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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엘리펀트 헤드 (2024년 초판)
저자 - 시라이 도모유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800원
페이지 - 484p
끝없는 진화! 한계를 넘어서다
일찌감치 특수설정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한 '시라이 도모유키'의 신작이 출간됐다. '2024년 일본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빛나는 화제작인 작품을 '내친구의서재'에서 발빠르게 번역 출간한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은 본인이 추구하는 성향에 딱 들어맞는 작풍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고 열광하여 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고 작가가 된 이후로는 '시라이 도모유키'같이 경계없는 수위로 대중에게 충격을 주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시라이 도모유키'가 특수설정에 빠지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말이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은 전부 읽었다. 이번 작품을 읽고 느낀점은 작가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뷔작인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를 포함해 초기작과 지금의 작품을 비교한다면 엄청난 발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무지 균열을 찾아 볼 수 없는 완벽 무결성. 대체 어디까지 진화 할 것인가....
정신과 의사 기사야마는 배우 출신의 아름다운 아내와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중인 첫째 딸 마후유, 게임 방송 유튜버인 아야카와 매일이 새로운 좌충우돌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며칠전부터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고 조르던 마후유의 부탁을 받아 인사 날짜를 정한 기사야마는 나름 신경써서 첫째 딸의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마침내 디데이 날. 가족은 첫째 딸의 남자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정신이 없다. 기사야마가 현관 근처에 있던 순간 때마침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연 기사야마는 문앞에 서있는 남자의 정체에 할 말을 잃고 마는데.....
거짓 하나 보태지 않고 솔직히 말한다. 책을 읽기 전까지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최고조였다. 출간전 일어 능력자인 모 블로거의 리뷰를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매번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선사하는 '시라이 도모유키'가 아니던가. [엘리펀트 헤드]의 전작인 [명탐정의 제물]에 열광했던 본인이었기에 기대치는 하늘을 뚫을 정도로 치솟아있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나 크면 막상 뚜껑을 열면 실망하게 되는 법. 기대했던 만큼이 아니면 어쩔까라는 불안감을 안고 시작했다.
리뷰를 위해 스토리를 언급할 수록 작품의 재미는 반감된다. 하여 최소한의 정보로 작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90p
평범한 시작. 평이한 전개. 기사야마의 더없이 평안하고 평범한 생활이 그려진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본격적인 스토리 이전에 몸풀기용 소소한 추리가 소개된다.
- 12X p
스토리가 급변한다. 이제야 작가답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파격적 전개에 놀라지만 페이지는 전과는 다르게 거침없이 넘어간다.
- 13X p 이후
이제부터는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롤러코스터에 탑승. 거침없는 운행이 끝날때까지 내리는 문은 없다.
작가를 처음 접한 독자가 90페이지까지 읽고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면,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도 '시라이 도모유키'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90페이지 이후를 읽어 낸다면 책에서 손을 때기는 전자보다는 힘들어 지리라. 90페이지 지점의 분기가 생긴 것이다. 90페이지 이후의 사회적 통념을 파괴하는 파격 전개는 분명 호불호가 갈린다. 이른바 두번째 분기점. 이지점에서 책을 덮는다면 작가는 그저 일본 변태 작가로 낙인 찍힐 것이요, 비위를 참고 13X페이지를 버텨낸다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특수설정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리라.
이정도가 줄거리를 배재한 리뷰의 한계인듯 싶다. 분명 [엘리펀트 헤드]는 작가가 제정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사회적이고 사회적 통념을 보기좋게 어기며, 변태적이며 충격적이다.
하. 지. 만.
책을 덮고 깨닫는다.
그 모든 것이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음을.
자신이 짜낸 트릭이 성립된다면 이보다 더 한 수위도 거리낌 없이 가져올 사람이다. 극단적 상황을 완결성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수위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감은 상대적으로 반감됐다. 그저 이토록 복잡한 이야기의 구성과 헛점을 찾을 수 없는 완결성에 혀를 내두를 뿐.
용량이 한정된 인간의 뇌에 거대한 코끼리의 뇌를 꾸역꾸역 집어 넣는 기분이다. 수용할 수 없는 용량의 정보가 폭발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렇기에 곱씹는 맛이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하게 된다. 변태적 지적 유희. 텍스트로 즐기는 마약과도 같은 희열.
'시라이 도모유키'는 대체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명탐정의 제물]에서 느꼈던 좌절감이 한층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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