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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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비늘 (2020년 초판)

저자 - 조선희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54p



끝없는 탐욕은 파멸을 부른다



[아홉 소리 나무가 물었다]로 한국정 정서를 담아낸 몽환적 공포소설을 써냈던 '조선희'작가의 신작공포가 출간됐다. 전작에서 소리나무라는 식물을 공포의 매개체로 사용하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동서양에서 익히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 '인어'를 공포의 매개체로 사용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인어의 비늘이라 해야 하나....



사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로 인어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요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바다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 신지께에서 인어를 말하고 있고, 조신서대 '정약전'이 저술한 흑산도 연해의 수족을 취급한 어보인 [자산어보]에서도 인어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전통있는 요괴이다. 사실 디즈니 만화로 익숙하긴 하다만 인어는 말 그대로 요괴이다.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바다 사람들을 홀려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서양의 '세이렌' 역시 인어가 아닌가. 자 그렇다면 공포작가 '조선희'의 인어는 과연 어떨까?



잘나가는 준희에게 소개받은 마리를 본 용보는 첫눈에 반해 버린다. 다소 엉뚱한 말로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듯 살아가는 그녀의 순박함과 신비한 분위기에 매료된 용보는 얼마 안 있어 그녀에게 청혼한다. 마리는 청혼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딱 한 가지를 말한다. 내가 주는 소금 비늘 한개를 간직하는 것. 그리고 그 한개 외의 소금 비늘은 절대 탐하지 말 것. 용보는 그깟 소금이라며 마리의 조건을 수용한다. 몇 년 후.... 아들 섬을 낳고 단란하게 살던 용보는 마리가 준 소금 비늘이 엄청난 가치가 있는 물건임을 깨닫게 되는데....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시작된다.



작가의 인어는 조금 독특하다. 백어라 하여 온 몸에 오묘한 광채가 빛나는 소금으로 된 비늘을 두른 인간 모양의 물고기. 그것이 이 작품의 인어의 모습이다. 그밖의 설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와 비슷한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과 인어의 사랑이랄까? 여기에 금기요소를 두고 금기를 깰 수 밖에 없는 욕망에 이성을 잃은 인간을 대입시켜 비극을 초래한다. 금기와 욕망 그리고 저주.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 병과 죽음을 안긴 판도라 처럼... 저승에서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오르페우스 처럼.... 하다못해 절대 선녀옷을 보여주지 말라는 말을 어긴 나무꾼 처럼... 자신의 소금 비늘을 탐하지 말라던 금기를 어긴 중생들의 끔찍한 죽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예견된 비극. 예견된 죽음 앞에서 욕망에 달려드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뭍으로 나온 순수했던 인어가 저주 받은 백어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 러브스토리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권선징악이라 해아 하나. ㅎㅎㅎ 전작 [아홉소리]도 마찬가지지만 아홉 소리 나무, 사백아흔 세 개의 백어석 같은....특정 숫자를 지정하고 그 숫자에 이르면 상상도 못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고 설정 한 뒤 그 숫자에 다가갈수록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공포 기법을 잘 사용하는 작가인 듯 하다. 



이번 작품도 결말로 치달을수록 약속을 어긴 인간을 단죄하는 백어의 복수가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결말이 잔혹한 비극이 아니라는 점이다. 뭐 개인적 취향의 호불호지만 더 없이 끔찍한 그로테스크한 결말을 원했건만....ㅠ_ㅠ 하하핫! 독특한 인어의 해석이 돋보이는 몽환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판타지 호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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