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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해러스먼트 게임 :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 드립니다! (2020년 초판 1쇄)_가제본
저자 - 이노우에 유미코
역자 - 김해용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57p
다음의 대화를 읽고 위반된 해러스먼트에 대해 논하시오.
"데이트 약속 취소?"
"네?"
"사적인 전화는 컴플라이언스(합법적 범위 안에서 의 업무) 위반 아닌가?
왜 아무말도 못하는 거지? 인사과에 물어봤는데 자네는 4년차인 모양이던데.
스물다섯이 넘어서도 요령 있게 대답 못하는 여자는 필요 없어!."
할말을 잃은 여직원 마코토를 보고 아키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실장이 된 아키쓰라고 해요."
마코토는 비로서 새로 온 실장의 장난인 것을 깨달았다.
"저는 다카무라 마코토라고 합니다."
"마코토 짱, 잘 부탁해요."
아키쓰는 진지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마코토는 악수하려 들지 않았다.
정답.
1. 스물 다섯 운운 -> 연령 차별
2. 여자라는 표현 -> 성희롱
3. 필요 없다는 말 -> 협박
4. 악수를 강요하는 행위 ->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의 파워 해러스먼트
5. 짱이라는 지칭 -> 부서 실장으로 올바르지 않음
당신은 몇 문제나 맞췄는가? 본인은...흠....2개정도?
해러스먼트. 솔직히 십 년넘게 회사생활을 해오며 들어본적이 없는 말이다. -_-;;;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기업내 해러스먼트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깨닫게 된 것 같다. 익히 알고 있는 성희롱 부터 상사의 고압적 태도와 압력, 부하직원의 태만 등을 포함해 직급, 젠더, 모랄, 섹슈얼까지.....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괴로움과 모멸감이 이렇게 세분화 되어 있는줄 미처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부서가 존재한 다는 것도.....
한때 마루오 슈퍼마켓 본사 상품개발부 팀장으로 열정을 다해 일했던 아키쓰는 파워 해러스먼트에 관여되 시골 지점의 점장으로 좌천된다. 극심한 좌절을 딛고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던 아키쓰에게 어느날 갑자기 본사 발령이 나고, 하루 아침에 사장 마루오의 인사로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임명된다. 해러스먼트의 의미도 모르던 정년이 가까운 아키쓰는 부서에 단 한명뿐인 부하직원 마코토의 도움을 받아 회사내에 산적한 치명적 해러스먼트 문제들을 그만의 번뜩이는 기지와 배짱으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 드립니다!"
곤경에 빠진 나를 위해 회사가 나서준다?
매년 회사에서 정한 성희롱, 업무기강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되진 않는 것 같다. -_- 후배 직원도 있고, 선배직원도 있고, 여직원도 있지만 당연히 노골적으로 하대하는 사람도 없고 노골적으로 하극상 하는 이도 없으며, 드러내놓고 성희롱 하는 사람들도 없는것 같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마루오 홀딩스에 다녔다면 곧바로 여러 해러스먼트에 위반돼 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은연중 들었다. -_-;;;;;
"아직 일 남았는데 어딜가?"
"아자! 죽기살기로 해보자고!~"
별생각 없이 팀원들을 독려하던 팀장님의 말들이 파워 해러스먼트였다.
"자네는 좋겠어~ 아빠가 육아휴직도 쓰고. 다녀오면 책상 빠지는거 아냐? 핫핫핫"
부러움에 별 생각없이 던진 농담이 패터니티 해러스먼트 였다.
작품속 사례들이 일본 기업에서 정확히 지켜지고 있는지는 아니면 기업 소설의 판타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업 업무 관련 제반 법규의 준수와 윤리 경영을 감독하는 컴플라이언스실이 실제로 존재하고 엄격한 조사를 통해 분쟁과 괴롭힘을 해결한다는 사실은 나름 충격이었다. (우리회사는 이런 부서는 없다.) 너무 인간미 없을정도로 규정에 타이트한 것 같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더 나은 회사생활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워낙 컬쳐쇼크에 해러스먼트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놨지만, 생소한 용어와 대비되게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굳은 심지로 무조건 밀어붙여 일을 성사시키는 [한자와 나오키]의 한자와의 용맹한 장수와 같은 통쾌함과는 결이 다른, 백전노장의 유들유들함과 미끼를 던지고 반전을 도모하는 책략가 아키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해결됄때는 미스터리의 반전을 보는 듯한 반전의 묘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기업소설 답게 컴플라이언스실의 해결과 더불어 임원과 사장단과의 파워 게임과 그속에 숨겨진 음모, 계략이 난무하며 넥타이 멘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야생의 회사를 그대로 그려내면서 회사원의 야망과 포부, 좌절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물론 회삿 눈칫밥 먹는 본인이 이 작품에 감정이입 할 수밖에 없다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ㅠ_ㅠ
용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고뇌해 봤을 회사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고 나름 통쾌한 대답을 들려주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