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늑대의 왕 1793 (2019년 초판)

저자 -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역자 - 송섬별

출판사 - 세종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79p



역겹고 끔찍하다!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장르 불문 서양의 팩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사도 난해한데 서양의 역사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인지도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이 책이 출간됐을때 패스했건만....늦게라도 이 대박 작품을 읽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를 극강의 빅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랄까! 엽기적 행위를 통해 개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인간 밑바닥 악의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하드고어와는 성격이 다른 엽기적 고어가 일방적으로 통용되던 진정한 지옥같던 시대에서 벌어지는 고어가 전신을 감전시키 듯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하긴...이 작품은 굳이 인간의 근원적 악의를 언급 할 의미가 없다. 캐릭터 모두가 변태 싸이코패스들이라서.... 



[1793년 가을]

쓰레기가 떠다니는 똥물에 뭔가가 떠오른다.

전쟁통에 한쪽 팔을 잃은 주정뱅이 방범관 카르델은 똥물에서 그것을 건져올린다.

그것은 시체였다.

아이가 심술이나 사지를 부러뜨린 장난감 처럼

양 팔과 양 다리가 절단되고

이빨과 혀가 전부 뽑혔으며

안구는 적출돼 공허한 눈구멍이 드러나있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참혹하고 끔찍한 몰골.

게다가 사지를 한꺼번에 잘라낸게 아니라 

한 쪽씩 수개월에 걸쳐 잘라냈음을 깨닫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의 발견에 천재 수사관이라 불리는 빙에가 나선다.


[1793년 여름]

전쟁에 차출되어 군의관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의술을 배웠던 블릭스는

전쟁이 끝나고 17살의 나이에 빈털털리가 되자 의사가 되고자 의과대를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블릭스를 가엾게 여긴 의사는 블릭스에게

돈을 적선한다. 

블릭스는 그 돈을 종잣돈으로 부자들을 등치는 사기꾼이 되는데......


[1793년 봄]

수도원에서 엄마와 생활하던 안나는 엄마가 병으로 죽고 자신의 힘으로

과일을 팔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에는 과일 대신 몸을 팔아 살아간다는 헛소문이 돌고

결국 안나는 풍기문란죄로 여성 범죄자들이 수용되는 수용소에 갇힌다.

하루종일 방적일을 해야 하는 수용소에서 지옥을 목도하는데.....


[1793년 겨울]

마침내 스톡홀름에 부는 차가운 바람과 같은 서늘하고 참혹한 진실이 드러난다.

늑대왕의 정체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미국도 아니고...스웨덴 역사를 본인이 어찌알리오. -_-; 팩션이라는데 뭐가 역사고 뭐가 픽션인진 모르겠다. 그냥 읽는다. 페이지가 넘어간다. 오호!~ 처음부터 입에 담기도 끔찍한 시신이 발견되고, 시체를 발견한 방범관 카르델은 그냥 또라이 난동꾼과 진배없고, 천재 수사관 빙에는 폐결핵에 걸려 돌아다니는 것 조차 힘에 겹다. 뭐지? 정의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은? 게다가 시대는 암울하기 짝이 없어 선인은 사기꾼들에게 사기당하고 빚쟁이로 몰락하여 죄인이 되고, 수용소에서 죽을때까지 노역을 하는 운명에 빠지는 범죄의 시대. 폭력, 매춘, 살인, 협잡, 사기가 판치는 암흑의 시대 속에서 카르델과 빙에는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정체 불명의 시신의 진짜 정체를, 그리고 그토록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마를 찾아 나선다. 뭣보다 시체의 상태를 보면서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리턴]을 떠올렸다. 사지절단된 신체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 페티쉬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물론 이 사지절단남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전개역시 독특하다.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구조는 강렬한 사건을 던지고, 그 이유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캐릭터의 사연과 사지절단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막판에 핵폭탄을 투척하는 기존의 스릴러의 전개와는 정반대인데, 의문에 쌓였던 사건의 실체가 풀리는 맛이 기존의 스릴러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여 꽤나 효과적으로 먹힌다. 솔직히 말하자면 1부까지는 그냥 저냥 읽었더랬다. 사건 자체는 충격적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빙에나 카르델은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배경의 확 바뀌면서 펼쳐지는 2부의 블릭스 이야기부터는 정말로 책속에 빨려들어갈 정도로 몰입하게 됐다. 2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블릭스와 안나의 이야기는 정말로 이 작품의 백미이자 하드고어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이야기랄까. 물론 모든 전말이 밝혀지는 4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모든 고어가 집약된 2부를 꼽고 싶다. 솔직히 마지막 결말은 살짝 비약이 지나친듯 했다.



무질서와 범죄가 횡행하는 극악의 시대에 살인은 눈하나 깜짝 안할 인간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라 잔혹의 수위가 상당하다. 웬만한 고어는 명함도 못내민다는 말이다. 심신이 미약하다면 조금 힘들지도...-_- 하지만 그냥 잔인하기만 했다면 그저 악의에 찬 작가의 분풀이였겠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나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스릴러 마니아라면 일단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진짜 끝내준다 .롤러코스터 같은 카타르시스. 유혈마저 얼어붙을 듯 한 냉혹한 북유럽 스릴러의 진수. 대박이란 수식은 이런 작품에 쓰라고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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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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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2020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이연재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87p



키득키득 웃지마라. 내일의 네 모습일지도 모른다.



가키야 미우는 인간적이다.

가키야 미우는 휴머니즘이다.

가키야 미우는 위트있다.

가키야 미우는 풍자다.


가키야 미우는 재밌다.



사회에서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들을 거침없이 다루면서도 그 안에 따뜻한 인간에 대한 믿음과 휴머니즘 나아가 가슴 짠한 감동을 담아내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_-;;; 제목부터 등골이 서늘해진다. 팔팔한 이팔청춘을 지나 어느덧 직장생활의 황혼기로 접어드는 본인에게 이 제목은 그냥 웃으며 넘기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젠장....얼마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에서 직장상사의 개꼰대 짓거리에 관해 정면으로 꼬집는 방송을 방영했었다. 잘은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신조어도 나왔었던 것 같은데 어쨌던, 본인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도모르게 고리타분하고, 고루하고, 시대에 뒤쳐저 과거의 영광만을 찾는 꼰대게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60세 정년을 맞은 쇼지는 퇴직 후 계열사의 촉탁 업무를 맡지만 계열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대기업 임원으로 돈은 웬만큼 모아둔 쇼지는 힘들게 재취업에 나서느니 그냥 집에서 쉬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리라 마음 먹는다. 34살 딸과 아내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게 된 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내는 쇼지를 피한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고 했다. 젊었을적 순종적이던 아내가 왜 변하게 된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회사에 다니는 딸은 결혼할 생각은 안코 독신으로 살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이유가 아빠 때문이라니?! 가족을 위해 사십년동안 봉사하고 돈을 벌어온 가장에게 부녀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분가한 아들이 집에 찾아왔다. 며느리가 취직을 했으니 3살난 손녀와 1살난 손자의 어린이집 하원을 도와 달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아이는 3살까지 엄마의 손에서 잘야 하는 것을....세상이 어찌될런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때. 손자,손녀의 등하원을 쇼지가 맡게 됐다!



작품을 보면서 가부장적인 엄한 아버지의 전형적인, 우리내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치게 된다. 물론 내 아버지가 쇼지처럼 꽉 막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우리 옜날엔 이정도는~'으로 시작하는 과거 신화 예찬, 남자는 이런거 하는게 아냐, 이건 여자들의 일 같은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 차별 등등등.....지금 이 사회에서 이렇게 살다간 정말로 매장당하기 딱 알맞은.....머...그런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_-



하지만 인간은 변하고 적응하는 동물이 아닌가. 그렇게 업신여기던 집안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쇼지는 깨닫는다. 여성들의 주부들의 말 못할 고충을....쇼지도 쇼지지만 두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작품에서 다뤄지는 현실적 이야기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세살적 버릇 여든간다를 부르짖으며 엄마의 육아가 최고라 여기는 태도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생각이라 뜨끔했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도 엄마의 육아가 최고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



좌우간, 한국의 불평등한 사회를 그대로 빼닥 박은 듯한 전개덕에 이 작품이 일본 작품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극을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다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가족과 사회의 부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건 여성들에게나 본인에게나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60세 쇼지는 말도 못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정말로 고군분투 한다. 사람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40년간 가족을 위해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끝마친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노력과 애환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딸, 며느리의 노력과 애환도 알아주면 되는 거다. 내가 힘들었던 걸 인정받고 위로 받고 싶듯이. 다른 이를 위해 한번 더 생각하고 이해할때 그때야 비로서 가족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 받을 수 있으리라.



아무리 깨어있는 사람이라도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 꼰대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고대 선사시대부터 미래까지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세대간, 성별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상대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언젠간 내가 겪을 일일지도 모르기에. 더욱 집중하고 더욱 감정이입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가키야 미우'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면 된다. 이번 작품 역시 좋았다. 페미니즘 이면서 전혀 페미니즘 같지 않은....교훈적이지만 강요하지 않는....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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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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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 드립니다! (2020년 초판 1쇄)_가제본

저자 - 이노우에 유미코

역자 - 김해용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57p



다음의 대화를 읽고 위반된 해러스먼트에 대해 논하시오.


"데이트 약속 취소?"

"네?"

"사적인 전화는 컴플라이언스(합법적 범위 안에서 의 업무) 위반 아닌가?

왜 아무말도 못하는 거지? 인사과에 물어봤는데 자네는 4년차인 모양이던데.

스물다섯이 넘어서도 요령 있게 대답 못하는 여자는 필요 없어!."

할말을 잃은 여직원 마코토를 보고 아키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실장이 된 아키쓰라고 해요."

마코토는 비로서 새로 온 실장의 장난인 것을 깨달았다.

"저는 다카무라 마코토라고 합니다."

"마코토 짱, 잘 부탁해요."

아키쓰는 진지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마코토는 악수하려 들지 않았다.



정답.

1. 스물 다섯 운운 -> 연령 차별

2. 여자라는 표현 -> 성희롱

3. 필요 없다는 말 -> 협박

4. 악수를 강요하는 행위 ->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의 파워 해러스먼트

5. 짱이라는 지칭 -> 부서 실장으로 올바르지 않음



​당신은 몇 문제나 맞췄는가? 본인은...흠....2개정도?

해러스먼트. 솔직히 십 년넘게 회사생활을 해오며 들어본적이 없는 말이다. -_-;;;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기업내 해러스먼트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깨닫게 된 것 같다. 익히 알고 있는 성희롱 부터 상사의 고압적 태도와 압력, 부하직원의 태만 등을 포함해 직급, 젠더, 모랄, 섹슈얼까지.....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괴로움과 모멸감이 이렇게 세분화 되어 있는줄 미처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부서가 존재한 다는 것도.....



한때 마루오 슈퍼마켓 본사 상품개발부 팀장으로 열정을 다해 일했던 아키쓰는 파워 해러스먼트에 관여되 시골 지점의 점장으로 좌천된다. 극심한 좌절을 딛고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던 아키쓰에게 어느날 갑자기 본사 발령이 나고, 하루 아침에 사장 마루오의 인사로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임명된다. 해러스먼트의 의미도 모르던 정년이 가까운 아키쓰는 부서에 단 한명뿐인 부하직원 마코토의 도움을 받아 회사내에 산적한 치명적 해러스먼트 문제들을 그만의 번뜩이는 기지와 배짱으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 드립니다!"


곤경에 빠진 나를 위해 회사가 나서준다?



매년 회사에서 정한 성희롱, 업무기강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되진 않는 것 같다. -_- 후배 직원도 있고, 선배직원도 있고, 여직원도 있지만 당연히 노골적으로 하대하는 사람도 없고 노골적으로 하극상 하는 이도 없으며, 드러내놓고 성희롱 하는 사람들도 없는것 같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마루오 홀딩스에 다녔다면 곧바로 여러 해러스먼트에 위반돼 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은연중 들었다. -_-;;;;;


"아직 일 남았는데 어딜가?"

"아자! 죽기살기로 해보자고!~"


별생각 없이 팀원들을 독려하던 팀장님의 말들이 파워 해러스먼트였다.


"자네는 좋겠어~ 아빠가 육아휴직도 쓰고. 다녀오면 책상 빠지는거 아냐? 핫핫핫"


부러움에 별 생각없이 던진 농담이 패터니티 해러스먼트 였다.



작품속 사례들이 일본 기업에서 정확히 지켜지고 있는지는 아니면 기업 소설의 판타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업 업무 관련 제반 법규의 준수와 윤리 경영을 감독하는 컴플라이언스실이 실제로 존재하고 엄격한 조사를 통해 분쟁과 괴롭힘을 해결한다는 사실은 나름 충격이었다. (우리회사는 이런 부서는 없다.) 너무 인간미 없을정도로 규정에 타이트한 것 같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더 나은 회사생활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워낙 컬쳐쇼크에 해러스먼트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놨지만, 생소한 용어와 대비되게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굳은 심지로 무조건 밀어붙여 일을 성사시키는 [한자와 나오키]의 한자와의 용맹한 장수와 같은 통쾌함과는 결이 다른, 백전노장의 유들유들함과 미끼를 던지고 반전을 도모하는 책략가 아키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해결됄때는 미스터리의 반전을 보는 듯한 반전의 묘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기업소설 답게 컴플라이언스실의 해결과 더불어 임원과 사장단과의 파워 게임과 그속에 숨겨진 음모, 계략이 난무하며 넥타이 멘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야생의 회사를 그대로 그려내면서 회사원의 야망과 포부, 좌절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물론 회삿 눈칫밥 먹는 본인이 이 작품에 감정이입 할 수밖에 없다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ㅠ_ㅠ



용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고뇌해 봤을 회사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고 나름 통쾌한 대답을 들려주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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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춤추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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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벽 위에서 춤추다 (2019년 초판)

저자 - 이시모치 아사미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8p



자칫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무도



단절된 공간.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리고 죽음. 죽음. 죽음......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그래! 범인은 이 가운데 있어!!"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대사는 짜릿한 맛을 주는 마법의 대사이다. 추리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밀실. 그리고 밀실과 비슷한 상황에서 대량의 살육전을 유발는 밀실장르의 최고봉이자 최고 빅재미를 주는 장르가 클로즈드 서클이다. 단절된 공간.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리고 죽음. 죽음. 죽음......추리의 3요소 후던잇, 와이던잇, 하우던잇을 골고루 충족시켜야 하는 비로소 납득할 수있는 작품이라 완성도 있는 클로즈드 서클물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독특한 발상과 소재로 무장한 아슬아슬한 클로즈드 서클이 바로 이 [절벽 위에서 춤추다]이다. 



가정용 풍력 발전기를 제조하는 회사 풍신 블레이드는 신제품 WP1의 대박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구매자들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존재했으니, 가동중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이 일부 사람들에게 편두통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본인, 혹은 가족, 혹은 지인 등 편두통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풍신 블레이드에 소송을 걸지만 민간과 대기업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 없었다. 결국 풍신 블레이드에 복수를 원하는 이해관계로 뭉친 10명의 사람들이 복수의 계획을 꾸민다. 


복수의 대상은 3명. 사장과 전무와 WP1 개발부장.

10명의 사람들은 비어있는 회사 리조트를 점거한뒤 개발부장을 유인하여 살해한다. 이제 사장과 전무를 유인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틀. 리조트에 숨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던 그들에게 생각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식당에서 엎드려 자고 있던 동료 1명이 죽어있던 것.

이제 남은 사람은 9명. 

그리고 9명 중에 살인범이 숨어있다.



2002년 데뷔 이래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본격 미스터리를 무려 46권이나 집필한 본격의 명수 '이시모치 아사미'의 역량이 결집된 작품으로 작가의 본격에는 자기만의 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1. 다른 작가는 쓸 것 같지 않은 무대를 준비한다.

2. 그 무대에서 일어날 만한 사건을 트릭 없이 일으킨다.

3. 등장인물들의 난상 토론을 통해 진상을 밝힌다. 

그래서인지 [김전일]처럼 고립된 섬의 별장 혹은 외딴 지역의 기숙학원 같은 클로즈드의 클리셰 같은 배경이 아니라 신선했다. 다만, 2번 같은 경우 호불호가 갈릴 듯 한데, 본인의 경우 기똥찬 트릭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트릭의 부제가 조금 아쉽게 느껴졌지만 3번 같은 등장인물들의 난상 토론으로 추리를 풀어나가는 점이 클로즈드와 안락의자를 접목한 재미를 주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뭐랄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끝없는 살인]과 유사한 방식이었달까.



다시 1번 법칙을 이야기하자면, 작품에 모인 10명의 남녀는 이미 개발부장을 공동 살해한 공범이자 운명공동체이다. 집단에서 이탈하면 복수를 그만두고 빠지는 배신자가 되버리는 관계를 통해 기존의 물리적 단절이 아닌 이해관계의 단절이라는 경계를 선보인다. 이후 이어지는 연쇄살인으로 생존자들은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면서도 풍신 블레이드에 대한 복수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복수를 그만두고 생존하지만 개발부장의 살해에 대한 죗값을 받을 것이냐? 마지 절벽위에서 춤추듯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의 복수에 대한 의지를 끌고 가는 요소가 무엇인가. 그것이 생존자들의 난상 토론을 통해 각자의 거짓과 은폐의 교란을 통해 조종된다. 



목숨을 잃더라도 복수를 이어간다.

절벽위에서 몸을 내던지는 레밍들 처럼.

극한으로 치닫는 광란의 카타르시스!

 


작품은 10명의 복수단이자 주인공격인 '에마'의 눈으로 진행된다. 조향사로 빛나는 미래를 꿈꾸지만 WP1의 부작용으로 후각을 잃고 비탄에 빠진 여성. 하지만 극에서는 뚜렷한 주관 없이 타인의 주장에 쉽게 넘어가는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이다. 결국 독자도 '에마'의 입장에서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펼치는 살인연맹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진정한 적인지, 아군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잠긴 방안에서 사람들이 살해되지만 트릭을 맞추는 하우던잇 보다는 후던잇, 그리고 와이던잇(왜?!!)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작품이다. 



결국 시작부터 종반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난상토론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캐치하는 자만이 작가가 던진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자. 떡밥과 거짓이 난무하는 카오스에서 진실을 맞출 자 누구인가?  



"복수라는 건 정말 위험한 것 같아. 자기가 생각할 때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 같아도 옆에서 보면 엄청나게 위태롭지. 마치 절벽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말이야. 한 발짝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마는데도 우리는 모두 복수라는 춤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는 동안 하나둘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고." _3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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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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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2020년 초판)

저자 - 오승호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06p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



*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 2018년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작가

*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 작가 데뷔작



일본 추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제일교포 고 가쓰히로(오승호)의 데뷔작이 블루홀6에서 국내 초역되었다. 무려 데뷔작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문제작으로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이 사회에 크나큰 파문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심장한 사회파 추리소설로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간결한 문체와 비수처럼 날 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13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진 두 건의 살인 사건.  

삼 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은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살인범은 

대중들에게 이 한마디를 남긴다.

'이것은 도덕 문제입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농약을 마시고 죽은 노인의 집 불단에 

붉은색 페인트로 낙서된 종이가 발견된다.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


또다시 시작된 도덕의 시간.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이 남긴 쪽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도덕은 무엇인가?.....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 후시미는 잠시 일을 쉬며 가족과 함께 시골 마을에서 생활한다. 그런 그를 찾아온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여성 감독 오치를 소개시켜주고, 그녀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카메라 맨으로 합류하길 제안한다. 오랜 무직생활에 제작자의 제안은 솔깃했고, 오치와 함께 실제 사건을 재조명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합류한다. 후시미가 찍을 내용은 13년전 학교 대강당에서 선생과 초등학생 삼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사를 칼로 찌른 살인범 무카이의 살인 의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사건이 찍힌 비디오에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는 은사의 강연중 불현듯 일어난 무카이가 짧은 시간안에 은사 앞으로 걸어간 뒤 은사가 쓰러지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영상으로는 무카이가 흉기를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무카이가 은사를 직접 찌르는 장면이 찍혀있지 않은 것. 오치와 후시미는 당시 목격자들을 만나 정말로 무카이가 은사를 찔렀는지에 대해 인터뷰 하는 내용이었다. 과연....삼백명이 목격한 살인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단체로 최면에 걸린듯 기억의 조작이 일어났던 것인지.....진실은 무엇일까?



전혀 관계 없는 두 사건에서 공통된 도덕이 언급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도덕이란 단어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으면서 거대한 충격을 받게 된다. 흔히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덕적이 사람, 비도덕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사회의 구성원들의 양심, 사회적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이란 사전적 의미를 통해 이 도덕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오로지 양심에 의지하는 규범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도덕이었다. 올바른 사회의 구성원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법. 그것이 도덕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이 사회는 진정 도덕적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뉴스에서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 아이를 그대로 방치해 죽인 부모가 입건되었고, 노인을 무참히 폭행해 살해한 청년이 체포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도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세상에 만연한 사회악을 도덕으로 정화 시키다. 설령 그 방법이 도덕적이지 않더라도......그렇다면 이것은 도덕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또다른 악인 것인가?


'알려 주렴. 너는 악이니?'


사회의 치명적 폐부에 오승호 작가의 펜으로 써낸 칼날이 거침없이 찔러넣고 난도질 하여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책을 덮으며 고민하게 되었다. 이들이 독자에게 묻는 모럴리티 퀘스천. 도덕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말이다. 사회는 썩을대로 썩었다. 이제 진정한 도덕은 초딩 교과서에서나 찾아 볼수 있는 비현실적인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통해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으로 모호하고 그럴싸한 단어. 

실상은 무기력한 주제에 마치 규칙처럼 굴려는 단어죠. 

대체 누가 그런 걸 정하는 건가요?" _4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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