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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돌이킬 수 없는 약속 (2017년 초판)
저자 - 아쿠마루 가쿠
역자 - 김성미
출판사 - 북플라자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80p
악마와의 거래
범죄와 용서 그리고 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작품을 써내는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이번 작품 역시 형기를 마친 범죄자는 그것으로 죄값을
치룬것인가?..남은 피해자의 가족들은 그것으로 납득 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과 함께 범좌와
용서, 남은자들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화두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자칫 한없이
무거워 질 수 있는 주제에 치밀한 반전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를 더하여 몰입도와 가독성을
극대화 시켰다. 실제로 첫날 초반 도입부 100여페이지를 읽고 둘째날 잠들기전 잠깐 읽을 요량으로
펴들었다가 그대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버렸다...-_-;;;; 페이지가 날개 돋힌듯 넘어가는데 도저히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ㄷㄷㄷ 물론 수면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마음 전체에 퍼지는 짜릿하고
만족스런 기분...이 맛에 책읽는거 아니겠는가...ㅎㅎ
손님이 끊이지 않는 주점 '히스'의 바텐더로 일하는 무카이는 동업자이자 요리담당 오츠아이와 15년간의
우정을 이어가며 원만한 관계 속에서 일을 한다. 아내와 토끼같은 딸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하루하루
직장과 가정을 돌며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그렇게 행복한 삶이 영원히 지속될것 같던 그에게 주소
불명의 편지 한통이 도착하면서 작은 파문이 일고....편지에는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라는 한문장만 적혀있다. 그리고 불현듯 생각나는 15년전의 약속.....야쿠자에게 쫒겨 몸을 피신하던
차에 우연히 만난 노파와 한 약속...그 약속으로 거액의 도피자금을 마련하고 어렵게 새인생을 살고 있는
무카이로서는 그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어렵게 일구어온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약속이행의 편지는 지속되고...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무카이의 목을 서서히 죄어온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때 어디선가 나타난 악마가 달콤한 말로 현혹 시키며
검은 거래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카이 역시 한때의 판단미스로 인해 덜컥 말도안되는
약속을 해버리고 그 약속 때문에 아내와 딸, 주변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만든다. 위기에 처한 상황
때문이라지만, 당시엔 거액의 돈을 꿀꺽 삼키고 15년이 지나서 말도안되는 약속이라며 덮어버리려 하는
무카이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화가났고, 그래서 그의 개고생이 져버린 약속의 죗값이라고 느껴졌다.
애초에 악마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 했어야 맞다고 생각됐다...물론 무카이 처럼 사면초가의 입장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는 가지만서도...노파의 복수의 감정을 이용하여 농락한것은 변함이
없기에 자업자득이리라...
표지에도 말하고 있지만 스피디한 전개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초반부터 결말에 대한 단서가 숨겨져
있지만, 그 단서와 함께 맥거핀들도 여러 포인트에 포진해 있어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범인의 정체가
휙~휙 뒤집힌다..-_-;;; 나 역시 범인이라 생각하던 인물의 말한마디를 작가의 회심의 단서라 여기며
종반부까지 거의 확신에차 읽어 내려갔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작가의 의도대로 농락 당했다는
패배감을 맛봐야 했다....ㅠ_ㅠ (역시...난 범인 맞추기엔 소질이 없나보다...) 확실히 이런 반전의
묘미 덕에 대중성이 가미된 잘쓰여진 스릴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가볍게 소비되는것 같으면서도
읽고나서 무카이가 지워버리려 하는 약속과 범인이 지키려 하는 두 약속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단죄와
용서에 대해, 범죄로 인해 여러 인생이 무너지는 불행의 나비효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인것 같다.
결말부 몇 안되는 등장인물들을 굳이 우연에 의해 얽히고 설키게 연결 짓고, 치정에의한 범인의 범죄
동기가 약간 작위적 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얼마전 읽었던 [사람이 악마다]의 범죄 동기와 거의 흡사한데
한국식 한으로 점철된 그 작품보단 훨씬 담백하긴 하다만..-_-;; 머...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 앞으로 출간될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좋은 기회로 리뷰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