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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2020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이연재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87p
키득키득 웃지마라. 내일의 네 모습일지도 모른다.
가키야 미우는 인간적이다.
가키야 미우는 휴머니즘이다.
가키야 미우는 위트있다.
가키야 미우는 풍자다.
가키야 미우는 재밌다.
사회에서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들을 거침없이 다루면서도 그 안에 따뜻한 인간에 대한 믿음과 휴머니즘 나아가 가슴 짠한 감동을 담아내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_-;;; 제목부터 등골이 서늘해진다. 팔팔한 이팔청춘을 지나 어느덧 직장생활의 황혼기로 접어드는 본인에게 이 제목은 그냥 웃으며 넘기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젠장....얼마전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에서 직장상사의 개꼰대 짓거리에 관해 정면으로 꼬집는 방송을 방영했었다. 잘은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신조어도 나왔었던 것 같은데 어쨌던, 본인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도모르게 고리타분하고, 고루하고, 시대에 뒤쳐저 과거의 영광만을 찾는 꼰대게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60세 정년을 맞은 쇼지는 퇴직 후 계열사의 촉탁 업무를 맡지만 계열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대기업 임원으로 돈은 웬만큼 모아둔 쇼지는 힘들게 재취업에 나서느니 그냥 집에서 쉬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리라 마음 먹는다. 34살 딸과 아내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게 된 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내는 쇼지를 피한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고 했다. 젊었을적 순종적이던 아내가 왜 변하게 된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회사에 다니는 딸은 결혼할 생각은 안코 독신으로 살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이유가 아빠 때문이라니?! 가족을 위해 사십년동안 봉사하고 돈을 벌어온 가장에게 부녀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분가한 아들이 집에 찾아왔다. 며느리가 취직을 했으니 3살난 손녀와 1살난 손자의 어린이집 하원을 도와 달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아이는 3살까지 엄마의 손에서 잘야 하는 것을....세상이 어찌될런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때. 손자,손녀의 등하원을 쇼지가 맡게 됐다!
작품을 보면서 가부장적인 엄한 아버지의 전형적인, 우리내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치게 된다. 물론 내 아버지가 쇼지처럼 꽉 막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우리 옜날엔 이정도는~'으로 시작하는 과거 신화 예찬, 남자는 이런거 하는게 아냐, 이건 여자들의 일 같은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 차별 등등등.....지금 이 사회에서 이렇게 살다간 정말로 매장당하기 딱 알맞은.....머...그런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_-
하지만 인간은 변하고 적응하는 동물이 아닌가. 그렇게 업신여기던 집안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쇼지는 깨닫는다. 여성들의 주부들의 말 못할 고충을....쇼지도 쇼지지만 두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작품에서 다뤄지는 현실적 이야기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세살적 버릇 여든간다를 부르짖으며 엄마의 육아가 최고라 여기는 태도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생각이라 뜨끔했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도 엄마의 육아가 최고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
좌우간, 한국의 불평등한 사회를 그대로 빼닥 박은 듯한 전개덕에 이 작품이 일본 작품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극을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다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가족과 사회의 부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건 여성들에게나 본인에게나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60세 쇼지는 말도 못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정말로 고군분투 한다. 사람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40년간 가족을 위해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끝마친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노력과 애환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딸, 며느리의 노력과 애환도 알아주면 되는 거다. 내가 힘들었던 걸 인정받고 위로 받고 싶듯이. 다른 이를 위해 한번 더 생각하고 이해할때 그때야 비로서 가족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 받을 수 있으리라.
아무리 깨어있는 사람이라도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 꼰대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고대 선사시대부터 미래까지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세대간, 성별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상대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언젠간 내가 겪을 일일지도 모르기에. 더욱 집중하고 더욱 감정이입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가키야 미우'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면 된다. 이번 작품 역시 좋았다. 페미니즘 이면서 전혀 페미니즘 같지 않은....교훈적이지만 강요하지 않는....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