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목요일의 아이 (2021년 초판)

저자 - 시게마쓰 기요시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크로스로드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39P



목요일의 아이는 멀리 떠난다



제목에 어떤 의미가 있나 했더니만 머더구스의 노래를 인용한 제목이었다. 일본에서 꽤 유명한, 국내에도 번역서가 나와있는 작가인데 공교롭게도 본인은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사실 작가의 이름보다는 메인 사건에 매료되어 읽은 책인데, 청소년기중 가장 거침없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딩. 14살 소년이 사건의 핵심이거니와 재혼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중딩의 아버지가 된 주인공의 혼란을 그리는 줄거리에 저절로 손이 가게 되었다. 



소도시 아사히가오카의 중학교 교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한 남학생이 급식으로 나온 스프에 발키리라는 무색무취의 농약을 뿌린 뒤 

같은 반 학생들이 단체로 취식. 

담임을 비롯한 9명이 그자리에서 즉사, 21명이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혼돈의 교실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소년.

14살의 범인 우에다는 현장에서 체포된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목요일 아이의 사건이라 부른다.

범행을 앞두고 중학교 앞으로 편지 한통이 도착하는데 안에 이렇게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많은 학생이 죽을겁니다. 모두 목요일의 아이입니다.'


7년이 지나고.

전남편의 아들 하루히코를 둔 가나에와 재혼한 시미즈는 결혼 후 아사히가오카로 이사온다.

그것도 목요일의 아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여학생이 있던 집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집에 이사온 뒤부터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키우던 고양이가 갑자기 죽는가 하면, 옆집의 이웃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죽어버리는 것.

그리고 시미즈는 이 모든 사건에 하루히코가 개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싹튼다.

비록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이지만 아들을 믿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아들에게 느껴지는 공포심.

이 상반된 마음이 부딪치면서 사건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단 서두의 학생의 손으로 벌어지는 무차별 학살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년법이 적용되는 일본에서 싸이코패스 살인범 우에다는 저지른 죄의 대가를 받지 않는다. 결국 아사히가오카에 남아있는 피해자와 시민들은 풀리지 않은 울분을 쌓아두고 있는 셈. 그리고 시점은 현재로 넘어와 아들 하루히코의 외모가 놀랍도록 살인마 우에다와 닮아있음을 하루히코를 본 사람들에 의해 깨닫게 된다.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착한 아이로 알고 있는 아들을 연결짓는 것이다. 



이 불안감의 시작은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서서히 현실로 증폭된다. 그저 외모가 닮았을 뿐인데, 혹은 범인과 분위기가 흡사 할 뿐인데도 마치 아들이 무차별 학살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의심. 그 밑바탕에는 남의 자식이라는 낯선 거부감과 꾸며진 행복 등이 깔려 있다. 사실 내 피가 섞인 자식 조차도 그 속내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가족의 평화(?)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어느정도 연기를 하는 것도 현실아닌가. 결국 정도는 다를지 모르지만 어느 가족이나 겪을 수 있는 갈등상황을 목도하고 함께 고민하며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으로 써내려가는 글일뿐. 느닷없이 새아빠를 맞이하는 아들의 입장에서라면 이 작품은 또 어떻게 읽히게 될지 모르겠다.



초반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징후들은 중후반이 지나면서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대혼란의 전조로 번져나간다. 과연 시미즈는 역경속에서도 끝까지 아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인지는 작품을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으리라. 다만, 사건이 확장되는 후반부는 딱 일본 스럽다 라는 느낌이 드는 전개이다. 범죄자의 우상화.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의 철학에 동조하는 기조는 현실의 일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이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국내에서는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의 장르를 사이코 서스펜스라고 정의한다고 한다. 장르를 잘게 구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역시 사이코 서스펜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다소 과격하고 강렬한 소재인만큼 이야미스적인 요소도 가득하다. 이런 과격한 요소들이 무수하게 분리와 결합을 반복하는 현대 가족의 개념과 진정한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하고 싶다. 시미즈의 결단. 그리고 이후에도 새롭게 태어날 목요일의 아이들까지...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가 책을 덮고난 지금까지도 섬뜩하고 서늘하게 남아있다.



*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기담 - 운명적인 만남을 원한다면 목숨을 걸어라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장혜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기담 : 운명적인 만남을 원한다면 목숨을 걸어라 (2021년)

저자 - 아키요시 리카코

역자 - 장혜영

출판사 - 대원씨아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28p



그래... 목숨이라도 걸어야....



3포 4포 세대를 거치면서 결혼은 전투와 다름없다. 결혼에 골인한다 해도 승리자가 아닌 또 다른 전쟁의 시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한 4편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 [결혼기담]이다.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분량의 압박 없는데다가 가독성 또한 뛰어나 정말 각잡고 본다면 2시간이면 완독할 단편집이다. 나도 한방에 절반 읽고 아차 싶어 며칠에 나눠서 봤더라는....



1. 이상적인 남자

동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마흔 줄의 여성은 생각지도 않게 가장 이상적인 남성을 소개 받는다. 아무리 봐도 모자랄게 없는 남자를 만나며 도대체 왜 이제껏 혼자 지내는지 의문이 든다. 기어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남자가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 받았던 3명의 여성을 훔쳐내고. 3명의 여성들에게 연락을 시도하던 여성은 깜짝 놀라고 만다. 


2. 결혼 활동 매뉴얼

단체 미팅에서 간호사가 직업인 미녀와 추녀가 한 자리에 모인다. 나는 미녀에게 관심이 있지만 추녀에게도 매너를 잃지 않는다. 결국 나는 미녀와 커플에 성공하고 꿈같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미녀는 얼마안가 본색을 드러내는데....


3. 이과 여자의 결혼 활동

TV맞선 프로그램에 다수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단체 미팅을 벌인다. 이중 참가자인 이과 여성은 통계학, 수학을 접목하여 상대 남자의 마음을 빼앗으려 하고... 그 결과는.......


4. 대리 결혼 활동

바쁜 아들 대신 부모님이 상대 부모와 만나 대리 결혼 활동을 한다. 아들의 아버지는 자리에 나온 상대 어머니에게 한 눈에 반하고 아들은 분명 상대 여성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그렇게 거짓말은 눈더미처럼 불어나고. 마침내....



기존의 여성관을 뒤엎어 버리는 두번째 단편 [결혼 활동 매뉴얼]이 가장 쇼킹했고 좋았다. 외모로 성격을 규정짓는 자체가 구시대적 사고방식일테지만 지금도 대중매체에서는 은근히 그런 점들을 드러내는 것 같아 작품의 반전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이상적인 남자]가 좋았는데 역시 남자의 적은 남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걸 느꼈다는... 재미 순서를 매긴다면 2>1>3>4 이다. 4번은 결말이 어느정도 예측되어 아쉬웠다.



짧기도 짧지만 결혼을 주제로 하면서도 워낙 설정이나 소재가 겹치는 것이 없어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랄까. 이런 가벼움도 나름 좋았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신 (2021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67p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일지도



'아시자와 요'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추리가 아닌 공포작품에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분명 공포 장르를 표방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미스터리의 기법을 차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자연적 공포에 논리적인 추리를 접목하여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를 완성한 것이다. 하여 이번 작품 [나의 신]에서는 어떤 요소를 접목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했다. 



어떤 문제든 손쉽게 풀어내는 척척박사. 주인공을 비롯한 친구들은 이 척척박사 미즈타니를 '신'이라 불렀다. 초딩들의 눈으로 온갖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친구가 신처럼 우러러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즈타니가 보여주는 인간을 초월하는 지성은 충분히 논리적으로 풀이 가능한 탐정의 영역이었으니 신이라기 보다는 소년 명탐정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듯 싶다.



나도 초딩 탐정단이 등장하는 단편 [코난을 찾아라]가 [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초딩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초딩이라는 나이적 한계, 그로인한 정보의 부족, 수의의 경계 등등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남는 게 없는데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영리하게 난관을 풀어나간다. 사건들을 통해 세상사 아무것도 몰랐던 꼬꼬마 주인공의 의식이 성장하는 성장소설 플러스 일상적 사건을 풀이해 나가는 코지미스터리 플러스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아동학대까지 녹여낸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이야기랄까. 앞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정말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은 의심이 들정도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학년을 의미하는 4가지 이야기와 앞선 1년의 사건을 마무리 짓는 에필로그로 구성되있다. 아무래도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던 소녀 가와카미의 에피소드인데 일본 특유의 억지스러움이 아닌 굉장히 현실적이고 절제적인 결말이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좋았달까. 일상미스터리를 선호하지 않는 본인으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초딩 일상 미스터리였다. 



치밀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뛰어난 두뇌도 두뇌지만 반 아이들 각자의 사정과 감정을 놓치지 않고 배려하는 미즈타니는 정말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본인에게도 신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공포면 공포, 추리면 추리, 감성이면 감성. 각각의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을 이토록 진하게 낼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이 샘이날 정도로 뛰어나다. 작가의 데뷔작 [죄의 여백]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인의 사육사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인의 사육사 (2021년 초판)

저자 - 김남겸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0p



정녕 이 방법 밖에는 없었나요




SF미스터리 [로하의 세상]으로 데뷔한 '김남겸'작가의 차기작이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됐다. 책표지의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는 카피가 책을 덮고 난 뒤 묵직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뭇친 원한을 복수로 갚는 리벤지 장르는 추리와 스릴러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그런 익숙한 소재인만큼 죄인을 벌하는 다양한 시도와 방법이 리벤지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다른 리벤지물과 다른 차별화된 포인트는 무엇일까. 죄인을 벌하는 궁극의 복수는 무엇일까. 바로 이 점을 유념하며 작품을 읽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작은 소도시 흉촌에서 사육사로 일하던 여성이 우리를 탈출한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겨 사망한다. 사망한 여직원 소원은 같은 동물원 사육사 여도수와 비밀연애중이었다.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도수에게 뜻밖의 해고통지가 날아온다. 조사결과 맹수관리 담당이었던 여도수의 관리부실로 인한 사고였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분명 마지막까지 확인절차를 거쳤던 여도수는 조사결과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죽어버린 연인은 살아돌아올 수 없는 일. 망연자실한 채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여도수에게 동물원 팀장 운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여자친구 사망사고에 뭔가를 알아냈다는 것. 그리고 당장 동물원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기고. 여도수는 절친과 함께 동물원을 찾아가는데.....



동물원에서 여도수를 기다리는 사망사고의 진실은..... 여도수의 살아온 인생 자체를 무너트리기에 충분한 충격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이 문장이 떠올랐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배로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의 유명한 대사인데 이 작품에서는 배로도 모자란듯 싶다. 죄인을 향한 용서와 화해? 이 작품에서 그런 알량한 감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자신의 생살을 저미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죄인을 벌하기 위한 궁극의 복수를 감행하는 복수자들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물론 같은 목적이라 해도 추구하는 바와 성격이 다른 만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복수의 성공여부, 복수자들의 내분과 암투, 복수자들을 움직이는 또다른 존재, 복수자들의 각기 다른 사연, 비밀을 숨긴 다양한 캐릭터들을 찾는 재미까지 한 작품에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는 스릴러였다. 



단순히 죄인의 머리통에 총구를 겨누고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웨스턴식 복수극이 아니다.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만드는 한국식 '한'의 감정을 그대로 녹여낸 K-복수 스릴러이다. 죄를 지은 이도 동정의 여지가 있고, 복수자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간이 아니다. 확연히 구분지을 수 없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가 작품을 더 암울하고 무겁게 만든다. 모두가 파멸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기에 읽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혹사당하는 느낌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라리 죄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천하의 X놈이었다면 마음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으흐흐...ㅠ_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상한 사람들 (2021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윤성원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292p



살면서 마주칠지 모를 수상한 사람들, 수상한 상황들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미스터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엮은 [수상한 사람들]의 세번째 개정판이 출간됐다. 2009년 첫출간 이후로 세번째 판본이 나올 때까지 이 책의 존재를 몰랐던 내겐 재출간이라는 우연이 이 단편집과의 인연을 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연한 사건. 우연히 마주친 인물과 같이 우연을 키워드로 하는 일곱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우연한 기회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버릴지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 언제든, 누구든지 겪을 수도 있는 현대식 괴담같은 이야기였다.



1. 자고 있던 여자

호텔 대신 자신의 집을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동기. 몇가지 규칙을 정하고 대여금을 받고 동기에게 집을 빌려주기로 한다. 어느새 회사내에는 소문이 퍼져나가 적어도 3명의 동기가 돌아가며 자신의 집을 대여한다. 그날도 동기에게 집을 대여하고 차안에서 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간 나는 깜짝 놀란다. 비어있어야 할 집 침대에 모르는 여자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2. 판정 콜을 다시 한 번!

양아치 친구들과 돈이 많기로 소문난 할머니 집을 털러간 나는 경찰에게 발각돼 도망친다. 할머니 집 근처에서 숨어있던 나는 옆집 남자와 마주치고 남자를 협박하여 남자의 집에 숨어든다. 그런데 남자가 내 얼굴을 알아보는데....


3. 죽으면 일도 못해

로봇을 이용하는 자동화 공장에서 계장이 휴게실에 사망한 채 발견된다. 측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고 사망한 계장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형사가 오고. 나는 계장의 성격을 증언한다. 순간 어떤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4. 달콤해야 하는데

하와이로 허니문을 떠난 나와 아내. 달콤해야 할 첫날밤 나는 아내의 목을 조르고 묻는다. 당신이 죽였어? 내 딸을....


5. 등대에서

친구와 누가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는지 내기를 하고 나는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 버스에서 내린 내게 친절을 배푸는 이는 자신을 등대지기라 소개한다. 등대지기는 내게 숙소에서 함께 술이나 마시고 이야기하자고 제안 하는데....


6. 결혼 보고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온다. 자신이 결혼을 했다는 것. 그런데 동봉된 사진에 찍힌 여성은 내가 알고 있던 친구가 아니었다. 전화를 하려 했지만 연락이 안되고 걱정이 된 나는 친구가 사는 곳으로 찾아가는데....


7.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희귀 새의 사진을 담기 위해 코스타리카에 찾아간 나와 아내는 2인조 복면강도를 만나 렌트카와 비자등을 강탈 당한다. 가까스로 사람들의 도움으로 묶고 있는 호텔에 도착하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데....



베스트를 꼽자면 [자고 있던 여자], [달콤해야 하는데], [등대에서]를 꼽고 싶다. 우선 [자고 있던 여자]는 내 집에서 자고 있는 생판 모르는 여자에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분명 만취한 여자를 꼬여내 잤다고 생각한 나는 동기들을 하나씩 의심한다. 물론 나 역시 다른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결말은 예상을 뒤엎는다. [달콤해야 하는데]는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딸을 잃은 남자가 새로 맞은 아내를 의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불타는 복수심. 복수의 기회를 엿보기 위해 결혼식 신혼여행까지 기다리는 용의주도함. 그리고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까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믿음에 대한 작품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이었다.  



[등대에서]는 솔직히 섬찟하다. 낯선 여행지. 내게 친절을 배푸는 낯선 사람. 그리고 드러나는 낯선이의 본심... 작품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둔다. 그런 의미에서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다. 낯선 해외에서 강도를 당해 탈탈 털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 곤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는 현지인들.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두고 주인공 만큼이나 혼란스러워진다. [판정 콜을 다시 한 번!]은 인생을 뒤바꿔 놓은 단 한 번의 악연을, [죽으면 일도 못해]는 로봇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단편이었다. 



내게도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인생에서 만나는 수 많은 인연중 수상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일일이 알 수는 없으리라. 그저 수상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역시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각잡고 읽으면 하루안에 읽을 수 있는 가독성을 자랑한다. 우연하게 만난 이 책으로 나도 끝내주는 작품을 쓸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_-;;;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