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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평점 :
비웃는 숙녀 (2020년 초판)_비웃는 숙녀 시리즈 1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36p
이야미스 사상 최강 악녀 탄생!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준다.
엮이는 순간 폐가망신 확정!
검사, 변호사, 경찰, 할머니 탐정 심지어 음악가까지... 사회파 추리 전 분야에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듯 문어발식 시리즈를 생산해내고 개별의 시리즈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이른바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를 구축하고 있는 미스터리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지금껏 꽁꽁 숨겨놓고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읽는 것만으로도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미스. 드디어 불쾌함의 끝 이야미스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것도 역대최강 희대의 악녀와 함께 말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바로 직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 속 악녀 신카이 미후유를 두고 평했던 '농약 같은 가시나'라는 수식은 철회해야 겠다. 진짜 농약, 아니 염산 같은 가시나가 여기 있으니 말이다. ㄷㄷㄷ
빼어난 미모, 나긋한 목소리 그리고 상대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눈동자.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모우 미치루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의 직업은 생활 플래너 컨설턴트이다.
개인의 신분과 수입에 따라 적절한 소비 패턴과 투자 정보를 알선하는 전문 직업.
그런데 그녀에게 상담받은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불운과 마주하게 된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 사람들 모두
가모우 미치루를 성녀로 칭송한다는 것.
신이 내린 성녀 인가 희대의 악녀인가?
베일속에 가려진 그녀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미인계를 동원하여 남자의 인생을 파멸로 몰고갔던 [환야]의 미후유와는 비슷하면서도 사뭇다른 행보를 보인다. 미후유의 주 타겟이 남자였던 것과는 달리 미치루의 사냥감은 주로 여성들, 특히 생활고에 찌들어 허리 한번 재대로 펴보지 못하는 주부 혹은 직장에서 차별 때문에 힘겹게 버티는 직장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잡는다. 팍팍한 세상에 지친 그녀들에게 던지는 공감의 한마디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미치루가 내미는 손길 하나에 어느새 그녀들은 미치루의 말 한마디에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을 정도로 광신도로 변모한다. 상대의 약점을 어루만져 방어막을 해재하고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미치루야 말로 마성의 여성이 아닌가. 같은 여성도 이정도니, 남자들이야 손 안대고 코푸는 격. -_-
작품은 다섯 편의 단편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앞선 4편은 미치루와 얽혀 패가 망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섯번째 단편은 주인공 미치루의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구성이다. 각 단편의 캐릭터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품곤 하는 욕망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데 물론 그 작은 욕망에 기름을 쏟아 붓는 역햘을 미치루가 맡게 된다. 첫번째 단편 [노노미야 쿄코]는 미치루와 사촌인 소녀이다. 반에서 이미메를 당하던 쿄코는 전학온 미치루와 한반이 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180도 변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욕망은 금지된 육욕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치고는 꽤나 높은 수위의 성적묘사가 강렬하게 와닿는다. 두번째 단편 [사기누마 사요]는 비뚤어진 사치욕을 다룬다. 은행원인 사요는 여성 차별에 상처입고 카드 한도를 초과해 명품을 소비한다. 이제 사채까지 끌어써야 할 판에 사요는 미치루와 만나고 그녀의 인생 역시 180도 바뀌게 된다. 탕진잼이라 했던가. 소비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여성의 비극적 결말과 반전이 펼쳐진다. 세번째 단편 [노노미야 히로키]는 쿄코의 남동생이다. 구십 번 넘게 구직에 실패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폐기물 공장에서 알바나 하는 히로키의 이야기이다. 이 단편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애욕과 질투, 출세욕이라 해야하나.... 어쨌던....다섯편의 단편중 가장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단편이다. 네번째 단편 [후루마키 요시에]는 실직한 남편을 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 요시에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되겠다며 집안에 처박혀 음란물이나 시청하는 남편을 두고 있다면.....나라도....죽여버리고 싶지 않을까 싶은데...-_-;;;;
그리고 다섯번째 이야기 [가모우 미치루]에서 앞선 네 사건을 아우르는 대반전의 결말이 펼쳐진다. 막판의 반전이 조금은 비약적이긴 했으나 [비웃는 숙녀] 시리즈 '가모우 미치루'를 독자들의 뇌리에 박히게 만드는 강렬한 신고식이 아니었나 생각하니 납득이 됐다. 더없이 아름다운 외모도, 직접적인 폭력이나 살인보다도 더욱 그녀의 악행이 기억에 남는 건 간악한 세치 혀로 교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조종하는 가모우 미치루의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적 이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로 '나카야마 시치리'가 작정하고 만든 캐릭터구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악독하다. 책 전체를 비닐로 래핑하여 구매하지 않고는 들춰볼 수 없게 만들정도로 끔찍하고 배덕한 사건들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미치루의 악행을 끝내고 단죄 받기를 원하는 독자의 마음이 커져갈수록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불쾌감과 찝찝함은 더욱 오래도록 남으리라. 머, 그것이 이야미스 아니겠는가. ㅎㅎㅎ 시리즈 2편 [또다시 비웃는 숙녀]의 빠른 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