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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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내가남자를죽였어 (2019년 초판)
저자 -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역자 - 강승희
출판사 - 천문장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59p



희대의 싸이코패스 악녀...그리고 그녀의 천사같은 언니


북미나 유럽의 스릴러는 많이 접해봤지만 뜨거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스릴러는 처음 접하는것 같다. 독특한 제목과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스릴러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이다. 사실 세상 살아가는 것이야 국가, 지역을 떠나 어디든 다를바 없을테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이런 스릴러의 긴장과 묘미는 매한가지리라. 반면 스릴러라는 보편적 장르에도 북미와 유럽의 작품들이 각 국가의 고유의 색을 띄듯 이 작품도 아프리카 특유의 지역색을 엿볼 수 있어 한층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동생이 죽인 시체를 처리하는 언니...과연 이 자매에겐 어떤 말못할 사연이 숨어있을까....



아율라가 전화했다. 언니, 내가 그를 죽였어.
그건, 내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9page]


벌써 세 번째 시체처리...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불편하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려 해서 찔렀다는 동생의 말을 믿고 싶지만 남자의 등에 깊숙이 박힌 칼. 게다가 그 칼은 아버지의 유품으로 동생이 평소 아끼는 칼이니...일단 잡생각은 떨쳐버리고 강력한 표백제를 사용하여 핏자국을 지우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침대보에 시체를싸서 동생과 함께 차 트렁크에 실고 세번째로 찾아간 대교 아래 강물속으로 시체를 던진다...며칠뒤 남자의 실종이 화제가 되고 언니 코레드는 동생 아율라에게 당분간 조용히 지낼것을 신신당부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코레드는 짝사랑하는 의사 타데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고, 몇 년째 혼수상태로 가족도 외면한 513호실 남자에게 자신과 동생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하소연한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병원에 찾아온 동생 아율라....그리고 미모의 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의사 타데....짝사랑하는 의사를 동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남자와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513호 병실의 환자는 기적처럼 정신을 차리는데....그녀의 평화롭고 안정된 일상에 금이 가려고 한다....



작품은 피를나눈 자매로서 가족의 죄를 어디까지 덮어줄 것인가에 대해, 날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온 동생과 그에 반해 출중하지 못한 외모로 가족에게 조차도 비교와 무시를 당하며 살아온 언니의 뿌리깊은 열등감, 동생이 눈하나 깜빡 안하고 아무렇지 않게 애인과 교제의 끝을 살인으로 맺는 숨겨진 가족사 등등등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고 어느새 언니의 입장에서 그녀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게 만든다. 살인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뇌가 빈듯한 여우같은 동생이 짝사랑 하는 남자까지 가로채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없는 언니의 답답하고 미칠듯한 심정이 처음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는데...그녀의 비극적 가족사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동생의 보호자로서 동생을 끝까지 지켜야만 했던 언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된다고 해야할까...머...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 아율라가 백치 싸이코패스라는건 변함없지만서도...줄기차게 살인을 저지르는 핵폭탄같은 동생을 내쳐버리지 못하는 코레드의 기구한 운명에 조금은 동정심이 생겼다.



앞서 말했지만 아프리카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 특유의 지역색을 배치해 놓는데, 아무리 뒷처리를 했다지만 세 명이나 죽여놓고도 자매들이 태연자약 할 수 있는 이유를 뒷돈만 밝히는 능력없는 부패경찰들 때문이라 설명하고 그와관련 에피소드를 넣어놓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부족국가의 풍습과 엄격하고 막강한 가부장제가 그려진다. 물론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은 작품을 이해하고 그 정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배경이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매매혼에 가까운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걸 보면 그녀들이 여성으로 겪었을 고난이 얼마나 무거웠을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물론 그녀들이 겪은 비극이 살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던...동생은 끊임없이 폭탄을 터트리고 언니는 줄기차게 수습하고...그러면서 동생은 얄밉게 약올리고 언니는 허벅지를 쑤시며 인내한다. 기이하게 뒤틀린 가족관계...언니는 동생의 저주같은 속박을 벗어날 수 있을까....기묘한 가족에 얽힌 잔혹 가족사가 위트와 코믹함으로 전개된다. 너무나 무겁고 극한의 상황인데도 깃털 처럼 가벼운 인물들의 행동이 씁쓸하게 다가오는...웃으면서도 등골 서늘한 심리스릴러랄까...아직 낯선 나이지리아에 대해, 그안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에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으로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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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4-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파묻힌 거짓말 마틴 베너 시리즈
크리스티나 올손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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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묻힌거짓말 (2019년 초판)

저자 - 크리스티나 올손

역자 - 장여정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26p




거대한 음모의 서막



노르딕 누아르를 대표하는 스웨덴의 걸작 하드보일드가 새롭게 국내 초역되었다. 스웨덴 범죄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며 북유럽 스릴러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작가 '크리스티나 올손'의 대표시리즈 '마틴 배너'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 출간된것이다. 바람둥이 변호사 배너가 단순한 호기심으로 수임한 사건을 통해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 빠지게 되고, 자신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고군분투가 숨쉴틈 없이 휘몰아친다. 그야말로 뼈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북유럽의 차디찬 칼바람처럼 말이다...'파묻힌 진실'도 아니고 '파묻힌 거짓'이라니?...가려진 거짓을 걷어내야 비로소 숨어있던 진실이 나온단 말인가?...거짓마져 은폐 할 정도로 역겹고 추악한 진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젊은 남자 하나가 사무실로 찾아와 부탁을 했다. 죽은 여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사라진 조카를 찾아달라고 했다. 처음엔 마지못해서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 사건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제 나는 눈만 남기고 온몸이 늪에 빠진 꼴이 돼버렸다.....



뛰어난 두뇌회전, 그럭저럭 괜찮은 실적, 세상 모든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자신감...자유연애주의 바람둥이 변호사 마틴 배너는 사고로 죽은 동생의 조카를 양녀로 맞아 기르는 미혼부 변호사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노숙자의 차림을 한 남자가 사무실로 찾아온다. 자신을 바비라 소개한 남자는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동생의 실종된 조카의 행방을 찾아달라 의뢰한다. 사라 텔...바비의 동생 사라 텔은 미국과 스웨덴을 오가며 다섯 명의 사람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되어 공판직전 탈출하여 어린이 집에 있던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도주 후 그날 밤 다리에서 투신하여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아들역시 그녀가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온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물여섯 살의 연쇄살인범이 누명이었다는 오빠의 주장을 받아 들일 수 없었던 배너는 바비의 의뢰를 거절하려고 하지만, 바비는 배너에게 그녀가 무죄라는 증거라며 살인이 벌어진 시간대 살인사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 버스표를 내민다. 승차한 사람의 이름조차 표시되지 않는 단순한 버스표 한장이 누명의 증거라니....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지만 강한 확신을 갖는 바비의 태도에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배너는 생각지 못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갖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망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다니...일단 독특한 사건의 도입부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다섯 살 양녀를 시터에게 맡기고 매일 저녁 눈맞는 여성과 섹스를 하고 귀가하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보이 마틴 배너의 안정적이고 부족할것 없는 개인적 생활을 배치시키면서 사라 텔 사건에 엮이면서 배너가 얼마나 지옥의 구렁텅이의 나락으로 빠질지, 그 지옥의 밑바닥에서 어떻게 기어나올지 무척 기대하게(남의 불행을 기대한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_-;;) 만든다. 



그리고 그 (못된)기대는 몰아치는 반전의 반전과 끝도 없이 확장되는 스케일에 기대를 넘어서는 일종의 확신으로 자리잡는다. 사라 텔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우연히 얻게된 그녀의 일기장...그리고 그 일기장에 언급된 루시퍼의 정체...텍사스와 스웨덴을 오가며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루시퍼의 이름값에 걸맞게 그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하고, 매춘, 마약으로 교묘하게 연결된 검은 커넥션은 이미 국경이라는 경계를 허물어 버릴정도로 거대한 조직성을 갖는다. 줄곧 사라 텔과 루시퍼의 정체를 조사하면서 배너의 한켠에서 가열차게 울리던 경고음은 마침내 무시하지 못할 현실의 위기로 실체화되고...발을 빼기엔 너무 깊이 진창에 빠져버린 배너....이제는 사라 텔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제목이 [파묻힌 거짓말]이라서일까...이건 주변인들의 진술이 쌓일수록 앞선 사실은 거짓으로 뒤집히고...거짓과 진실이 끊임없이 혼재되면서 독자를 반전의 무아지경에 빠트린다. -_- 솔직히 대강의 커다란 줄기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 이런 스토리가 진행되야만 드러나는 사실을 통한 반전의 묘미는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터라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와함께 미스터리한 수장의 국제범죄조직과 조직의 끔찍한 만행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젠장! 완전 잘못걸렸다' 같은 낭패감과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무기력감을 넘어서는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배너에게 완전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정말로 사건은 나의 예상을 한~~~참 넘어서는 역대급 스케일로 확장되고...이 복잡한 이야기가 전혀 충돌없이 스무스하게 흘러간다. 오백여 페이지가 넘는 볼륨에도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을 본것 같다. -_- 바꿔말해 이 사라 텔 사건은 [파묻힌 거짓말]에서 종료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네 그려...[파묻힌 거짓말]이 사라 텔을 위한 배너의 이야기였다면....다음 작품은 배너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진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 배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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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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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키크니의무엇이든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2019년 초판)

저자 - 키크니

출판사 - 아르테(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2p



정말로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



한때 SNS를 통해 사진을 보내고 사연을 적으면 그 사연과는 정반대의 정말로 상상도 못할 코믹한 사진으로 포샵질을 해주어 화제가 되던일이 떠오른다.(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의뢰했었는데 깔끔하게 무시당했지만...ㅠ_ㅠ) 지금 포스팅 하는 이 작품도 포토샵 대신 사람의 손으로 그린다는걸 제외하면 상당히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의뢰인들이 SNS에 사연을 올리면, 작가가 사연을 보고 한컷의 그림으로 그려 SNS에 올린다. 참으로 단순 명쾌한 시스템인데, 이 짧은 사연과 한장의 그림으로 웃음과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니...이것이 한컷 카툰의 진정한 숨겨진 힘인 것인가?....그저 의뢰인의 사연을 특유의 개그감으로 비틀어 썩소짓게 만드는 책이겠거니 생각했는데....생각지도 못한 감동으로 마음의 울림을 전하고, 울컥하게 만드는....그러면서도 잔잔한 미소로 마무리 짓는 따뜻한 만화였다니!!! SNS 20만 팔로워의 인싸 드립력이 빛을 발한다....-_-



그림 에세이를 두고 글자로 떠들어봐야 무엇하랴....백문이 불여일견! 작품을 보며 내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던, 함께 공감했으면 좋을것 같은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1. 짧막한 의뢰인들의 사연 한페이지

2. 두근대며 페이지를 넘기면 의뢰인의 사연을 토대로 그려낸 결과물이 두둥!~

3. 차분히 작가가 전달하는 이야기를 보고 그 감정을 느끼면 끝!...


[1]


























































































따....따뜻할듯.... 부...부럽다...





[2]























































































































































아....별거 아닌거 같은데 심쿵....OTL....이시대를 살아가는 엄마 아빠라면 정말로 공감할 만한 컷이 아닌가....ㅠ_ㅠ 엄마의 등을 쓰다듬는 아이의 손...





[3]




남자의 감정도 그렇습니다.....





[4]



아...ㅠ_ㅠ.....이런 감성을 담아내다니....흑....




단순한 웃음만 있었다면 이런 감동과 위로의 감정은 받을 수 없었을것 같다. 이런 작품들을 보다 보면 작가의 센스가 정말로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된다. 의뢰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최대의 반전 코믹을 선사하고, 정말로 위로가 필요한 사연자에겐 세상 누구보다 커다란 힘이 되는 위로를 보내주는....그 선을 넘지 않는 센스...신은 작가에게 그림실력 보다 이 천부적 센스를 주신것 같다....(물론 작가의 그림실력을 까는건 아니다..ㅎㅎ 사실 이런 투박함조차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한 컷의 만화가 주는 직관적인 이야기는 열마디 말보다, 열줄의 글보다 더욱 우리 마음에 때려박히면서 순식간에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이런 공감의 장면은 나오지 못하리라...우락부락 터미네이터 같은 외모뒤엔 누구보다 여리디 여린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건가...ㅎㅎ 웃음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키크니 상담소....정말로 힘들고 지칠때...순식간에 단박에 기분전환 시켜주는 엄청난 에세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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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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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괴도감 (2019년 초판)
저자 - 고성배(물고기머리)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22000원
페이지 - 399p


'제대로'된 한국의 요괴도감의 탄생!


언제부턴가 개인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텀블벅 사이트에서 한국요괴에 관한 책들의 펀딩이 올라오고 다른 프로젝트는 몰라도 요괴관련 프로젝트는 상당히 성황리에 펀딩에 성공하는것을 볼 수 있었다. 나역시 요괴관련 프로젝트는 빠지지 않고 펀딩에 참여했었고, 그렇게 [한국요괴대백과 上]와 [동이귀괴물집] 두 권을 소장중이다. 그렇게 마이너? 출판계쪽에서 인기를 끌던 요괴 아이템이 18년 말 '곽재식'작가가 직접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출판한 [한국 괴물 백과]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동안 소외당해오던 한국 오컬트 요괴물이 메이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던것 같다. 그리고 또 한권의 요괴도감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으니...그동안 우후죽순 중구난방 나왔던 한국의 요괴도감을 한방에 교통정리 할 뭔가 '제대로'된 요괴도감의 탄생이라 평하고 싶다. 


사실 이 [한국 요괴 도감]은 원전이 따로 있다는 사실....바로 텀블벅 펀딩으로 출간된 [동이귀 괴물집]이 그것이다. 저자 '고성배'...닉넴 '물고기머리'님의 The Kooh 문고...일명 덕후문고 4번째 작품이었던 이 [동이귀 괴물집]은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치의 펀딩에 성공하고 펀딩이 끝낼때쯤엔 8,881명의 후원자에 1억 4천여 만원이 모이는 소위 대박터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아무리 잘돼봐야 텀블벅이니...펀딩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구할래야 구할 수 조차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메이저 출판사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좀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대중에게 공개되어 많은 이들이 볼 수있게 됐다는 점은 참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원본과 편집본]




[정말로 신비스러운 고서의 느낌을 가득 담고 있는 디자인....고급스러우면서도 뭔가 악령이 깃들어 있을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ㄷㄷㄷ 그도 그럴게 이 책안에 218마리의 요괴가 봉인되어 있으니...요기로 가득차 있구나!!! 흐흐흐~]




[물론 외관상으로도 고서의 느낌이 나도록 제작됐겠지만 진짜 강점은 어느 페이지를 펼처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사철제본이라는 점이다.]





[띠지 또한 펼치면 책속에 담긴 요괴들이 그려진 도감이 된다..ㄷㄷㄷ]

 

확실히 디자인과 독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나온 한국 요괴 도감중 사철제본으로 제작된 도감은 이 책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바로전에 텀블벅 출간돼었던 [한국요괴대백과 上]에서 사철제본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인쇄소의 실수로 일반제본으로 제작되어 아쉬웠었는데...이렇게 쫙~쫙 펴지는 사철제본을 직접 보니 이리도 줗구나! -_-


외관은 그만 넘어가고 정말로 중요한건 내용 아니겠는가...작품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 육신이 존재하여 만져지며, 짐승 혹은 사람처럼 생긴 '괴물'에 대한 장이다. 여기엔 인간형, 짐승형, 어류형, 조류형, 벌레형, 자연형, 식물형, 사물형등으로 나뉜다.

2.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에 대한 장이다. 

3.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을 다룬 '사물'에 대한 장이다.

4.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해온 한국의 '신'에 대한 장이다.

요괴에 대한 자료는 한국의 고서인 [삼국유사], [삼국사기], [용재총화], [어우야담], 민담까지 각종 고전자료들을 토대로 수집되었는데, 이색적인것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홍콩할매귀신', '자유로귀신', '콩콩귀신' 등등 현대의 도시괴담에 등장하는 귀물까지 다루고 있어 폭넓은 스펙트럼의 요괴들과 만날 수 있다. 왼편에는 요괴에 대한 설명을, 오른편엔 분류와 출몰지역, 출몰시기등과 수록된 문헌을 소개하고 있어 한눈에 요괴에 대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높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한눈에 요괴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편리한 구성]



그냥 페이지를 넘기면서 요괴들의 이야기를 보는것 만으로도 유년시절의 향수가 떠오르면서 재미있는 상상에 푹~ 빠지게 만든다. 특히 우리 정서와는 거리가 먼 외국 요괴가 아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한국의 요괴들이기에 무섭다기 보단 정겨운 감정마저 들게 한다. 공들인 디자인으로 보나 수록된 자료로 보나 이건 무조건 소장각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수록된 요괴의 삽화인데...-_- 솔직히 이 삽화는 한국 요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모든 책들이 아쉽다. 우리도 일본처럼 유명 만화가가 일러를 그려준다면 정말 좋을것 같은데...그렇게 책값이 올라가는건 충분히 감안 할 수 있을것 같은데...언제쯤 멋들어진 초일류 삽화가 수록된 요괴도감을 만날 수 있을까...어쨌던...이렇게 나와준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다...오컬트나 판타지 덕후라면 당근 있어야 할 작품이다. [한국 요괴 도감] 짱짱!!!




[요괴도감류는 나오는대로 닥치는대로 모으는중인데, 계속 추가될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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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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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2019년 초판)
저자 - 제바스티안 피체크
역자 - 한효정
출판사 - 단숨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19p



인간은 기생충과 같은 존재야. 자신의 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빨아 먹어버리지.

멸망을 자초하는 일이야....



배부른 사람들의 한끼의 육식을 위해 12억 8천마리의 소들이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다. 매일 가축들이 마실 물을 위해 수천톤의 물이 소모되고 있다. 12억 8천마리의 가축들이 사료를 먹고 뀌는 방귀 때문에 대기의 메탄가스량이 늘어나는 웃지못할 상황...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1분에 120명의 아이들이 먹지못해 기아로 사망하고 있고, 마실물을 구하기 위해 수 키로미터를 걸어서야 겨우 구정물을 퍼마실 수 있다. 이런 극단적 대비 속에서도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 현재 70억명의 인구가 지구위에서 바글거리고 있고 매 1분마다 156명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석유자원은 이미 고갈상태이고 이상태로 지구의 자원을 모두 소모하고 난뒤엔 남은것은 멸망뿐....



치명적인 전염성과 높은 치사율을 자랑하는 마닐라 독감이 유행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세계는 방역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코피가 터지며 시작되는 증세는 이후 고열과 기침을 동반하며 수시간 내에 피를 뿜으며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환자의 기침속 타액을 통해 쉽게 전염되는 강한 전파성에 인류는 공포에 떨고... 급기야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공항폐쇄와 의료시설이 열악한 슬럼가의 빈민들을 격리조치 하기에 이른다.

한편 독일 베를린,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남자는 정신을 차린 후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팔목에 거칠게 새겨진 '노아'라는 문신을 이름삼아 혼수상태에서 자신을 돌봐준 노숙자 오스카와 함께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보호소를 찾아 헤멘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속 천문학적인 가치가 매겨진 그림 한장의 화가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게되고, 그 그림을 통해 잊혀져 있던 기억의 한 단편을 떠올린 노아는 자신이 그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라 생각하고 광고속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뉴욕의 잡지사 기자 셀린은 그림의 창작자가 노아임을 확신하고 급히 베를린의 고급 호텔을 예약하여 그곳에서 자신이 도착할때까지 노아가 머물수있도록 조치해준다. 그렇게 노아와 오스카는 호텔에 도착하고, 냄새나는 몸을 씻고 있던 노아에게 기다리던 셀린은 오지 않고 소음기를 부착한 암살용 총을 든 남자가 조용히 문을 여는데...노아와 의문의 킬러와의 대치로 잊혀진 기억과는 달리 몸에 각인되 있던 생존의 본능이 깨어나며 서서히 각성하는 노아...과연 그의 정체는 누구인가?...



치명적 전염병의 창궐...의문의 총상... 기억상실증... 노아의 목숨을 노리는 일급 킬러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천부적 살인센스...-_-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고...70억 인류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도입부의 설정과 전개되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메던 기억상실 일급요원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분명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 안개속을 헤메이듯 짤막한 기억의 파편들로 감질나게 만드는...그러면서도 시원한 액션과 기억상실을 통해 아군과 적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복합적 스토리는 강렬한 쾌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현재 인류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손조차 델 수 없는 곪아 터지기 직전의 문제를 국가던...미치광이 과학자건...어둠의 비밀결사던...누군가는 개입해야 하는것 아닐까?...작품을 통해 그런 의문이 들때쯤 작가는 이 피할 수 없는 전지구적 크라이시스에 전염병과 음모론을 살포시 얹어 놓는다. 우리는 이미 에볼라와 사스를 통해 세계의 허술한 방역정책과 마지막 방어선이 뚫렸을때 축적된 시민들의 공포가 어떻게 대공황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은연중에 대중들의 뇌리엔 전염병의 공포가 각인되 있는 것이다. 이 공포에 실존하는 서방의 극소수 권력 엘리트들로 구성된 국제적 비밀단체 빌더버그 클럽이 모든 사건의 배후로 등장하면서 모든 일들이 치밀하게 짜여진 판이었음을 가늠케 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단체의 궁극적 목표를 통해 극단적이지만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사실 [놀라운 TV 서프라이즈]에나 언급되던 '일루미나티', '로스차일드', '바티칸 클럽'....그리고 '빌더버그 클럽'까지...세계경제와 정치를 좌우하는 거대한 규모의 음모론이 막 현실적으로 와닿진 않지만 인구과잉, 기아, 환경오염, 빈부격차 같은 현실적 사회문제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내놓는 음모론은 더이상 음모가 아닌 인류 공존공영의 최후의 수단으로 다가오면서 그들의 주장에 대한 당위성에 힘을 싣는다.  



파멸을 향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지금 인류의 현주소는....



사실 설정 자체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지던 익숙한 설정이다. 하다못해 [어벤져스]에서 손가락을 튕겨 전 우주의 절반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던 타노스의 의도와도 부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연...지구...더 나아가 전 우주의 암덩어리 같은 존재..이 인간의 증식에 브레이크를 걸어 세계의 평형을 유지하려는 배후의 조종자, 그리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아...그리고 밝혀지는 노아의 진짜 의미...익숙한 설정을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건 거대한 음모론 속에 음모론 그리고 또 그속에 음모론이 이어지면서 정신없이 내려치는 반전의 묘미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음모론이 허황되기 보다 진정한 공포로 다가오는건 실제로 인류가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전염병으로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SF의 재미를, 킬러와 킬러, 정보부간의 긴박하고 숨막히는 첩보전과 혈투를 통해 추리 스릴러의 진수를, 세계를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빌더버그 클럽을 통해 음모론의 묘미를 그리고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가차없이 파고드는 날카로운 사회비판까지...이 모든 장르적 요소들을 총망라 하면서도 결코 어설프거나 산만하지 않고, 무거운 주제와 반대로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장르종합선물세트이다. 그동안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환경문제에 경종을 가하려는 작가의 숨은의도가 있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이있는 메시지와 거침없는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었다. 육백여 페이지에 걸친 작가의 촘촘한 구성과 필력에 진심 놀랐다. 작가 이름 기억해 뒀다가 꼭꼭 챙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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