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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평점 :
도덕의 시간 (2020년 초판)
저자 - 오승호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06p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
*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 2018년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작가
*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 작가 데뷔작
일본 추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제일교포 고 가쓰히로(오승호)의 데뷔작이 블루홀6에서 국내 초역되었다. 무려 데뷔작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문제작으로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이 사회에 크나큰 파문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심장한 사회파 추리소설로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간결한 문체와 비수처럼 날 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13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진 두 건의 살인 사건.
삼 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은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살인범은
대중들에게 이 한마디를 남긴다.
'이것은 도덕 문제입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나 농약을 마시고 죽은 노인의 집 불단에
붉은색 페인트로 낙서된 종이가 발견된다.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
또다시 시작된 도덕의 시간.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이 남긴 쪽지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도덕은 무엇인가?.....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 후시미는 잠시 일을 쉬며 가족과 함께 시골 마을에서 생활한다. 그런 그를 찾아온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여성 감독 오치를 소개시켜주고, 그녀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카메라 맨으로 합류하길 제안한다. 오랜 무직생활에 제작자의 제안은 솔깃했고, 오치와 함께 실제 사건을 재조명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합류한다. 후시미가 찍을 내용은 13년전 학교 대강당에서 선생과 초등학생 삼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사를 칼로 찌른 살인범 무카이의 살인 의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사건이 찍힌 비디오에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는 은사의 강연중 불현듯 일어난 무카이가 짧은 시간안에 은사 앞으로 걸어간 뒤 은사가 쓰러지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영상으로는 무카이가 흉기를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무카이가 은사를 직접 찌르는 장면이 찍혀있지 않은 것. 오치와 후시미는 당시 목격자들을 만나 정말로 무카이가 은사를 찔렀는지에 대해 인터뷰 하는 내용이었다. 과연....삼백명이 목격한 살인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단체로 최면에 걸린듯 기억의 조작이 일어났던 것인지.....진실은 무엇일까?
전혀 관계 없는 두 사건에서 공통된 도덕이 언급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도덕이란 단어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으면서 거대한 충격을 받게 된다. 흔히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덕적이 사람, 비도덕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사회의 구성원들의 양심, 사회적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이란 사전적 의미를 통해 이 도덕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오로지 양심에 의지하는 규범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도덕이었다. 올바른 사회의 구성원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법. 그것이 도덕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이 사회는 진정 도덕적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도 뉴스에서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 아이를 그대로 방치해 죽인 부모가 입건되었고, 노인을 무참히 폭행해 살해한 청년이 체포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도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세상에 만연한 사회악을 도덕으로 정화 시키다. 설령 그 방법이 도덕적이지 않더라도......그렇다면 이것은 도덕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또다른 악인 것인가?
'알려 주렴. 너는 악이니?'
사회의 치명적 폐부에 오승호 작가의 펜으로 써낸 칼날이 거침없이 찔러넣고 난도질 하여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책을 덮으며 고민하게 되었다. 이들이 독자에게 묻는 모럴리티 퀘스천. 도덕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말이다. 사회는 썩을대로 썩었다. 이제 진정한 도덕은 초딩 교과서에서나 찾아 볼수 있는 비현실적인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통해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으로 모호하고 그럴싸한 단어.
실상은 무기력한 주제에 마치 규칙처럼 굴려는 단어죠.
대체 누가 그런 걸 정하는 건가요?" _40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