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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봄 ㅣ 가노 라이타 시리즈 1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평점 :
거짓의 봄 (2021년 초판)
저자 - 후루타 덴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76p
가미쿠라역 앞 파출소는 오늘도 분주하다.
지인들의 연이은 호평에 읽지 않을수가 없었다. 특히나 첫단편 [봉인된 빨강]을 극찬하는 분들이 많아 더욱 기대를 갖고 보게 된 것 같다. ㅎㅎ 작품은 다섯개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가 범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미스터리의 하위장르인 도서추리 장르이다. 그동안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보아온 탓인지 (범인이 나오더라도 형사의 시점과 교차 되는 정도였는데)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고 많은 사람중 죄를 짓게 되는 이유는 천차만별일 것이며 그들의 숨겨진 사연 역시 무궁하리라. 농도짙은 악의로 똘똘 뭉친 천성부터 악인이 있는가 하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한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죄를 짓고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는 피치못한 범인도 있는 것이다. 물론 사연이 어떻든 죄의 무게는 같다지만 다양한 범인의 사연을 통해 독자를 범인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시키고 범인과 완전히 동화된 순간 가미쿠라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취조의 달인 가노 라이타와의 숨막히는 심리 싸움에 독자를 억지로 참전시킨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가노의 압박에 페이스를 잃고 허둥대는 범인을 보자니 가노가 얄미워 보이기 까지.... -_- 나는 어느새 범인이 되었던 건가.
기본 배경은 이렇다. 가혹한 취조로 용의자가 감옥에서 자살. 쏟아지는 비난에 본청에서 나와 한적한 가미쿠라역 파출소로 좌천된 가노 라이타는 역시나 한적한 가미쿠라에서도 특출난 취조실력으로 범인을 잡아낸다.
1. 봉인된 빨강
돌아가신 할머니와 재혼한 할아버지는 치매로 요양소에 입원하고, 손자인 나는 한달에 한 번 할아버지의 집에 찾아가 집을 관리한다. 우연히 할아버지 집에서 3중 잠금 장치가 설치된 창고 열쇠를 발견하고 그동안 잠자고 있던 정염이 들끓기 시작하는데...
2. 거짓의 봄
그동안 다양한 사기를 치며 살다보니 어느새 손자를 볼 나이가 됐다. 옆집에 사는 모자의 아들이 손자처럼 예뻐보이기만 한데.... 함께 사기를 치던 크루의 맴버가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도망쳤다. 설상가상. 집으로 날아온 협박장에는 근래 저지른 사기범죄를 빌미로 천만엔을 요구하는데....
3. 이름 없는 장미
좀도둑인 난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엄마를 담당하는 미모의 간호사와 만난다. 간호사는 내 정체도 모른채 호감을 드러내 나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녀의 마음을 접게 하기 위해 난 사실 범법자임을 밝히는데...
4. 낯선 친구
대학 등록금을 위해 성매매업소에 다니던 사실을 동기에게 들켜버렸다. 동기는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나는 동기와 함께 살면서 동기의 시종이 되고 말았다. 스트레스로 시달리던 난 동기에게 작은 복수를 계획하는데....
5. 살로메의 유언
인기 성우의 독살 용의자로 인기 작가가 체포된다. 작가는 성우가 죽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고, 과거에 사귀던 사이였던 것이 밝혀진다. 모든 조사를 묵비권으로 일관하던 작가는 형사에게 가노 라이타를 데려오면 묵비권을 끝내겠다고 말하는데....
오로지 취조로 자백을 '토해내게' 만드는 약간은 엉성해보지만 날카로운 가노와 범인의 대화? 취조?가 작품의 백미이다. 각 단편의 충격적 반전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유려한 문체와 가독성은 완벽한 미스터리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출근만 아니었다면 하루만에 전부 읽어버릴 정도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봉인된 빨강]을 최고로 쳤는데, 난 표제작 [거짓의 봄]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쓰려고 했는데 엥? [낯선 친구]는 그보다 더 좋네...허허허...-_- 세번째 단편까지는 가노가 좌천된 이후의 작품이고, 네,다섯번째 단편은 가노가 좌천된 이유를 그리는 이야기라 단편의 배치도 돋보인다.
더불어 역자 후기를 읽으며 마지막 반전을 만났으니, '후루타 덴'은 한명이 아니란다. 트릭과 플롯을 짜는 작가와 플롯에 따라 글을 쓰는 작가가 합심하여 써낸 작품이 바로 [거짓의 봄]이란다. 만화에서 스토리 작가와 작화를 맡은 작가가 분업하는 건 봤어도 소설도 이렇게 분업이 가능하다는 건 처음 본듯 하여 신기했다. 여튼 최고의 콤비 '후루타 덴'의 가노 라이타 장편이 현재 일본에서 연재중이라니 조만간 만나게 될 날을 고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