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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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2024년 초판)

저자 - 시라이 도모유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7500원

페이지 - 423p

영매탐정? NO NO! 이제는 빙의탐정이 대세!

23년 최고의 미스터리로 손꼽히는 [명탐정의 제물]의 후속편이 나왔다. 전작에 이어 '귀축계 특수설정 퍼즐러'라 불리우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기발함과 그로테스크는 그대로인 속편. 살이 튀고 뼈가 으스러지고 창자가 튀어나와도 계속되는 추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명탐정 우라노 큐와 조수 하라와타는 산골 마을의 화재사망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쓰케야마 시를 찾는다. 사망 사건 이전의 화재사건들을 조사하며 범인을 찾던 중 범인의 정체가 과거 쓰케야마에서 발생했던 살육 사건의 관계자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내고 범인을 추궁한다. 하지만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자였고, 피해자라 생각했던 이는 또다른 사건의 범인임이 밝혀지는데....

쓰케야마, 아니 일본 열도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명탐정의 제물]의 속편이지만 [명탐정의 창자] 집필 시점은 [제물]보다 앞선다. 다만 [제물]의 캐릭터가 30년 이후가 배경인 [창자]에서 이어지다 보니 속편이라 불리는 것. 두 작품에 연속 등장하는 캐릭터를 보며 반가움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역시나 [제물]과 마찬가지로 파격적 전개에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영매탐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매 탐정 조즈카]에 잔혹도를 추가하면 바로 이 작품이랄까. 과거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존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와 잔혹했던 살인마들이 지옥에서 환생해 살육을 저지르고 이를 탐정 우라노 큐와 조수 하라와타가 막아내는 이야기가 중심 스토리라인이다. 더불어 우라노 큐는 일본 희대의 명탐정 고조 린도가 빙의한 설정. 서양 버전으로 바꿔보자면 '잭 더 리퍼' VS '셜록 홈즈' 같은 꿈의 대결이 펼쳐진다는 말이다.

환생한 살인마는 과거의 범죄력을 지향하는 성격에 바디스내쳐까지 가능한 설정으로 이 특수설정 내에서 범인을 찾아야만 하는 우라노의 실로 창자가 끊어지는 극한 추리가 펼쳐진다. 하라와타의 어설픈 추리 + 우라노가 정리하는 추리를 통해 [제물]같은 3중, 4중의 다중 추리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특수설정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모티브가 되는 실존 사건 또한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굵직한 사건들로 한국의 우범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쓰케야마 사건', 영화 [감각의 제국]으로도 만들어 졌던 '야에 사다 사건', 농약 콜라를 전화부스에 두어 무차별 살인을 야기했던 '농약 콜라 사건'등 극악의 범죄가 21세기에 되살아 난다. 솔직히 한국이라면 이런 작품이 책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은...

[제물]의 속편이라지만 사실상 작품에서 그려지는 특수 상황은 전혀 다르기에 전작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 미리 겁먹지 않아도 될 듯. [명탐정의 창자]라는 제목의 의미가 밝혀지는 마지막 장의 마지막 대사는 [제물]과는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제물]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곱씹어보면 헐거운 구멍이 보일 수 있으나 읽는 순간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정도로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끝내주는 작품.

천재. 아무리봐도 '시라이 도모유키'는 변태적 천재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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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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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2024년 초판)

저자 - 황세연

출판사 - 북다

정가 - 15500원

페이지 - 320p

한국 본격의 기둥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했던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고 가족으로 묶여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부부야 말로 죽고 죽이려는 추리장르에 가장 적절한 소재가 아닐까 싶다. 살면서 배우자에게 살의를 단 한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지만 너무나 증오하는 존재. 부부에 대한 여덟가지 미스터리. [완전 부부 범죄]이다.

오랜 시간동안 국내 본격 작가로 자리잡은 황세연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그동안 계간 미스터리 등에 실린 단편과 신작을 포함하여 8편의 단편을 묶은 작품집으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로 무장한 추리 선물세트라고 볼 수 있다. 앞선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삼각파도 속으로]와 비교했을때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와 같은 구수한 시골 특유의 해학과 재치 그리고 블랙코미디로 버무려진 단편집이라 볼 수 있다.

각 단편의 줄거리는 뒷표지에 설명되어있으니 차치하고 첫번째 [결혼에서 무덤까지]는 추리작가의 단골소재이자 너무나 매력적이라 가만 둘 수 없는 치매를 소재로 하는 작품. 치매와 과학기술의 절묘한 매치가 본인의 [살의의 형태]에 수록된 [합리적 살의]를 떠올리게 한다. ㅋ [인생의 무게]는 이 작품집에 앞서 [계간 미스터리]에서 먼저 접했던 작품으로 촘촘한 복선과 결말의 기막힌 반전이 아주 잘 매치되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하야카와 미스터리 매거진]에도 실렸던 작품이니 그저 부러울 따름.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은 작가의 고향 충남 청양을 배경으로 하는 시골 미스터리이다. 범죄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범죄를 눈감았다는 설정을 어디선가 본듯도 한데 기억이 안나네... [진정한 복수]는 결말이 예상되지만 그래서 더욱 쫄깃하게 읽을 수 있는 우화같은 작품이다.

[비리가 너무 많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기넘치는 바카미스다. 사회에 던지는 블랙코미디이며 아이디어 하나로 점차 확장되는 이야기가 기발한 취향저격 단편. [보물찾기]는 향토 미스터리로 황세연 작가와 작가의 아내가 함께 쓴 부부 미스터리라는 비하인드가 흥미로웠다. [내가 죽인 남자]는 [계간 미스터리 73호]에서 접한 작품으로 본인의 [무구한 살의]가 함께 실렸던 의미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개티즌]은 클로즈드 서클로 키보드 워리어를 소재로 짧은 단편의 분량 안에서 클로즈드 서클의 반전을 꾀한다.

극강의 가독성. 키득거리면서 보게 되는 코믹한 이야기들. 짧지만 강렬한 반전이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발휘한다. 작품집을 읽으며 본인이 추구하는 가볍고 재미있는 미스터리가 바로 이 작품집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 본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구나.

*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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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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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미스터리 철학서의 출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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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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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 마르틴 베크 시리즈 vol. 10 (2023년 초판)

저자 - 마이 셰발, 페르 발뢰

역자 - 김명남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67p

스웨덴 걸작 경찰 스릴러

2019년 '요네스 뵈'의 [폴리스] 이후로 꽤 오랜만에 만나는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이다. 스웨덴에서 걸작으로 칭송받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7년만에 시리즈 열 번째 [테러리스트]를 마지막으로 완간 되었다. 북유럽 스릴러로 밀실살인을 다뤘다는 [잠긴 방] 때문에 눈여겨 보던 시리즈인데 가장 스케일이 크다는 [테러리스트]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됐다.

마르틴 베크의 강력반 동료인 군발드 라르손은 스페인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라틴아메리카의 한 나라에 국빈방문 경호를 참관하러 떠난다. 하지만 대통령의 차량 거리퍼레이드에서 폭발음과 함께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살점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연출된다. 국제 테러조직 울라그는 다음 테러 목표로 마르틴 베크가 있는 스웨덴을 지목한다. 과연 마르틴 베크는 미국의 상원의원이 방문예정인 국가적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쉰이 넘은 어찌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형사 마르틴 베크는 안으로는 매력적인 연하의 여성 레아와 조심스러운 사랑을 시작하고, 밖으로는 포르노 영화 감독의 변사 사건을 조사하는가 하면, 국가 행사의 대테러 방지 수장으로 고군분투 하기도 한다. 무뚝뚝하면서도 약간은 츤데레 성향의 마르틴 베크를 보면서 줄곳 해리 홀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75년도 작인 마르틴 베크의 캐릭터가 전형적인 북유럽 형사 캐릭터의 원형이리라. 어쨌던 묘사만으로 머리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 형사 캐릭터는 반가움과 익숙함을 가져다 준다.

인정사정없는 테러리스트와의 치열한 대결을 기대하지만 초반에는 테러리스트가 아닌 레베카라는 여성 범죄자의 재판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하지만 막판의 충격적 사건을 예고하는 복선일줄이야.... 당연하게도 기막힌 트릭이 위주인 일본 미스터리와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수사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마르틴 베크의 집착이 사실적인 무게감을 가중시킨다. 그것이 크라임 스릴러의 묘미아니겠는가.

테러리스트와의 대결도 마찬가지. 휴대폰이 없던 정보의 제한적 시대에서 가장 최적의 방법으로 테터리스트와 독자의 뒤통수를 때린다.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사회상을 숙지하고 본다면 더욱 좋겠지만 사전 지식 없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스토리만 따라가더라도, 작품에서 그려지는 레베카 사건 혹은 작품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후기만으로도 작품을 음미하는데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봤으니 앞선 작품들도 천천히 음미하며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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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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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2024년 초판)

저자 - 아쓰카와 다쓰미

역자 - 이재원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42p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경이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고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으로 인상깊게 자리잡은 '아쓰카와 다쓰미'의 두번째 단편집이 나왔다. 9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 명문 도쿄대 졸업이라는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바쁜 학업중에도 빠짐없이 미스터리를 읽고 연구했던 작가의 본격에 대한 애정이 지금의 작가를 만들어 냈다는 일화는 자극을 주었다.

[마트료시카의 밤]은 앞선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와 같은 컨셉의 작품집이다. 시리즈가 아닌 작품을 지향하되,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할 것, 본격미스터리일 것, 한 편으로 완결짓는 구성일 것. 이에 추가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처한 상황을 기록할 것이라는 새로운 규칙 아래 수록된 4편의 작품은 모두 코로나가 만연했던 당시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1.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

우연히 카페에서 뒤바뀐 가방들고 갔던 남성이 살해된다. 사립탐정 와카쓰키 하루미는 살해된 가족의 의뢰로 바뀐 가방 속(잃어버린)에 들어있던 책 한권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문하는데....

2.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한 사립대에서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는 것으로 입시시험을 대체한다는 파격 발표를 한다. 세간은 들썩이고 마침내 시험지가 공개된다. 입시학원, 수험생, 미스터리 마니아는 각자 논리적으로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

3. 마트료시카의 밤

편집자와 소설가는 소설가의 집안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기묘한 제안 하나를 하는데....

4.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

6개 대학 프로레슬링 동아리의 대면 회의 날. 각자 마스크를 쓰고 모인 자리에서 부원 한 명이 당일 아침에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어서 살해된 부원을 살해한 자가 바로 이 자리에 있다고 선언하는데.... 마스크 속에 숨겨진 살인자를 찾기 위해 부원들은 추리를 시작한다.

작품집의 포문을 여는 [위험한 도박]은 사립탐정이 헌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돌며 책에 대해 잡설을 푸는, 책 덕후로서 너무나 설래는 설정의 작품이다. 하지만 반전 자체는 녹스 법칙을 아주 우습게 깨트리는 설정으로(근래 미스터리는 이 법칙을 당연하게 무시한다지만) 에필로그까지 아주 악랄한(?) 작가의 악취미적 유희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주타겟으로 홍보하고 있는 [2021년도 입시]는 여러 사람이 쓴 문서를 모아서 구성하는 '브리콜라주'라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끌면서 입시 추리 문제의 범인을 다양한 시각으로 찾아가는 과정이 안티미스터리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마트료시카의 밤]은 표제작 답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가장 본격의 묘미를 살리는 작품으로 짧은 단편이라는 분량 안에서 공격자와 수비자가 수도 없이 두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 본인은 이런 작품을 양파형(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작품이라 부른다는데, 본인도 [살의의 형태]에 썼던 [영광의 살의]를 빌드업해서 이런 양파형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은 앞선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수록작인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열광]은 아이돌 오타쿠를, 이번 [격앙]은 프로레슬링 오타쿠들의 원탁 미스터리인데 [열광]도 그랬지만 [격앙]역시 이름 구분하기도 헷갈리고 반전 역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냥 이런 류의 작품이 본인과는 맞지 않는 듯.

확실히 기존의 본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형식과 반전을 시도하려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집이다. 저자의 말대로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형의 작품집이랄까. ㅎㅎㅎ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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