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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평점 :
마트료시카의 밤 (2024년 초판)
저자 - 아쓰카와 다쓰미
역자 - 이재원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42p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경이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고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으로 인상깊게 자리잡은 '아쓰카와 다쓰미'의 두번째 단편집이 나왔다. 9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 명문 도쿄대 졸업이라는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바쁜 학업중에도 빠짐없이 미스터리를 읽고 연구했던 작가의 본격에 대한 애정이 지금의 작가를 만들어 냈다는 일화는 자극을 주었다.
[마트료시카의 밤]은 앞선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와 같은 컨셉의 작품집이다. 시리즈가 아닌 작품을 지향하되,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할 것, 본격미스터리일 것, 한 편으로 완결짓는 구성일 것. 이에 추가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처한 상황을 기록할 것이라는 새로운 규칙 아래 수록된 4편의 작품은 모두 코로나가 만연했던 당시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1.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
우연히 카페에서 뒤바뀐 가방들고 갔던 남성이 살해된다. 사립탐정 와카쓰키 하루미는 살해된 가족의 의뢰로 바뀐 가방 속(잃어버린)에 들어있던 책 한권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문하는데....
2.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한 사립대에서 추리소설의 범인을 찾는 것으로 입시시험을 대체한다는 파격 발표를 한다. 세간은 들썩이고 마침내 시험지가 공개된다. 입시학원, 수험생, 미스터리 마니아는 각자 논리적으로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
3. 마트료시카의 밤
편집자와 소설가는 소설가의 집안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기묘한 제안 하나를 하는데....
4.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
6개 대학 프로레슬링 동아리의 대면 회의 날. 각자 마스크를 쓰고 모인 자리에서 부원 한 명이 당일 아침에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어서 살해된 부원을 살해한 자가 바로 이 자리에 있다고 선언하는데.... 마스크 속에 숨겨진 살인자를 찾기 위해 부원들은 추리를 시작한다.
작품집의 포문을 여는 [위험한 도박]은 사립탐정이 헌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돌며 책에 대해 잡설을 푸는, 책 덕후로서 너무나 설래는 설정의 작품이다. 하지만 반전 자체는 녹스 법칙을 아주 우습게 깨트리는 설정으로(근래 미스터리는 이 법칙을 당연하게 무시한다지만) 에필로그까지 아주 악랄한(?) 작가의 악취미적 유희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주타겟으로 홍보하고 있는 [2021년도 입시]는 여러 사람이 쓴 문서를 모아서 구성하는 '브리콜라주'라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끌면서 입시 추리 문제의 범인을 다양한 시각으로 찾아가는 과정이 안티미스터리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마트료시카의 밤]은 표제작 답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가장 본격의 묘미를 살리는 작품으로 짧은 단편이라는 분량 안에서 공격자와 수비자가 수도 없이 두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 본인은 이런 작품을 양파형(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작품이라 부른다는데, 본인도 [살의의 형태]에 썼던 [영광의 살의]를 빌드업해서 이런 양파형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은 앞선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수록작인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열광]은 아이돌 오타쿠를, 이번 [격앙]은 프로레슬링 오타쿠들의 원탁 미스터리인데 [열광]도 그랬지만 [격앙]역시 이름 구분하기도 헷갈리고 반전 역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냥 이런 류의 작품이 본인과는 맞지 않는 듯.
확실히 기존의 본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형식과 반전을 시도하려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집이다. 저자의 말대로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형의 작품집이랄까. ㅎㅎㅎ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