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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평점 :
스완 (2020년 초판)
저자 - 오승호 (고 가쓰히로)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19p
그래도 전 춤추고 싶어요. 아무리 새카맣게 변해 버린다고 해도.
* 2019년 제 162회 나오키상 수상작
* 2020년 제 73회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
* 2020년 제 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싱인상 수상
비극적 사건.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밑바닥에서 오로지 살아 남기 위해 희망을 춤추다......
[도적의 시간]으로 제 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일본의 신예작가이자 제일교포인 '오승호'작가의 대표작이 출간됐다. 전작에 이어 이번 [스완]까지 작품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비극적 사건의 피해자가 느끼게 되는 당혹감으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끝없는 절망속에서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작가의 감성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의식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작가의 목소리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미스터리의 장르를 택하는 것이지만 촘촘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무장한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매력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주제를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추리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결과만 놓고 보아도 이 작가가, 이 작품이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를 알 수있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
일본 고나가와 현의 중심지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스완.
그곳에서 너무나 끔찍한 무차별 학살이 벌어진다.
범인 두 명은 쇼핑몰의 반대편 출입구에서 부터 사제 권총으로
쇼핑몰 내의 민간들에게 무차별 총기를 발포한다.
사망자를 포함 부상자만 스무명 이상.
최악은 쇼핑몰 3층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에서 벌어진 살육이었다.
범인 니와는 3층에 도착한 직후 그의 눈앞에 있던 고등학생 소녀 이즈미를
인질로 잡고 그녀에게 희생자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자 얼른 골라 봐. 나와 함게 악을 폭로하는 거야. 그 러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 다들 죽게 돼." _82p
누구도 선택할 수 없던 이즈미는 파란 하늘이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고,
그 사이 범인은 엎드려 있던 민간인들의 머리에 총탄을 날린다.
쓰러져 가는 사람들 속에서 다음 희생양은 바로 어린 소년.
깜짝 놀란 이즈미는 소년을 바라본다.
그 순간 소년을 바라본 이즈미와 눈이 마주친 같은 반 동급생 고즈에.
탕!
스카이라운지를 가득 채운 총성.
뒤이어 머리를 뒤로 젖히고 쓰러지는 고즈에.
범인은 이즈미의 뒤에서 속삭인다.
"너도 마찬가지였어! 살기 위해 남을 방패막이 삼는 녀석이었어! 내가 즐기려고 사람을 죽인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래. 꼭 너만 그런 건 아니야. 모두 자신만 생각하며 기회와 능력, 필요만 있으면 남을 죽이지. 타인 따위 벌레처럼 짓밟지. 그래. 그게 바로 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네가 옳아. 1밀리미터도 의심할 것 없이 옳아. 하하핫!" _84p
탕!.........
마지막 한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수개월 뒤....
무차별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다섯 사람이 폐업한 중국집에 모인다. 이들은 모은 사람은 쇼핑몰 스완 경영자의 대리인 변호사 도쿠시타. 도쿠시타는 다섯 명에게 사건 당시의 행적을 상세하게 케묻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즈미가 있었다......
일단 도입부의 끔찍한 쇼핑몰 무차별 총격 테러가 시선을 잡아 끈다. 일본 역시 자국과 마찬가지로 총기 허용 국가가 아님에도 [악의의 교전], [이누야시키]를 비롯애 이 작품 [스완]까지 소설이나 영화등에서 이토록 많은 총기 난사가 그려지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범인들과 마찬가지로 [스완]의 범인 역시 열등감과 소외감에 속에서 모두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인정욕구의 마지막 출구로서 총기난사를 택하는 우를 범한다. 노인과 아이할 것없이 수백명의 사람들이 밀집한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학살의 과정은 아무리 직접적인 묘사를 피한다 해도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장면 때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보통의 작품들은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에 이르게 되는 범인의 심리를 파고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스완]은 범인에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서두에 잠깐 언급했지만 작가는 사이코패스 범인이 아닌 사건의 피해자.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발레리나 지망생인 고등학생 가타오카 이즈미가 서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의문이 머리속에 소용돌이 친다.
생존자들이 회합을 갖는 이유가 뭘까?
사건이 끝난 수 개월 뒤에도 이들이 이토록 겁먹은 이유는 뭘까?
이들이 전하는 당시의 이야기를 전부 믿을 수 있을까?
이즈미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용감하게 테러범을 저지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쓰러져 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도망쳤을까? 도망치는 내 옆에 노인이 쓰러졌다면..... 난 노인을 일으켜 세워 함께 도망쳤을까? 아니면 모른척 했을까?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나 자신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양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범인의 행동은 하나하나 일거수일투족이 모조리 분석되어 분초별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그에비해 수 많은 피해자들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게 되는게 현실이다.
자.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총기 난사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개별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개별 사건의 진실은 오직 총기난사 사건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알고 있다. 사건 속의 사건. 개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그들의 편린을 자극해야만 한다. 격돌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엇갈리는 진술 속에 드러나는 그날의 충격적 진실.....이즈미는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백조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충격적 도입부. 압도적 몰입감. 끝을 알 수없는 깊이와 메시지.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자 작가 '오승호'의 이름을 각인 시키는 작품 [스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