌다. 이어지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에 거부할 수 없이 잠에 빠져든다. 또다시 날이 밝고. 홀로 깨어난 키아는 들판을 휘젓는다. 엄마는 낮동안 지하실에 머문다. 그리고 절대 낮동안 지하실에 내려가면 안된다. 그것이 엄마와의 절대 깨서는 안될 약속이기에....

표제작이자 중편 분량의 [어떤 은수를]은 인간의 욕망의 어두운 민낯을 은수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낸다. 광물과 생물의 중간즈음. 은수의 알에 한달동안 매일 자신의 피를 떨어트리고 아껴주면 한달 뒤에 주인이 원하던 은수가 깨어난다. 주인의 욕망을 투영하기에 은수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며 능력 또한 각기 다르다. 그래서 손님의 욕망을 간파하고 물건을 주던 [전천당]과 가장 흡사한 이야기였다. 물론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의 말로는 [전천당]보다 훨씬 참혹했다.

[히나와 히나]는 모처럼 힐링 판타지다. 사랑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역시 사랑아니겠는가. 순진한 바보 온달이 제발 눈을 떳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ㅎㅎㅎ [마녀의 딸들]은 앞선 두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앞선 두 작품이 일본 느낌이 가득한 동양 판타지라면 [마녀의 딸들]은 서양풍의 판타지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상당히 흥미롭다. 스포가 우려되어 언급하기 힘들다만 마녀를 무찌르기 위한 소녀들의 연합 방식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린이, 청소년... 이제 작가의 제한 없는 성인용 판타지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인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전천당 할머니가 암흑의 판타지를 건네주려나. ㅎㅎㅎ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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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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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2022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64p

속죄란 무엇인가

죄의 무게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야쿠마루 가쿠'의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인 작품이 출간됐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의 시선에서 그들의 억울함과 피해자임에도 마음졸이며 살아야 하는 부조리를 고발하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다르다. '죄를 지은자는 발뻗고 잠을 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죄를 짓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해자의 시선을 그려낸다.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의 시선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성실하고 착한 대학생. 누군가의 지인, 친구? 혹은 가족? 아니면 내가 될 수도 있는 평범한 이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죄인으로 낙인 찍히고 평생을 움츠려 살아야 하는.... 그저 운이 없어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작품에 이입되는 감정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마가키 쇼타는 대학 친구들과 늦게까지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한다. 이제 자려고 누운 쇼타의 핸드폰이 울리고. 애인이 보낸 문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지금 당장 만나러 와주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애인의 최후통첩. 버스와 지하철은 끊겼고, 비고 쏟아지는 심야에 택시도 잡히지 않으리라. 어쩔 수 없이 해서는 안 될 음주운전을 하고 만다. 쏟아지는 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눈을 판 사이.

'텅.'

그리고 쇼타의 인생은 전과는 180도 달라진다.

이 장면을 읽으며 차 바퀴로 돌진하는 짐승을 치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어지는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만 간다. 두려움에 떨던 쇼타는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과 타협하고 거짓을 토로하지만 검사와 재판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순간에 노인을 치고 뺑소니를 친 파렴치한으로 몰린 쇼타. 그리고 하루아침에 쇼타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노인이 있다.

청년 쇼타는 꿈을 잃고, 단란하던 가족은 쇼타로 인해 무너져버린다. 잔혹하리만큼 죗값을 치루는 쇼타의 모습을 보며 죄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하지만 작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옥에서 출소한 쇼타를 찾으려는 노인의 집요한 노력에서 노인의 의도에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복수심에 불타는 노인의 단죄일까? 하지만 급격한 치매의 확산으로 노인의 기억은 잃어만 간다.

복잡하게 엇갈리는 인연의 끈. 진정한 참회와 용서. 진심을 담은 사과의 용기와 어려움을 알기에 결말의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해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죄를 지을수 있기에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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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정명섭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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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2022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04p

죽지 않는 좀비의 무한 반복

국내에서 좀비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좀비덕후 '정명섭'작가의 회심의 신작이 출간됐다. 미쳐 날뛰는 K-좀비도 식상하다 싶은 이때. 새로운 설정과 신박한 이야기로 새롭게 나타난 [재생]은 기존의 식상함을 몽땅 날려버릴 하이브리드 좀비 소설이다. SF소설의 흥행불변의 설정 타임루프와 호러장르의 분파에서 좀비장르로 독립될 정도로 마니아를 보유한 좀비가 만났다.

죽지 않는 언데드 좀비 + 같은 하루의 무한 반복

이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 게다가 끝없는 타임루프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장현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출근준비를 시작한다. 그때 TV에서 나오는 이상한 뉴스에 신경이 쏠린다. 어젯밤 서울 상공에 나타난 붉은 기둥에서 뻗어나온 미스터리한 빛의 정체를 두고 패널들의 설왕설래가 펼쳐진다. 그런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듯 TV를 끄고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챙겨 나온 현우는 집을 나선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출근길 아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멀리서 들리던 비명소리가 점점 현우를 향해 다가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돌변하는 사람들.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미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지만, 빠르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좀비들을 피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들에게 목덜미를 물어 뜯기고 서서히 이성을 잃고 좀비가 되어간다.

마지막 의식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암전.

그리고 비명과 함께 눈을 뜬 곳은 어제의 침대.

아니. 오늘의 침대이다.

무슨 짓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좀비 연옥에 갇힌 현우의 절망감. 그리고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해 거듭되는 도전과 시도들. 그리고 절망. 절망. 절망. ㅎㅎㅎ 하루가 계속 반복되지만 차츰차츰 루프에 적응하고 여러 시도를 하는 현우의 고군분투에 집중하게 된다. 뭐랄까. 레벨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RPG 게임의 용사를 보는 기분이랄까.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열 번째 날이 반복되고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3개의 챕터까지 통틀어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반부는 반복되는 하루를 자각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고군분투가 중반까지 펼쳐지고. 이후에는 좀비무리가 공격하지 않는 후드를 입은 미스터리한 여성과의 조우가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어서 타임루프와 후드 여성의 비밀, 좀비들의 왕과의 사투가 대망의 결말부에서 펼쳐지게 된다.

역사와 좀비를 합친 [달이 부서진 밤], 좀비와 SF를 접목한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좀비와 게임을 접목한 [컨티뉴]의 [데드 앤드 언데드] 그리고 이번 좀비 타임루프 [재생]까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작가의 노력이 빛난다. 페이지터너의 가독성은 물론이거니와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시원한 속도감도 선사한다. 결말의 비밀은 근래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작품에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진화하는 좀비에 참신한 설정을 덧입힌 것이 가장 좋았다. 몇가지 단점들은 그 새로움에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세계 최초 좀비 타임루프 스릴러' 그렇다. 좀비는. '정명섭'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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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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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 덫 (2022년 초판)

저자 - 무경

출판사 - 부크크오리지널

정가 - 17000원

페이지 - 427p

컴백 에드가 오

암울하던 일제치하 식민지. 새로운 경성 탐정을 탄생 시킨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의 모던뽀이 '에드가 오'가 다시 우리곁에 돌아왔다. 언제나 신사의 멋을 부르짖지만 거듭된 헛발질로 웃음을 자아내던 오덕문(에드가 오)은 이번 2편에는 좀 제대로 된 추리를 펼치나 싶었는데, 허당은 역시 허당이로다. ㅎㅎㅎ 게다가 새로운 친구와 함께 돌아왔으니.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홍이다. 영국물을 먹은 에드가 오와 러시아 물을 먹은 세르게이 홍의 이야기는 앞선 1편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경성시내 안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괴소문이 퍼진다. 흉흉한 소문에 각 지역에 순사가 배치되고, 에드가 오는 해가지는 여름밤을 찢는 총격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총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간 에드가 오는 총을 맞고 숨이 끊어진 남자와 에드가 오를 향해 소총을 겨눈 순사와 마주한다. 순사는 에드가 오의 뒤를 가리키며 갑자기 나타난 포수가 남자를 쐈다며 에드가 오를 두고 산으로 달려 들어간다.

포수 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돌아온 세르게이 홍을 만나려던 에드가 오는 그가 총격사건이 있던 날 경성의 온 시내에 길다란 상자를 들고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하는데......

일단 이번 작품의 메인 사건은 총격사건이다. 목격자는 순사와 에드가 오 단 두명. 그리고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친구찾아 삼만리랄까. ㅎㅎㅎ 세르게이 홍을 만나야 하지만 드라마 처럼 계속해서 어긋나는 둘은 운명의 장난처럼 숨박꼭질을 되풀이한다.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세르게이 홍을 만나야 하지만 결국 당사자에게 묻지 못하는 에드가 오의 머리속엔 비약과 추리가 뒤섞여 이상한 결과를 도출해 내고야 만다.

1편에서 안락의자 탐정 역할을 맡았던 은일당의 소녀 선화는 이번 편에서는 잠시 뒤로 빠지고 과거 에드가 오에게 과외를 받았던 여성 연주가 그 역할을 대신 한다. 역시나 발벗고 뛰는 에드가 오의 고군분투와 한국인을 혐오하는 일본 순사들과의 대치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간간이 엿보이는 항일운동의 비밀결사, 실제 비극적 역사였던 관동대지진을 메인 테마와 엮어내 시대 추리라는 은일당 만의 오리지널리티 매력으로 풀어낸다.

사실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노골적으로 한 인물을 범인으로 몰고 있어 그에 대한 반전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나 에드가 오의 허당미와 그런 에드가 오를 뒷받침 하는 여성 캐릭터들(선화, 연주, 계월)의 매력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1편은 봄, 이번 2편은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 3,4편은 가을과 겨울이려나. ㅎㅎㅎ 더불어 새로 추가될 캐릭터의 이름이 궁금해지는 건 그만큼 캐릭터 빌드업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방에 기억에 남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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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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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2022년 초판)

저자 - 다아카 야스히로

역자 - 김수희

출판사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정가 - 17800원

페이지 - 280p

산에 뭔가가 있다!

때때로 동료들과 떨어져 산행을 할때 적막한 산속에서 이유모를 한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분명 함께 오르던 일행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고 어느새 나 혼자 깊은 산속을 헤매이는 듯한 기분. 그늘인 나무들에 갇혀있던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포감.

사실 산에 얽힌 괴담을 만화로 풀어낸 [산괴담] 리뷰에 썼던 글인데 이 작품 [산괴]에도 어울릴것 같아 재활용했다. 일본 전국을 돌며 산에 얽힌 괴담을 수집한 작가가 펴낸 [산괴]는 우리도 익히 들어보았던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들을 몽땅 풀어낸다. 무덤가에 떠오른 도깨비불을 시작으로 산에서 실종된 아이가 말도 안되는 장소에 나타나는가 하면 하반신이 없는 유령을 만나 경악하고 2틀 연속 산에서 내려오는 뜨개질 하는 여성을 만나 놀라는가 하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산에서 내 배낭을 낚아 채는 불가사의한 무언가와 만나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한 목격, 경험담 혹은 풍문을 소개하다보니 아무래도 괴담사이의 일종의 패턴이 보이긴 한다. 불가사의한 일의 정체나 앞뒤 배경 설명 또한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거대한 산에서 겪는 알 수없는 근원적 공포는 확실하게 체감시킨다.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로 호러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으니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가장 많이 소개되는 이야기는 여우에 홀리는 이야기인데, 여우 뿐만 아니라 너구리, 뱀 등등 오래도록 살아온 동물이 신통력이 생겨 인간을 홀리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시체에서 떠오른 인이 타오르는 도깨비불도 [산괴]에 빼놓을 수 없는 소재거리. 추가로 떠돌던 승려의 경고 한마디는 [산괴]를 완성시켜주는 요소랄까. ㅎㅎㅎ

추가로 앞서 언급한 만화 [산괴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토준지'의 작품의 소재가 이 [산괴]에 실려있어 무척이나 신가하고 반가웠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오랜 괴담들을 수집하고 데이터화 하는 일본의 노력은 우리도 배울만 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이야기는 충청남도 천안시 XX 골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서~' 라고 마무리 짓는 [전설의 고향]이 떠올랐다. 한국도 잊혀져가는 각 지역의 괴담들을 아카이빙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괴 1]인 것을 보니 2편도 있나보다. 2편에서는 어떤 유형의 산에 얽힌 괴담들이 수록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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