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감 선생님은 아이들이 싫다
공민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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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슴이 따뜻해지고 울컥해지는 힐링 미스터리 : 다감 선생님은 아이들이 싫다 (2021년 초판)

저자 - 공민철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1p



가슴이 벅차오른다

감성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사람을 살리는 미스터리가 바로 이런 것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우수 단편에 수여하는 '황금펜 상'을 유일하게 2년 연속 수상한 '공민철'작가의 연작 단편집이 드디어 출간됐다. 앞서 출간된 단편집 [시체 옆에 피는 꽃]으로 수준 높은 단편들을 선보여 놀라움을 안겼던 작가의 신작은 과연 어떨지, 장르전문 아프로스미디어와의 콜라보로 인한 시너지는 어떨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었는데 마침내 베일을 벗고 만난 신작은 한층 높아진 완성도와 문장 마다 집약된 인간미가 돋보이는 미스터리였다. 



여덟살 차이 때로는 엄마 같았던 언니 다정은 

다감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이었던 다정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다감은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죽기살기로 공부하여 마침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임용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거랑 언니가 그런 선택을 한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언니가 왜 죽어야만 하냐고요! 왜요? 왜냐고요! 

애들이 죽든 말든 나는 전혀 상관없는데! 언니만 살아주면 되는데!" _18p



다감은 마음 먹는다.

차가운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그 속에서 언니가 죽음을 선택한 진짜 이유를 알아내리라고.



1장 시아의 꿈

우연히 엘리베이터 근처를 지나던 다감은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늘어진 끈을 목에 묶어 자살 하려던 시아를 발견한다.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2층으로 올라가고 안쪽에 묶었던 끈이 올라가면서 시아는 공중에 대롱대롱 메달렸다. 다감과 동료 선생님의 발빠른 대처로 가까스로 시아를 구하지만 시아는 자살의 이유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 버리는데....


2장 은경이의 결심

시아 자살 미수사건으로 다감은 시아가 있는 6학년의 임시 담임을 맡게된다. 같은 반 학생인 은경은 시간제 선생님 모집에 이웃에 사는 퇴직한 교장선생인 강진교 선생을 추천한다. 은경의 바램대로 시간제 선생님으로 강진교 선생이 발탁된 그날. 강진교 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받은 다감. 그리고 그 다음날 강진교 선생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3장 다감의 마음

여전히 다감이 선생이 된 것을 반대하는 엄마와 싸우고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로 다감과 반 아이들은 식물원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다감의 기분을 느낀 아이들은 다감에게 내기를 제시하는데.....


4장 태근이의 약속

시한부 선고를 받은 동생을 두고도 언제나 밝았던 태근이는 얼마전 결국 동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다감은 그런 태근의 상태를 유심히 체크한다. 그러던 어느날 태근이 혼자 있던 집에 불이 나고, 경찰은 화재의 원인을 태근의 방화로 추정하는데....


5장 현수의 세상

어느덧 1학기가 지나 2학기가 된다.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던 현수와 태형이 학폭 논란에 휩싸인다. 태형이 현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는 것. 반아이들 대부분이 현수가 피해자라는 설문을 작성한다. 그동안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다감은 심하게 좌절하고, 마침내 학폭위원회가 열리는데.....


6장 다정의 이유

우연히 퇴근길에 언니 다정이 자살직전 담임이었던 학생을 만난 다감.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제자는 다감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언니 다정이 자살했던 이유를...



총 6장의 에피소드를 겪어가면서 아이를 싫어했던 다감은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된다. 키는 훌쩍 컸지만 아직은 어리기만 한 6학년 아이들의 깊은 마음과 놀라운 사연들도 사연이지만 가식을 벗어던지고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열변을 토하는 다감의 교육 방식은 거칠지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살, 학폭, 성소수자, 소아성애 등등..... 초등학교에서 절대로 발설조차 하기 힘든 충격적 사건들이 소재이나 작품을 읽어가면서 단순히 독자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앞선 단편집 [시체 옆에 피는 꽃]에서도 느꼈지만 공작가의 작품에서는 숨길 수 없는 인간미가 풍겨난다. 휴머니즘, 가족애 등등으로 치환할 수 있는 그 선한 감성. 이번 작품에서 그 감성이 단단하게 결집돼 완성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을 살리는 미스터리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각 단편의 주제와 추리와 반전의 묘미를 살리는 미스터리적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사로잡은 수작이다. 선생이 제자를 향해 산탄총을 발사하지 않고, 복수를 위해 제자의 목을 조르지 않는 한국적 정서를 가득 담아낸 힐링 미스터리.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의 화이트 버전이랄까. 찝찝하고 불편한 이야미스가 아닌 힐링미스 아니 큐어미스라고 명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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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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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2021년 초판)

저자 - 장다혜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98p



비극적

가련함

고혹적



고대 중국에는 이런 형벌이 있었단다. 죽을 때까지 금을 삼키는 형벌. 목구멍까지 금을 밀어 넣고나면 오장육부에 피가 돌지 못하여 신체의 곳곳이 썩어 들어가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다 결국 숨이 끊어지는 무서운 형벌. 돌덩이도 아니고 그 귀한 금덩이를 삼키는 형벌이니 당연히 일반 백성들에게 내리던 벌은 아니고 왕의 혈통을 가진 왕족에게 내리던 벌이란다. 자. 이 작품의 제목이 바로 그 잔혹한 형벌을 의미하는 [탄금]이다. 억지로 단단한 금덩이를 목구멍에 밀어 넣는 죄인의 심정이, 금덩이를 삼키고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가는 죄인의 고통이, 탄금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예술품 거래로 부를 축적한 상도 심열국이 이끄는 상단은 나날이 번창해 간다. 첩실의 딸로 태어난 재이는 본처 민씨부인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던 어느날 민씨 부인의 어린 독자 홍랑이 실종되고 집안은 발칵 뒤집힌다. 재이 역시 사방팔방 동생을 찾아 나서지만 감감무소식. 심열국은 홍랑 대신 양반 가분의 양자인 무진을 들여 상단을 맡긴다. 그렇게 십수년이 지나고. 유명한 추노꾼이 성인이 된 청년을 심열국 앞에 대령하고 그 자가 잃어버렸던 아들 홍랑이라 말하는데.....



독특한 이력의 작가에 눈길이 갔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호텔리어로 일했던, 한국에 있던 시간보다 외국에서 체류한 시간이 많았다는 작가의 말이 놀랍게 여겨진건 이 작품의 배경이 조선시대라서였고 작품의 문체가 고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야 많이 봤다만 이렇게 방언과 고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써내는 작품은 보지 못한 듯 하다. 조선시대에서 갓 튀어 나온듯한 문장들로 인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아름다운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에 취하고 인물들간 복잡하게 얽힌 사연과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서스펜스, 반전의 묘미는 정녕 이 작품이 작가의 장편소설 데뷔작인지 의심이 가게 만들 지경이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드라마 등에서 자주 접하던 클리셰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자식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고, 갑자기 나타난 자식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가족의 이야기. 오지게 멸시 받았지만 미모의 규수로 성장한 재이. 비밀을 가득 품고 돌아온 홍랑. 홍랑이 아니었다면 상단을 물려받았을 입양아 무진까지..... 세 남녀의 소용돌이 치는 운명의 굴레는 과연 어디로 향할지..... ㅎㅎㅎ 물론 홍랑과 무진이 재이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격돌 로맨스가 펼쳐지리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랴.



단순히 꽁냥꽁냥 로맨스로 끝났다면 이 작품은 미스터리 서스펜스가 아니었으리라. 앞서도 말했지만 [탄금]이다. 지독하리만치 잔혹하고 몸서리처지게 추악한.... 욕망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추악한 인간 말종들의 민낯은 후반부에 포진돼 있으니 차라리 진실은 모른채 청춘남녀의 로맨스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ㅠ_ㅠ 폐쇄적이고 엄격한 신분제도에 좌우되던 조선시대가 배경이기에 더욱 비극으로 다가온다. 한글의 고혹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예술적 문장이 돋보이는 조선 서스펜스였다. 전체적으로 좋았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래도 작품의 주인공인 재이의 활약상이 너무 미미했다는 것. 운명에 맞서는 조선시대 처녀의 기상은 알겠으나 극을 반전시키는 키메이커의 역할로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뭐 그 암흑의 시대에 재이가 뭘 하길 바라는 게 무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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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
이동륜 지음 / 씨큐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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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교 : 이동륜의 SF스냅스릴러 소설집 (2012년 초판)

저자 - 이동륜

출판사 - 씨큐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73p



짧지만 강렬하다



현재 유튜브에서 괴담을 제보받아 컨텐츠로 제작하는 '브레이든의 들리는 책방'을 운영중인 저자 '이동륜'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됐다. 본인은 유튜브를 보지 않는 탓에 '브레이든'이던 '이동륜'이던 처음 접하는데 작품을 소개하는 'SF스냅스릴러 소설집'이라는 문구와 제목 [인간교]에 호기심이 일어 읽게 되었다. 



표제작 [인간교]를 비롯해 1장짜리 초단편까지 다양한 분량과 소재들의 단편 24편이 실려있다. 각 단편의 성격에 따라 2개의 장으로 나누었고 1부는 '미래-휴머니즘 혹은 SF'라는 부제로, 2부는 '현실-호러 혹은 스릴러'를 부제로 나뉜다. 현재 괴담 컨텐츠를 운영중이라서일까. 아니면 원체 이쪽 방면을 좋아해서일까. 미래와 현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각 작품들은 일관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바로 세상과 인간을 향한 냉소적 시선이다. 찝찝하고 불쾌하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노라니 ㅎㅎㅎ 딱 내 스탈의 작품들이 아닌가. ㅋ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을 확장하여 써낸 이야기들은 [환상특급]을 보는 듯 흥미롭게 다가온다. 반면 몇몇 단편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저자의 순수 창작이지만 우연찮게 설정이 겹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에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써낸 오마쥬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작품을 넘어서는 신박함은 주지 못하여 아쉬운 느낌이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단편들을 이야기 해보자면, 표제작 [인간교]는 말 그대로 이다. 먼 미래. 인간은 진즉에 멸종되고 지구상에는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삶을 이어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AI인 탓일까. 그들은 인간이 멸종된 뒤에도 아기 로봇을 데려워 키우고, 로봇끼리 결혼을 하는 듯 인간의 생활약식을 따라하려 한다. 더불어 능력차에 따른 로봇 계급사회가 만연하게 되고, 이에 반기를 든 로봇들은 사이비 종교를 믿으며 혁명을 준비했으니..... 사이비교의 이름은 인간교였으며 교주는 멸종한줄 알았던 인간이었다.



인간과 로봇의 주체가 바뀌었으나 그들이 하는 행동은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가르침을 맹신하는 로봇들의 모습이나 인간과 로봇의 철학적 대화를 보면서 '박성환' 작가의 [레디메이드 보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AI. 인간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 AI. 결말이 아쉽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두번째로 [황야의 5인]은 서부시대에 떨어진 5명의 사람중 정교하게 제작된 로봇을 찾아 죽이면 나머지 4명은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물이다. 뭐랄까 서바이벌 역튜링 테스트랄까. 비슷한 설정으로 '하오징팡'의 [인간의 피안]에 실렸던 단편 [전차 안 인간]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인간을 찾아내 죽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결말이 예상가능하여 아쉬웠다.



세번째는 [유작공장]이다. 신인상을 타고 전도유망했던 작가는 슬럼프에 빠지고 자긴과 같은 상황에서 인기작을 발표하고 다시 상승세를 탄 선배작가가 한 시설을 소개한다. 그렇게 찾아간 시설에서 작가는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이 단편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소설]에 실린 첫번째 단편 [글 쓰는 기계]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런 류의 설정은 누구나 떠올릴 만한 설정이라 괜찮았는데, 바로 다음 만난 작품 [목격자]에서 고개를 갸웃 하게 된다. -_-



[목격자]는 화자가 2층에서 한 여인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담을 타고 넘어 집안에 들어가지만 살인자에게 발각되 머리에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이후 시점이 바뀌어 경찰이 집에 찾아오고, 살인마였던 남자는 경찰을 집으로 들이는데...... 이건 그냥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기억이 가물하여 [검은 고양이]가 3인칭인지, 1인칭인지는 모르겠다만.... 작가로서 '포'의 오마쥬라 생각하지만 새로움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이렇게 쓰니 별로인것 같은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몇 작품은 아쉬웠지만 몇몇 작품은 놀랄만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익숙한 설정의 작품은 기존 설정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주었고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도 매력적이었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불행'하게 끝나버리기 때문에 좋았다. ㅎㅎㅎ 해피엔딩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지. ㅋㅋㅋㅋ 본인 역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추구하고 쓰고싶어 하는 스타일의 글이었다. 하여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분량에 구애되지 않고 일단 써야 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작품집이었다. 익숙한 설정에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말은 본인이 원고를 보여주었던 지인에게 들었던 말인데, 그 말을 내가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역시 난 이런 스타일이 좋다. 



짧지만 강렬한 악몽 같은 이야기. 공포, 미스터리, SF, 호러, 단편, 엽편, 초단편 등등 전 장르를 망라한다. 다크다크한 취향의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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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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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2021년 초판)

저자 - 레이미

역자 - 박소정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8000원

페이지 - 728p



잔혹하면서도 슬프다



우리에게 [심리죄]시리즈로 알려진 인기작가 '레이미'의 신작이 블루홀6에서 출간됐다. 무려 칠백페이지라는 벽돌에 가까운 두께의 미스터리에 놀랐고, 따로 분권하지 않고 단 권으로 출판해준 출판사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해박한 범죄지식과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하던 작가였는데 이번 신작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각 인물의 사연과 감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독자로부터 깊은 공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충격적 반전을 선사한다. 칠백페이지라는 두께가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몰입감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던 것을 보면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네 건의 잔혹한 연쇄 토막 살인.

그리고 체포된 살인범.

잊혀진 또 한 건의 토막 살인.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사건과 관계됐던 사람들은

다시 2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데.....



무수한 사건 현장을 거치며 이제는 은퇴를 앞둔 두청은 사건 현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사의 진단은 간암말기.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두청은 개인적으로 이미 사건이 종료된 20년전 연쇄 토막살인에 대해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후배 형사는 살인범이 붙잡혀 사형까지 당한 사건을 재조사 하는 것에 의문을 느끼지만, 두청은 아랑곳 없이 관련자들을 만나려 한다. 한편, 법대 재학중인 웨이중은 봉사활동 점수를 위해 인근 양로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그곳에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첸쿤이라는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지첸쿤은 웨이중에게 자신의 비극적 과거사를 이야기 하고, 자신의 아내가 20년전 연쇄살인범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고 고백하는데.....



두꺼운 분량답게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현직 경찰 두청의 이야기, 법대학생 웨이중과 지첸쿤의 이야기. 은퇴경찰 뤄사오화의 이야기. 웨이중이 짝사랑하는 동기 웨샤오후이의 이야기. 여기에 범인의 이야기까지 ㄷㄷㄷ 다양한 연령과 서로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고 그 지점들이 맞닿으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은 정교하게 짜여진 복선들을 통해 대망의 결말로 치달아 가게 된다. 



옆나라 중국의 작품이지만 작품을 읽어가면서 한국적 '한'의 정서와 상당히 흡사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범인의 그림자를 뒤쫓는 그들이지만 범인을 잡으려는 사연은 모두가 제각각이니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해 협력했던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서로의 뒤통수를 치고 적이 되버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된다. 평생의 한이 되버린 그들의 사연들. 범인을 향해 쏟아내는 증오와 집념은 20년이란 시간의 간극 속에서 더욱 독하디 독한 독기를 뿜어낸다.



각 캐릭터의 사연과 심리를 독자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짧은 챕터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벽돌을 순삭시키는 '헤리 홀레'시리즈 처럼 말이다. 더불어 사형제도에 대해 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품에서 토막 연쇄살인 범은 이미 20년전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쫓는 사람들...-_-;;; 당연히 죽은 범인은 진범이 아니란 건데... 죄지은 놈은 똑같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수십년 만에 누명을 벗는 것을 보면....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들을 먹여살리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우리와 달리 사형제도가 현재까지 유지중인 중국의 작품이라 국내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생각하게 된다. 

 


재미있다. 이 만한 분량으로 이정도 가독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타국의 작품이 이정도로 국내 정서와 맞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것을 모두 성공시키는 것을 보면 13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 부수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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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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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2021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arte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1p



공포 괴담과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그 혼령과 연을 맺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람없이 말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고인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연을 스스로 만드는 셈입니다.' _225p



새로운 작가의 독특한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됐다. 안 그래도 괴담을 좋아라 하는데 그 괴담에 미스터리 기법을 더 했다니! 호기심과 궁금증, 기대감이 넘쳐났다. 더군다나 일본 아마존 서스펜스 부문 랭킹 1위에 일본서점 대상 후보작이라는 '인정'을 받은 작품이니 재미와 작품성 둘 다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근래 읽은 공포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를 꼽는다. 사실 이 작품도 정통 공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적 기법을 섞어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이었기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더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본업이 미스터리작가가 써낸 공포 괴담이니 공포호러로서도, 미스터리로서도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괴담. 6편의 단편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누군가..... 



괴담 수집 작가인 나는 출판사로부터 가구라자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괴담집 출간 제의를 받게 된다. 가구라자카라는 지명을 들으면서 나는 얼마전 있었던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한 점쟁이를 찾아가 궁합을 본 커플의 이야기인데, 점쟁이는 그 커플에게 당장 헤어지라며 좋지 않은 점괘를 내놓는다. 이에 남자는 격분하며 점집을 박차고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이다. 결국 커플은......



이렇게 괴담 수집가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자를 소개시켜 줬던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 그 이야기와 엮여 있는 다른 사람이 겪은 이야기 등등등....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깊이 엮여 있는 누군가가 존재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옆나라 일본의 이야기인 만큼. 지금도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으며 토속 무속 신앙을 섬기는 일본의 이야기는 때마다 점집을 찾아가 점을 보고 부적을 붙여 액막이를 하는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많은 점이 닮아있어 거리감이 들기는 커녕 작가가 이야기 하는 공포의 방향성을 굉장히 이해하기 쉬웠다. 뭐랄까. [곡성]에서 일본과 한국의 점쟁이들이 서로를 향해 살을 날리는 장면이 떠올랐달까. 두 나라의 무속신앙이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나라는 다를지언정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방법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앞서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두고 결말에서 모든 복선들이 조합되면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미스터리의 반전이 공포호러와 만나니 결말부에서 느끼게 되는 독자의 충격과 공포는 여타 공포 작품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6 단편중 [망언]을 최고로 꼽고 싶다. 현실 미스터리라면 통용될 수 없는 반전이나 심령 공포, 오컬트 세계속에서는 설사 말이 되지 않더라도 독자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리얼리즘을 벗어난 경계를 벗어난 반전은 더욱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면서 괴담의 실체와 후기들을 이야기하여 독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드는 점에서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메타픽션적 요소로 픽션과 리얼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고 있다는 말이다. 악의를 품고 저주를 쏟아붓는.... 인간의 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신비한 작품이다. 괴담속에 녹아든 미스터리와 반전의 묘미는 공포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굉장히 취향저격이었고 비슷한 류의 공포 미스터리를 계속 보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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