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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빙글빙글우주군 (2020년 초판)
저자 - 배명훈
출판사 - 자이언트북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79p
배명훈 SF의 새로운 시도
한국 SF를 대표하는 '배명훈'작가의 신작 장편이 출간됐다. 독특한 제목과 감각적인 표지 삽화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본격 밀리터리 SF라고 해야하나?.... 본격이라기엔 조금 애매하지만서도 어찌됐던 기존 '배명훈'작가의 작품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시도로 쓰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 위에 태양이 두 개가 됐다. 팩맨 모양의 인공 태양으로 인하여 지구의 기온은 급상승한다. 누가 올렸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불만을 폭주하고 우주군의 예산이 두 배이상이 책정되면서 우주군의 권력층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어쨌던 팩맨 태양을 그냥 둘 수는 없을 터. 우주연합군과 예하 지구의 우주군은 이 인공 태양을 파괴하기 위해 뭐라도 쏘아 올리라는 명령이 떨어지는데....
작가는 공군출신 SF소설가로서 한국군을 작품에 녹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본인 역시 기술군 과학군 정예 공군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군을 소설속에서 만날 수 있어 다소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자유롭다고 포장은 하고 있지만 어찌됐던 공군도 국군의 한 종류이니... 높으신 양반의 한마디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건 매한가지 일터. 그런 국군의 현실적 풍자와 각 개개인이 대충대충 일해도 궁극적으로 국군은 돌아간다는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돌려놔도 돌아간다는 대전제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가는 듯 하다.
작품을 읽으며 화성 주둔군의 외합절 쿠테타가 몇 차례 언급되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가서 이 작품만 보는 이라면 대체 뭔소린가 싶을 듯 하다. 화성 외합절 쿠데타는 2017년에 출간된 SF 앤솔로지인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에 단편으로 실린 [외합절 휴가]의 이야기를 말한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해를 원한다면 이 단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단편에서도 그리고 이 장편에서도 작가의 작품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캐릭터 '김은경'이 등장하지만 두 작품에서 '김은경'은 동일인은 아니다.
이번 작품으로 작가는 새로운 글쓰기 스타일에 도전했다고 한다. 바로 서사를 중심 스토리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제 3자의 시선과 이야기로 전개되는 스타일로 바꾼 것. 제 삼자들의 수다나 행동에서 은근슬쩍 스토리를 전개하는 이 방식은 수다를 떠는 와중에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다소 소품집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을 연출한다. 반면 각 챕터마다 스토와는 관련없는 불필요한 대화를 읽어야 하는 등의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캐릭터들도 많고 새로운 군대조직의 명칭도 낯설어 초반 캐릭터의 개성을 잡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앞면에 배치한 군조직도와 캐릭터 설명은 이런 어려움을 낮추기 위한 배려로 읽힌다. 작가의 이런 스타일이 낯설어서 더 그렇겠지만 아직은 좀 더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읽으며 좋은면이던 나쁜면이던 우리나라의 군대를 많이 엿본 것 같다. 제대한지 이십년이나 지났건만 ㅎㅎㅎ 앞으로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주군의 활약을 주목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