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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집 - 어둠을 찢고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박성신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평점 :
어둠을 찢고 울려오는 의문의 소리 : 위층집 (2021년 초판)
저자 - 박성신, 윤자영, 양수련, 김재희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08p
이사 가지 않는 한 답은 없다
누구나 공감할 이 소재로 이제껏 앤솔러지가 나온적이 없다는 것이 정말 의아하다. 대저택에 살던가, 단독주택에 살지 않는 이상 누구나 겪었을 고통. 이사 가지 않는 한 답이 없는 층간소음이 주제인 앤솔러지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이 책을 읽었던 오늘 저녁에도 경비실로부터 걸려온 인터폰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두 딸아이들을 혼낼 수 밖에 없었다. 의도치 않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버리는 층간소음의 고통. 아파트 숲에서 사는 이 시대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마음이 더욱 씁쓸해진다.
1. 위층집 - 박성신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휠채어 신세인 효비는 웹소설가이다.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홀로 웹소설을 쓰던 효비는 윗층집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쿵쿵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때부터 위층집 중년 남자의 출입을 감시하고 남자의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깨닫는다. 출퇴근 시 허리까지 오는 트렁크를 꼭 차에 싣고 내리는 남자. 효비는 직감한다. 트렁크 속에 시체가 있으리란 것을.....
2. 카오스 아파트의 층간소음 전쟁 - 윤자영
1402호 노부인이 아파트에서 추락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곧바로 부인의 가슴에 입은 자상을 발견한다. 소방대원과 함께 1402호로 달려가 잠긴 문을 뜯고 들어가니 거실바닥은 온통 피투성이고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죽은 노인이 있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1502호에 사는 남편. 이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1402호와 극한까지 분쟁하던 사이라 했다. 하지만 황재혁 경사는 다른 지점을 주목하는데.....
3. 소리 사이 - 양수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사는 유이는 유독 외로움과 두려움을 많이 타는 타입이다. 적막한 고요에서 두려움을 느끼던 그녀는 윗집의 타자 소리에 위안을 찾곤 했다. 그리고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는 한사람. 온라인에서 그녀의 고민을 함께 걱정하는 카페 운영자 재상녀였다. 모처럼 용기를 내 백화점 옷가게에 취직한 유이는 수십벌의 옷을 입기만 하고 사지 않은 여성에 대해 재상녀에게 험담한다. 농담삼아 그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난 다음날. 유이는 아파트를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에서 죽은 여성을 발견하고 놀라는데....
4. 506호의 요상한 신음 - 김재희
드라마 작가인 연우는 매번 같은 시간에 신경이 곤두선다. 옆집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고양이, 아기, 커플섹스, 성매매.... 여러 가설을 세워봤지만 이렇다하게 들어맞는 건 없었다. 분명 옆집은 여성이 홀로사는데 이 야릇한 소리는 무엇인가. 참을수 없던 연우는 옆집을 엿보기로 한다. 외벽 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 안을 들여다 보던중. 아파트로 걸어오는 옆집 여성이 보이는데......
처음 만나게 되는 표제작 '박성신'작가의 [위층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단편은 스릴러이다. 범인이 드러난 상태에서 심리적 압박을 통해 긴장감을 조이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몸이 불편한 유비의 제약조건, 위층집 남자를 쫓는 또다른 여성의 존재.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 되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피튀기는 결전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두번째 '윤자영'작가의 단편 [카오스 아파트의 층간소음 전쟁]은 제목 그대로 카오스. 읽는 이로 하여금 혼돈의 상태로 빠트린다. 이 앤솔러지에서 가장 층간소음에 대해 극렬하게 묘사한 작품이자 실화인지 픽션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을 자아낸다. 처음 이사온 윗집과 아랫집의 불편한 만남부터. 살의에 휩싸여 식칼을 들고 뛰어내려오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생생하여 아프기까지 하다. [계간 미스터리 2020 봄, 여름 호]에 실렸던 [국선변호인의 최종 변론]도 층간소음을 주제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같은 주제로 이번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본격으로 내놓으니.... 아...경찰소설의 교본으로 삼고 싶다.
'양수련'작가의 [소리 사이]는 홀로 있는 여성이 느끼는 공포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두려움 끝에 저지르는 행동들이 민폐이긴 하지만 그런 절박한 마음이 이성의 눈을 가려버리게 되는 이유가 됐다는 것에 공감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이용하는 누군가. 이유 없이 호의를 배푸는 사람은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더불어 오랜만에 만난 바리스타 탐정은 짧지만 반가웠다.
'김재희'작가의 [506호의 요상한 신음]도 반가운 인물의 깜짝 등장에 매우 즐거웠다. 나 같아도 미모의 여성이 사는 옆집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온다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리라. ㅎㅎㅎ '남자'의 입장에서 여러가지를 상상하며 즐겁게 읽은 작품이다. 오컬트로 풀어내는 방향도 좋았고 막판의 반전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해 좋았다. 가장 야릇한 층간소음 단편이랄까.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유쾌한 반전이 앞선 무거운 작품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는듯 하다.
공감. 공감. 공감. 매 작품들을 보며 내가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겪게될 층간소음의 고통을 이 작품으로 다소나마 해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