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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장의 살인 ㅣ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평점 :
시인장의 살인 (2018년)
저자 - 이마무라 마사히로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448p
독특한 설정의 클로즈드 서클
속편 [마안갑의 살인]이 나온 마당에 이제서야 들춰보는 전작 [시인장의 살인]이다. 크리처+클로즈드 서클의 국내 추리작품 [아귀도]와 마찬가지로 좀비라는 대재난 상황에서의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하이브리드 설정으로 일본과 국내에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대학교 추리 동아리에 소속된 하무라는 미모의 여성의 제의로 영화동아리 합숙에 끼게 된다. 합숙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야간에 예정된 극기훈련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앞서 나간 선발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놀라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도망쳐온 부원 뒤로 기괴한 몰골의 사람들이 부원을 쫓아온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사람들은 합숙소인 자담장으로 들어간 뒤 모든 출구를 봉쇄한다. 자담장 안에 갖힌 부원들은 바깥의 무리들이 좀비임을 깨닫는다. 불안에 떠는 하루가 지나고. 방안에 있던 남자 부원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쏟아지는 좀비때를 피해 도망치는 청춘남녀들의 생존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 여기에 동료들속에 숨어있는 연쇄 살인마까지 찾아내야 하니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깨무는 것으로 전염되는 좀비의 설정을 트릭에 그대로 이용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는 기존의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트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참신성과 의외성을 엿볼 수 있다. 자담장이라는 공간적 제약, 물리면 전염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제약, 잠긴 문 안에서 살해된 피해자, 무게 제한이 걸려있는 엘리베이터 등등등... 작품 곳곳에 배치된 떡밥과 다양한 트릭들이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만끽하게한다.
이 작품으로 데뷔했고 일본 추리문학상 4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한 작가가 내놓은 말은 '사실 본격 미스터리에 심취한 적은 없다'란다. -_- 온갖 클리셰들로 점철된듯 보이면서도 흥미롭게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건 개별적으로 익숙한 흥미요소들을 꽤나 효율적으로 합체 배치했기 때문인듯 하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던 작품이란 말인가. 어찌됐던, 굉장히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작품을 이끌어 가는 하무라와 히루코 콤비의 티키타카로 인하여 작품 자체는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근래 일본 미스터리의 대세 분위기인 라노벨 스러운 가벼움이 이작품에도 묻어있달까.
그때문에 조금은 진중한 본격을 선호하는 본인에겐 너무 가볍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캐릭터 본인이 직접 사건을 추리를 하면서 유명 추리작품들의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사실은 자기도 추리소설의 캐릭터이면서 아닌척 하는게 읽는 본인으로 하여금 뭔가 오글거린달까..-_-;;;) 이 작품에서는 줄기차게 타작품들을 언급하며 인용하는 상황이 이어져 싫었다. 크흐흐흑.
작품 안에서 하우던잇, 후던잇, 와이던잇의 추리 3요소를 언급하며 각 요소별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살인에 쓰이는 트릭중 중요한 트릭은 본인도 맞출수 있었는데 이게 본인이 잘맞춘건지 트릭의 난이도가 낮은건진 판단이 잘 안선다. -_-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죽여야 했을까? 혹은 결말의 선뜻 이해되지 않는 작당모의, 바이러스 출처의 불분명 등 아쉬운 부분이 남는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제껏 '읽어본 적 없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기획의도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평하고 싶다. 속편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어떤 요소를 믹스매치 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