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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ㅣ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평점 :
표정없는검사 (2020년 초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35p
굳은 절개와 지조. 포커페이스 검사 등장!
바로 얼마전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가 새롭게 도전하는 이야미스 시리즈 [비웃는 숙녀]를 보고 대체 어떤 영역까지 손을 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달도 되지 않아 바로 이 신작이 출간됐다. [표정 없는 검사] ㅋㅋㅋ 강인한 베테랑 형사 와타세 경부, 시체배달부 였던 어둠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리고 바로 대쪽같은 포커페이스 검사 후와 검사가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뭐랄까.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에서 첨예한 사건과 치열한 법정 다툼을 위한 등장인물이 비로소 모두 모였다고나 할까. 이래버리면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지 않은가....ㅠ_ㅠ
표정이 없다. 이른바 포커페이스는 자신의 속내를 표출하지 않고 상대를 자극하는 고도의 심리전술이다. 특히 이 포커페이스 기술이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사법계통이다.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형사 하다못해 범죄를 저지른 죄수까지... 포커페이스로 감정에 연막을 치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우리는 직감한다. '이 사람이 은둔 고수다!' 그래서 검사 후와의 잃어버린 표정을 보며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숨겨진 표정 뒤에 어떤 계략과 반전이 숨어있을지를 말이다.
오사카 지검. 포커페이스로 소문난 검사 후와의 사무실에 새로운 사무관 미하루가 배속된다. 처음 만난 후와의 인상은 차갑고 냉정하기 이를데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엄격히 공과 사를 구분하고, 공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융통성 제로의 모습에 미하루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런 굳건한 후와에게 인간적인 호기심을 느끼던 찰나. 오사카 경찰서로부터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찰로 인계된다. 지독한 로리콤으로 과거 초등여학생을 납치 감금한 전력이 있는 백수 남성이 이웃의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가 된 것이다. 후와는 경찰이 모은 증거들을 토대로 로리콤 남성을 만나 심문하고 모두의 예상을 깨는 기소여부를 결정하는데.....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신념을 지킨다!
"일반인을 수사하고 체포하는 권한을 지녔다면
그에 합당한 식견과 능력도 지녀야 한다는
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죠.
그러지 못할 거라면 경찰과 검찰 일을 그만두는 게
이 세상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_200p
막연히 검사의 이야기라 했을때 법정에서 변호사와 대치하며 피의자의 무거운 구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변호사가 주역이라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의자를 법정에서 통쾌하게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장면을, 검사라면 증거가 불충분해 무죄를 받을 것 같은 재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유죄를 받아내는 장면을.....보통 주역에 따라 이런 기대를 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 역시 그런 장면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보니 보기좋게 예상이 빗나가더라.
본인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검사라는 직군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정치적이며 독립적인지를.... 부패한 경찰의 수사에 철퇴를 내릴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경찰의 수사를 한눈에 들여다 보는 검사이리라. 작품은 신념 하나로 같은 식구의 등에 스스럼 없이 칼을 꽂아 버리는 후와의 검사와 경찰간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갈등구조로 선택한다. 흔히 시사프로를 보면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검경유착' 어찌보면 검사와 경찰은 죄를 지은 범죄자를 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말못할 비리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검찰의 개혁을 누구보다 바라마지 않는 현세태에 어찌보면 딱 시의적절한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지위? 파벌? 그딴거 다 필요없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의의 철퇴를 내리치는 후와의 활약을 보면서 현실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떨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경찰과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범인을 찾기 위한 후와의 고군분투는 계속되니, 막판 반전의 카타르시스는 '나카야마 시치리'만이 줄 수 있는 특급 보너스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ㅎㅎㅎ
자! 이제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였으니 무대는 마련됐다. 대망의 한 판이 기다리고 있다! 후와 VS 미코시바 레이지. 하루 빨리 이 둘의 한판승을 보는 날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련다. 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