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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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2024년 초판)

저자 - 유키 하루오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342p

범인을 찾으려 하지 마라!!!

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작품이자 24년 하반기에 숱하게 회자될 작품. 기대를 흩뿌리던 '유키 하루오'의 [십계]가 드디어 출간됐다. 성서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자 미친반전의 [방주]를 잇는 작품이라 [십계]의 출간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영접하게 되니 본격팬은 마냥 햄볶는다. ㅋ

무인도 개발 사전답사를 위해 아빠, 부동산 업자, 건축가 등 8명과 함께 무인도에 오른 리에는 건축사 사무소 인턴이자 조금 위 언니인 아야카와와 마음을 트면서 지루한 여행에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섬을 살피던 일행들은 방갈로 작업장에서 엄청난 양의 폭탄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신고를 망설이던 일행은 우선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폭탄의 처리를 논의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등에 석궁이 박힌 시신과 함께 문제의 '십계'가 발견된다.

  • 섬에 있는 사람들은 사흘간 섬을 떠나지 말 것.

  • 살인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 것.

  • 외부에 연락 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할 것.

  • 섬에서는 30분 이상 모여있지 말 것.

  • 탈출 또는 지시의 무효화를 시도하지 말 것.

  •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정체를 밝혀내려 하거나 살인범을 고발하지 말 것.

이를 지키지 아니할 시 섬의 폭탄이 터진다.(ㄷㄷㄷ)

성서를 모방한 열가지 계율은 곧 특수설정의 기막힌 설정으로 작용된다. RPG 혹은 좀비물의 설정을 차용하여 미스터리를 설계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는 기존 본격미스터리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장르이다. 트릭의 참신성이 떨어지면서 식상해지던 본격계에서 특수설정이 새로운 시류로 받아들여져 본격의 나라 일본에서는 특수설정 미스터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유키 하루오'는 단연 독보적인 특수설정 작품을 내놓아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 가상의 세계가 아닌, 충분히 현실에서 벌어질법한, 그럼에도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특수설정을 들고와 놀라운 몰입감을 자아낸다.

[십계]역시 마찬가지다. 무인도라고는 하나 휴대폰은 어디에서든 터진다는 설정. 물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지만 전화한통이면 얼마든지 섬을 탈출 할 수 있지만, 폭탄의 기폭장치로 단절과 고립을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백미인 '범인을 찾아내려 하지 말 것'이라는 열번째 조항이 [십계] 전체를 관통하는 설정으로 작용한다. 섬에 고립된 개개인, 작품의 화자인 리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까지. 정말로 범인을 찾아내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각자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교묘하게 심어둔 복선을 분석하며 나름의 범인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하. 지. 만. 설령 범인을 알아채도 고발하지 말지어다.

그것이 십계의 계율이로다.

작품속 인물들은 이 십계를 성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물론 독자도 이 계율을 따라야 한다. 범인을 발설하는 것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스포일러를 범하는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다면 그런 파렴치한 짓은 말아야 겠지.([방주]의 범인을 스포일러 당한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ㅠ_ㅠ)

이 계율을 잘 따른 자는 마지막 반전의 묘미를 누릴 권한이 주어질것이니.

따르라.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위하여....

[십계]는 [방주]에서 한단계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전 원툴이라 불리는 [방주]의 단점을 의식했을까. 극한상황에서 긴박감을 찾을 수 없었던 로봇 같은 캐릭터들이나 루즈한 전개, 획일적인 묘사등의 단점이 [십계]에서는 깨끗이 사라졌다. 솔직히 반전만 놓고 본다면 [방주]의 손을 들고 싶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긴장감과 흥미를 따진다면 [십계]를 꼽고싶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마지막 한 페지이에서 새로운 쾌감과 기대감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미친 반전 [방주]와 핵소름 [십계]. ㅋ 과연 다음 작품 [낙원]은 우리에게 무얼 보여 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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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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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재미있게 봐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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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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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2024년 초판)

저자 - 오리가미 교야

역자 - 이현주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900원

페이지 - 364p

불편한 진실 앞에 섰을 때

이름은 익히 들어봤는데, 읽어 본 작품은 없는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이다. 화려한 꽃다발이 그려진 표지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그리고 함정에 함정에 빠지게 될 거라는 자극적 띠지의 문구까지. 아무런 기대감 없이 이 책을 펴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첫 챕터를 읽자마자 작가의 인상이 그려진다. 차분하면서도 간결한 문장,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다소 과할 정도로 친절한 심리묘사. 그리고 매력적인 여탐정의 등장. 일단 도입부는 합격점을 준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달리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직선적이다.

중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네형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전도유망했던 의과대학생이었던 형은 지금은 전혀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여성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형에게는 비밀이있었으니.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던 것. 결혼을 파기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나(기세)는 오지랖 넓게도 자신의 비용을 들여 여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여탐정은 형의 과거를 조사하던 중 4년전 일어난 치명적인 사건을 알게 되는데....

이른바 치정사건에 휘말리게 된 형의 과거를 파헤치는 게 주된 이야기이다. 탐정물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지속적인 탐문과 주변인 조사를 거쳐 사건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모든걸 뒤엎는 함정에 함정.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반전까지. 실로 후반부는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탐문은 지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를 냉정하면서도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탐정과 올곧은 성정으로 여탐정과 대척점에 서있는 의뢰인 기세의 대비로 쫀쫀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일단 작가가 풀어 놓는 복선들로 첫번째 반전까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있다. 하지만 첫번째 반전을 맞췄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이를 뒤집기 위해 작가가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지막 등골에 소름이 돋는 서늘함을 경험케 될 것이다. 협박자의 정체. 협박자가 우편함에 넣어 놓은 쪽지의 비밀.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진실. 이 작품의 제목 [꽃다발은 독]을 의미하는 마지막 문장까지.

그리고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불편한 진실 앞에 선 당신에게 묻는다.

이 불편한 진실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가슴속에 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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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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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2024년 초판)

저자 - 무경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92p

시대 추리의 타고난 이야기꾼

[1929년 은일당] 시리즈로 익히 알고 있던 작가 '무경'이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이 되어 신작을 출간했다. 이름도 긴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인데, '은일당'시리즈를 읽었다면 낯익은 연주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안락탐정 의자식 추리 작품을 낸 것. 이른바 '무경'작가가 내놓은 '은일당' 유니버스랄까. '은일당'을 읽었던, 읽지 않았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대극 추리소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역사추리, 시대극은 전혀 취향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왔건만, 이 작품은 그런 시대극 극혐 독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라 단언 할 수 있다. 본인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랄까. 일제치하가 배경이지만 결코 낡지 않은 필력은 현대의 감각적 감성이 묻어난다.

좌우간, 일단 잡고 나면 단편 하나는 금방 클리어할 수 있을정도로 높은 가독성을 선보이는데, 흥미로운 이야기와 큰 폰트에 시원시원한 페이지 디자인이 합세했기 때문인듯. 독서커뮤니티 '그믐'에 올렸던 각 단편의 리뷰로 이 작품의 리뷰를 대신한다.

1.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번째 단편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를 읽었습니다. 은일당에서 만났던 연주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은일당의 시대나 배경이 연속되어 더욱 반가웠답니다. ㅎㅎ 작품은 안락의자탐정의 형식을 띠는것 같아요. 다만 사건 해결까지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클래식한 안락의자보다는 필요에 의해 현장을 뛰는 '기억 속의 유괴'와 같은 안락물이더군요. 부산 배경의 현장감이 살아나 좋았습니다. 또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결말(파이 이야기 같은)로 맺음지어 현실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조화되는듯 했습니다. 나머지 단편도 이런식의 결말인지는 모르겠네요. ㅎㅎㅎ 아쉬운점은 노골적인 복선이 딱 예상한 그대로의 진상으로 이어져 아쉬웠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작품이다보니 초심자를 잡기 위한 친절함이었을까요. ㅎㅎㅎ 진상을 한 번 더 비틀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2.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는 본문에서도 언급하지만 관찰로 추리해내는 셜록을 떠올리게 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ㅎㅎㅎ 작품을 읽고 나니 손가락이 샛노래지는 귤을 까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저도 영광의 살의에서 비슷한 독살트릭을 썼던지라 반가웠습니다. 의사 남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여관 주인과 남자 몸종의 미스디렉션을 유도하는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가독성이 꽤 좋아요. 앉은자리에서 단편 하나는 쉽게 읽을 수 있네요.

3.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품집중에 가장 역동(?)적인 작품이었군요. ㅎ 굳이 가르자면 알리바이 트릭인데 이 '회색'에 시선을 못박아 주변을 흐리게 만드는 기교가 좋았습니다. 일제치하 시대이다보니 비밀결사에 대한 판을 깔기가 좋고 미스터리와도 상성이 좋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떡밥을 가득 던지고 끝내는데 작가 후기까지 궁금하면 [은일당]을 읽어보라는 (반)강제적 메시지가 담겨있군요.ㅋ 마듬 흑조와 함께 은일당의 역주행 기대됩니다. ㅎㅎㅎ 셜록의 맞수처럼 유리와의 한판 대결을 기약하며 다음 작품집으로 만나봽길 고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시대극 작가에서 이제는 시대극 전문 작가로 자리매김 한 '무경'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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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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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요람 (2024년 초판)

저자 - 고태라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60p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학 탐정 탄생

무서운 신인이 등장했다. 23년 민속학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 [설곡야담]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이후 첫출간작이 장편 민속학 탐정이라니. 게다가 적지 않은 분량을 거의 민속학 탐정 '민도치'의 입담으로 풀어가는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으니. 드디어 한국에도 민속학 탐정이 탄생한 것이다.

다도해의 죽해도. 섬을 양분하는 두 파벌(나릿놀, 우름곶)이 함께 화합하여 제사를 지내는 성스러운 날을 앞두고 참혹한 살인이 발생한다. 제사를 앞두고 술, 담배, 심지어 색까지 멀리하던 마을 사람들은 변사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마침 죽해도를 찾았던 민도치는 경찰들과 함께 살인 사건의 현장을 함께하고 범인의 행적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살인은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데....

민속학, 민속학 하지만 이제껏 마땅히 민속학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민속학 탐정하면 떠오르는 '미쓰다 신조'의 [사상학 탐정]시리즈는 절판되어 프리미엄이 붙은지 오래고 작가가 오마주했다는 '요코미조 세이지'의 [옥문도]역시 보지 못했으니. 일단 이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듯 싶다. 다만 민도치가 풀어내는 한국적 토속신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입담. 즉 재치있는 글빨은 감탄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대화체에 잼병인 나로선 더욱 부러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사건과 범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드러나는 증거들에 맞춰 가설을 수정하는 방법을 취하다보니 360페이지 내에서 상황묘사보다 오가는 대화의 분량이 월등히 많아질 수 밖에 없을듯.

폐쇄된 마을에서의 연쇄 살인. 대립하는 두 마을 간의 첨예한 갈등. 두 마을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찰의 스님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져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실로 장르적 기교가 뛰어나달까. 아니, 타고났달까. 고태라 작가님과 추협 총회에서 잠시 술자리를 가졌을때 쟁여놓은 총알(장편 원고)이 3개나 된다고 하셨으니 다음에는 또 어떤 알싸~한 마라맛을 들고 올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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